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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거인을 찾아서

컬쳐마루,<거인의 정원>을 다녀와서

https://culturemaru.modoo.at

"이 집으로 할게요."


집을 보자마자 결정을 했다. 아니 정확히는 집의 주변을 보고 결정했다. 아라동인데도 고즈넉함이 마치 애월의 어느 동네인 듯 느껴졌다. 집 바로 옆에는 넓은 정원이 아름다운 카페가 하나 있었는데 좁은 집으로 이사 가는 나의 염려를 거두기에 충분했다. 휴일이면 저 카페에서 내 집 정원마냥 널브러져 앉아 커피가 식어갈 때까지 마시는 상상을 했다. 작은 원룸에 이사 가는 것이 아니라 마당 딸린 집을 얻는 것 마냥 기분이 좋았다. 


서울 살 적에, 전시 보는 것을 즐겨했다. 다 챙겨보지 못할 만큼 새로운 전시들이 많이 열렸으니 주말이면 늘 무슨 전시를 볼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난다. 제주살이 5년 차. 어떤 것도 부족함이 없는데 딱 하나. 전시만큼은 늘 아쉽다. 1주일에 한 번은 보던 전시를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니 문화적 갈증이 오죽할까. 그러던 차에 집 바로 앞에 떡 하니 갤러리가 있으니 오죽 좋을까. 

이미지출처 : 컬쳐마루 공식 홈페이지

 


우리 집 옆 정원이 아름다운 카페의 이름은 <거인의 정원>이다. 거인이 와도 좁지 않을 만큼 큰 정원이다. 거인이 와도 답답하지 않을 만큼 여유로운 정원이다. 우리가 집이 아닌 카페를 찾아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이유는 '커피 한 잔의 여유' 아니던가. 나는 휴일이면 <거인의 정원>에 앉아 글을 쓰곤 한다. 동네 사람들의 여유가 있고 관광객들의 바쁨이 없어 좋다. 느리게 흘러가는 제주의 리듬에 꼭 맞는 정서의 공간이다. 글을 쓰다가 막힐 때면 1층과 2층에 마련된 전시를 둘러보며 영감을 얻기도 한다. 그뿐일까, 이곳에는 아주 근사한 개 한 마리가 있는데 자주 가다 보니 친구처럼 교감을 나누기도 한다. 



컬쳐마루는, 제주를 기록합니다. 마을 곳곳에 자리한 다양한 삶의 이야기, 잠시 잊고 있던 사이 삶의 이야기는 문화가 되었고, 소중한 가치가 되고 있었습니다. 삶에 닮긴 이야기를 나누고, 그 안의 가치가  변함없이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 컬쳐마루는 제주 곳곳을 기록하고 알림으로써 ‘더 행복하고 건강한 제주’를 꿈꾸는 사회적 협동조합입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발췌

거인의 정원을 운영하는 회사, 컬쳐마루는 사회적기업이다. 비즈니스를 하고 있고 브랜드에 관심을 두다 보니 어떤 공간을 방문하면 운영자, 혹은 운영사에 대해 알아보는 편이다. '기록'은 가장 사소한 사실을 가장 위대하게 만드는 행위이다. 각종 디지털 디바이스들로 일상의 기록이 어느 때보다 쉬워진 지금, 역설적이게도 가장 휘발되기도 쉬운 시대를 살고 있다. 기록의 진정한 가치는 기록의 순간이 아니라 기억의 순간에 발휘되기 때문이다. 쉽게 찍고 어딘가 저장된 사진은 기억되지 못한다. 제주를 기록하는 컬쳐마루는 아마도 사소하게 흘러가는 일상을 붙잡아 그 의미를, 지금 시대와 미래 세대에게 짚어주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미지출처 : 컬쳐마루 공식 홈페이지

 


거인, 어떤 분야에 뛰어난 업적을 쌓은 사람.

몸집이 크다. 는 것 말고도 이런 뜻이 있다. 기록을 통해 일상의 거인들을 찾아 나선 이들의 행보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