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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까만 봉다리 귤

무릉외갓집의 과일 꾸러미 후기

http://www.murungfarm.co.kr/murung

어릴 적, 겨울이 시작되면 퇴근하시는 아버지를 그토록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집 근처 과일가게에서 귤 한 바가지를 사서 까만 봉다리에 담아오시기 때문이다. 따땃한 아랫목에 앉아 차디찬 귤 하나를 까서 입에 넣으면 입만 달까 가족의 정도 달아진다. 클릭 몇 번이면 새벽에 집 앞에 귤이 놓이지만 그것만으로 마음이 놓일 리 만무하다. 그 시절의 귤이 그토록 달았던 건, 제철이어서. 정이 있어서. 거든. 독립해서 사는 장성한 아들에게 더 이상 '아버지의 까만 봉다리 귤'은 없다.




무릉외갓집에서 제철과일 꾸러미를 주문했다. 정성스럽다. 새벽 배송도 아니오 반짝이는 귤도 아니지만 귀하게 키웠을 것이라는 믿음, 먹으면 분명 건강해질 것이라는 믿음이 담겨왔다. 제철과일 꾸러미는 4종의 제주 과일이 담겨 왔다. 무농약 블루베리, 무농약 바나나, 미니 애플망고, 카라향이다. 생긴건 제각각이지만 하나같이 신선하고 건강하다. 맛은 오죽할까. 귤 하나 까서 입안 한 가득 밀어 넣고 '아. 달다' 했다. 네트백도 함께 주문해서 담아 보관하니 요모조모 쓸모가 많다.




"제주도 농산물 정기배송 서비스를 12년째 운영"


무릉외갓집에서 과일을 주문하다가 발견한 기사 내용이다. 과일 맛이 어땠네 저땠네. 배송이 빨라서 좋았네. 와 같은 취향 이야기는 잠시 넣어두고 '12년째 운영'이라는 말에 눈길이 가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마트와 새벽 배송이 과일을 사는 가장 빠르고 쉬운 시대에 느리고 쉽지 않은 방식으로 12년간 브랜드를 키워온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느리고 쉽지 않다는 것은 빠르고 쉬운 것에 익숙해져 있기에 느껴지는 단차일 뿐, 사실은 가장 본질에 닿은 방식을 고수해온 것이다. 농부들이 계절마다의 농작물을 정성스레 키우고 제 값 받고 파는 것. 옳다고 여기는 것을 믿고 증명해 온 '12년'에서 우리가 길어 올린 가치는 바로 '진정성'이다.

Image 출처 : 무릉외갓집 공식 홈페이지

 


단단하다. 사명과, 비전과, 핵심가치를 허울 좋은 말로 채워놓은 것이 아니라 평생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로 단단하게 새겨놓았음이 느껴진다. 우수마을기업에 선정되어 현 대통령도 다녀왔다 하니. 비전도 달성한 실행력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도덕성보다 실천하기 어려운 과제가 진정성이다.’

존 헤네시의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중



잠깐 '도덕성과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도덕성은 외부의 환경과 시의적으로 연동하여 작동하는 개념이다. 어린 시절에는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예의 바른 도덕적 행동이었으나 지금은 상대방을 (노)약자로 취급하는 행동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남녀노소의 ‘평등’이 중요한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진정성은 개인을 시간의 축으로 판단하는 개념이다. 내가 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면 진정성을 잃는 것이다. 과거의 행동과 지금의 행동이 다르면 진정성을 잃는 것이다. 맞고 틀림이 분명하다. 진정성 역시 도덕성처럼 관점에 따라 옳고 그름의 해석이 다를 수 있다. 단 진정성은 옳다고 여기는 사람에게는 일관되게 지켜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변화무쌍한 시대에 오랫동안 한 가지의 가치를 변함없이 지켜나간다는 것이 지금 시대에 부름을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아닐까.


아버지의 까만 봉다리 귤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이유는 늘 같은 마음으로 그것을 사 오셨음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