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컬러랩제주 김명은 대표

"제주의 색은, '모든 색'이에요."

“제주의 색은, 
 ‘모든 색’이에요.”
  컬러랩제주 김명은 대표


"여행의 묘미는 단연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에 있다. 문제는 여행의 한계도 거기에 있다는 점이다. 여행이 끝나고 나면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고, 여행지에서 가진 즐거운 순간과 단절된다. 여기에서 여행자의 고민은 시작된다. ‘여행의 에너지를 일상에 고스란히 가지고 갈 수는 없을까?’ 하고. 여행의 에너지를 일상으로 고스란히 가져가고 싶지만, 많은 경우 실패한다. 때로는 여행 중에 찍은 사진을 보지 않고서는 여행지에서의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게 되는 것. 일상의 힘은 세어서 짧았던 여행의 행복한 기억은 금세 잊혀진다.  이런 여행의 한계, 혹은 여행자의 고민을 해결할 수 없을까?  제주의 사회적기업인 ‘컬러랩제주’는 특색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Q. 컬러랩제주는 어떤 기업인가요? 

“컬러랩제주는 제주의 유무형 자산을 색과 패턴으로 시각화하는 디자인그룹이자 예비사회적기업입니다. 색채 데이터와 그래픽을 활용하여 컬러 및 디자인 컨설팅을 합니다. 또한 저희가 수집(아카이빙)하고 있는 제주의 색채와 제주의 다양한 동식물에 영감받은 그래픽 패턴으로 패브릭, 문구, 가방, 아트웍을 제작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뚜띠콜로리’를 운영하고 있어요. 저희가 색채를 아카이빙하는 과정을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하는데요, 그 과정을 일반인들도 함께할 수 있도록 교육이나 여행 콘텐츠를 만들기도 합니다.”

 

컬러랩제주 김명은 대표

 


Q. 제주의 색채를 수집한다는 것,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며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제주에 살면서 제주의 다양한 색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가령 ‘제주의 바다색’이라고 하면 무슨 색일까요? 한 가지 색이 아니에요. 바다색에도 아주 많은 색이 있답니다. 어느 날 해안도로를 지나가다가 차를 멈췄어요. 바다를 바라보면서 다양한 색을 혼합해서 바다색을 만들어 봤어요. 색을 만드는 조색 작업이기도 하면서, 제주 바다의 색채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이 자연스럽게 됐습니다. 직접 보고 촬영한 바다를 다양한 색의 물감으로 만들어 보고, 기존의 컬러칩들과 비교 분석하는 작업이었어요. 놀라운 건, 차를 타고 다시 가던 길을 가는데 1분도 채 가지 않아서 만난 바로 근처의 바다에서 또 다른 색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다 같은 바다인 줄 알았는데 잠깐만 이동해도 너무나 색이 다른 거죠. 그래서 또 차를 멈출 수밖에 없었어요. 다시 조색하면서 ‘어쩜 이렇게 제주에는 색이 다양할까, 모든 색이 나름대로 참 아름답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이 제주 자연의 색이 담긴 우리만의 제주 콘텐츠를 만들어 보자는 의지로 연결되었어요.”

Q.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뚜띠콜로리’가 바로 그 과정이자 결과라고 할 수 있겠군요. 

“컬러랩제주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뚜띠콜로리(Tutti Colori)는 이탈리아어로 ‘모든 색’이라는 뜻이에요. 제주의 색은 바로 ‘모든 색’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주의 자연에서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형광색과 같은 새로운 색을 포함한 다양한 색의 스펙트럼이 발견돼요. 자연에 다양한 색들이 있고 그 색들을 저희가 아카이빙하면서 제주의 모든 색과 패턴을 활용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또한 제주 색 아카이빙을 하는 과정을 컬러여행 프로그램인 ‘가든 컬러헌팅’으로 기획하여 일반인들도 경험해 볼 수 있게 시도하면서 사람마다 또 각각의 다양한 색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지요. 저희는 뚜띠콜로리 브랜드를 통해 제주 자연의 다양한 색을 전하는 동시에, 사람들이 가진 자신의 색을 찾게 하고 그것을 통해 좀 더 풍성한 삶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뚜띠콜로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인터뷰가 진행되는 이 공간이 바로 뚜띠콜로리의 공간 중 하나, ‘뚜띠콜로리 뮤제오’이지요? 

“네, 이 공간은 제주의 전통 농가 주택을 수리해서 만들었어요. 100년이 넘은 공간인데 제주 4.3 당시에 일부 소실되었다가 재건된 부분이 있어요. 거의 폐가 상태였던 이곳을 뚜띠콜로리의 공간으로 만들면서 철거한 부분도 있지만, 오래된 서까래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사계절 제주의 색을 조금 더 가까이서 관찰하면 좋을 것 같아서 꽃이 피는 정원을 앞에 만들었어요. ‘뚜띠콜로리 뮤제오’는 뚜띠콜로리의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을 만날 수 있는 브랜드숍인 동시에 컬러여행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지척에 뚜띠콜로리의 커뮤니티 & 카페 공간인 ‘뚜띠콜로리 살롱’ 매장도 있습니다. 핸드드립, 콜드브루 커피를 즐기실 수 있고, 앞으로 다양한 지역 커뮤니티의 밋업을 위한 공간으로 발전해 갈 계획이에요.”



Q. 대표님은 컬러랩제주의 창업자이자 동시에 뚜띠콜로리의 대표 모델이기도 하신데요. 컬러랩제주를 하기 전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대표님은 어떤 사람입니까? 

“저는 아이를 시골에서 키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첫째 아이를 낳고 시골에 살았어요. 작은 시골 학교에서 미술 선생님을 하기도 했어요. 아이는 동네 어르신들이 봐주셨거든요. 좀 더 이전으로 가면 학부에서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고, 밀라노에서 도시디자인 석사를 했어요. 그리고 공간, 시각적인 것에 내적인 심리를 융합하고 싶어서 상담심리 석사도 했죠. 저는 대학 때부터 방랑자 같은 삶을 꽤 오래 살았어요. 봉사활동, 배낭여행, 유학 등의 과정을 통하면서 삶이 변하는 계기,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서서히 바뀐 게 아니고 깜짝 놀라면서 단번에 바뀌게 되는 시기들이었죠. 내몽고 지역의 고비 사막이나 남미 이구아수 폭포에서 거대한 자연을 만났을 때, 그리고 방랑의 시기에 다양한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의 보상을 바라지 않는 호의, 친절들을 경험하는 순간들이었어요.”

Q. 여행 중 대표님을 변화시킨 순간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공유해 주세요. 

“미얀마 인레 호수 근처의 작은 마을을 여행하면서, 배를 타고 호수를 지나간 적이 있어요. 논둑 같은 곳에 깡마른 할아버지가 웃통도 벗은 채 땡볕 아래 앉아 있는 뒷모습을 봤어요. 저는 보면서 ‘얼마나 힘드실까?’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조금 후에 배가 할아버지 앞으로 지나가면서 할아버지의 앞모습을 보게 됐죠. 제가 생각한 것과 달리 할아버지는 환하게 웃고 계셨어요. 그 순간 행복의 기준이랄까요, 어떤 절대적인 삶의 기준이나 태도는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가 있는데요.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중에 나오는 문구예요. ‘내가 이 놀라운 여행을 하는 목적은 나 자신을 속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연의 나 자신을 깨닫기 위해서다.’ 괴테의 이 말처럼 저는 세상의 다양한 문화들을 경험하면서 제가 시야를 넓히고 깨달은 것들, 여행의 감동이 우리의 일상에 좀 더 오랫동안 지속되면 좋겠다는 고민을 하게 했어요.”


Q. 제주로 이주한 지 7년차이신데요, 제주에서의 삶에 다양한 경험과 지식, 거기서 따라온 고민이 컬러랩제주로 이어진 것이군요? 

“제주에 살다 보니까 지구 반대편까지 가지 않더라도 아름다운 자연과, 좋은 문화,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제주에서, 내가 가진 자원들을 사용해 무언가를 해 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제가 여행 중에 만난 다양한 유무형의 자원 중 제주에서는 특히 ‘색’에 집중하게 됐어요. 제주의 색들을 잘 기록하고 아카이빙해서 제주 색채들이 가진 가능성을 좀 더 보여주고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작업으로 연결되었죠.”

Q. 여행, 자연, 제주, 색. 컬러랩제주를 설명하는 주요 키워드가 될 것 같아요. 컬러여행 체험 상품과 키트 제품도 있는데요, 이런 상품은 어떻게 개발하게 되셨나요?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행복도가 높아진다고 해요. 실제로 우리가 아름다운 제주를 여행하는 순간에 ‘아, 아름답다~’하고 그냥 지나갈 때가 많잖아요. 실제로 아름다운 순간이나 장소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지는 않거든요. 저희는 조색 작업을 하다 보니 조색을 잘하기 위해 관찰, 기록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요. 그런 시간에 자연과 상호작용을 하게 돼요. 직접 만든 색을 자연으로 가져가 대어 보기도 하고, 색의 이름을 지을 때 그 장소나 시간을 빌리기도 하고요. 이렇게 상호작용하는 작업의 시간은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는 것 같아요. ‘와~’ 하고 지나가는 것과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큰 차이가 있지요. 그래서 저희가 그러한 과정에서 느낀 감동, 재미를 여행 콘텐츠로 발전시켰어요. 컬러여행 같은 경우 사실 저는 이미 이전부터 해오면서 많은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했어요.”



Q. 뚜띠콜로리 시작 전에 이미 컬러여행 콘텐츠를 개발하고 사용해 오셨다고요? 

“제주 오기 전, 첫째 아이를 낳고 시골살이할 때 그 마을에는 거의 독거노인 할머니들밖에 안 계셨어요. 대부분 기초생활 대상자기도 했고요. 그 할머니들이 저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면서 저희 아이를 거의 키워주셨어요. 아이는 맡기고 저더러는 일하러 가라고 하셨죠. 그 마을에 학생이 20명 정도 되는 작은 학교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미술 교사로 일을 하게 됐어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나 조손 가정 아이들이 많았어요. 학생들에게 정서적 지지, 성취감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활동을 시도했었는데, 당시 ‘색깔 발명’이라고 불렀던, 기본 물감을 혼합해서 자기만의 색과 작품을 만드는 활동이 호응이 좋았어요. 자신의 색을 만들고 자연에 나가서 그 색을 찾아보면, 어떻게 만들든 자연에는 그 색이 항상 있어요. 그때 아이들의 눈에서 빛이 반짝이고 춤을 출 만큼 기뻐하는 모습을 봤어요. 이후에는 치매 어르신들이 있는 요양원이나 발달장애인 청년들과도 같은 작업을 해 봤어요. 붓을 생전 처음 잡은 분들도 많았지만 모네, 바스키아 작품 못지않은 특별한 작품이 나오곤 했어요. 그런 과정에서 컬러여행 체험을 자연스레 검증하게 됐죠. 아이들, 치매 노인들, 장애 청년들, 일반 여행자 모두가 할 수 있는 여행 및 교육 콘텐츠로서 저희는 이것을 ‘인클루시브 제주 프로젝트’라 부르고 있어요.”



Q. ‘인클루시브(Inclusive) 제주 프로젝트’요? 

“컬러여행 체험 상품을 운영하니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분들이 오셨어요. 또한 지난 7월, 제주 세계 농아인 대회가 있었는데, 42개국에서 220분이 와서 컬러여행 체험을 하셨어요. 색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자기의 내면을 표현하고 몰입하는 모습을 보니, 언어의 장벽, 장애의 장벽도 넘는 콘텐츠가 될 수 있겠다고 느꼈죠. 무장애를 넘어 해외에서는 좀 더 포괄적으로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여행, ‘인클루시브 투어리즘’이라는 표현을 쓰더라고요. 저희의 콘텐츠를 고도화해서 장벽 없는 자연 친화 관광 콘텐츠가 되도록 올해 여러 가지 키트를 개발하는 과정에 있어요. 아동, 노인, 외국인, 장애인, 임산부를 포함하는 모든 관광객이 색이 존재하는 모든 장소에서, 쉽고 간편하게 활용해서 자연에 체류하는 시간을 늘리게 해요. 색을 관찰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줄어들고요, 색으로 기억한 풍경은 장기 기억으로 형성되어 여행의 감동이 오래 기억될 수 있게 도와주지요.”

Q. 단순히 예쁘고 아름다운 색채와 그것을 활용한 상품이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나 사람들 간의 경계, 주어진 조건에 따른 한정 없는 경험을 하게 하는 체험이군요. 

“네, 대면해서 하는 방식(컬러여행 체험), 혹은 컬러여행 체험 키트를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어디서든 체험해 보실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앞으로 컬러여행 체험을 보다 교구화 하고 키트도 더 다양하게 개발해서 사회적으로 좋은 임팩트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컬러여행 체험(‘컬러헌팅’이라고도 한다.)은 미술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할 수 있나요? 내가 만든 색을 자연에 나가서 찾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 조색에 서툰 경우, 자연에서 그 색을 못 찾으면 당혹스러울 것 같거든요.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자연은 너무 친절하다.’고요. 자연의 색은 스펙트럼이 아주 넓어요. 내가 만든 색을 자연에 가지고 나갔을 때 색을 만든 종이를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꺾느냐에 따라서 빛으로 인해 또 다양한 색으로 변신해요. 내가 자연의 색을 따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색을 자연에서 ‘발견’해 본다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컬러여행 체험 프로그램에서 실제로 저희는 처음부터 자연에서 조색하는 것을 권장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자연의 색을 보고 이 색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구현하는 것은 전문가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무언가를 똑같이 따라 한다는 목표 없이, 끄적이듯이 색을 만들다 보면 평소에 자기가 좋아하는 색, 혹은 어떤 추억이나 인상 깊었던 것을 기반으로 본인의 색을 만들게 돼요. 내가 좋아하는 요리의 간을 할 때, 거기에 소금이나 간장, 무엇을 얼마나 넣을지에 따라서 그 맛의 풍미가 달라지잖아요. 요리를 배운 셰프가 아니어도 누구든 내 입맛에 맞는 간은 그렇게 맞춰갈 수 있어요. 색을 조합하는 과정도 비슷해요. 스킬을 가르쳐 드리지는 않아요. 그런데 조금씩 섞다 보면 본능적으로 본인의 색을 다 찾아가시더라고요. 저희는 그 탐색의 과정을 격려하고, 응원하고, 옆에서 함께 관찰하는 역할을 해 드려요.”



Q.  제주의 수많은 색을 발견하고 아카이빙하시니, 여쭤보고 싶어요. 제주 색은 무슨 색입니까? 

“제주의 색이라고 하면 보통 아주 쨍쨍한 감귤 색이나 새파란 바다색을 떠올리실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 제주에 살다 보면 우중충하고 비 오는 날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는 제주의 색은 하나로 단정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모든 색’이라고 생각해요. 이탈리아를 예로 들고 싶어요. 이탈리아 같은 경우 도시 밀라노가 호수 근처의 평야지대여서 안개가 자주 끼고 우중충한 날이 많아요. 반면 로마는 쨍한 날들이 이어집니다. 제주는 밀라노, 로마의 특징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제주 자연의 색들은 다양하고, 충분히 상업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요. 안개 낀 날들의 색도 두루뭉술하게 말하면 ‘우중충하다’라고 표현될 수밖에 없지만, 사실은 굉장히 세련되고 고급스럽고, 지적인 느낌을 주는 색채를 가지고 있어요. 동시에 제주에서는 이국적인 느낌의 색상도 많이 발견할 수 있어요.”



Q. 컬러랩제주에서는 매달 제주의 색을 정하고 색채 데이터를 만들고 있죠. 9월과 10월의 색은 테마는 무엇인가요? 

“지금까지는 제주의 동식물을 주제로 했었는데, 요즘은 제주의 특별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색을 선정해 보려고 시도 중이에요. 9월은 제주 성이시돌 목장을, 10월엔 ‘한라부추’를 테마로 한 색을 선정했고요. 보통 부추의 꽃은 흰색인데, 한라산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한라부추는 달라요. 아주 예쁜 보라색이에요.”

9월의 제주 색, 성이시돌 목장

8월의 제주 색, 상사화

7월의 제주 색, 월령리 해안가


Q. 색에 대한 주요 테마나 유무형 자원은 대표님이 주로 선정하시나요? 

“저희 팀이 함께해요.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에는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팀원도 있어요. 제주의 특성이나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그러면서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요소가 있는 것들을 조사, 선정합니다.”

Q. 제주의 색을 만들고 이름 붙이는 작업을 통해 제주 색의 ‘상업적 활용 가능성’을 생각한다고 하셨는데요. 제주 색의 상업적 활용 가능성이라는 걸 조금 더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미국의 색채연구소 ‘팬톤’에서 고안한 색표집이 많이들 아시는 ‘팬톤컬러’라는 건데요. 팬톤 외에도 페인트 기업들도 자기들의 컬러칩이 다 있어요. 저희가 팬톤처럼 소프트웨어에서 바로 공유되는 색채 데이터 시스템까지는 아니더라도 물리적인 컬러칩으로 만들어 배포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그 컬러칩을 가지고 있는 곳과는 저희가 만든 색의 컬러와 칩으로 소통할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 ‘함덕 겨울 바다 블루 1번 색이요.’ 하는 식으로요. 제주의 색을 바탕으로 저희가 만든 색채 데이터를 다양한 영역에서 함께 공유하고 사용하는 것으로 설명해 드릴 수 있겠습니다. 오랫동안 지속해서 쌓여야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인데, 그 방향에 맞춰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Q. 뚜띠콜로리의 라이프스타일 상품들이 궁금합니다. 

“제주에서 조색한 색이나 제주의 풍경, 유무형 자산을 주제로 드로잉해서 원단을 만들고 그것으로 가방, 앞치마, 패브릭, 문구, 아트웍을 만들고 있어요. 동백꽃, 수국, 현무암, 유채, 고사리, 로즈마리, 제주조랑말 등을 소재로 패턴화한 상품들을 만나실 수 있어요. 제주조랑말은 천연기념물 347호인데요, 제주를 여행할 때 만나면 너무 반갑죠. 역사도 깊고 제주의 풍경을 생각할 때 떠올릴 수 있는 동물이고요. 제주에서는 봄이 되면 떠들썩해요. 그게 다 고사리 때문인데요. 새벽부터 고사리 뜯으러 가고 찌고 말리고… 제주에 살면 ‘고사리 해서 자식들 대학 보냈다.’는 삼춘들도 많아요. 고사리는 제주의 문화이기도 하고, 고사리가 가진 구조와 형태는 미학적으로도 아름다워요. 제주의 신생대 시절부터 있었을 고사리는 제주의 역사 초기부터 함께 한 식물이기도 하고요. 뚜띠콜로리의 제품은 이렇게 제주의 자연, 역사 등 문화적인 요소들을 시각화해서 스토리텔링 한 제품들입니다.”



Q. 최근에 가장 반응이 좋은 뚜띠콜로리의 제품은 무엇인가요? 

최근에 인기 있는 제품은 현무암 데일리 백이에요. 현무암 색과 패턴은 호피 무늬를 닮기도 했는데요. 호피 무늬가 동물 복지 차원에서 바람직한지 저처럼 의문이 있는 분들이 선택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게다가 현무암 무늬는 제주의 야외에서도 잘 어울리지만, 도시에서 도시적인 의상과도 잘 어울려요. 그래서 인기가 좋은 것 같습니다."



Q. 뚜띠콜로리의 제품을 구매하여 사용하면 제주 여행의 기분을 일상에서 좀 더 잘 느낄 수 있겠어요. 

“영화 ‘라따뚜이’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주인공이 일하는 식당에 프랑스 최고의 요리 비평가가 음식 비평을 하러 와요. 무시무시한 사람이고 얼굴엔 다크 서클과 침울한 기운이 있는 캐릭터죠. 그런데 음식을 맛보는 순간, 본인의 정말 소중하고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을 떠올려요. 영화에서 음식이 그를 행복했던 순간으로 다시 연결해 주는 것처럼 저희는 뚜띠콜로리의 컬러여행 체험을 통해 행복했던 순간, 내가 중요시하는 가치들과 만나기를 바라요. 컬러여행 체험을 통해 가족, 연인, 친구 등과 행복했던 순간이 생생하게 더 오래 남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실제로 뇌과학자인 정재승 교수님의 논문에 보면 정서적으로 돌출된 기억은 큰 장소성을 형성한다는 내용이 있어요. ‘정서적으로 돌출된 기억’이라는 것은 트라우마 혹은 너무 행복하고 좋은 기억을 말해요. ‘장소성을 형성한다’는 건 그 기억 속의 사건만 기억되는 게 아니라 그때 있었던 공간, 주위의 소리 같은 것을 통합적으로 함께 기억하게 된다는 것이에요. 다른 논문 자료에선 정서적으로 돌출된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해요. 어쩌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당연한 사실이죠.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는 특별한 기억들이 뚜띠콜로리의 체험과 상품을 통해 더 많이 만들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뚜띠콜로리에서 제품을 기획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그와 다르지 않죠?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다시 똑같은 일상, 똑같은 공간으로 돌아가죠. 어떻게 하면 여행의 감동을 지속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고민하면서 뚜띠콜로리의 제품을 만듭니다. 뚜띠콜로리 제품들 역시 일상에서 좋았던 순간들의 기억으로 사람들을 데려다주는 매개 장치였으면 해요. 그래서 작은 문구류, 소품에서부터 시작했어요. 늘 가방에 넣어 다니는 작은 수첩, 들고 다니는 가방 등을 통해 행복하고 즐거웠던 순간의 기억으로 자주, 오래 연결되었으면 해서요.”



Q. 제주의 예비사회적기업으로서 제주의 다른 기업들과 협업도 많이 하신다고요. 

“공정무역 초콜릿을 만드는 ‘카카오패밀리’의 매장과 제품 패키지 리뉴얼 작업 시 컬러 및 디자인 컨설팅을 해 드렸어요. 또 ‘해녀의 부엌’ 2호점을 만들 때 해녀를 주제로 한 색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 그 공간을 리모델링할 때 도색하는 작업 등에 함께 했습니다. 또한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인 ‘스테이 위드 커피’와 다양한 커피의 맛을 색채 표와 매칭해서 표현하는 디자인 패키징을 시도하고 있어요. 맛을 색으로 표현하는 워크숍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저희가 ‘색’에 집중하지만 색만 중요하다는 건 절대 아니에요. 색, 음식, 향 등 다양한 것들이 내가 좋아하는 어떤 순간이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로 연결되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양한 협업을 통해 저희가 만든 키트나 콘텐츠가 다른 감각적 요소들과 융합되어 다양하게 사용되기를 바라요.”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요즘에 저희는 기후 변화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종에 관심이 있어요. 위기에 처한 동식물들을 계속해서 패턴화하고 있는데 저희가 수집하고 디자인화하는 것 외에도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제주를 찾을 여행자에게 하고 싶은 말 전해주세요. 

“제주에 오셔서 제주의 자연에서 아름답고 오래 기억될 추억들을 많이 가져가시면 좋겠어요. 그런 추억들이 우리가 힘든 순간에 우리를 지지해 주고 일어나게 하는 회복 탄력성이 될 거예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행복한 기억의 양이 일상에서 힘내야 하는 순간에 힘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하거든요. 좋은 시기, 좋은 장소에서 여러분 내면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 줄 추억들을 많이 만들고 가셨으면 좋겠다는 말로 인사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