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삶을 위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SDGs기획 No.14] 빈곤을 구제하는 희망의 인문학

일하는사람들

제주와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 기획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17가지 약속이다. 인류의 보편적 문제와 지구 환경문제, 경제·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2015년 유엔 총회에서 세운 공동 목표다. 제주와는 도내 사회적 기업을 만나 기업이 직면한 사회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제주 사회적 기업이 말하는 사회문제 현황과 다양한 솔루션에 대해 들어본다. 코로나 이후 고용시장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얼어붙은 고용시장의 분위기로 인해 고대면 임시·일용직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의 가구소득이 크게 감소하였다. 정부에서는 소득의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취약계층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에서 정책적인 해결방안만 기다리는 것이 아닌 직접 취약계층의 좋은 일자리와 지속가능한 자립의 길을 찾아 빈곤을 예방하고 있던 한 사회적기업가를 찾을 수 있었다.


빈곤을 구제하는 희망의 인문학
사단법인 일하는사람들 김경환 대표
빈곤은 나랏님도 구제할 수 없다고 한다. 나랏님도 어쩌지 못하는 그 문제를 위해 발벗고 나선 ‘사단법인 일하는사람들(이하 일하는사람들)’의 김경환 대표. 이익을 추구하면서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지속 가능한 자립의 길을 걷고 싶다는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본다.



일하는사람들은 어떤 기업인가요.
일하는사람들은 자활 기업이면서 사회적 기업입니다. 청소는 일반 청소와 방역 분야로 나눠서 운영합니다. 방역 업무는 서귀포 ‘클린하우스’의 음식물 용기 소독입니다. 청소 업무는 서귀포의 ‘열린화장실’을 청소와 관리·감독하는 거고요. 또 비료와 동물 사료를 만드는 제조업에 진출했습니다. 제주 광어 양식장에서 나오는 비상품 광어를 주원료로 쓰는데, 다양한 이유로 팔리지 않는 광어는 연간 8000톤입니다. 자본과 환경의 낭비죠. 비상품 광어를 처리할 때 수협에서 자체적으로 비료로 만드는데, 이때 화석연료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일하는사람들에서는 미생물을 이용한 천연 발효 방식으로 액상 비료를 만듭니다. 생선을 썩히지 않고 발효시키는 기술로 특허를 받았고요. 또 전갱어나 잡어 등 상품 가치가 낮은 생선을 구입해 보조 사료나 반려동물 영양제를 만듭니다. 일하는사람들에서 만든 반려동물 영양제 ‘제주바당’은 2019 우수자활생산품 경진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근로 능력이 있는 사람을 우선으로 채용합니다. 이를 통해 각자의 사정으로 빈곤을 겪는 이들을 지원하고, 응원합니다.



최근 들어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다고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단계입니다. 요즘은 발효 화장품이 많은데, 일하는사람들은 어류를 천연 발효시키는 기술로 화장품을 만듭니다. 천연 발효를 통해 아미노산 성분을 얻고 이를 원료로 만든 화장품입니다. 2021년 3월에는 전문 기관과 협력해 어류 발효 콜라겐 폼 클렌저 ‘제주아미(我美)’를 출시했고요. 또 다른 사회적 기업과 에센스, 스킨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 준비 중입니다. 비전에 따라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쌓이고 기술이 쌓이면 좋은 상품은 자연스레 나온다는 것을 이전의 사업 경험으로 배웠거든요. 10년 넘게 묵묵히 걸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속 걸어갈 예정입니다.



취약 계층을 채용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지역자활센터에나 주민센터에서 저소득층,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복지 상담을 합니다. 이때 근로 능력과 경제적 사정 등을 고려해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해요. 각 센터가 연계된 구조이고요. 워크넷을 통해 모집하기도 하도 있지만 취약 계층은 그러한 접근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일장> 같은 지역 정보지에 홍보하죠. 누군가의 표현대로 라면 일하는 사람들은 개인이 사회 구성원으로 작동하기 전 역량을 강화하고 자립하기 위해 들르는, 응급실 같은 곳이라고 하더군요. 정확한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일정한 소득을 얻으면서 자립을 준비하고,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쌓으며 사회성을 기르니까요. 이곳에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을 얻어 더 나은 삶을 위해 도약하는 겁니다. 발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빈곤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사회의 기반이 되는 가정 해체를 야기하니까요.

나랏님이 해결하지 못하면 정부와 민간 기업, 지역 공동체가 함께해야죠.

근로 능력이 있음에도 경쟁에서 밀린 사람들의 생산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사회에 남기면, 그건 우리 모두의 손해잖아요.”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에 대해 생각해봤나요.
혹자는 빵을 주지 말고 빵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라고 했지만, 그것도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빵을 만드는 이유에 대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노동에는 소득을 얻는 것 외에도 자아실현이라는 가치가 포함됩니다. 하지만 취약 계층 대부분은 교육 서비스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합니다. 그들이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삶을 온전하게 살 수 있도록 도우려면 일자리만 제공해서 끝나지 않습니다. 시혜적인 태도가 아니라, 온정적인 교육자의 시선으로 다가가야 하고요. 그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사회적 기업 간의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고요.

시장 상황에서 사회적 기업이 일반 기업을 상대로 경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하고, 그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제도적인 뒷받침과 기업 간의 네트워크 구축은 필수입니다. 공통된 가치를 지향하는 기업끼리 힘을 합쳐야 사회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 같은 좋은 선례가 있습니다. 일하는사람들과 연대할 수 있는 기업이 계속해서 늘어나길 바랍니다.



사단법인 일하는사람들
주소          서귀포시 남원읍 서성로810번길 216-7
전화          064-733-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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