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와 차별이 없는 사회를 꿈꾸는

[SDGs기획 No.12] 저소득층 주민에게 자활의 길을 안내하는

제주이어도지역자활센터

제주와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 기획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17가지 약속이다. 인류의 보편적 문제와 지구 환경문제, 경제·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2015년 유엔 총회에서 세운 공동 목표다. 제주와는 도내 사회적 기업을 만나 기업이 직면한 사회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제주 사회적 기업이 말하는 사회문제 현황과 다양한 솔루션에 대해 들어본다. 제주도 부동산 가격상승과 코로나로 제주사회의 경제 양극화가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 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수가 2018년 2만3157명, 2019년 2만4323명, 2020년 2만8671명, 2021년 3만2218명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제주 빈곤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이러한 흐름을 읽고 저소득층 주민에게 자활의 길을 안내하던 한 사회적협동조합의 대표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저소득층 주민에게 자활의 길을 안내하는

제주이어도지역자활센터 김효철 이사장
2004년 설립한 ‘제주이어도지역자활센터’는 자본주의사회 속 저소득층을 포용하며, 그들이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주민 중심의 사업단을 꾸리고, 기업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김효철 이사장과 제주의 빈곤 문제와 자본 구조의 흐름을 짚어봤다.

제주 지역자활센터 중 유일하게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제주이어도지역자활센터(이하 센터)는 2004년 4월, 북제주 자활 후견 기관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문제는 양극화 현상이죠. 센터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소외된 빈곤 계층에 발생하는 일자리와 사회복지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제주이어도돌봄센터 개소, 노인 식사 제공 프로그램 등 여러 자활 사업을 이어나가던 중 2015년 3월 보건복지부의 사회적 협동조합 인가를 얻었어요. ‘지역자활센터 유형 다변화 사업’이 시작된 첫해였고, 센터가 시범 모델이 된 거죠. 지역자활센터는 대개 사업을 위탁받은 운영 주체가 있는데, 사회적 협동조합이 되면 조합에서 사업단이나 자활 사업을 자체적으로 경영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것이죠. 현재는 임직원, 지역 주민, 저소득층 주민 등 40여 명의 조합원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센터에서는 매년 저소득층을 위한 사업단을 신설하고 있죠.
저소득 주민을 대상으로 1~3개의 사업단을 발족하는데, 중요한 몇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참여 주민 가운데 단장을 뽑아 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했어요. 저소득 주민들이 사업을 주도하는 게 사업단의 목표거든요. 그리고 사업이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인지, 수익성이 있는 아이템인지 기획 과정에서 면밀히 검토합니다. 현재는 친환경 채소를 재배하고 농장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농부공방’, 도 교육청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차곡’ 등 7개의 사업단이 있어요. 모든 사업은 3년 이상 운영할 수 없고, 사업 종료 후 기업으로 창업하려면 사업 기간에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어야 합니다. 사업단의 다음 단계를 위해 센터는 저소득층 참여자의 적성, 능력, 여건 등을 파악하며, 이들을 뒷받침하죠.

사업 기간이 끝난 후, 독립적으로 창업한 사업단을 ‘자활기업’이라 부른다고요.
저소득층 참여자들은 사업단 기간 동안 전문성을 강화하고 창업 자금을 만들어요. 창업을 준비하면서 주체적인 운영 능력을 키우는 거죠. 센터의 사업단이 인큐베이터가 되는 겁니다. 일반 기업도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든 현실인데, 자활기업으로 창업해 운영하는 팀을 보면 뿌듯합니다. 도시락 서비스를 선보이는 ‘함께하는 밥상’은 벌써 10년이 넘도록 운영하고 있어요. 그 밖에 야생초차를 만드는 ‘영농조합법인 제주다’, 마트에 반찬을 납품하는 ‘맛드림’ 등이 있습니다.

 
 
 
“삶에 있어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자주적인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자활기업이 치열한 시장 속에서 묵묵히 사업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저 역시 자극을 받아요.
16년째 센터를 운영하며 그들을 돕는 이유기도 하죠.”
 
 
 


2019년 5월에는 지역 순환형 슈퍼마켓이 슬로건인 ‘마켓프레쉬’를 오픈했어요.
지역 생산품과 사회적 경제 상품을 판매하며, 그에 따른 이익을 지역으로 되돌리는 마트입니다. 지역 저소득층 주민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물론, 도내 생산자에게는 기회의 장으로 역할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마켓프레쉬는 공공 기관이 아닌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운영하고 있어요. 올해로 2년째인데, 지역 상권 내에서 반응이 좋고 매출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죠. 구성원 15명이 뜻을 모아 2021년 12월에 자활기업으로 창업할 예정입니다.



제주 빈곤 문제의 현주소는 어떤가요.

16년째 저소득 주민을 만나고 있는데, 제주의 양극화 문제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어요.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불거진 부동산 문제가 원인이라고 봐요.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 사업이 시작되고, 개발을 위해 중국을 비롯한 외국 자본이 제주로 유입됐죠. 소수의 자본가가 이득을 보고, 그중 일부를 지역 주민이 나눠 갖는 구조로 변질됐고요. 과거의 제주는 농업 기반 사회였습니다. 농업은 개개인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결과를 얻을 수 있죠. 열심히 일하면 부를 축적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주식, 부동산 등 투자가 늘며 돈이 돈을 불리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자본주의경제 체제에서는 저소득층 주민뿐 아니라 대다수 도민이 피해자가 될 수 있어요. 지역사회는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구조 개선을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요.

‘소유와 차별을 넘는 행복한 협동 공동체’라는 센터의 비전처럼 사회가 바뀌면 좋겠어요. 돈이 있느냐 없느냐, 돈을 버느냐 못 버느냐로 사람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게 현실이에요. 가난으로 사람을 소외하고 차별하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죠. 사실 빈곤의 종식은 어려운 과제이고, 인류 역사상 한 번도 이뤄보지 못했어요. 그럼에도 꾸준히 연대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센터는 저소득 주민들이 양극화되는 사회에서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될 겁니다. 현재 150명의 저소득 주민들이 센터와 함께하고 있는데, 만약 이들에게 금전적인 지원만 있다면 그들은 사회의 주인이자 구성원으로는 설 수 없을 거예요. 잊히고 배제될 수 있고요. 그러니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립할 방법을 함께 찾아야죠.



제주이어도지역자활센터
주소                제주시 도남로7길 40
전화                064-721-1280
홈페이지          ejahwal.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