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링 상징을 넘어 실용성 있는

[SDGs기획 No.11] 폐목재에서 쓸모 있는 가구까지

세간

제주와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 기획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17가지 약속이다. 인류의 보편적 문제와 지구 환경문제, 경제·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2015년 유엔 총회에서 세운 공동 목표다. 제주와는 도내 사회적 기업을 만나 기업이 직면한 사회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제주 사회적 기업이 말하는 사회문제 현황과 다양한 솔루션에 대해 들어본다. 현재 제주는 폐비닐과 폐목재 등 각종 재활용 폐기물 처리에 차질이 빚으며 소각장 등에 그대로 쌓이고 있다. 폐기물 발생 억제와 재사용을 넘어 재생 이용, 에너지화까지 체계화하는 자원순환 사회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재활용 폐기물 분리배출 시스템 외에 다른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처리가 어려운 재활용 폐기물들의 공통점은 안정적 소비시장과 시스템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폐목재를 활용하되 심미성과 실용성을 갖춘 가구를 만들어 업사이클링 시장을 확대해 나가던 한 예비사회적기업가가 있었고, 우리는 이들을 찾아가 보기로 하였다.


폐목재에서 쓸모 있는 가구까지

세간 김진주 대표
100년 된 나무토막을 잘 말려 껍데기를 벗기면 새로운 나무 못지않은 좋은 재료가 된다고 한다. 폐목는 자연이 주는 가치 있고 소중한 재료 중 하나라며 자신 있게 말하는 김진주 대표. 늘 나무를 통해 ‘쓰임’과 ‘버려짐’에 대해 배우고 깨닫는다는 그의 눈이 반짝인다.



세간’은 쓰레기에 관심이 많은 기업이지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폐자재로 업사이클링 가구를 만듭니다. 주로 사용하는 쓰레기는 폐목재입니다. MDF 같은 합판은 재사용이 어렵기 때문에 원목만 가능합니다. 가장 좋은 폐목재는 단연 문틀이고요. 보통은 인테리어 공사업체에서 먼저 연락을 주는데, 버릴 때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세간에서 직접 수거하면 서로 이득입니다. 세간의 대표 상품은 소반과 트레이입니다. 조선시대 500년간 쓰여온 소반은 디자인과 실용성이 보증되었지요. 세간은 전통 소반을 새로운 소재로 재해석해 제작 판매합니다.



직접 만든 가구 말고도 다른 상품을 판매한다고요.

세간살이 할 때 그 세간을 상호로 짓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으로만 매장을 채웠어요. 세간에서 판매하는 ‘재주도좋아’, ‘정석’, ‘저스트프로젝트(JUSTPROJECT)’ 같은 브랜드의 상품 역시 디자인이 예쁘고 실용도가 높습니다. 아무리 친환경 상품이라도 예쁘지 않고 활용도가 떨어지면 상품 가치가 떨어지니까요. 목적지는 다르더라도 가는 방향은 비슷한 브랜드로 모았어요.

현재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제주 동쪽 송당리에 쇼룸 겸 매장이 있었는데, 사정상 운영이 어려워져 잠시 쉬면서 새로운 곳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최근 한림 록다미 카페의 일부 공간을 세간 한림점으로 공유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세간 본점은 유동 인구가 많은 원도심으로 가고 싶은데, 아직 정해진 건 없네요. 요즘은 공공의 공간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간에는 가급적 재활용 가구나 폐목재를 활용하고요. 공간 조성 사업은 팀으로 이뤄지는데, 팀에 폐자재로 악기를 만드는 분이 현장에서 용접을 하기도 합니다. 화가는 벽에 도장 업무를 하고요.(웃음) 그래서 퀄리티는 보장합니다. 또 폐목재를 활용한 개인 주문 제작도 종종 진행합니다.



세간 상품의 폐자재 활용 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폐자재를 100% 활용하고 싶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지가 맞지 않아 50% 정도로 폐자재를 활용해 상품을 제작합니다. 사업 측면에서 100% 폐자재로 만든 상품 몇 개를 파느니, 50% 폐자재로 만든 상품 100개를 파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기술력이 더 좋아지면 폐자재 비율 또한 점차 늘릴 계획입니다.

 
 
 
“쓰레기 문제가 마치 개인의 문제인 것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개개인의 분리수거가 중요하지만,
객관적인 수치를 보면 기업에서 배출하는 쓰레기 양이 가장 많거든요.
소비자는 환경문제에 대해 무지한 회사의 상품을 불매하고, 정부 차원의 규제 역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세간 같은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윤리적 소비 가치가 대두되면서 세간을 찾는 문의도 많아졌을 것 같아요.

종종 팝업 스토어를 열거나 박람회에 참여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기회가 반드시 매출로 이어지는건 아니더군요. 박람회나 팝업 스토어의 주최 측이 세간의 상품성을 높이 샀다기보다 폐자재를 활용하는 업사이클링 기업, 친환경 기업 같은 상징성에 의미를 두는 것 같고요. 소비자도 마찬가지죠. “이 소반은 폐목재로 만들었대” 하며 관심을 보이지만, 구매하진 않습니다. 실제로 업사이클링 상품인 걸 내세우지 않았을 때 더 많이 팔리더라고요. 아이러니죠. 사람들은 윤리적 소비의 가치에 동의하지만, 사회에서 이를 종용하고 검열하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모든 책임의 화살이 개인으로 향하는 것은 오히려 반감이 생길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합니다.

윤리적 소비가 오히려 소비자의 발목을 잡는군요.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모든 살림살이를 친환경 상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하지만 소비자가 검열당하는 기분을 느끼면서 실행하는 ‘가치 있는’ 소비가 정말 가치 있는 소비일까요? 공산품의 편리함을 포기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죠. 소비자 스스로 납득하는 선에서 실천하고 나아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세간의 상품은 공예품의 특성을 겸비해 집에 두면 오브제로 쓸 수 있는 심미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추었다는 점은 꼭 언급하고 싶습니다.(웃음)



세간의 향후 목표가 있다면요.

일단 내부에서 상품을 생산할 때 쓰레기를 발생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나무 작업을 하다 보면 톱밥이 많이 나오는데, 근처의 도예 공방에 전달합니다. 도자기를 구울 때 가마에 넣어서 굽는다고 해요. 톱밥으로 화분을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를 상품으로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또 소반을 만들 때 어쩔 수 없이 나무판이 생기는데, 이것으로 트레이를 만듭니다. 폐목재라도 허투루 쓰지 않아야죠. 무엇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쓰레기를 처리하고 싶습니다. 쓰레기라는 소재의 가치를 새로 알리는 일도 하고 싶고요.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이는 세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세간
주소              제주시 조천읍 북촌 11길 20-14       * 현재 매장은 운영하지 않습니다.
전화              0507-1318-3081
인스타그램     @segan_je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