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땅, 청정한 물, 신선한 재료, 행복한 사람들이 만나 이루는

[SDGs기획 No.10] 차별에서 차이를 만드는 작은 마을

평화의마을

제주와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 기획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17가지 약속이다. 인류의 보편적 문제와 지구 환경문제, 경제·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2015년 유엔 총회에서 세운 공동 목표다. 제주와는 도내 사회적 기업을 만나 기업이 직면한 사회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제주 사회적 기업이 말하는 사회문제 현황과 다양한 솔루션에 대해 들어본다. 지난 1월 27일, 국회미래연구원에서 『장애인 운동 20년, 장애 입법 20년 : 이동권에서 탈시설로』 를 발간했다. 장애인들의 이동권과 생존권 그리고 교육권을 보장하던 2000년대를 지나 탈시설 주장이 확장되는 2010년대 이후의 장애인 운동사와 입법사를 담은 보고서로 한국사회의 미래를 전망하였다. 특히 이 보고서를 통해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장애인들의 탈시설화에 대한 요구가 심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장애인의 주체성과 자립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을 찾아보았고, 이러한 흐름이 형성되기 이전부터 장애인들의 독립생활과 사회통합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중증장애인과 발달장애인 고용하던 사회적 기업을 만나볼 수 있었다.


차별에서 차이를 만드는 작은 마을

평화의마을 국장 김덕윤
‘평화의마을’은 중증 장애인의 유급 고용을 실천하는 육가공류 제조 기업으로, 31명의 발달 장애인 재직 중이다. 장애에 대한 의식 개선과 이해를 통해 사회적 편견이 누그러지길 바라는, 바꾸기 위해 행동하는 김덕윤 국장을 만났다.

평화의마을을 설립 당시에는 장애인 직원 채용에 대한 인식이 전무해 실행에 옮기기까지 쉽지 않았을 듯합니다.

평화의마을은 2001년에 설립했습니다. 장애인을 고용한다고 하니 아무도 믿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장애인은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게 당연했거든요. 장애인 보호자를 위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마련해 회사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업무 내용, 유급 고용 관련한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자 점차 찾아오기 시작했죠.



육가공류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요.

처음엔 베이커리 사업이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수익률이 낮고,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게 됐죠. 새로이 아이템을 찾던 중 제주 돼지 농가에서 상품성이 높은 목살, 삼겹살 같은 부위를 제외한 잡고기는 많이 남는다는 사실을 접했습니다. 그 부위로 소시지나 햄을 만들기로 했고요. 제주 특산물을 활용하면서 돼지 농장에 도움도 되고 중증 장애인을 고용해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됐죠. 역시 일반 기업과 가격경쟁에서 밀리기는 합니다. 단가를 낮춰볼 방법을 생각해봤는데, 평화의마을이 지향하는 가치를 놓칠 수 없었어요. 보통 330㎡(100평) 공장에 비장애인을 7명 정도를 고용하지만 평화의마을에선 18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직무를 세분화했기 때문입니다. 상품 가격이 비싸긴 해도 가치 소비에 닿는 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맛도 확실하게 보장하고요.(웃음)



장애인 고용 기업’이라는 편견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다고요.

요즘은 ‘장애인 고용 기업’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과거에는 장애인이 만드는 식품을 어떻게 신뢰하냐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정말 좋은 재료로 정직한 상품을 만듦에도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이라는 이유로 편견에 시달리고 거부당해야 했죠. 한때는 장애인 채용 기업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럴수록 품질에 집중했고요. 그 덕에 HPCCP 인증은 물론이고, 국내 최초로 독일 식육가공박람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어떤 상품인가요?

‘제주맘 윈너 소시지’와 ‘제주 버섯불고기 소시지’입니다. 원너는 제주 흑돼지에 건조 허브를 넣고 국내산 참나무로 훈연한 전통 비엔나 소시지입니다. 버섯불고기는 손수 재배한 생표고버섯을 듬뿍 넣은 불고기 맛 소시지고요. 평화의마을 소시지는 모두 무항생제 흑돼지와 청정 채소로 만듭니다.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장애인 직원은 상시 모집합니다. 1차 서류 심사를 거쳐 2차 면접을 봅니다. 그 다음 3주 정도 평가의 시간을 갖는데, 장애인은 적응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평가란 일을 잘하고 못 하고를 보는 게 아니고, 장애인의 신체적인 능력이나 환경을 잘 이해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능력에 따라 바로 현장에 투입되거나 훈련생이 되어 직업 교육을 받습니다. 실제 훈련생 중에 앞치마 매는 데 2년 걸린 분이 있습니다. 채용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급여 관찰과 적금 여부를 확인하는데, 장애인이 훗날 독립할 때를 대비해서 반드시 훈련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장애인 직종에 관한 고민이 있다고요.
이곳에서 가장 오래 일한 장애인 직원은 17년째 근속 중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일이지만, 안타까운 부분도 있습니다. 그만큼 이직의 기회가 없다는 뜻이니까요. 누구나 일하다 보면 권태를 겪습니다. 더욱이 장애인은 대부분 생산직에 근무하는데,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 장애인도 있고요. 그래서 공장을 견학하거나 수제 소시지를 만드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개설하려고 합니다. 프로그램 진행을 장애인 직원에게 맡기면 새로운 직종이 생기니까요. 분명 그런 일을 원하는 장애인이 있겠고요.





 

 

“장애는 단지 한계가 있는 겁니다. 그 한계를 인지하지 못할 때 오해나 갈등이 생깁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비장애인이 당장 평화의마을 공장에 들어오면 업무를 볼 수 없죠. 업무에 장애가 생기는 겁니다.
장애는 누구나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데서 장애에 대한 이해가 시작됩니다.”





평화의마을의 비전과 목표는요.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사회적 기업이 되는 겁니다. 직원 모두가 행복하고 동등한 위치에서 편견이나 차별 없이 서로를 돌볼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직무와 책임을 다하는 건 물론이고요. 오래도록 러닝하는, 평화로운 사회적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평화의마을
주소               서귀포시 대정읍 중산간서로 2195-12
전화               064-794-6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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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2        http://peacevill.cafe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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