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사람 모두를 위한

[SDGs기획 No.8] ‘짬’에서 나오는 비누 바이브

꽃마리협동조합

제주와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 기획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17가지 약속이다. 인류의 보편적 문제와 지구 환경문제, 경제·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2015년 유엔 총회에서 세운 공동 목표다. 제주와는 도내 사회적 기업을 만나 기업이 직면한 사회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제주 사회적 기업이 말하는 사회문제 현황과 다양한 솔루션에 대해 들어본다. 코로나19로 인해 포장용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사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심각한 환경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또한 쓰레기 분리배출이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음에도 플라스틱의 약 60%가 매립되거나 버려지고 있어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플라스틱 폐기물 관련 법규의 재정비에 들어갔다. 이 같은 정부의 행보에 제조업계에서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한편 모두가 미세플라스틱에 관심을 보이기 이전부터 제주에서 수질오염과 플라스틱 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고 용기의 재사용을 권장하던 한 예비사회적 기업의 대표를 만나볼 수 있었다.


'짬’에서 나오는 비누 바이브
꽃마리 협동조합 이소진 대표
화장품 생산 경력이 있는 여성들이 모여 만든 ‘꽃마리 협동조합’은 제주산 허브를 넣은 천연 비누를 선보이며 친환경 비누의 대중화를 꿈꾼다. 리필 스테이션 운영, 비누 용기 재사용 등 자연과 발맞춰 걸어가는 꽃마리 협동조합의 행보를 엿봤다.

꽃마리 협동조합은 2017년 경력 단절 여성 3명이 모여 만들었다고요.
창립 멤버 3명은 같은 화장품 회사 생산 팀 출신이에요. 2016년 회사가 경영난을 겪으며,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경력이 끊어지게 된 상황이었죠. 2017년 11월, 일부 직원들이 모여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에서 진행하는 ‘여성공동체 창업 인큐베이팅 지원 사업’에 참가했습니다. 그때 창업팀 ‘꽃마리 협동조합(이하 꽃마리)’을 조직했습니다. 경력 단절 여성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친환경 비누를 만들며, 구성원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미션이었죠. 현재는 6명의 조합원이 함께하고 있고, 육아를 병행하는 직원을 위한 재택근무제 도입, 출퇴근 시간 조절 등 구성원에 맞춰 유연하게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력이 단절됐다고 도전을 망설이는 여성이 많은데지난 경력은 새로운 시작의 발판이 된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화장품 회사에 있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비누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친환경 비누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구성원 대부분이 이전 회사에서 비누를 담당했어요. 관련 기술과 경험이 많았죠. 생산직 중심으로 꽃마리를 구성했기 때문에 각자의 역량을 살려 상품 개발에 주력했어요. 특히 사업 초기에는 비누의 핵심 원료인 비누 베이스를 천연 성분으로 만들어 B2B(Business to Business) 상품으로 선보였죠. 국내에 비누 베이스 기술을 지닌 기업은 별로 없어요. 꽃마리는 이 베이스를 활용해 흔히 물비누라고 하는 액상 비누와 고체 비누를 만들어요. 여기서 옷감, 그릇 등 물건을 씻어내는 세제와 사람의 몸을 씻는 세정제로 비누의 성격을 세분화했고요. 합성 계면활성제가 개발되면서 시중에 액상 세제가 많아졌는데, 가격이 저렴하고 거품이 잘 나지만,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어 사람에게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바다로 흘러갔을 때 해양 오염을 유발합니다. 반면 천연 비누는 생분해되기 때문에 사람이나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아요. 비록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번거롭고 느리지만, 친환경 비누를 중심으로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있어요. 로즈메리, 라벤더를 비롯한 제주산 허브를 넣은 ‘주방용 팜프리솝’, ‘세탁용 과탄산소다솝’ 등을 온‧오프라인에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비누 용기에 대한 고민을 늘 하고 있다고요.
처음에는 ‘천연’에만 집중했어요. 코로나19 이후,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일부 소비자가 꽃마리의 세탁 세제 용기를 재사용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놓았어요. 마침 중국의 플라스틱 용기 제조 공장이 코로나19로 생산을 중단했고, 본격적으로 비누 용기에 대한 대안을 강구하게 되었죠. 우선 소비자의 의견에 따라 용기를 재사용하기로 했어요. 꽃마리 상품을 납품하는 매장에 용기 수거함을 두고, 들어온 용기를 세척해 세제를 채워 넣었죠. 그다음은 대용량 용기인 대용량 말통을 활용했습니다. 보통 상품을 만들 때, 하루는 비누를 만들고 하루는 용기에 소분해 담고 뚜껑을 씌워 라벨을 붙이는 식인데, 말통에 담으니 공정이 반으로 줄어들며 효율이 높아지더라고요. 소비자는 용량 대비 저렴한 가격에 세제를 구매하면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죠. 생산자, 소비자, 환경까지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졌어요.

이후 다회용기를 활용할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을 도입했죠.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일 방법을 고민하던 중 다회용기에 내용물을 담아 가는 리필 스테이션이 떠올랐어요. 전국적으로 제로 웨이스트 숍이 하나둘 생기고 있었고, 숍마다 리필 스테이션을 두면 전국 어디서나 꽃마리 세제를 리필할 수 있으니 버려지는 플라스틱 용기 수가 줄겠다 싶었죠. 기존 플라스틱 용기를 굳이 버릴 필요는 없어요. 지구상에 있는 플라스틱을 최대한 재사용하는 겁니다. 사회는 개인에게 일회용품을 소비를 지양하라고 하면서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아요.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먼저 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사회적인 행동과 개인의 가치 있는 소비가 같이 가야죠.

개인위생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 요즘 세정제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을 듯해요.

2020년 초에는 꽃마리 비누를 납품하는 곳이 많지 않았고, 재정적으로 위태로웠죠. 그런데 손 세정제와 비누를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대구와 제주 지역아동센터에 기부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손 세정제 주문이 물밀듯이 들어왔고, 다른 상품이 빛을 보기 시작했죠. 매출은 자연스레 따라왔고요. 위기 속에서 꽃마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것이 기회가 되더군요. 요즘 소비자들은 현명해서 어떤 선택이 더 가치 있는지 재고 따지며 구매해요. 그들은 영향력 있는 구매자가 될 준비가 되어 있어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기업은 언제나 소비자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죠.

꽃마리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액상 비누를 고체화하는 작업을 할 거예요. 고체 비누로 바뀌면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 없거든요. 플라스틱 프리를 지향하며, 꽃마리에서 사용 중인 용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어요. 꽃마리의 비누가 자연에 피해를 끼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질 수 있도록 말이죠. 바람은 제주 동서남북 각지의 꽃마리 리필 스테이션에서 비누를 리필하는 거예요. 편의점만큼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꽃마리 취지에 공감하는 마트, 카페, 책방 등 다양한 곳에 리필 스테이션을 마련해 소비자에게 리필 문화를 확산하고 싶습니다.



꽃마리 협동조합
주소               제주시 인다11길 29
전화               064-755-6883
홈페이지         flowermari.net
인스타그램      @flowermari.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