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 기획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17가지 약속이다. 인류의 보편적 문제와 지구 환경문제, 경제·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2015년 유엔 총회에서 세운 공동 목표다. 제주와는 도내 사회적 기업을 만나 기업이 직면한 사회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제주 사회적 기업이 말하는 사회문제 현황과 다양한 솔루션에 대해 들어본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해 안전하고 부담 가능한 가격의 교통수단을 확대하는 정책이 활발하게 논의되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일상 속 거리두기가 중요해지면서 이동 수단에 대한 변화가 크게 일어났다. 특히 녹색교통수단 중 하나인 자전거의 판매 매출이 45%가량 증가하였고, 공유 자전거 이용률 또한 높아지는 등의 좋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나 이와 함께 자전거 안전사고도 54.3% 급증하는 결과도 나타났다. 그 중 어린이 사고가 41.8%로 전 연령대 대비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는데, 이는 어린이들의 교통안전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발생한 문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올바른 미래사회가 형성되기를 바라며 어린이 자전거 안전교육을 하던 한 사회적 기업가를 만날 수 있었다.
아이들을 키우고 가꾸는 농부

(주)푸른바이크쉐어링 김형찬 대표
김형찬 대표는 종종 자신을 농부라고 소개한다. 나라의 미래를 이끌 아이들을 일구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키우고 가꾸는 그는 자전거를 통한 양질의 교육으로 더 나은 미래 세대를 꿈꾼다.
자전거 교육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느 날 애월초등학교 교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5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자전거 도전 활동을 진행하고 싶다고요. 심지어 1회성 교육으로 그치지 않고, 학기 초에 시작해 가을께 마무리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10월 말에 학생들이 함께 자전거로 제주도를 한 바퀴 돌기로 했죠. 초반에는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체력을 키웠는데, 수업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와서 자전거 타고 학교 운동장을 돌아요. 어느 정도 체력이 좋아진 후에는 하루에 2시간씩 마을 투어를 다녔고요. 꾸준히 연습한 결과, 부상자나 낙오자 없이 자전거로 제주 한 바퀴를 완주했습니다. 점차 육지에서도 요청이 왔습니다.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자전거 교육을 진행해줄 수 없겠냐고요. 이를 계기로 자전거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별도의 교육이 필요할 정도로, 요즘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지 않게 되었다는 건가요.
작은 스마트폰으로 온 세상을 누빌 수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 집 밖을 나갈 이유가 없어진 게 아닐까요. 하지만 그것이 전부라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예전에는 보통 또래 친구들끼리 모여 놀거나 보호자와 동행해 자연스레 자전거를 배웠기 때문에 자전거 교육이라 할 게 없었습니다. 요즘엔 한 학급에서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학생이 반 이상입니다. 아무도 자전거를 가르쳐주지 않으니까요. 자전거를 타기 싫어서 안 타는 것과 탈 수 없어서 못 타는 것엔 큰 차이가 있죠. 정말로 아이들이 안 타는 게 맞는 것인지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자전거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품는 시선도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아마 그들은 자전거 교육에서 ‘자전거 타는 것’만 가르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웃음) 자전거 타는 방법만 교육한다면 학년별로 모아서 자전거에 대한 시청각 자료를 틀어주는 것으로 충분하죠. 하지만 그게 좋은 교육은 아니니까요. 사실 잘 타는 친구들은 뒤에서 20분만 잡아줘도 금방 배웁니다. 그런데 타는 것 말고 배울 것이 많습니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에서 차로 규정하기 때문에 관련 법규나 규칙을 배우는 것은 당연하고, 비상시를 대비해 간단히 정비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탈것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릴 때 배운 자전거 운행 태도는 성인이 됐을 때 운전 습관에 영향을 미칩니다. 지금 어린이들이 만드는 자전거 문화가 미래의 운전 문화가 된다고 생각해보세요. 제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 자주 하는 말이 “경쟁하지 마” 또는 “추월하지 마”입니다. 경쟁하는 순간 경주가 되어버리거든요. 자전거를 자전거답게 타도록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자전거 교육은 스스로 깨우치는 체험형 교육입니다. 자전거를 타다 보면 느낄 수 있는데, 자전거 전용 도로는 단순히 자전거 전용 도로이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특히 해안가에 있는 자전거 도로에는 마을 사람들이 고추나 해산물을 말리고, 불법 주차가 즐비하죠. 심지어 그곳이 자전거 전용 도로라는 것을 모릅니다. 아이들은 자전거 운행을 통해 전용 도로에서 그런 행동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자전거 교육을 받은 어린이들은 최소한 자전거 도로에 불법 주차하는 어른은 되지 않을 겁니다.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탈 때, 전속력으로 달리는 학생은 무조건 있습니다.
천천히 가라고 해도 안 들어요. 그래서 출발 전에 미리 말합니다.
도착하면 기념품이랑 아이스크림을 줄 건데, 모든 친구가 다 도착해야 줄 거다,
그러면 선두에서 마냥 달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뒤처지는 친구들에게 같이 맞춰주거나,
속력을 낼 수 있게 도와주죠.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보람을 느낍니다.”

자전거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이동에 제한이 있습니다. 그러면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비용도 들고 배차 간격이 길어 이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차로 15분 정도의 거리를 이동할 때는 부모님 도움을 받지만, 자전거를 배우면 그 정도 거리는 혼자서 충분히 다닐 수 있습니다. 자전거로 제주를 일주한 학생들을 보면 성취감과 자신감이 눈빛에 선명합니다. 그런 성취의 경험은 아이가 자라는 데 좋은 양분이 될 겁니다. 결국 아이들이 자전거를 배우는 것은 학교, 집, 부모님 차량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겁니다.

자전거 교육을 위해 제주 자전거 학교 바이백 사업을 시작했죠.
바이백은 자전거 교육, 투어, 숙박을 제공하는 자전거 복합 문화 공간을 지향합니다. 10개의 난이도로 나눈 프로그램과 자전거를 타며 쓰레기를 줍는 환경 라이딩 ‘바이클린’ 같은 프로그램으로 구성했습니다. 또 자전거 여행자를 위한 숙소인 바이백 스테이도 운영합니다.

자전거 교육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푸른바이크쉐어링은 본래 자전거 교육을 위해 설립한 기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도움과 환경 덕에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적 지원에 힘입어 기반을 닦은 만큼, 푸른바이크쉐어링의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하고 싶습니다. 자전거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푸른바이크쉐어링에서 함께 느끼고 배운 것을 잊지 않고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길 바랍니다.
(주)푸른바이크쉐어링
주소 제주시 관덕로4길 7
전화 064-721-0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