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처럼 평범하게 일을 하고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연결하는

[SDGs기획 No.6] 누구나 평등하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일배움터

제주와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 기획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17가지 약속이다. 인류의 보편적 문제와 지구 환경문제, 경제·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2015년 유엔 총회에서 세운 공동 목표다. 제주와는 도내 사회적 기업을 만나 기업이 직면한 사회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제주 사회적 기업이 말하는 사회문제 현황과 다양한 솔루션에 대해 들어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장애인 인구 수 263.3만명으로 지난 10년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공공 일자리를 확충하는 등 다양한 정책들을 펼쳤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 인구 대비 고용률은 턱없이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증장애인들의 직업교육훈련과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에 힘쓰고 있는 사회적 기업가를 만났다.


누구나 평등하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일배움터 오영순 대표
2005년 문을 연 ‘일배움터’는 중증 장애인 직업 재활 시설이자 사회적 기업이다. 발달 장애인에게 배움과 익힘의 터를 제공하며, 그들이 평범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바리스타 등 역량에 맞는 다양한 일자리를 찾아주고 있다. 11년째 일을 매개체로 장애인과 세상을 연결해온 길잡이 오영순 대표를 만났다.



장애인 일자리 창출의 시작점으로 도예 사업과 원예 사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2005년 12월, 장애인 직업 재활 시설 ‘일배움터’를 개소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후원품으로 가마를 받았어요.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 도자기를 조금씩 구웠죠. 수익을 위해 도자기로 화분을 만들었고, 꽃을 식재해 판매했습니다. 자연스레 원예 사업과 도예 사업이 시작하게 되었어요. 발달 장애인 가드너, 도예가 같은 직업을 갖게 됐고요. 현재 도자기공방 팀에는 6명이 있는데, 주로 원예사업 팀과 협업해 원예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원예사업 팀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8년 전부터 길거리 꽃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주로 공공 기관에서 용역을 받는데, 대부분 작업 규모가 크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이 꾸준히 창출되고 있죠. 덕분에 분갈이부터 물 주기, 모종 심기, 식재까지 총 17명의 팀원이 함께하고 있어요.



뒤이어 제주 최초 장애인 바리스타 카페 ‘플로베’를 선보였다고요.

2011년, 일배움터에서 핸드드립 커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강사가 커피를 내리는 시범을 보이면 곧잘 따라 하는 일부 참가자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지요. 이후 도남동에 제주 최초 장애인 바리스타 카페 플로베 1호점을 오픈했습니다. 하지만 카페 특성상 돌발 상황에서 대처 능력이 부족했던 장애인 바리스타들은 청소와 설거지를 담당하게 되었고, 비장애인이 바리스타를 맡았죠. 발달 장애인 직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일배움터에 교육장을 만들고, 자체 커리큘럼을 구성해 한국커피바리스타협회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음료 제조 교육은 물론, 위생 관리, 서비스 교육까지 1년간 체계적으로 진행했고요. 2020년까지 매년 약 10명의 장애인 바리스타를 양성했어요. 현재 카페는 4호점을 문을 열었고, 모든 장애인 직원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죠. 2022년이면 카페 사업은 10년 차에 접어듭니다. 그간 퇴사자는 한 명도 없었으니 대부분 베테랑이라고 자부합니다.

카페 사업의 성공 요인을 꼽아보자면요.

‘장애인 바리스타니까 조금 부족해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어요. 감정에 호소하고 싶지 않았죠.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반 카페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철저하게 교육해 발달 장애인 바리스타가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온 거예요. 가끔 카페를 방문하는 손님 중 직원에게 왜 말을 더듬냐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어떤 직원은 자신은 발달 장애인이고, 장애인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곳이라고 알려주더군요. 장애인에게 직업은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입니다. 장애인도 우리 사회 속 구성원이라는 걸 보여줌으로써 비장애인이 장애에 대해 수용하며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죠.

일배움터에 재직 중인 장애인들이 나눔을 위한 실천을 한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주체적으로 봉사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데, 2020년부터는 매달 4·3 유가족에게 식물을 선물하고 있어요. 올해는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생필품도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 끝전 모으기 활동을 진행하는데, 비장애인 직원은 1만 원 이하, 장애인 직원은 5000원 이하로 월급의 끝전을 모아 지원이 필요한 단체에 기부합니다. 장애인은 도움을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누고 베풀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봉사에 참여하는 장애인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죠.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 때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장애인 일자리 사업이 지속되기 어려운 것은 아이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용주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을 찾기보다 노동자인 장애인이 잘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해야 해요. 일배움터에서는 10년 동안 농산물 사업을 했다가 최근에 접게 됐어요. 다른 회사였다면 직원들이 퇴사하고 이직하면 되는데, 이곳은 그들을 끌어안아야 하죠. 하나의 사업을 정리할 땐 대안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자동화 시스템이 아닌, 장애인이 직접 할 수 있는 직무를 찾는 것이 일순위고요. 그 사업이 지속되려면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을 권하고 싶어요. 일배움터는 농산물 사업 대신 카페 사업의 연장선으로, 올해 로스팅 사업을 시작했어요. 카페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니 원두 사용량은 일정하게 공급됐고, 원두를 사입하던 방식에서 직접 로스팅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죠. 차별화 전략으로 유기농 생두를 들이는데, 까다로운 유기농 인증 절차를 거친 신선한 생두만 사용해요. 유기 가공식품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장애인 로스터를 양성하며 또 다른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게 됐죠.




“11년째 일배움터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원동력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인 것 같아요.
장애인직원들이 즐거워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을 위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돼요.
그들의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장을 계속 만들어낼 겁니다.”


일배움터가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우선 구성원 모두가 아프지 않길 바라요. 거창한 목표는 없어요.(웃음) 출근길이 즐거운 일배움터가 되고 싶네요. 직장이라는 터전에서 비장애인, 장애인 구분 없이 같이 소통하며 일할 수 있는 토대를 꾸준히 쌓아가려고요. 당장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앞으로 오늘만 같으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



일배움터
주소               제주시 기와5길 83
전화               064-723-9104
홈페이지         ilbaeumte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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