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 기획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17가지 약속이다. 인류의 보편적 문제와 지구 환경문제, 경제·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2015년 유엔 총회에서 세운 공동 목표다. 제주와는 도내 사회적 기업을 만나 기업이 직면한 사회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제주 사회적 기업이 말하는 사회문제 현황과 다양한 솔루션에 대해 들어본다. 코로나 이전부터 제주는 특정 관광지의 과잉 개발에 따른 환경파괴와 제주 여행객들로 인한 제주도민의 삶의 질 하락, 관광객 만족도 하락 등 다양한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 및 제주관광공사에서는 제주관광의 문제점과 ‘위드코로나’라는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제주관광산업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게 되었다. 한편, 이 모든 문제들을 오래전부터 고민하며 제주에서의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 환경, 주민, 여행자 모두에게 이로운 가치를 찾아 새로운 여행로를 개척하고 있던 한 사회적기업가를 만날 수 있었다.
공정하게 제주를 여행하는 방법
제주착한여행 허순영 대표 ‘제주착한여행’은 여행자, 주민, 환경까지 모두에게 이로운 여행법을 제안한다. 유명 관광지가 아닌 마을에 집중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고 주민과 여행자가 새로운 관계를 쌓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제주착한여행의 허순영 대표에게 코로나19로 변곡점에 선 제주 관광 산업에서 공정 여행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어봤다.
제주착한여행은 공정 여행을 공부하는 모임에서 만든 여행사라고요.
10여 년간 고향인 제주를 떠나 있다가 2015년에 돌아왔어요. 당시 제주는 15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광객이 찾았는데, 렌터카로 교통 체증이 일어나고 바닷가 근처에 카페촌이 형성되는 등 낯설 정도로 변했더라고요. 때마침 도내 패키지여행, 저가 관광 문제가 대두됐고, 대안으로 공정 여행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났어요. 2016년, 교사, 출판자, 사서, 사회운동가 등 제주 관광이 공정 여행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이들과 모임을 조직했습니다. 외국 사례를 참고하며 공정 여행을 포함한 관광 시장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했고, 공정 여행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여행사를 만들기로 했어요. 2016년 5월, 제주착한여행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여행자에게 다가갔습니다.
대표 여행 상품으로 ‘제주인싸이드’를 선보이고 있죠.
회사를 설립한 초기에는 생태 관광이 대표적인 공정 여행이었어요.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여행하는 것인데, 사람들 대부분에게 다소 어렵고 낯선 개념이었죠. 그래서 제주의 문화를 소개하는 마을 여행 프로그램 ‘제주인싸이드’를 개발했습니다. 여행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문화 관광을 시도한 거죠. 제주인싸이드는 지역민 ‘가디언’이 가이드처럼 여행자를 인솔하고 마을을 안내하는 프로그램으로, 공정 여행의 핵심 가치를 띠고 있어요. 유명 관광지 방문은 지양하고, 쇼핑을 강요하지 않아요.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숙소나 식당 역시 지역민이 운영하는 곳을 이용하죠. 프로그램 수익의 60% 이상이 지역에 남는 구조입니다. 프로그램 신청자가 15명이 넘는 경우에는 두 팀으로 나눠 운영하는데, 소규모로 진행하기 때문에 비용은 저렴하진 않아요. 그럼에도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여행자들은 공정 여행의 가치에 공감하고 실천할 준비가 된 사람들이죠.
공정 여행 기획자를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요.
마을을 잘 안내할 수 있는 사람이 주민이듯 마을 여행을 잘 기획할 수 있는 사람 역시 지역민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2016년부터 매년 공정 여행 기획자 교육 과정을 열고 신청자를 모집했죠. 신청자 대부분은 도민이었고, 농부, 버스 기사, 자영업자 등 직업이 다양했어요. 이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마을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졌어요. 교육 과정 중 수강생이 기획한 코스로 여행자를 안내하는 실습 시간을 지켜보면서 그런 기대가 생겼어요. 이후, 해당 내용의 여행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죠. ‘거꾸로 우도여행’, ‘김녕 소도리 마을여행’ 등이 그 예예요. 보통 우도를 여행하는 경우, 아침에 들어갔다가 오후에 나오죠. 하지만 거꾸로 우도여행은 저녁에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우도의 밤부터 이튿날 아침까지 즐기는 프로그램이에요. 이런 여행은 주민들이 만들 수 있어요. 마을 본연의 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기존의 패키지여행 시장에서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고요. 1년에 두 차례 공정 여행 기획자 정규 과정을 여는데, 지금까지 13번 정도 진행했어요. 배출한 기획자는 300명이 넘어요. 제주착한여행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죠.
“여행자가 마을을 여행하고 ‘여기 참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 참 좋네, 내가 살고 있는 곳도 참 좋은 곳이었지’라는 마음을 갖고 돌아가길 바라요.
더불어 공정 여행은 거래의 공정함만큼 관계의 공정함이 중요해요.
여행자와 주민이 마을을 위해 서로 응원하는 관계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2019년부터 매년 ‘제주책방지도’를 발행하고, 책방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죠. 동네 책방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마을을 답사하던 중 곳곳에 들어선 책방에 눈이 가더라고요. 동네 책방에서는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잖아요. 책방이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면 여행의 출발지가 될 수 있고, 주민과 여행자가 모여 소통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도내 여러 책방을 소개하기 위해 책방 에티켓, 마을 즐길 거리 등을 수록한 제주책방지도를 만들었어요. 지도를 이용하는 여행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뚜벅이 여행자를 위한 책방 여행 프로그램을 열었죠. 도내 책방을 옮겨 다니며 책방 지기와 소통하는 프로그램이에요. 동네 책방은 지역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생겨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도내의 책방지기와 함께하는 이유예요.
제주의 공정 여행 산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요.
2020년 1월, ‘공정관광 육성 및 지원 조례’가 제정됐어요. 이에 관한 후속 지원이 꾸준히 진행되어야 해요. 제주착한여행은 교육을 통해 공정 여행의 저변을 넓히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사업체로서 한계점이 있고, 극복하거나 뒷받침할 제도적 지원이 필요해요. 여행 사업을 하면서 마을 내 식당이나 숙소를 주로 이용하는데, 대부분 간이 과세자이기 때문에 부가세를 환급받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비용으로 처리되지 않는 부분이 아쉽죠. 앞으로 정책적으로 보완된다면 제주착한여행 같은 공정 여행 기업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단단해질 거라 믿습니다. 지역민을 위한 정책은 필수고요. 바르셀로나는 교통대란, 쓰레기 문제, 집값 상승, 단일화된 상권 등을 겪으면서 주민을 위한 여러 방법을 시도했어요. 오후 3~5시에 전통시장에서 지역민이 장을 보거나 아파트를 공유 숙소로 이용할 수 없도록 주민과 여행자의 이용에 구분과 제한을 적용하는 식이죠. 관광 시장이 크다고 지역민을 등한시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제주착한여행은 지역민과 여행자 모두를 아우르며, 제주 공정 관광 활성화를 위해 힘쓸 겁니다.
제주착한여행
주소 제주시 중앙로12길 5
전화 064-782-5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