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인간 정신으로 건강한 자연을 위해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SDGs기획 No.2] 돌고 돌아 농업으로

짓다

제주와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 기획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17가지 약속이다. 인류의 보편적 문제와 지구 환경문제, 경제·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2015년 유엔 총회에서 세운 공동 목표다. 제주와는 도내 사회적 기업을 만나 기업이 직면한 사회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제주 사회적 기업이 말하는 사회문제 현황과 다양한 솔루션에 대해 들어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량은 1ha당 각각 11.8kg, 268kg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이로 인해 농지가 황폐화되어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현재 곡물자급률은 약 20%로 농업식량안보에도 구멍이 뚫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지속적인 친환경 농업정책을 추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편, 제주에서도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식량안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기업가를 찾을 수 있었다.



돌고 돌아 농업으로




짓다 박정숙 공동 대표
늦겨울, 구좌읍 비자림로를 지나다 보면 옹기종기 모종이 심어진 감자밭을 볼 수 있다. 이 밭에서 농사를 짓는 ‘짓다’는 2017년부터 농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지역살이에 대해 고민하는 그룹이다. 느슨한 공동체를 지향하며 5년째 제주살이 중인 짓다의 박정숙 공동 대표가 말하는, 농업 정신을 계승하고 소신을 지켜 농사를 짓는 이유.



2017년 평대리에서 농사를 짓다 청년 공동체를 만들었다고요.
구좌읍 평대리에 풀만 나 있던 밭이 있었어요. 1,300m2(약 400평) 규모의 드넓은 빈 땅이었죠. 주로 친구들과 놀았는데, 어느 날은 마을 삼춘이 지나가면서 땅을 똑바로 관리하라고 하는 거예요. 땅 주인으로 보였나 봐요. 며칠이 지나도 밭을 관리하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고, 농사를 지어볼까, 싶어 밭을 갈고, 감자를 비롯한 작물을 심었어요. 그리고 2020년 8월, 동료들과 농업 회사 법인 ‘짓다’를 설립했어요. 구성원 모두가 해온 일이 다르고, 맡은 일이 다르지만, 함께 벌어서 동일하게 배분하기로 했죠. 당시의 창립 멤버 3명이 공동 대표가 됐어요. 농사를 주 소득원으로 삼았고, 현재 약 3,300m2(1000평) 규모의 밭에서 농작하고 있어요.



농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첫째로 농사는 가장 평등하게 일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농사는 날씨에 대처하는 능력, 지역 관계망 구축 등 여러 조건이 필요한데, 인간의 노동이 중요한 산업이에요. 작은 고사리손까지 도움이 되죠. 두 번째는 농사를 지으면 농부 친구가 많이 생겨요. 마을 삼춘, 어르신도 동료가 될 수 있죠. 특히 제주에서는 서로서로 농사일을 돕는 수눌음 문화가 있기 때문에 적어도 지역에서 농사 짓다가 굶을 일은 없다고 봤어요. 마지막 이유는 구황작물과 관련 있어요. 짓다에서는 감자를 주력 상품으로 선보이는데, 감자를 비롯한 고구마, 당근 등은 책으로 따지면 스테디셀러예요. 인류가 오랫동안 먹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먹을 작물이기 때문에 상품성이 지속적이겠다고 판단했어요. 노지에서, 계절에 맞게, 친환경으로, 그리고 대규모로 하지 않는다는 철칙 아래 농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소농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고요.

1970년대 전국 농민 수가 약 1400만 명이었는데, 2011년에는 300만 명 정도로 줄어들었어요. 그에 반해 농지 면적은 예전과 비슷해요. 즉 대농이 늘었다는 뜻이죠. 대농이 되는 순간 논이나 밭에서 기계를 쓰거나 화학약품을 쓸 수밖에 없는데, 이런 식으로 자본을 쓰게 되면 공급자인 농민은 물론 소비자, 사람들 사이에 빈부 격차가 생겨요. 이는 식량 자급률 문제와도 직결됩니다. 1990년대부터 화학비료 투입량 대비 생산성은 감소하고 있어요. 농약을 과도하게 사용한 탓에 땅이 힘을 잃은 것이죠. 땅에서 그 아래로 흐르는 물, 위에 있는 공기까지 서서히 오염될 테고, 식량 위기는 심화되겠죠. 현재 세계 인구 중 13억 명은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매년 어린이 500만 명이 영양실조로 사망한다고 해요. 심각한 상황인데, 우리는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죠. 풍족한 사회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근래는 식량 위기의 해결책으로 ‘스마트 팜’ 같은 ICT 농업 기술이 떠오르고 있죠.

기후 위기와 식량 문제에 대비해 작물의 새로운 생육 환경과 토대를 만드는 정밀 농업이 활성화되고 있어요. 생산량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지만, 고려해야 할 점이 있어요. 정밀 농업에서는 질소, 이산화탄소 등 투입량이 정해져 있어요. 레시피에 맞게 가꾸는 것이죠. 작물을 키우는 레시피에 따르는 것은 맛을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서예요. 하지만 농업의 다양성 역시 못지않게 중요해요. 생태가 다양해야 서로 의존하며 건강하게 개체 수가 늘어날 수 있으니까요. 다양성이 지켜지지 않으면 사람들은 채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권리를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죠. 장마와 태풍에 당근이 다 쓸려 내려가서 피해를 입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땅에서 자연의 힘으로 작물을 키우는 노지 재배를 지향하는 이유입니다.





신토불이는 지금의 생태계 이슈와 맞물려 있는 것 같아요. 우리 땅에서 난 농산물을 먹어야 외국 작물이 한국으로 
들어올 때 배출되는 탄소 양이 줄어들 테고, 우리 역시 친환경 농법을 추구하며 건강한 땅에서 자란 작물을 먹을 수 있죠.
땅에 이롭고, 자연이 회복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고민해야 해요. 신토불이 정신에 그 섭리가 있죠."





제주의 농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요.

싱가포르는 법적으로 도시에 건물을 지을 때, 건물 규모에 따라 정해진 크기의 정원을 조성해야 해요. 한국도 이러한 제도가 필요합니다. 작은 규모라도 도시 텃밭, 정원 등 땅을 재생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봐요. 우리는 건강한 땅을 가질 권리를 주장해야 하죠. 특히 제주는 점점 도시화되며 곳곳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요. 어떤 이들은 제주가 하와이 같은 관광 도시가 될 거라고 얘기하지만, 아직 농업을 기반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도민이 많아요. 농업을 통해 제주의 본모습을 지켜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올해 짓다의 목표가 있다면요.
짓다는 현재 평대리 마을 삼춘들과 커뮤니티 공간을 짓고 있어요.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하는 매장이자 농경 문화를 알리는 복합 문화 공간이죠. 2021년 11월에는 포럼을 개최해 커뮤니티의 동료이자 선배인 마을 삼춘, 책방지기, 사회적 농업 연구회장 등을 초대해 제주 농업의 방향성에 대해 의논하려고 해요. 소농끼리 연대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도 하고요. 나아가 농사로 벌어들이는 기본 소득을 더 많은 청년과 나누면서 그들이 농부로서 마을에 정착할 수 있다는 가능성, 선례를 보여주고 싶어요. 짓다는 그들이 지역에서 나답게 살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할 겁니다.



짓다
주소            제주시 구좌읍 평대5길 29
전화            0507-1353-9106
홈페이지       smartstore.naver.com/sonongroad
인스타그램    @projectgroupjid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