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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제주필름

최은창



# 멈춰 섰다.
필름카메라. 90년대 워크맨과 더불어 수학여행에서 빠질 수 없었던 필수품.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가족과 학창 시절의 추억을 기록했다.  아날로그 사진 앨범은 책장 한구석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의 시대가 시작된 2000년대 이후. 컴퓨터, 핸드폰 안엔 비슷비슷해 보이는 사진들이 항상 가득 차 있다. 용량이 꽉 찰 때마다 어떤 사진을 남기고 지워야 하는지. 도무지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사진은 많아졌지만, 한 장 한 장 소중한 추억은 90년대에 멈춰 있었다.




# 빠져들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여전히 사진 찍는 일은 즐겁지만, 필름카메라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서울에 살 때다. *반짝반짝사진방과 교류하며 몇 차례 필름카메라 여행을 떠날 기회가 있었다. 
'찰칵' 하는 셔터 소리와 '철컥' 하는 필름 감는 소리. 
그때 잊고 있었던 필름카메라의 매력에 다시 빠져들었다.
*은평구에 위치한 사회적기업이자 마을사진관  




# 꺼내 보다. 
제주에 와서 필름카메라를 다시 찍어봐야겠다고 생각. 
디카보단 필카라니. 눈길을 사로잡은 소박한 활동도 하기 시작했다. 

필름카메라의 대명사 라이카를 하나 장만하고 싶었지만 부담되는 가격. 가난한 자의 라이카라고 불리는 66년생 '야시카 일렉트로35'를 구매. 
그리고 고향 집에 고이 잠들어 있던 95년생 삼성 케녹스를 20여 년 만에 꺼내 보았다. 
초등학교 때보다 못한 손놀림으로 기억을 더듬어, 필름을 끼워본다. 오래된 사용설명서와 매뉴얼을 천천히 읽어가며, 이게 뭐라고 긴장까지. 
필름카메라인척 하는 고성능 하이엔드 카메라 x100v 가 점점 손에서 멀어져 간다.



#찍어보다.
수동 카메라의 아날로그 감성은 여전했다. 무엇을 찍었는지, 잘 찍은 것이 맞는지. 이 색감이 맞는지. 너무 깊게 고민을 하며 셔터를 누른다. 
필름 한 롤 가격이 비싼 탓에 더 신중해진다. 지만 정작 필름을 현상할 때가 되면, 내가 무엇을 찍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찍고 바로 확인 가능한 디카와는 달리 느린 속도에 천천히 찍고 감상해보는 것. 오롯이 내 감각에만 의존하여 결과물을 기다려 보는 것.
어떤 컷은 근사한 감성 사진으로. 어떤 컷들은 삐뚤, 흔들. 은 다반사다. 

그래서 매력 있다. 디카도 좋지만, 필카도 좋다.  



글/사진 최은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