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야 제주의 겨울이 지나가는 걸까. 처음 맞이해 본 제주의 거친 바람이 따스해지는 요즘, 확실히 봄이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지금은 계절의 경계가 모호해졌다지만 봄이라는 단어는 아직 우리를 설레게 하는데 충분히 매력적이다.
봄날의 씨앗은 꽃을 피우고 사람들은 그 길을 따라 새로운 마음을 피우고 싶어 한다.
계절은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봄의 마중'은 새로운 시작을 함께한다는 점에서 특별하게 다가온다.
봄을 맞이할 때마다 나는 지난 한 해 동안 함께했던 사람들과 만남이 스쳐 지나간다.
가족, 친구, 동료, 고마웠던 일, 기쁘고 슬펐던 일, 미안했던 일.
속상했던 마음은 겨울 동안 입고 있던 두꺼운 외투와 함께 벗어 내려놓고 감사했던 마음만 간직한 채 봄의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한다.
여행의 시간은 소중하다. 함께하던, 혼자 하는 여행이던 즐거워야 여운이 남고 오롯이 행복감이 밀려온다.
특히 새 출발을 꿈꾸는 봄의 여행은 더욱더 그렇다.
제주 이주 후 처음 맞이하는 봄날은 제주에 처음 온 지난여름의 감흥 못지않게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코로나 시대를 사는 지금 자유로운 여행은 아직 낯설지만, 제주가 주는 아름다움은 여전하다.
올해는 함께 하지 못하더라도, 혼자 조용히 나를 찾는 여행을 해보면 어떨까?
많은 사람이 각자의 방법으로 제주의 따뜻한 봄의 기운을 가득 안고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사진 최은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