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쭉 뻗은 삼나무 사이, 소담한 찻집 하나를 발견한다. 절물자연휴양림 안에 자리한 ‘비스듬히’는 함께 차를 나눌 수 있는 자연치유 공간이다. 그곳에서 만난 김민선 대표는 ‘비스듬히’를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친구 같은 존재로 남기고 싶다고 말한다.
‘비스듬히’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전통 다도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절물자연휴양림 내에 마련되어 있어요. 차 도구 알기, 차 맛있게 우리는 방법, 차 음미하기, 다담 나누기 등의 차 예절을 천천히 배울 수 있고요. 또 다식을 함께 내기도 하고,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어요. 여름엔 말린 살구를, 겨울엔 양갱을 맛볼 수 있고요. 기본적으로 녹차로 체험할 수 있지만, 주문에 따라 말차나 우롱차도 가능하고요. 또 다찬회도 즐길 수 있는데, 편안하게 여럿이 머무르며 제가 우려드리는 차를 마실 수 있습니다.
‘비스듬히’란 이름에서 편안함이 느껴져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비스듬히’는 사람 인(人)이란 한자를 보고 생각했어요. 사람은 홀로 세상을 나아가기 쉽지 않습니다. ‘비스듬히’는 항상 주변에 기대어 지내고, 서로를 비스듬히 바치며 산다는 의미로 지었어요. 말없이 다가와 어깨를 토닥여주는 친구처럼 삶을 위로해주고 싶어요.
절물자연휴양림에 자리한 이곳은 절로 힐링이 될 것 같아요. 이곳에 공간을 마련한 이유가 있나요?
절물자연휴양림은 제주의 대표적인 숲이에요. 오래된 삼나무 숲의 기운이 싱그럽고요. 저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감탄했던 기억이 나요. 숲 안엔 작은 사찰이 있는데, 이곳에서 다도 선생님과 연이 닿아 차를 배웠어요. 2016년부터였을 거예요. 차에 흠뻑 빠지게 되었고, 여러 곳에서 차를 배워나가기 시작했어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티마스터 자격증도 딸 수 있었죠. 그리고서 사찰 한 편에 이 공간을 얻을 수 있었어요. 숲에서, 사찰에서 마음을 쉬러 오는 분들이 오가기 좋은 공간입니다.
“’비스듬히’는 항상 주변에 기대어 지내고,
서로를 비스듬히 바치며 산다는 의미예요.”
‘비스듬히’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저는 10여 년간 장애 분야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어요. 그때 장애인 대상 나들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장애 유형에 따라 맞춤형 콘텐츠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죠. 각 장애에 따라 경험할 수 있는 분야가 다르거든요.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이 있었으면 했어요. 차의 매력에 빠져있었고, 차는 천천히,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단 생각이 들었어요.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함께 있을 수 있는 공간도 오픈하고 싶었고요.
다도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결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게 되었어요. 누구나 스스로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하나는 필요한데, 저는 차를 골랐어요. 차를 음미하면서 적당한 온도를 알게 되었는데,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차를 알면서 관계도 유연해졌고요.
“다도가 장애와 비장애를 뛰어넘어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이라고 생각했어요.”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지원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낳으면서 무엇을 해봐야겠다는 동기가 없었어요. 그러다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을 알게 되었고, 무척 두근거렸어요. 육성사업이 없었다면 아마 경력단절 여성이 되었을 거예요. 첫 창업이기도 하고,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고요. 오늘도 멘토님을 만나 사업 홍보 관련 상담을 나눴어요. 막막했던 부분을 현실적으로 알려주셔서 도움이 되었고요.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덕분에 한발 한발 나아갈 수 있었어요. 그전에는 나무만 봤다고 하면, 지금은 숲을 보려고 합니다. 당장 사회적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비스듬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비스듬히’를 운영하면서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요?
전 고등학교 때부터 사회복지사를 꿈꿨어요. 기관에서 그 꿈을 이뤘지만, 어느 정도 틀에 갇혀 답답한 부분도 있었고요. 지금은 온전히 제가 하고 싶은 가치를 실현할 수 있겠지만 어떻게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에요. 다도체험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지도자 과정 자격증 클래스를 운영해야 하는데, 어떻게 꾸려나갈지 계획 중입니다.
‘비스듬히’를 통해 지역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싶으세요?
이곳을 방문한 모든 분이 ‘오늘 하루 즐거웠다’라고 느끼고 돌아가면 좋겠어요. 아이가 있는 가족은 아이 위주로 나들이를 선택하게 되는데, 엄마 아빠 누구나 즐거웠으면 해요. 아이뿐만 아니라 본인도 힐링이 될 수 있는 거죠. 장애인 비장애인도 물론이고요.
‘비스듬히’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지금은 전통차 위주로 체험을 진행하고 있지만, 숲에서 나는 약초로 직접 덖어서 차를 만들어 마시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휴양림과 사찰을 모티브로 한 창작물을 만드는 것도 구상 중이고요. 그리고 체질에 맞는 족욕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어요. ‘힐링’이란 테두리 안에서 다채로운 일에 끊임없이 도전해보려고 해요.
‘비스듬히’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장애인과 함께하는 사회적 가치를 생각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는 조금 더 그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모두가 편안히 숲을 찾고, 차를 마시고, 행복을 공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