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 Interview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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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ol.19

다 같이 함께 달리는 자전거

홍바이크 홍봉석 대표

자전거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다. 제주에 머물며 자전거길을 달렸고, 함께 타는 자전거를 만들었다. 곧 장애인도 즐길 수 있는 자전거도 내놓는다. 홍봉석 대표는 누구나 차별 없이 세상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길 원한다.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해변에서 독특한 자전거를 타고 있는 그를 만났다.



대표님이 타고 계시는 자전거는 어떤 자전거인가요? 우리가 타던 자전거와는 조금 달라 보여요.
삼륜 자전거로 누구나 안전하고 쉽게 탈 수 있는 기차 자전거입니다. 자전거를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처럼 이을 수 있기 때문에 함께 즐길 수 있어요. 마음껏 속도를 낼 수 있는 자전거와는 달리 천천히 풍경을 보면서 여유롭게 달리는 거죠. 처음에는 누워 타는 것에 익숙하지 않겠지만 일단 타보면 확실히 편안하고 안전하단 걸 느끼게 될 거예요. 앞에서 잘 끌어주면 뒤엔 손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도 있고요.

보기엔 낯설어 보였지만 일단 타보니 정말 편하네요. 누워가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기차자전거는 어떻게 개발하게 되었나요?
요즘 혼족, 혼밥, 혼행 등 점점 혼자인 문화가 번지고 있는데, 함께 하는 즐거움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자전거도 함께 탈 때의 매력이 분명 있거든요. 어린이부터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화기애애 탈 수 있는 자전거를 만들고 싶었고, 1년 반 정도의 시행착오를 거쳐 2018년 초 기차 자전거를 내놓게 되었습니다.

혼자보다는 둘, 아니 그 이상 타야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이 많이 타시나요?
단체는 물론 가족들이 기차 자전거를 타기 위해 알음알음 찾아오세요. 부모님들이 처음엔 쭈뼛거리며 자전거에 오르지만 돌아올 때 표정은 가장 신나있어요.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보람이에요. 하도리 해안을 따라 5km를 달리는데 1시간 정도 걸려요. 김녕에서 성산으로 이어지는 해안 코스가 제주를 대표하는 바다 풍경이라 생각했고, 그 중간인 하도리에 센터를 만들었어요. 이곳이 홍바이크 1호점입니다. 구좌읍 종달리 종달항에도 운영하고 있고, 앞으로 중산간 지역에도 센터를 만들 예정입니다.

“혼자도 즐길 수 있지만,
자전거는 함께 탈 때의 매력이 분명 있어요.”
평소 자전거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자전거 마니아였어요.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사업을 시작하고 나선 자전거 탈 일이 뚝 끊겨버렸네요. 매일 자전거만 매만지고 있어요. 그래도 행복하지만요. 대학 때 세계 일주를 하면서 세상을 두루 보게 되었고, 그때 자전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어요. 그 후로 자전거가 매개체가 되어 세상 곳곳을 누볐습니다. 자전거 덕분에 제주에 정착하게 된 거고요.

제주와 자전거가 어떤 연관이 있었나요?
세계 곳곳을 다녔지만, 제주만큼 아름다운 길은 없었어요. 8년 전, 가장 제주다운 매력, 거칠고 투박한 풍경을 품고 있는 하도리에 정착했습니다. 제주에 집을 마련해 놓고, 자전거로 세계여행을 떠날 계획이었죠. 하지만 자전거 전용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여행의 시기를 놓치게 되었고, 이곳에서 인연을 만나 가족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기차 자전거까지 론칭하고 나니 여행은커녕, 자전거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어요.

제주에서 라이딩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섬 한 바퀴를 도는 해안도로는 물론 중산간 곳곳은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요. 중산간은 해발 200m 정도로 낮은 언덕이라 발에 조금만 힘을 주면 누구나 오를 수 있고요. 길이 정말 아름다워 기록으로 남기고자 5년에 걸쳐 제주도 라이딩 코스 지도도 만들었어요. 삼나무가 쭉쭉 뻗어있는 기다란 길, 김영갑 선생의 작품 속에 나 있는 길 등 무궁무진 다채로운 길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뤄질 벨로(vélo, 프랑스어로 자전거) 아일랜드를 꿈꾸고 있어요.

오직 자전거로 세상을 보고 만드시는 것 같아요.
자전거를 가장 사랑하지만 본래 직업은 조각가예요. 미술을 전공했고요. 조각과 자전거의 메커니즘이 비슷해요. 만드는 기술을 특별히 배우지 않았어도 제 나름대로 해체와 조립을 통해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즐기며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요즘 진행하고 있는 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자전거를 만들고 있다고요.
기존의 장애인 자전거는 특수 제작을 했기 때문에 고가이고, 핸드바이크라 어깨에 무리가 가더라고요. 장애인이 편안하고도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자전거를 개발하고 있어요. 자전거는 기본적으로 가볍고 단순하며 쉽게 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고민을 녹이는 작업입니다. 현재 특허출원을 진행 중이고, 내년쯤 나올 것 같아요.

수익 모델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전 세계 어딜 가나 장애인 자전거를 만들려고 하는 곳은 없을 거예요. 당장의 이익이 나지 않을 거란 생각 때문이죠. 하지만 새로운 자전거가 나오면 세계 어디에선가 찾게 될 거란 자신감이 있습니다. 사실 장애인 자전거는 제가 그저 좋아서 하는 일이 더 맞는다고 할 수 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 잘하는 일이라 시작했고요.

홍바이크가 사회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누구에게나 좋은 풍경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지금은 장애인 자전거를 개발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거예요. 장애인들에게 자전거 구매가 쉽지 않을 거예요. 가격이 저렴하지 않을 거고, 자전거를 사더라도 집 밖으로 나오기도 힘들 거고요. 장애인 자전거를 공공기관이나 장애인기관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그 첫발을 내디뎌 주는 것이 홍바이크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에요. 기차 자전거를 만들면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즐기며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