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 Interview

  • 기업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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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ol.19

차와 사람에게서 찾은 사회적 가치

(사회적기업) 제주다 강석수 대표

“요즘은 부지런히 조릿대 채취를 합니다.”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 강석수 대표는 새벽부터 오전 내내 한라산 기슭에서 조릿대를 재취했다. 한여름 조릿대가 차로 만들기 가장 좋기 때문이다. 오후엔 로컬푸드마켓 ‘싱싱오름’으로 출근, 세심한 시선으로 제품들을 살펴본다. 그의 열정으로 일궈낸 우수자활기업 제주다는 직원의 70%가 취약계층으로 이뤄져 있다. 싱싱오름에서 만난 강석수 대표는 자연과 사람에 진심을 쏟고 있었다.


이곳 싱싱오름은 어떤 곳인가요?
동네 한 편에 자리한 로컬푸드마켓이에요. 지난 7월에 인수, 청과 쪽을 강화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재배되고 만들어진 것들이 가장 많지만, 그 범위를 특별히 제한하지는 않아요. 세계 어디서든 친환경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입점할 수 있습니다. 입지 조건상 친환경 제품 구매율이 매우 좋은 동네에요. 가격이 두 배 비싸지만 ‘유기농’ 채소들이 완판됩니다. 가격보다 친환경이란 신뢰가 더 중요한 곳이에요.

제주다가 운영하는 마트가 더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주시 애월읍 외도동 외도초등학교 맞은 편에 ‘착한제주마트’가 있어요. 일반 마트와 제주특산품점을 겸하는 마켓으로 동네 분과 관광객 모두 오셔서 구매할 거리가 있는 곳입니다. 외도동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이 사는 동네에요. 생필품을 사러 마트에 가시려면 경사가 급한 언덕을 올라야 했어요. 그 모습을 보고 걷기 좋은 곳에 생필품 마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또 성산포항 여객터미널 내 제주 6차산업 안테나숍과 호텔리젠트마린더블루 내 기프트숍 ‘착한제주의 선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8년엔 보건복지부 일자리 창출 분야 우수자활기업으로 선정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제주다는 전체 직원 중 취약계층이 70% 차지합니다. 취약계층으로 기업을 이끄는 것을 어렵게 생각합니다. 취약계층에 대한 편견이 문제인 것 같아요. 일에 대한 역량과 전문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잘 다듬어지는 걸 직접 경험했어요. 자기 적성과 정서에 맞는 일, 또 일의 가치를 느끼게 된다면 누구나 일에 열정이 붙습니다.

한국자활기업협회 이사이자 제주협회장도 맡고 계시네요. 자활기업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무엇이 중요한가요?
제주 지역 자활기업은 굉장히 취약한 편이었습니다. 한국자활협회에도 얼마 전에 가입했고요. 제주다는 처음에 제조만 했었어요. 하지만 채취부터 제조, 유통, 판매까지 모든 걸 아우르니 직원들이 적성에 맞는 일을 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어요. 그러면서 자활기업으로 입지가 탄탄해진 거고요. 한 가지 분야만 한정 지을 것이 아닌, 여러 분야로 뻗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주다의 대표 상품은 무엇인가요?
야생에서 자란 식물과 무농약으로 재배한 친환경 재료인 조릿대와 꾸지뽕, 귤피, 두충 등으로 만든 수제차입니다. 채취부터 제조,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맡고 있고요. 온라인 오픈마켓은 물론 대형마트, 학교, 호텔 등 다양한 곳에 입점하였습니다.

조릿대는 생소한데요. 조릿대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조릿대는 제주에서 미운털 박힌 식물이었어요. 강한 생명력 때문에 한라산 생태계를 교란한다고 했죠. 하지만 제주조릿대는 매우 귀한 식물입니다. 대나무과에 속하는 작은 대나무인데 길게는 120년 동안 시들지 않고 혹독한 추위를 견디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요. 무엇보다 취약계층이 쉽게 일을 해낼 수 있는 단순한 대상이 필요했죠. 조릿대는 자연 속에 풍부하게 있기에 특별한 기술 없이 산에서 채취할 수 있어요. 농사짓기처럼 까다로운 과정이 없는 거지요.

조릿대 차를 마셔보니 살짝 달큼한 맛이 나면서 깊은 풍미가 느껴지네요.
한 번 더 맛보면 짠맛이 느껴질 거예요. 제주조릿대의 특징은 천연 염분을 포함하고 있어요. 해풍에 실려 온 짠맛이죠. 이것이 항산화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해요. 처음 조릿대 차를 만든다고 했을 때, 주변 어르신들은 ‘말 여물로 줬던 조릿대를 뭣 하러!’ 이런 반응이었어요. 겨울에도 자라기 때문에 사계절 먹잇감으로 이만한 식물이 없었어요. 우리 조릿대는 그 가치가 풍부해요. <동의보감>에서 인삼을 능가할 만큼 약성을 지닌 약초로 당뇨병, 고혈압, 위염 등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집니다.

차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제주 야생 조릿대 잎을 채취해 규방 다례 무형문화재 전수자의 지휘로 숙성시키고 가마솥에 3차례 덖어 냅니다. 녹차를 만드는 방식으로 하면 비린 맛이 강하거나 타버립니다. 덜 덖어서 비린, 너무 덖어서 쓴맛을 잡느라 7~8년이 걸렸고요. 조릿대 절단 빼고는 모두 손을 거쳐 하나하나 만드니 정성도 담뿍 들어갑니다. 조릿대는 약성이 강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 순하고 은은한 향미가 느껴집니다. 귤피 차도 주력 상품입니다. 무농약 친환경 감귤 농가를 돕고자 시작했는데 처음엔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반응이 좋아 이제는 친환경 감귤이 부족할 정도예요. 덕분에 감귤 농가에서도 힘든 무농약 감귤 농사를 계속 짓게 되었고요. 조릿대와 무농약 감귤, 이 두 원물이 가진 사회적 가치가 제주다의 큰 동력이 되었습니다.


초창기 제주다의 대표는 아니셨던 걸로 압니다. 어떤 인연으로 운영하게 되셨나요?
2011년에 설립된 제주다 법인의 사회 이사였어요. 먼발치에서 보는 관계였지요. 2015년 제주다가 폐업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조릿대를 포기할 수 없어서 대표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큰 고민하지 않고 회사를 덥석 맡았는데, 막상 사무실에 들어가니 막막했어요. 몇 달 영업을 중지하고 제품과 원료들을 폐기했어요. 처음 6개월은 사무실에 앉아 고민만 했습니다. 폐업 신고한다는 이야기가 돌자 직원들은 이미 모두 나갔고요. 외로웠던 시간이었지만, 그때의 원동력으로 지금의 제주다가 있는 것 같아요.

대표님은 언제 보람을 느끼시나요?
묵묵히 일해주는 직원들에게서 보람을 느낍니다. 대표직을 맡을 당시 회사를 나갔던 몇몇 직원들이 다시 돌아왔을 때, 고마웠고요. 그들을 보며 회사가 이만큼 성장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회사가 안정되지 않으면 직원들이 불안해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또 퇴사자가 생기겠지만 다시 돌아올 거란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제주다의 꿈은 무엇인가요?
작은 가게들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에요. 제주다 기업 자체가 거대한 재벌 기업처럼 성장하는 것이 아닌, 정체성을 가지고 작은 가게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것이죠.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함께 나아갈 수 있게 문을 열어주는 것이에요. 좋은 사회적 경제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제주의 자연과 취약계층을 향한 배려로 만들어진 조릿대 차. 차 한 모금 머금으니 강한 생명력과 은은한 향이 함께 어우러진다. 자칫 문 닫을 위기에 처한 회사를 묵묵히 이끌어나간 외유내강 강석수 대표와 같은 차다.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품고 있는 제주다가 오래도록 사회적 가치를 일궈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업정보
사명  영농조합법인 제주다
인허가 상황 및 형태  사회적기업(지역사회공헌형), 자활기업, 농촌융복합산업(6차기업)
소셜미션  제주 청정자연에서 나는 조릿대와 무농약으로 재배한 친환경 원료를 이용해 건강한 수제차를 만들고, 수제차의 제조와 유통, 판매 등을 통해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함
주소  제주시 애월읍 납읍남로 65
설립  2011. 03
분야  제조업, 도·소매업
연락처  064. 772. 1293 | jejuda@hanmail.net
인원  22명
대표상품  조릿대차, 귤피차, 꾸지뽕차, 두충차
수상내역
생물자원활용 풀뿌리기업육성사업단 표창(2017)
J-DETOX 우수상(2017)
도지사 표창-사회적경제 활성화(2017)
제주대학교 총장 표창-산학협력육성(2018)
2018 우수자활기업선정(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