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 Interview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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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ol.18

함께하는 미래, 지금이 시작해야할 때입니다.

제주드림 김상화 대표

귤밭 한가운데 그림 같은 집에서 김상화대표를 만났다. 제주드림이 품은 ‘제주의 꿈’은 무엇일까? 지극히 현실적인, 우리 공동체가 지금부터 함께 해야 할 이야기를 들어보자.  


집이 너무 예뻐요, 직접 지으셨나 봐요. 이주민이시죠?
네, 저는 작년에 왔고요, 아이하고 아내는 5년 전에 여기 왔어요.

아, 그렇군요. 귤밭에 이렇게 예쁜 집 짓고, 전원생활 하는 게 도시 사람들 꿈이잖아요. 정말 부럽습니다. 그런데 밖에 ‘도토리집’이라고 이정표가 있던데 펜션 운영 하시나 봐요?
그 집은 여기가 아니라 옆집이에요. 작년까지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했어요. 그런데 작년에 딸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따님이 게스트하우스 운영자예요?
딸아이가 발달장애인이면서 청각장애인이에요. 제주로 내려오면서 ‘도토리집’을 운영한 건 아이가 저 게스트하우스를 청소하는, 그러니까 일을 하게 하려는 이유였어요.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일을 구하기 어려워요. 아이가 졸업을 하면서 아내가 제주에서 살고 싶다고 하기에 그렇게 하도록 했어요. 도토리집은 펜션이면서 딸아이의 일터였습니다.

낭만적인 풍경 속에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군요.
네, 아이가 일 하는 걸 좋아해요. 지금은 교통사고에서 몸을 회복했고 다시 일하고 있어요. 공공일자리 공고를 보고 사무실에 나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 3시간 일하는데 뭐 대단한 건 아니에요, 사무실 청소입니다. 그런데 이건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1년 지나면 또 다른 장애인에게 자리를 내 줘야 해요.

장애인들의 일자리 경쟁이 심하군요. 제주드림을 창업한 것이 이와 관련이 있나봅니다?
네, 작년에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여러 일들이 생겼어요. 재활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병원 매점과 카페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일을 하고 있었어요.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고민하는 여러 문제의 해결점이 보이기 시작한 계기였지요.

“발달장애인도 보통사람들과 똑같이,
사회에서 살아가야할 시간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제주드림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우선은 제주 농산물을 이용해서 제품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현재 시제품 단계인데, 한라봉 마멀레이드, 잼을 만들어 보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은 생산 과정에서 귤, 한라봉을 따거나, 분류하거나, 포장하는 일 같은 것들을 할 수 있어요. 그런 단순한 작업을 하면서 경제개념도 알아가고, 조금씩 자립할 수 있어야죠. 아이들이 직접 나가서 홍보활동을 할 수도 있고요.

홍보활동이라면 장애우들이 길에 나가서 리플렛 같은 것을 나눠주는, 그런 것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혹시 부모님들이 걱정하지는 않나요?
네 그런 면에 대해서는 편견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아이들이 위험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그런 걱정으로 아이들을 내보내지 않는 분들도 있는데요, 그래서 흔히 하는 말로 장애인 부모들은 ‘우리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사는 게 꿈이다.’라고도 하죠. 그런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부모가 먼저 늙고, 먼저 사망하는 게 일반적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발달장애의 기간은 출생에서 사망까지, 정말 긴 시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에 기여도 하고, 보람도 찾는, 지역사회의 구성원이 되어야 합니다. 그들의 시간도 길어요, 사회에서 살아가야 할 시간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살도록 하는 것, 들어보니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연대해야 할 문제네요. 그래서 사회적기업에 지원하신 건가요? 사회적기업으로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발달장애인들도 어떻게든 살고는 있습니다. 집안에만 머물거나, 시설에 머물거나, 방치되는 경우가 많죠. 그렇지만 조금 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냥 정부 보조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작은 능력이라도 사회에 기여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가길 바랍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여건들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다른 사회적기업들과 협력도 기대하고 있고, 지금은 단일 제품(한라봉 마멀레이드)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범위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원래 어떤 일을 하셨어요? 사회적기업에 대해 사전지식이 있으셨나요?
전혀 다른 일을 했습니다. 뷰키코리아라는 스위스 회사의 한국 지사장으로 근무했습니다.

뷰키코리아요? 어떤 회사인가요?
제가 유전공학을 공부했고요, 회사는 유전휴먼제놈프로젝트 연구관련 장비를 생산합니다.

어렵네요, 들어도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 확실한 건 글로벌 회사의 한국 대표 ‘사장님’이셨던 거네요. 그렇게 갖추어진 시스템 안에서 경영자로 일을 하다가 여기 와서는 변화가 많았겠어요. 이런 일은 처음이시죠?
그렇죠, 처음 아내가 아이와 제주에 간다고 할 때는 1~2년 지내다 돌아올 줄 알았어요. 여기에 정착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4년 동안 제주와 서울을 오가다 예상과는 반대로 제가 이쪽으로 왔고, 사회사업도 공부하고, 사회적 경제도 배우고, 사업 아이템을 정하는 것부터 하나씩 해 나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전에는 제가 경제활동만 하고 아이를 돌보는 일은 전적으로 아내 몫이었는데 이제는 역할을 바꿔서 하고 있어요. 지금 아내는 ‘한살림’ 활동가로 일하고, 제가 주로 아이를 돌보고 있어요. 이전에 아내가 어려움을 호소하면 그 마음을 헤아리기보다는 해결책을 쉽게 말했어요. 이제 역할이 바뀌어 제가 아내에게 어려움을 호소하면 아내가 ‘당신도 그랬어요.’ 라고 말을 합니다. 미뤄 둔 숙제를 하는 기분이에요.

아내분이 귀여운 복수를 하고 계시군요. 제주로 이주하면서 생활터전을 바꾼 것도 큰 변화겠지만 만나는 사람들도 이전과는 분위기가 다를 것 같습니다.
시제품을 만들거나 단순 작업 같은 것은 가족과 이웃이 모여서 하고 있어요. 또 부모회 등 지역 사회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일이 혼자서는 되는 일이 아닙니다. 같이 만들어 가야죠.

“더 이상 미루지 마세요,
함께하는 미래에 참여하세요.”



말씀을 듣다보니 장애인 부모로 산다는 것은 많은 공부를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우리 딸은 발달장애인이면서 청각장애도 있어서 수어도 공부해야 했어요. 그런데 수어를 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요. 그거 아세요? 수어도 하나의 언어입니다. 국립국어원에 언어로 등록되어 있어요.

아, 그런가요. 특수교육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고, 장애인을 돕는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게 실감납니다. 분위기를 바꿔서, 이번에 우쿨렐레 공연이 있었죠? 어떤 행사였나요? 대표님께서 공연 전에 발표도 하시던데?
지난 5월 17일 발달장애 일자리 지원을 위한 우쿨렐레 콘서트가 있었어요. 일본 우쿨렐레 듀오 아루아 아줄의 공연이었고요, 여기 오신 분들께 제주드림에 대해 간단한 브리핑을 했습니다. 그리고 로비에서는 시제품인 한라봉 마멀레이드 시식도 했어요. 우리와 함께 사회적경제 창업팀인 낭만부자, 화잠레더, 아이비트리가 각자 홍보테이블을 운영했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걱정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관심을 표해 주셨습니다.

지금 제주드림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보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입니다. 혹시 주변에 발달장애가 있는데 나중 일로 미뤄 두셨다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슬로건이 ‘함께하는 미래’입니다. 조합원이 되어 주시고요, 지금부터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