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지도,짜지도 않고, 심심한 듯 고소하다. 특별할 것도 없는데 자꾸만 손이 간다. 바삭바삭 씹는 소리는 뺄 것 없는 *ASMR이고, 굳이 성분을 따져보지 않아도 이건 아이들에게 줘도 좋을 것만 같다. ‘호끌락칩스’는 맛에서 자극이나 주장이 없다. 그저 믿고 먹는 간식이랄까? ‘제주마미’의 기업철학도 그렇다. 담담하지만 저도모르게 찾게 되는 ‘호끌락칩스’처럼 고요한 듯 담백하다. 거창하거나 원대하기 보다는, 그저 따뜻한 밥 한 그릇 만들어 지친 사람을 위로 하는 엄마의 마음을 닮았다.
제주마미의 ‘마미’는 ‘엄마‘ 이외에도 ‘마법 같은 쌀(魔米)’, ‘마법 같은 맛(魔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쌀은 ‘곡물’을 대표하는 의미, 그렇다면 제주의 곡물로 만드는 엄마들의 맛은 어떤 모습으로 실현되었을까? 시작은 ‘호끌락칩스’였다. 제주마미의 첫 상품이자 히트상품으로 이미 ‘제주’라는 경계를 넘어 제주항공, 카페베네, 마켓컬리 등을 통해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2018 우리쌀 가공식품 한마당 대축제’에서 농림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100명의 품평단은 기꺼이 ‘제주마미’의 손을 들어주었다.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자율감각쾌락반응.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소리 또는 영상 (예: 바람 보는 소리, 연필로 글씨 쓰는 소리, 무언가를 먹는 소리 등)
호끌락칩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농림부장관상의 수상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글쎄요, 저희도 잘 모르겠더라고요.우리 제품이 가진 우수성, 그러니까 청정지역 제주의 건강한농산물로 첨가물을 섞지 않고, 안전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기본적으로는 좋은 인상을 주었겠지만 다른 식품들과의 경쟁에서 승리 요인은 무엇이었을지 우리도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심사에 참여하셨던 전문가에게 물어봤더니 과자의 식감이 좋았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사실 별 기대가 없었는데 가장 큰 상을 받게 되어, 다시한번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말 그러네요, 호끌락칩스가 두가지 모양이잖아요, 말과 돌하루방 모양인데 이 둘의 식감이 달라서 먹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어떻게 이런 아이템을 개발하게 되었어요? 처음 시작이 궁금합니다.
제주마미는 처음 셋이 시작했어요. 우린 교회에서 만났는데요, 남편따라 제주에 온 와이프들이었죠. 육지에서는 각자 직업이 있었는데, 제주에 오면서 소위 말하는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되었던 시기였어요.마침 각자의 자녀들에게 아토피가 있었고, 마땅히 간식거리도 찾기 어려웠던 상황이라 의기투합 하게 되었죠. 제주는 청정지역이라 모든 농산물이 우수하니 그것으로 좋은 먹거리를 만들어보자고 생각 했어요.
그럼 뻥튀기라는 아이템은 어떻게 결정하게 되었나요?
애초에 뻥튀기는 정해 놓았었어요. 저에게 가장 익숙한 간식거리였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어떤 농산물을 넣을까가 관건이었어요. 그래서 여러가지로 만들어 보았는데 그중 보리가 가장 맛있고 반응도 좋더라고요, 우리가 가파도에 관심을 가지면서 다녀보니 해풍을 이기고 자란 제주 보리가 확실히 고소하고 맛이 좋았습니다.
2017년 처음 시작할 때는 곡물 수매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텐데?
맞아요, 제주에 땅값이 점점 오르고 농지도 줄다보니 단가를 맞추는 것 부터가 난관이었습니다. 농가에서도 중간에 납품을 포기하겠다 한 적도 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속적으로 농가와 소통하고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일이었어요. 그리고 저희는 다른 기업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요, 신듸쌀(제주에서 생산되는 쌀) 같은 경우에는 마을기업과 물물교환의 형태로 수매 문제를 해결하고 있어요.
이제 3년차 회사 치고는 제품이 다양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기업들과 일을 많이 하시는군요?
네, 제주에는 대기업이 없잖아요? 여러 협동조합과 마을기업과 또 작은 기업들이 존재하는데요, 이들과 함께 일을 함으로써 지경을 넓히고 함께 상생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회사의 모습입니다. 사실 협업하지 않으면 제주에서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주마미가 동네 복덕방 같은 곳이길 바래요. 누구나 들어오고, 또 문제가 있으면 이곳에 와서 같이 고민해 보고,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앞으로 좋은 기회를 만드는 협업의 장이 되길 바랍니다.
대표님의 비전을 듣다보니 자연스럽게‘사회적기업’이 떠오르네요. 현재 예비사회적기업이시죠?
네, 지난 해 3월에 지정 되었어요. 사실 처음 회사를 만들 때부터 모두가 주인이 되는 조합의 형태를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기업’이라는 것은 공동체적인 회사로 가는데 필요한, 더욱 그 형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중간 단계라고 할까요? 사회적기업이 당연한 수순이라 생각하고 또 그렇게 밟아가고 있습니다. 사실 이 회사가 ‘나 개인의 것이다.’ 생각했으면 직원을 더 힘들게 하거나 스스로 더 힘들었을 수 있어요.
회사 이름처럼 ‘엄마의 마음’이 운영철학과 방식, 제품에 담겨 있네요. 그렇다면 사업의 경계도 상당히 유연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만…
제주마미 자체의 사이즈를 키우기보다 지속적으로 연합함으로써 함께 커가고자 합니다. 많은 가능성이 열려있습니다.
앞서 제품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이미 나와 있는 제품이 다양하네요, 패키지도 예쁜데요?
이런 제품들이 모두 협업의 결과물입니다. 우도에 있는 디자인팀과 협업하여 우도땅콩과 다양한 쌀을 하나의 패키지로 넣었고, 메밀사업단과 콜라보하여 과자를 만들고, 표고사업단과도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이니스프리와 함께 귤칩을 넣은 호끌락칩스도 개발했고요, 산듸쌀로 만든 누룽지 역시 마을기업과 협업하였습니다. 누룽지 스낵은 제주마미의 두번째 브랜드인 ‘제주밥씸’이라는 이름을 가졌는데요, ‘제주가 전하는 밥의 마음과 힘’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간식은 물론 아침 대용, 누룽지차,죽 등 먹는 방법이 다양해서 여행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그리고 출시 준비 중에 있는 제품도 기대하실 만한 것들이 있습니다.
출시 임박 상품들도 어서 소개해 주시죠.
조금 전에 왔다 가신 분들 보셨죠? 그분들과 고사리 제품을 개발하고 있어요. 그리고 커피 대용 ‘보리커피’도 곧 나올 예정입니다. 연구를 해 보니, 곡물을 로스팅 하면 커피와 유사한 맛을 낸다는 것을 알았어요. 커피를 좋아하지만 카페인 과다 섭취를 걱정하시는 분들에게 건강한 음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개발한 건데요, 실제로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런 방식의 커피 대용음료를 음용하고 있다고 하네요.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3~4명의 방문자가 한쪽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갔다. 공장에서는 구수한 뻥튀기 냄새가 풍겨 나오고, ‘아저씨’ 몇 분이 이야기 끝에 인사를 남기고 가는 모습에서 이미 김정옥 대표의 ‘동네 복덩방’꿈은 이룬 것으로 보였다. ‘내 회사’를 ‘내가’ 키우기 보다는 함께 일하고 함께 크고자 하는 제주마미의 기업철학이 앞으로도 좋은 일을 이루는 데 큰 몫을 하기를 기대한다.
기업정보
사명: (주)제주마미
인허가 상황 및 형태: 예비사회적기업(지역사회공헌형)
소셜미션: 지역의 농산물을 이용한 식품제조와 교육을 통해 지역 농산물의 우수성과 생산, 소비량 증대에 이바지하고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우선으로 한다.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첨단로 318
창업: 2017. 5
분야: 식품제조업
연락처: 064) 723-0318 | jejumami153@daum.net
인원: 5명
대표상품: 호끌락칩스(곡물스낵), 제주영양쌀(감귤쌀, 표고버섯쌀, 백년초쌀), 제주밥씸누룽지(가파도청보리누룽지, 산듸쌀누룽지, 푸른콩누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