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희망협동조합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2대 이사장입니다. 처음 시작은 수눌음지역자활센터(센터장 고은택)가 희망나래라고 해서 정부양곡을 수행하는 사업단으로 선정되어 제주지역 저소득층에게 쌀을 보급하게 되었는데 저희는 그 사업에서 운송을 담당하는 역할로 시작했습니다. 취약 계층을 위해, 일 할 수 있는 건강한 취약 계층이 일자리를 얻는 구조예요. 자활센터에서 자립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모였고, 사람이 모이면 회사를 만들어야 하는데 일반회사보다는 의미를 부여하자고 이야기가 나와서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되었어요. 자활, 자립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어요. 그때는 사회적경제 영역이 생기기 전이에요. 주식회사 만들 출자금이 없기도 했고요.
취약 계층에 의한 사업이면 운송도 취약계층이 했다는 말씀이시죠?
보통 기초생활 수급자분들이 경제력만 힘든 게 아니라 근로할 수 있는 노동력이 안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일을 하기 어려워 취약계층이 되는 구조예요. 정부 양곡의 경우 10kg, 20kg 하나 운전 하고 쌀을 나르는 것이 자활기업에서는 난이도 높은 일이었죠. 일반용역시장에서는 당연한 건데… 그래서 출발을 자활 2세대와 함께 했어요. 근로능력이 있지만, 자산이 없는 부모 아래 있는 청년들이 자활 2세대예요. 남들과 비교하자면 교육수준이 좀 낮을 뿐 건강한 청년들이거든요. 그 친구들에게 운전면허증을 따게 만들었어요. 가난에서 벗어나는 시작으로 운전을 가르친거죠.
처음과 비교했을 때 지금은 어떤가요?
2014년 12월에 시작해서 이제 4년 되었는데요, 그 사이 수급자 탈락한 친구들이 많아요(웃음). 경력 쌓고 능력 쌓아서 장가를 가거나, 가정사로 돈을 더 벌고자 하는 청년들은 같은 운송업종에서 월급 수준이 더 높은 쪽으로 이직을 하기도 하고요. 초기에는 월급이 적다 보니 경력을 쌓고 배울 수 있는 청년들이 많았는데, 회사가 커지다보니 일반적인 직장처럼 월급도 늘고 나름 번듯해 졌어요. 제주도는 공채든 비공채든 인맥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희 친구들 일해도 됩니까?”하고 하나 둘 오니 다른 청년들도 오고 싶어 하고, 벌이가 되니 중장년층 조합원도 생겼어요.
일 하다보면 에피소드도 많을텐데?
청년이다보니 대부분 사고가 많아요(웃음). 수급자 친구들 비율이 높을 때는 상식적이기 않은 사고들이 많았죠. 기면증이나 간질 같은 병을 숨기거나, 교통사고가 났는데도 보고를 안 하고 바로 퇴근하기도 하고요. 좀 감동적이었던 적은 보통 물류가 배로 오는데 태풍이 불어서 항공으로 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다보니 스케쥴이 바뀌고, 주말이면 임원들만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잖아요? 애들은 쉬게 하고 임원들끼리 공항에 갔는데 글쎄 전 직원이 다 공항에 와있었어요. 같이 가자고 한 것도 아니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저희가 물류다보니 이삿짐도 맡는데, 3~4시에 끝나야하는게 7시까지 딜레이 된 적이 있어요. 도와달란 말도 안했는데, 다들 주소 찍고 와서 돕더라고요. 그럴 때 참 감동 받았죠.
희망협동조합 청년들은 자신의 일에 굉장한 주인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조합원이나 준조합원으로서 책임감이 남다른 편이에요. 우리 친구들은 ‘만든다, 함께 만들어 간다’는 부분에 사상적으로 동의를 한 것 같아요. 사실 물류나 운송계통의 일 이라는게 노동법을 따지면 잘못된 부분이 많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것보다는 함께 하는 회사가 망하면 안 된다는 개념이 더 강해요.
보통은 5년 차에 드는 고민들이 있을텐데, 혹시 요즘 어떤 고민이나 목표가 있으세요?
저희는 행정적으로 시작했다가, 사람들이 모이니까 조합을 만든 케이스예요. 직원 숫자가 늘다 보니 정말 고민이 많아지더라고요. 애들이 서울대도 아니고 집안이 빵빵한 것도 아닌데, 나중에는 뭐 해먹고 살까? 싶은거죠. 저희가 언제까지 청년일 수는 없잖아요. 일단 회사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원래는 조합원, 비조합원 차등이 없는데, 올해부터 조금 달라졌죠. 책임과 의무를 늘리기 위해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차이에 혜택을 두고 보상도 체계화 했어요. 궁극적으로는 건강한 조합원 숫자를 늘리는 것, 조합원 출자비를 걷어 자본력을 키우는 것이 목표예요. 그러다보면 회사 재무제표도 달라져있겠죠?
요즘 청년 정책이 화두잖아요. 같은 청년으로서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나요?
저는 지금의 청년 정책이나 창업지원에 대해 비관적이에요. 대안이 아닌데 대안처럼 설명하고 있어요. 취업이 안 되면, 자리를 만들어야하는데 창업을 하라는게 무슨 말인가요? 마치 기회가 많은 것처럼 포장하는데, 울타리 밖으로 내몰고 경쟁하게 하는 것 같아요. 청년 프로그램도 대부분 사회적 혹은 ‘기업가’ 위주에요. 그럼 팀장은 누가 하고, 과장은 누가 하고 대리는 누가 하나요?(웃음). 다들 기본적으로 간부급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식의 뉘앙스를 주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위치를 정하기 이전에 스스로를 사회적경제의 일원으로 인지시키고, 이 쪽의 노동시장은 어떤지, 같이 일할 동료들은 어떤 성향인지 파악 하는게 우선인 것 같아요. 저도 어쩌다보니 청년을 만나는 기회가 많은데, 다들 문제라고 얘기하는게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청년 자체는 어렵지 않아요. 청년이 한 단계 ‘도약’하는 게 어렵지. 도약을 도와줘야 하는 구조겠죠. 부모님만 봐도 중장년층, 여성, 장애인이 더 힘들어요. 저는 이쪽에 있다 보니 ‘취약계층이 아닌 친구들이 왜 일반 노동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것’에 주목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셨어요?
전공이 사회복지예요. 사회복지 실습생으로 취직했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앞에 사무직인 사람이 퇴사하면서 서류정산하고 서비스를 돕기 시작했어요. 자활센터들은 사무력이 부족하거든요. 그런데 현장을 모르면 회사에서 힘을 쓸 수 없으니 낮에는 청소 현장에 나가고 밤엔 사무실에서 서류 만드는 것을 배웠죠.
오랜 시간 조합을 꾸리면서 좋았던 점과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말씀해 주세요.
협동조합은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이 식구가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개인사업자와 다른 것은 나의 부재에도 제 일처럼 신경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안정감을 주고요. 사실 지금은 운송이지만, 저희도 나이가 들어가잖아요? 초창기엔 우리 회사에 중장년층이 진입을 못했었어요. 그런 중년이 되어가기에, 그 나이되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하려고요. 이제는 퇴사를 하지 않기 위해 운송이 아닌 다른 것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조합을 하면서 중요한 것은 ‘일’이 아니라 ‘사람’인 것 같아요. 업종적 정체성을 지킬 필요가 없어요. 조합원들의 삶의 방향, 스케쥴에 맞춰서 같이 인생을 만들어가는 것이 방향이라면 방향인 것 같습니다(웃음).
마지막으로 ‘청년’이라는 단어를 정의해주신다면?
청년의 정의. 너무 추상적이다. 기준이 애매해요. 국어사전에서는 청년은 그냥 젊은 사람 아닌가요? 노동력이 있는, 이제 막 시작 해보려는 젊은 사람? ‘이제 막 시작하는 사회적경제의 일원.’
제주희망협동조합 연혁
2011. 03 제주수눌음지역자활센터 사회적 일자리형 ‘수눌음배송사업단’ 창설
2013. 12 제주희망협동조합 자활기업 창업
2014. 07 희망이삿짐센터 창설
2015. 04 제주특별자치도 예비사회적기업 인증
2015. 12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운송 위탁 계약 체결, 제주도내 사회적경제 물류 활성화 MOU 체결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한살림제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
2017. 01 제주희망협동조합 함덕물류센터 준공
2017. 05 제주특별자치도 사회적기업 인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