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 Interview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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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ol.14

제주 청년들이 함께 성장하는 곳

제주청년협동조합 박경호 이사장 양희주 이사

제주청년협동조합(이하 청협)의 시작에 대해 말씀 부탁드려요.
박경호(이하 박): 제주의 인적 네트워크는 지연, 학연 위주고 관심분야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할 동료나 친구들은 전무해요. 지역 청년들이 ‘뭐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도, 막혀있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뭔가’ 해보기 위한 재원조달 방식도 부족하고요. 청년에게는 ‘젊으니까 나중에 해도 되지 않냐’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졸업 후 새로운 관심분야로 진로를 찾는 경험이 부족했던 사람들이 한두 명씩 시청의 ‘파인땡큐’라는 작은 카페에 모인 것이 그 시작이었죠.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2015년도 7월, 창립총회를 갖고 출범했습니다. 지금 조합원들은 43명이고. 활발히 활동하는 조합원들은 20명 정도 됩니다. 실질적인 활동은 제가 17년도에 이사장을 맡으면서 시작했어요.

양희주(이하 양): 저는 제주에서 말하는 리턴 청년이에요. 서울에 있다가 2016년에 퇴사하고 내려왔는데 제가 갖고 있는 인적기반을 서울에 다 두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창시절 친구들은 있지만, 대학 친구들과는 다르고 사람을 다시 만나야겠더라고요. 페이스북을 보고 ‘2030 우리 여기 있어요’ 라는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청협 사람들을 만났죠. 당시 제주 청년 원탁회의를 했는데 함께 활동하던 청협 사람들과도 친분이 생겼어요. 2017년 2월에 이사직과 사무국장을 함께 맡았어요. 저희 협동조합의 특징은 조합원들이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에요. 저도 현재는 제주여민회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어요.

활동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 청협은 소모임 구성이 많이 있어요. 청년 잡지를 만드는 ‘시노리작’, 노동법 스터디를 하는 ‘알바비올리오’, ‘독야청청’은 한명이 책을 소개하는 강독형과 각자 책을 가져와서 두시간 읽고 이야기 하는 독서형 두 종류의 책모임이죠. ‘드로잉 소모임’이나 ‘동그랑땡’이란 OX 토론 모임도 있어요. 조합원끼리 진행하는 조합원의 날이 한 달에 한 번 있는데 동문시장 탐방, 조합원의 집 방문, 박물관 관람도 해요. 친목을 위해 번개 모임도 종종 진행하는데 지방선거가 있을 때 토론도 함께 보고, TF팀이라고 해서 조합원이 할 수 있는 능력 별로 팀을 구성해서 사업을 진행해보는 것도 있어요. 이번 7월이 양성평등주간이면 관련해서 누군가는 웹자보를 만들고, 기획도 하고요.

: 사업에서 조금 더 이야기 하자면 ‘청년초가’라는 것도 있어요. 개발공사와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청년형 셰어하우스를 구상을 하는 단계에서 일부분을 청년들이 직접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해서 업무협약을 맺었어요. 청년의 주거부담을 낮추는 부분은 기본적으로 셋팅 되어있지만, 청년의 ‘공동체성’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죠. 청협이 청년 당사자이자 커뮤니티를 끌어가는 입장에서 다른 세대와의 장벽을 허물고 낯선 청년들이 입주하는 과정에서 원활할 수 있도록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청년들이 조합원이 될 때 장점은 무엇인가요?
: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제주에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고민하는 청년들이 또 다른 청년들을 만나 함께하는 가치를 통해 스스로 성숙해지는 경험을 하는 것 같아요.

: 폭넓은 네트워킹이 가능하고,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다양한 관심사를 갖고 참여하는 모임이기 때문에 대학생, 시민단체, 회사원들이 소소한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 같아요.

청년 입장에서 도내 청년 정책은 어떤가요?
: 청년 원탁회의도 해봤지만, 청년을 주인공으로 하지 않은 정책은 실효성이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현재 있는 청년 단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청년 단체가 직접 실행해보고 기획할 수 있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관심 있는 일부 청년들만 소모되는 시스템이랄까요? 2016년이 청년정책계가 생긴 해인데 2년 정도 밖에 안 되어서 벌써 어떤 평가를 내리긴 어렵지만, 아쉬운 지점도 많습니다. 아무래도 청년 당사자들과의 거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죠. 저는 중간지원조직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청년들로 구성된 중간지원조직이 있다면 다른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 많은 청년 정책이 만들어졌고 일부 좋은 사업도 있지만, 저는 사업이 실효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큰 성과물이 되어야 하는데, 관에서는 다른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2015년도부터 청년정책 관련 심의위원회로 있는데 답답할 때가 많아요. 재원 조달을 위해 고민을 할 시간에 자기만의 콘텐츠를 잃어간다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 덧붙이자면 도에서 지원하는 소규모 지원사업은 세금이기 때문에 증빙을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 공감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모임이 지원사업이 끝나도 지속적으로 디벨롭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지원과 고민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게는 청협이 취미부터 사업까지 함께 도전 해줄 청년이 있는 ‘실험의 공동체’처럼 보이는데,  일부 독자들이 보기에 청협의 가치가 손에 잘 안 잡힌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네, 그게 저희가 추구하는 바예요. ‘청협은 이런거야’라고 어떤 하나로 정의내리고 싶지 않아요. 저희는 도내에서 청년을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청년 단체가 하나의 성향으로 규정되면 위험하다고 생각하고요. 이 조합을 발판으로 해서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예요. 




특별한 에피소드나 가장 애착이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요?
: 저의 경우 막 조직체계가 갖춰질 때 들어왔어요. 조직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지난한 일이라고 생각을 해서 모든 사업에 애착이 있어요(웃음). 어떻게 하면 조합이 잘 돌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에 가장 큰 애착이 생긴 것 같아요. 중간지원조직에 있을 땐, 기업이나 단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몰랐었는데, 여기서는 주체로서 있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고민할 수 있게 되었어요.

: 총회? 엄청 많은 논의를 통해 총회 안건을 마련해요. 명예조합원 중에 다양한 단체 활동을 했던 분이 있는데 혀를 내두를 정도로 합니다. 조합원들이 자기 이야기를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고민하는 과정이라 몇 시간씩 걸려요.

: 예를 들면, 총회 때 정관 개정 관련 안건이 올라왔는데요 이사회 구성에 있어 몇 퍼센트 이상을 여성으로 두어야 한다는 개정안을 냈던 적이 있어요. 결론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여성과 남성의 범주에 속해 있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여성이 아니라 ‘특정 성에 편중되지 않게’라고 정했는데 그 한 문장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고민과 토론의 과정을 겪는거죠.

청협 활동이 청년인 내게 남긴 것이 있다면?
: 부모님 세대가 전쟁과 보릿고개를 겪으며 언제 굶을지 모르는 시대에 살았다면, 지금의 청년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먹을 것을 고민한 시대가 아니잖아요? 가치 중심적으로 ‘내 삶’과 ‘나’라는 사람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서른 셋이라 어찌보면 부모님 세대를 그대로 답습한 마지막 세대일 수도 있는데, 청협에는 20대 초반인 조합원분들도 있어요. 10년이 넘는 격차에도 청협 활동으로 거리낌 없이 지낼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할 따름이죠.

: 저희 세대는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님보다 많은 돈을 벌지 못할 것 같아요. 제주는 돈을 벌 수 있는 직업도 정형화 되어있고 활동에는 어느 정도의 금전적인 보상이 있어야하는데, 그것마저 어렵죠. 그런게 슬퍼요. 기성세대는 우리보고 배부르다고 하지만, 저는 ‘스스로 선택한 이 삶이 틀리지 않았다’고 활동으로 이야기 하고 싶은 것 같아요.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고요.




제주쳥년협동조합 연혁
2015. 07 제주청년협동조합 설립총회
2015. 08 제주청년협동조합 설립 및 사업자 등록
2017. 04 제주청년공간 “작당연구소” 론칭
2017. 09 제주특별자치도 우수협동조합 표창
2018. 02 제주청년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조직변경  결의
2018. 05 JPDC-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청년주거문제해결 업무협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