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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ol.14

청년

각자도생(各自圖生)에서 공동도생(共同圖生)으로

제주와 11월호의 주제는 ‘청년’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수저계급, 노오오력, n포 세대 등 청년 자조적인 키워드가 늘고 있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이지만, 스펙을 쓸 수 없는 사회.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 역시 취업도 어렵지만, 취업하더라도 양질의 일자리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제주 청년의 현실은 더욱 혹독하다. 도내 청년 실업률은 전국 대비 2배 이상이며, 평균 임금은 168만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도생’이 아닌 ‘공동도생’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 불완전한 제주의 현실 속에서도 자생력을 키워 나가는 청년들의 사례를 통해,  제주의 미래가 조금은 따뜻해지기를 바라본다.



제주를 떠나는 청년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있듯, 오래 전부터 제주는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으로 청년층 인구 유출이 가장 큰 지역 중 하나였다. 2012년을 기점으로 제주 이주열풍이 불면서 청년 인구 유입도 소폭 상승했으나, 안정적인 일자리 부족과 높은 주거 물가로 전출하는 인구가 다시 늘고 있다. 도내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제주 청년 종합 실태조사’에서도 ‘더 나은 곳으로 갈 수 있다면 이사할 것’이란 응답이 28.4%, ‘여건이나 상황이 된다면 언제라도 이사할 것’이란 응답이 17.6%로 설문에 응한 청년 중 절반은 ‘제주를 떠날 수 있다면  떠날 것’이라는 답을 남겼다.

최악의 환경
사회 전반적으로 수저계급, 노오오력, n포 세대 등 자조적인 키워드가 늘고 있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진 청년들이지만, 스펙을 쓸 수 없는 사회.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 역시 취업도 어렵지만, 취업하더라도 양질의 일자리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실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 자료 상 20대 전체 청년 실업률은 2008년 7.4%에서 2011년 8.7%, 2014년 10.2%, 2017년 11.3% 로 증가하고 있다. 제주의 현실은 더 혹독하다. 도내 청년 실업률은 전국 대비 2배 이상이며, 평균 임금은 168만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232만9000원을 받는 울산 청년과 64만9000원의 차이다. 청년들이 제주를 떠나는 이유가 너무도 명확하지 않은가?

청년 정책의 필요
도내에서는 2016년 6월 청년기본조례가 제정되면서 종합적 관점으로 청년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대두되었다. 2017년 말에는 제주청년센터가 개소되어 행정과 청년을 연결해 필요한 활동과 행·재정적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2018년 하반기엔 청년정책팀이 청년정책담당관으로 격상되어 4개 팀을 꾸릴 예정이다. 의원들도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4년간 ‘청년정담회(靑年情談會)’를 열었던 김황국 의원은 “청년정책은 일자리, 주거, 사회참여 등 여러 영역을 아우르기 때문에 행정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성공이 어려우므로 행정과 청년 당사자들을 유기적으로 중간에서 연계하는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청년의 나약함을 비판하며 건강한 사람을 장애인, 고령자와 같은 취약계층과 동일 선상에 두고 지원을 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다. 청년 정책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있음을 인정하고 지원 여부에 대한 1차원적 논쟁보다는, 청년이 우리 사회의 미래임을 인정하고, 일자리, 교육, 육아 등의 복지 차원에서 다각도로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물고기 잡는 법
전국적으로 청년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활동을 돕는 ‘청년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다. 서울 불광동의 청년허브, 대방동의 무중력지대 등이 이러한 플랫폼의 일종으로 제주에서는 제주청년센터가 그 연장선상이다. 하지만 청년 플랫폼을 거쳐 사회로 나가 제 역할을 하는 청년은 손에 꼽고 반복적인 지원 사업으로 자생력을 키우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일부 청년들만의 플랫폼이 아닌 순환되는 청년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다각도의 조치가 필요하다.

각자도생(各自圖生)에서 공동도생(共同圖生)
불완전한 제주의 현실 속에서도 오랜 시간 함께 살이를 자처하는 청년 단체들이 있다. 서로가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다양한 경험을 쌓는 ‘제주청년협동조합’,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였다가 일자리를 만들어 낸 ‘제주희망협동조합’이 그 주인공이다. 두 단체의 시작과 방향은 다르지만, 청년이 각자도생이 아닌 공동도생으로 힘을 합치면 지역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례이다. 다가오는 겨울, 청년들의 활동 사례로 제주의 미래가 조금은 따뜻해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