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 Interview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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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ol.13

딸들이 부러워하는 엄마의 일터를 꿈꾼다

함께하는그날 협동조합 이경미 대표

생리대가 없어 학교에 못가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기사화되었을 때 사람들은 경악했다. 연이어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성이 널리 알려졌다. 이미 오래 전부터 여성들은 염려하던 바였지만 공공연히 이야기된 것은 이제 겨우 2~3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당시 문제의식을 크게 느낀 제주의 엄마들이 모여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작은 모임을 만들었다. 단체 이름 그대로 함께, 하는, 그날이 시작된 것이다.





‘함께하는그날’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2016년 5월이었죠. 깔창 생리대 사건이 기사화됐어요. 당시 충격이 컸죠. 뭔가 해보자는 생각으로 작게 시작했어요. 아이쿱생협 마을모임을 하던 사람들이 모여 직접 만든 면 생리대를 조합원과 지인에게 팔고, 그 수익금으로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하는 일이었어요. 그렇게 작은 모임에서 시작해 작년에 법인이 되었죠. 현재 행안부 지정 제주시 마을기업 2년차입니다.

협동조합의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요?
모임을 시작할 때 “우리가 다 함께 해주자.” “여성들의 그날들을 함께 하자.” “힘들어하는 그날이 아니라 다같이 사랑할 수 있는 그날로 만들어주자.” 이런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함께하는그날 협동조합’으로 결정했습니다.

‘함께하는그날’을 함께 꾸려가는 분들은 어떻게 만나셨나요?
노형(동) 마을모임이 주축이었어요. 특별한 기대나 목적이 있어 만난 게 아니라 봉사활동을 하며 만났기 때문에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을 다들 하고 있었죠. 같은 동네에 산다는 공통분모도 중요했어요. 같은 지역에 살아야 자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구성원들은 대부분 노형동 주변에 사는 주부들이었는데 풀타임 근무는 어려운데, 막상 경력단절이 되는 것 같아서 불안한 마음이 있는 상태였죠. 그래서 작업실에 모여서 함께 면 생리대를 만들고, 봉사를 하고 그러면서 우리 스스로의 일자리를 만들게 된 거예요.

엄마들의 모임으로 시작해 법인형태의 조직을 꾸리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급여를 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어요. 다만 공간이 있고, 재봉틀이 있었죠. 사용료를 내고 작업실이나 실험실로 마음껏 쓰자. 이렇게 시작된 거예요. 집에서 홈미싱을 하다보면 지저분하고 공간도 좁거든요. 지금은 급여를 주고 있어요. 이제 2년차에 접어들었고 조금씩 성장해가는 단계죠.





현재 구성원은 몇 분인가요?
정규직과 파트타임을 합쳐서 8명이에요. 저희는 처음부터 주부로 구성된 모임이었어요. 그래서 조직의 불안정성에 대한 고민이 일반적인 기업들과는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우리는 돈이 없어도 이 일을 지속 할 수 있었고, 뭐든 부족하면 그냥 “없으면 없는 대로 예전처럼 하지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점차 조직이 커지고 20대 직원도 합류하게 되고 나니 거꾸로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평생의 일자리라는 개념으로 바라볼 때 이곳은 불안한 곳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요. 그래서 계속 큰 그림을 그리며 고민하고 있어요. 우리에게 가장 안정적인 직장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요.

‘함께하는그날’이 추구하는 미션과 사회적 가치는 무엇인가요?
사실 아직 구체적으로 정립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좋은 일자리’라는 측면을 고민하고 있어요. 면 생리대 이야기에서 완전히 다른 얘기 같지요? 하지만 그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얼마 전에 함께 일하는 팀원의 아이가 다쳐서 병원에 갔다가 작업실로 왔는데, 그 아이가 하는 말이 “엄만 너무 좋은 곳에서 일을 한다”며 좋아하는 거예요. ‘옳은 일을 하는 좋은 일자리’라는 개념에서 시작하고 싶어요. 누구나 일하러 오고 싶어 하는 곳. 그런 곳에서 완전고용이 이루어진다면 가장 좋죠. 그러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으니까요. 딸이 부러워하는 엄마의 일터를 꿈꿉니다.

여성 위생용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지 않은데, ‘함께하는그날’이 제주에서 활동하며 느낀 인식 수준은 어떤가요?
매우 낮죠. 거의 (인식이) 없다고 봐도 될 정도예요. 여전히 큰 소리로 말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더 큰 소리를 내요. 누구나 말 할 수 있어야 해요. 아이들이 말을 하지 못해서 그런 깔창 사건이 생긴 거죠. 은밀하고 수치스럽다고 생각하는 인식은 사회 전반에 깔려 있어요. 가장 안전하고 고귀해야하는 것들을 쉬쉬하죠. 사실 생리대를 펼쳐 놓고 “생리대 사세요.” 하는 사람이 없죠. 얼마 전에도 행사를 하는데 중년 남성이 와서 저희 면 생리대를 보고 냉장고 손잡이냐고 하셨어요. 생리대라고 하니까 화들짝 놀라시더라고요. 그럼 저희는 크게 말해요. 밥통 손잡이로 써도 되고 냉장고 손잡이로 써도 되는데 생리대로 써도 된다고요. 누구라도 얼굴 붉히지 않고 말할 수 있어야 해요.

지역 소외청소년들을 위한 ‘소녀, 별을 품다’ 프로젝트를 하고 계세요.
기부자들의 기부금이 별이 되어 소녀들에게 면 생리대로 전달돼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에서 쓰는 생리대용 천은 별 패턴이에요. 30여 명의 정기후원자가 1만원에서부터 3만원까지 지원하고, 저희는 매달 100개의 면 생리대를 나눔 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2017년 10월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열 번 보냈네요.





아이들이 바로 면 생리대를 쓸 수 있을까요? 인식 부족으로 인해 성인들도 심리적 장벽을 느끼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반응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생리대가 없어서 학교를 못가는 아이들을 위해서 이 일을 시작 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바로 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정말 없어서 당혹스러울 때 이거라도 하고 일회용 생리대를 사러 가라는 마음도 있어요. 하지만 한번 썼을 때의 편안함에 대한 기억은 남을 테니까 언젠가는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말씀하신 대로 심리적 장벽이 있는데 사실 한번 써보면 그렇게 힘들지 않거든요. 알고 보면 여성의 생리혈이 생각하는 것만큼 많지 않아요. 오히려 일회용 생리대의 화학 작용으로 내벽이 두꺼워지고 묵직해지는 악순환에 빠지죠. 면 생리대를 2달만 써보면 대부분 여성들의 순환이 정상으로 돌아와요. 세탁법을 이해하면 전혀 귀찮지 않답니다. 원데이 클래스와 캠페인이 필요한 이유지요.

제주도의 다른 사회적경제 파트와 연계 지점이 있는지요?
점차 연결을 확장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여러 단체가 있는데 접점을 만들어가는 고민의 단계죠. 현재는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바다 청소를 하고 있어요. 사경센터에서 제주바당과의 연결도 제안해주셨는데 앞으로 차근차근 연대의 지점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시대적 타이밍, 시대적 요구와 잘 맞아들었다고 생각해요. 생애전환기에 사회적기업가로 성장할 기회를 얻었고요. 최대한 이 기회를 잘 살려 열심히 배우고 그 에너지로 다시 사회적경제에 양분이 될 수 있도록 해야죠.

제주와 웹진의 지면을 빌려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세요?
일회용 생리대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면 생리대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는 일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관심 있는 분들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개발되는 제주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요. 저도 제주 이민 만 5년차인데요. 그때와 지금이 너무 달라요. 제주를 좋아하는 이유는 산이 있고 바다가 있어서인데 너무 헤쳐 놓았어요. 바다 청소를 가면 정말 심각해요. 알알이 흩어진 스티로폼을 물고기와 새가 먹죠. 제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시급합니다.


함께하는그날 사회적협동조합 활동 연혁
2016. 03 ‘함께하는그날 협동조합’ 설립(창립)
2016. 04~현재 지역 초중고등학교 면 생리대 만들기 강좌(학부모&청소년 대상) 진행 중
2017. 08 마을기업 지정
2017. 08 생리대안전검증위원회 구성
2017. 11~현재 매달 <소녀, 별을품다> 프로젝트 진행중(면 생리대 기부)
2018. 07 마을기업 2년차 지정
2018. ‘사회적경제박람회’’참가, ‘제주사회적경제 한마당 축제’ 참가, ‘노형동 나눔대축제’ 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