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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ol.13

재사용과 재활용 너머 새로운 가치를 만들다

제주인 사회적협동조합 고미정 대표(제주인 사회적협동조합), 차용석 이사(제주수눌음지역자활센터)

모든 물건에 쓰임이 있다. 그리고 그 쓰임은 처음의 용도대로만 쓰이고 사라지지 않는다. 쓰임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재발견된다. 타고난 성질을 넘어서 더 나은 것을 지향하는 그 무엇. 그렇게 탄생하는 가치는 본래의 용도를 뛰어넘는다. 이번에 제주와에서 만난 ‘제주인 사회적협동조합’은 그 좋은 사례다. 재사용과 새활용을 화두로 그 본래의 목적을 뛰어넘어 자활근로사업 참여자의 든든한 일자리로 재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인 사회적협동조합’의 소개를 부탁합니다.
제주수눌음지역자활센터(센터장 고은택)의 자활사업단이 자활기업으로 창업한 곳입니다. 자활기업은 2인 이상의 수급자 또는 저소득층이 상호 협력해 조합 또는 공동사업자 형태로 자활사업을 운영하는 업체를 말합니다. 2017년 본격적인 창업 준비를 시작해 2018년 사업자 등록을 했어요. 현재 요디 가게, 자전거 세상, 워시엔조이. 세 개의 아이템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각 아이템에 대한 설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자전거 수리와 폐자전거 재생사업도 하신다고 들었어요.
‘요디 가게’는 재활용․재사용 옷가게 사업을 주 아이템으로 하고 있어요. ‘요디’는 ‘여기’라는 제줏말이에요. 사람들이 여기에 모여서 안 쓰는 물건을 다시 쓰이게 만드는 동시에, 함께 사랑방처럼 편안하게 드나들기를 바라는 장소입니다. 옷이 많지만 생활가전용품 등 다양한 물건을 취급해요. 기증 물품을 판매하고 리사이클링 제품의 개발 및 제작, 판매를 해요. 옷 수선도 가능합니다. ‘자전거 세상’은 자전거 수리 기반으로 창업한 자활기업이에요. 센터에서 5년 전부터 준비해왔어요. 그동안 수급자들은 숙련된 기술자가 되는 경험의 시간을 보낸 셈이죠. 자전거 수리와 폐자전거 재생사업을 합니다. 찾아가는 자전거 수리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어요. ‘워시엔조이’는 ‘요디 가게’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침구류 위탁 대행 서비스와 다양한 세탁 코스를 운영 중이에요. ‘요디 가게’에서 일하는 수급권자 분들이 수월하게 운영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선정된 사업입니다.

자활기업으로 재활용, 재사용 사업 그리고 재생수리 사업 분야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저희는 버려지는 물건을 재사용 또는 새활용해서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으로 취약계층의 고용을 늘리는 동시에 제주의 환경 보전에도 기여하는 기업이에요. 요디 사업장 근로자 인적자본 특성을 보면 평균연령 58세, 단독가구, 수급권자, 등 취약한 인적자본을 가지고 있어요. 이 분들이 할수 있는 일이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제주시민이 기증을 통해 물건을 확보하고 제주시민이 구매를 통해 수익을 발생하는 재활용 사업, 제주시민에 의해 보호된 시장인 재활용 사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제주인이 추구하는 미션과 사회적 가치는 환경과 일자리 두 가지가 함께 있겠네요?
네. 맞습니다. 환경을 위해서 이 사업을 하는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하지만 대답은 그 반대예요. 일단 수급권자나 취약계층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손과 발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고 시력만 좋으면 되는 일이거든요. 의류 기증 받으면 구분해서 빨래하고 납품하고…. 자전거 수리도 마찬가지예요. 고도의 기술이나 전문성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자활이 첫 째고, 업사이클과 환경은 두 번째입니다. 이분들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개념과 함께 환경 보전을 말하는 겁니다. 재활용, 새활용에 대한 인식 확장을 통해 시민들이 기증하고 판매로 연결되면서 이 두 개의 가치가 연결되는 거죠.

제주인이 다른 사회적협동조합 조직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수급권자가 주체이자 운영진이라는 거죠. 사실 수급권자들은 그동안 나라의 지원을 받아 생계를 유지해왔어요. 하지만 제주인은 국가 지원 없이 창업해 수급권자들이 스스로 운영을 담당하고 있죠. 이사회가 일반적인 조직과 달리 독특한 구조예요. 수급권자가 창업자인 동시에 운영진이라서 그들은 모두 회사의 대표이면서 직원이죠. 외부 이사로 자활센터 센터장과 차용석 이사가 선임되어 있을 뿐이에요. 공동체 개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중요한 의사결정도 직접 내려요. 외부 이사는 도움을 주는 역할이죠. 사회적협동조합의 형태로 꾸린 건 이분들의 자립을 위해서 수급권자 개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조합원 형태로 결합한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할 때 그 자립이 더욱 지속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훈련을 받았다고 해도 아직 사회와의 연결지점을 더 많이 만들고, 사람들과 엮이며 관계를 형성해나가야 하거든요.

자활에 있어 관계망이 중요하다는 고민이 인상적입니다.
저소득층이 소득이 없어지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뭔지 아세요? 바로 대인관계를 끊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이분들은 대인관계 능력이 약해요. 사업을 하려면 사회성이 필요한데 대인관계가 취약하니까 더 어려운 거죠. 그럼 사업을 유지하기도 힘들고요. 그래서 사회적협동조합의 형태로 조합원을 많이 확보하고, 서로가 서로의 안전망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스스로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을 만큼 사회적 관심과 제주 도민의 지원이 함께 가야하는 구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환경 문제를 개선하는 기업인데요. 도내 업사이클링 환경은 어떤가요?
아직 밑바닥 수준인 것 같아요. 인식이 부족하죠. 사실 업사이클링을 하면 가격이 더 올라가거든요. 그런데 아직 재활용1), 재사용2), 새활용3)의 차이점도 인지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죠. 사업과 동시에 인식개선 교육과 환경교육이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앞으로 꿈꾸는 제주인의 모습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제주인이 하나의 매개가 되었으면 해요. 휴게소나 사랑방 같은 매개요. 동네 사람들이 오가는 곳,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물건을 나누거나 판매하는 장소…. 그런 게 재활용 가게가 가야할 방향이 아닐까요? 실제로 요디 가게는 요즘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어요. 여기에서 약속을 잡는 분들도 생기더라고요. 물건이라는 게 추억이 담기잖아요. 어쩔 수 없이 버려지는 것도 있겠지만 고쳐 쓰고, 내가 안 쓰면 다른 사람이 쓰고…. 삶의 일부분처럼 돌고 도는 거라고 생각하면, 제주인이 지향할 가치는 결국 ‘사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재활용: 리사이클(Recycle). 말 그대로 특정 물품을 다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재처리 과정을 거쳐 본래의 용도 혹은 다른 용도로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병, 종이, 플라스틱 등 쓰레기 재활용이 대표적이다. 재사용에 비해 재활용은 가공을 위한 기술력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2) 재사용: 리유즈(Re-use). 재가공 없이 본래의 물건을 그대로 다시 사용한다는 의미.
3) 새활용: 업사이클링(Up-cycling). 재활용의 개념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재활용 의류를 이용해 새로운 옷이나 가방으로 만들거나, 버려진 현수막을 재활용해 장바구니로 만드는 등이 해당한다.


제주인사회적협동조합 활동 연혁
2017.08 제주인사회적협동조합 신청
2017.12 제주인사회적협동조합 설립
2018.12 제주시 지정 자활기업 인증
2018.01 사업자 등록
2018.01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선정
2018.02 제주시자전거수리센터 민간위탁 협약 체결
2018.03 제주시자전거수리센터 오픈
2018.05 워시엔조이 법원점 오픈
2018.09 JPDC 창의사업 아이디어 공모전 우수상 시상, 제주 지역형 예비사회적기업 인증, 보건복지형 예비사회적기업 인증

* 요디 가게(재활용 나눔 가게)
* 자전거 세상(자전거 수리/폐자전거 재생 서비스)
* 워시엔조이(세탁대행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