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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ol.13

재생

제주 그리고 우리의 삶을 다시 살리는 일

제주와 10월호의 주제는 ‘재생’이다. 사전적 의미로 ‘낡거나 못 쓰게 된 물건을 가공하여 다시 쓰게 함’이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그 첫 번째 뜻은 ‘죽게 되었다가 다시 살아남’이다. 이번호를 준비하며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제주도 내의 환경파괴, 자연보호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를 제주도답게 하는 것이 바로 자연인데 자본의 힘에 밀려, 욕망의 무게에 눌려 마치 눈이 먼 것처럼 그 자연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무엇보다 무서운 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스스로 황폐화시키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제주도라는 섬을, 그 섬의 일부인 우리의 삶을 다시 살리기 위해 ‘재생’은 강조하고 또 강조해야 할 말이다.


지난 8월 초 비자림로의 굵고 아름답던 나무들이 한꺼번에 베어나간 일이 있었다. 당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시사평론가는 “5분 빨리 가겠다고 수령 3-40년의 나무 2,400그루를 잘라낸다는 것은 결국 7만 년의 시간을 베어내는 일”1)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나무들이 길 옆으로 쓰러져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시각적인 충격이 너무 컸다. 당시 많은 이들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하며 마음 아파했다.

언제부터 우리는 이렇게 효용과 효율에 목을 매게 된 것일까? 편리함을 앞세워 산을 깎고, 길을 닦는 일 뿐만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물건들이 대부분 편리에의 찬양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산업혁명 이래 매년 수십만 톤의 독성물질로 대기와 수질, 토양을 오염시켜왔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면목이 없을 만큼 위험한 물질을 계속 만들어냈고, 엄청난 폐기물이 분해되지 않은 채 땅과 바다에 버려졌다.2) 때로 그것은 우리의 눈앞에 보이지 않지만, 이는 우리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에게로 치워진 결과다. 타인의 삶과 건강, 자연을 빼앗으며 확보한 우리의 삶이란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바다와 산, 밭과 숲으로 이루어진 천혜의 섬, 제주는 이러한 폭력에서 오래도록 멀리 있었다. 아니,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제주도의 이미지는 설문대 할망과 영등 할망의 전설을 품은 어머니 섬이자 자연 그대로의 환상의 섬, 신비의 섬이었다. 하지만 사실 제주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서서히 잠식당하고 있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관광을 위해 섬을 찾는 방문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난개발로 인한 환경과 생태 파괴가 그 어느 지역보다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여행을 마치고 사람들이 떠나지만 그들이 버린 쓰레기는 고스란히 섬에 남는다. 제주의 환경이 파괴되는 일을 타지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이미 편리함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필요 이상으로 많은 쓰레기를 배출한다. 더 이상 버릴 장소가 없음에도 말이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제주도 내의 환경파괴, 자연보호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를 제주도답게 하는 것이 바로 자연인데 자본의 힘에 밀려, 욕망의 무게에 눌려 마치 눈이 먼 것처럼 그 자연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무엇보다 무서운 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스스로 황폐화시키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지금 필요한 일은 우리에게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고 선물해 준 자연의 쇠락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한 인식의 전환이다. 이번 호의 주제로 ‘재생’3)으로 잡은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이 단어들을 듣고 우리가 떠올리는 이미지는 쓰레기를 재활용하거나 다른 형태로 바꾸어 만드는 새사용의 이미지다.

하지만 여기에서 더 나아가 낡은 생각, 틀에 박힌 습관을 바꾸는 일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환경오염을 시키는 폐기물을 재활용하거나 새사용하는 것만이 리사이클이 아니다.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는 인식의 전환도 리사이클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의 행동이 즉각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변화를 이루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사람들이 느리더라도 하나 둘 늘어난다면 희망이 있다. 그나마 덜 나빠지게 해야 한다는 현실은 절망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것이 희망이다.

재생(再生). 사전적 의미로 ‘낡거나 못 쓰게 된 물건을 가공하여 다시 쓰게 함’이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그 첫 번째 뜻은 ‘죽게 되었다가 다시 살아남’이다. 제주도라는 섬을, 그 섬의 일부인 우리의 삶을 다시 살리기 위해 ‘재생’은 강조하고 또 강조해야 할 말이다.

1) 2018년 8월 17일, 김동현 박사,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링크 : http://www.nocutnews.co.kr/news/5017659 
2) 『플라스티키, 바다를 구해줘』,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 저, 북로드, 70쪽 (윌리엄 맥도너의 글 ‘다양한 모습이 살아 숨 쉬는 희망을 땅을 향해 떠나는 항해’ 중)
3) 재활용, 재순환을 의미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 재활용품을 업사이클하여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일을 의미(upgrade+recycle)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을 모두 포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