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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ol.12

제주의 추석 이야기

"넉넉한 팔월 멩질 보냅서!"

“넉넉한 팔월 멩질 보냅서!” 제주에서는 추석을 ‘팔월 멩질’이라 부른다. 팔월 멩질 준비는 음력 8월 초하루를 전후해 친인척 모두가 참여하는 벌초부터 시작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 도내 학교는 이 날을 ‘벌초방학’이라고 해 임시휴교일로 정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통적인 차례와 성묘 외에도 다양하게 명절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가족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전년대비 2-3배 늘고, 당일 귀성, 귀경 행렬이나 나홀로 추석족이 증가했다. 제주도 역시 명절로 가족을 찾은 도민들과 여행객의 모습이 어우러져 다양한 제주도의 추석 풍경을 만들고 있다. 제주의 추석 명절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제주 사람들의 추석 명절 풍경을 살펴보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통적인 차례와 성묘 외에도 다양하게 명절 연휴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017년 추석 명절은 최장 10일 연휴가 가능했다. 작년 연휴의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해외여행객의 증가인데, 전년도 대비 해외여행객의 수가 3배 이상 증가해 102만 명을 기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연휴 기간에 국내 관광지 108곳의 방문객 수는 작년 대비 59.6%(약 331만 명)이 증가했다고 한다. 외에도 고속 교통수단을 이용해 국내 여행객과 당일 귀성·귀경 행렬이 늘었고, 1인 가족과 고령 인구가 늘며 나홀로 추석족의 증가하는 등의 명절을 보내는 방법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음력 8월 15일인 추석에는 차례와 성묘를 지내왔다. 지역이나 집안마다 다르지만, 가을철 수확한 햇곡식으로 음식을 지어 차례상에 차렸다. 햅쌀로 지은 밥과 술, 송편 등을 주로 올라갔다. 추석날을 전후로 벌초를 하며 성묘나 묘제를 지내기도 한다. 육지와는 다른 풍토와 풍습을 지닌 제주도의 명절 모습은 어떨까?

제주에서는 추석을 ‘팔월 멩질’이라 부른다. 팔월 멩질 준비는 음력 8월 초하루부터 시작한다. 8월 초하루를 전후해 친인척 모두가 참여해 벌초를 한다. 이를 ‘모둠벌초’라고 한다. 제주 사람들은 추석 당일보다도 더 유별나게 벌초를 챙긴다. 2000년대 초반까지 학교마다 이 날을 ‘벌초방학’이라고 해 임시휴교일로 정하기도 했다. 제사와 조상묘 돌봄을 행하지 않는 것은 불효’라는 인식과 4.3사건으로 인해 개별 가족이 묘를 돌보지 못해 친인척이 대신해 돌봐야할 묘가 많은 것 등이 그 이유다.

이제 보름이 되면 가까운 궨당(친족)의 집을 번갈아 돌며 차례를 지낸다. 제주시에서는 차례를 지내기 전에 집안을 관장하는 문전신에게 제사를 지내는데 이를 문전제라고 한다. 차례의 순서는 특별하지 않으나 유교 전통보다는 제주의 민간신앙에서 비롯된 제사다. 제주도의 차례상은 한라산과 중산간이라는 넓은 들과 풍요로운 바다에서 나오는 다양한 식재료와 문화에서 비롯되었다는 특색이 있다. 신선한 재료와 단순한 조리법으로 특색 있는 제주 (향토)음식을 제사상에 올리는 데, 곤밥(쌀밥), 옥돔국, 빙떡, 전, 나물, 과일, 떡이나 빵, 술 등이 그것이다.

제례상에서 가장 정성을 바치는 것이 갱(국), ‘옥돔국’이다. 옥돔과 미역을 넣고 살짝 끓여서 따뜻하게 낸다. 옥돔을 대신해 우럭 등의 흰살 생선이나 소고기를 넣고 끓이기도 한다. 귀한 생선인 탓에 늘 미리미리 옥돔을 준비해두었다. 제수용 옥돔국을 끓이는 것은 여성의 몫이고 옥돔을 굽는 것은 남성이 맡는다. 제수로 쓰인 옥돔은 참석자 수로 잘라 배분했다고 한다. 또 메밀을 이용한 음식도 함께 올라가는 데, 빙떡과 메밀 저배기(수제비) 등이다. 메밀가루를 반죽해 무채 등을 넣고 지진 떡을 ‘빙떡’은 제주의 제례나 잔치 상에는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음식이다.  

전은 생선, 고기, 나물이 올라가는 데, 그중 제주의 특색이 있는 것은 양애(양하), 돼지 내장 등을 쓴다는 점이다. 생강과에 속하는 양애를 김치, 장아찌, 된장국 등을 해서 먹는데, 차례상에는 데친 양애를 꿰어 지저 적을 만들어 올린다. ‘북부기’는 허파를 이르는 제주말이다. 얇게 썬 허파를 메밀가루와 계란에 묻혀 지져낸다. 이 외에도 고사리전, 메밀전 등 여러 전이 차례상에 올라간다.

사과, 배, 대추 등이 올라가는 육지의 차례상과는 달리 감귤, 한라봉, 천혜향 등 제주에서는 제주에서 나는 과일들이 올라간다. 이와 함께 가장 이색적인 것은 떡과 빵이다. 찹쌀 반죽을 둥글게 만들어 기름에 지져내 설탕을 뿌린 기름떡과 송편, 카스텔라 등이 제사상에 올린다. 벼농사가 어려웠던 시절 쌀떡을 대신해 상애떡(보리떡)을 올린 것이 제빵기술이 발전하며 카스텔라나 롤 케이크로 변화되었다는 설이 전해진다.

이외에도 멩질이 되면 제주 여러 지역에서 마을대항 체육대회가 열리고, 윷놀이, 씨름, 줄다리기 등의 민속놀이를 했다. 서귀포에서는 여자들은 강강수월래를, 남자들은 무릎싸움(닭싸움) 놀이를 했다. 영평동 가시나물마을에서는 추석빔으로 특별히 홑옷인 중의적삼을 만들어 입었다. 추석 날씨로 다음 농사를 점 쳤는데, 추석에 비가 오면 보리농사가 안 된다고 믿었다고 한다.

  제주의 추석 풍경은 점차 간소화되고 있다. 화장, 가족묘 등 장례문화가 달라짐에 따라 벌초 문화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친척들이 모여 모둠벌초를 하는 대신 벌초 대행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차례상에는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던 음식과 기후 변화에 따라 요즘 재배되는 망고, 바나나, 파인애플 등의 열대과일이 올라는 등 집안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팔월 멩질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까?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디지털향토문화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