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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ol.11

8월

베란다에서 시작하는 나만의 우영밭

여름이 되니 창 밖 여기저기 나무들은 경쟁하듯 우거지고,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옆에서도 배추들은 잘 자라는데, 우리 집 화분은 왜 이렇게 시들고 누렇게 뜨는 걸까요? 놔두면 알아서 잘 자라는 게 자연의 섭리라는데, 어떤 부자연스러움으로 식물이 죽어나가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농사의 ‘농’을 농담인 줄 아는 박대리가 청년 농부의 도움으로 채소를 키우기 위한 기본 팁을 전수 받기로 했습니다. 계절 별 먹거리를 골라 사시사철 신선한 채소를 자급자족 했던 제주 고유의 우영밭처럼, 키우는 재미에 먹는 행복은 덤으로 가져갈 준비를 해 봅시다. 과연 박대리는 베란다에 자신만의 우영밭을 만들 수 있을까요?


1. 준비는 언제부터 하는 것이 좋나요?

1년 농사중 제일 바쁜 계절인 봄. 대부분의 작물은 봄을 좋아하는데요, 우리는 3월이 봄이라고 하지만, 땅의 기온이 충분히 올라가는 4월 이후 심는 것이 더 좋습니다. 4월에는 추위에 강한 작물을 파종하고, 5월부터는 추위에 약한 것을 심어주면 됩니다. 상추, 고추나 토마토, 오이와 호박류는 제법 튼튼하니 4월에 심어도 ok. 모종을 심는 경우 해가 쨍쨍 한 날보다 비가 내리거나 안개가 있는 날이 좋습니다. 해가 쨍한 날에 심었다면 모종을 바로 햇볕에 노출 시키는 것보다 햇볕을 차단해 주었다가 다음 날 걷어주면 더 튼튼하게 자랍니다. 종묘상이나 씨앗을 사러 갈 때 주인에게 지금 계절에 적합한 작물을 추천해 달라고 해도 좋아요.



2. 위치선정이 중요할 것 같은데?

집에 우영밭을 만드는 경우 빛, 흙, 물이 잘 공급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치를 정한 뒤, 그 위치의 일조량과 바람방향, 배수구, 수도를 파악해 주세요. 해가 안들면, 해가 없어도 잘 자라는 작물을 선택하면 되겠죠? 우영밭이 남향이면 방울토마토, 샐러리. 상추, 청경채 같이 해를 좋아하는 것을 심고요, 해가 잘 들지 않는다면 통풍이 중요한 양파, 허브, 새싹채소 들을 선택하면 좋습니다. 한가지 팁은 LED를 쏘여주세요. 최근 실내원예 트렌드에 맞춰 각 작물에 맞춘 LED전구를 판매하는데 빛이 안드는 구석에서도 작물이 잘 자랍니다.



3. 밖에 있는 흙을 퍼다 써도 되나요?

길가에 보이는 흙을 퍼다 쓰면, 경찰서에 갈지도 몰라요. 제주도는 섬이라 흙이 귀합니다. 아마 중산간에 가면 현수막에 ‘흙 삽니다’나 ‘흙 팝니다’와 같은 문구를 보셨을지 모르겠어요. 물론 함부로 가져오면 안 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내가 키우고자 하는 작물에게 적합한 토양이 아닐 수도 있고요, 농사에서 가장 무서운 병해충을 데려올 수 있기 때문이에요. 흙은 사서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 ‘상토’ 혹은 수용성 복합비료 등이 섞인 ‘혼합배양옥토’를 달라고 하세요. 채소 재배용으로 판매되는 흙으로 살균을 거쳤고 산도 조절이 되어 나오기 때문에 퇴비를 섞을 필요 없이 편리하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어요.




4. 우영밭을 만든다니 식구들이 오겹살에 먹을 상추는 꼭 심으래요.

상추와 배추, 시금치와 같이 잎을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잎채소라고 합니다. 엽채류라고도 하죠. 상추의 경우 청치마, 적치마, 뚝섬적축면, 오크, 로메인, 양상추 등 다양하고 심기만 하면, 특별한 병충해 없이 쑥쑥 자라서 초보자도 심기 좋습니다. 상추의 적정 발아온도는 15~25℃이며, 30℃가 넘어가면 잘 크지 않기 때문에 여름에 심어 키우기는 힘들어요. 야외에서 오겹살 굽기 딱 좋은 계절이 언제일까요? 여름이 오기 전인 3~6월에 상추를 심으면 좋습니다. 다만 너무 대가 길게 자라거나 수확시기가 지난 뒤 따면 억세지니 주의하세요.




5. 마늘이 두 종류인데 뭘 심어야 하나요?

마늘은 한지형과 난지형 마늘로 나뉩니다. 한지형은 중부지방과 내륙의 한랭한 곳에서 나는 품종이고, 난지형은 해안가나 남부지방의 온난한 지역에서 잘 나는 품종입니다. 한지형은 9~10월에 심고 6월에 수확하며 난지형은 8~9월에 심고 5월에 수확합니다. 같은 지역에서도 온도에 따라 다른 종을 심는데, 제주에서 마늘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대정읍 마늘은 난지형 마늘입니다. 우리는 편하게 할까요? 우영밭이 집 안이라면 난지형을, 집 밖이라면 한지형을 심어도 무방합니다. 빨리 먹고 싶으면 난지형을 선택하세요.





6. 어머니가 심은 고추가 늘 말라요. 방법이 없을까요?

한국인이 좋아하는 고추는 우영밭 필수품입니다. 하지만 역병을 잘 맞기 때문에 생각보다 키우기가 어려울 수 있어요. 어려움을 최소화 하는 쉬운 방법은 역병에 강한 튼튼한 모종을 구입하는 것입니다. 종묘상에 갔을 때 병해에 강한 품종인 ‘PR계’를 달라고 하고 대가 굵은 것을 골라 데려오세요. 고추를 심을 때 중요한 점은 적당한 거리입니다. 2m 베란다 가득 고추를 심고 싶다면, 최소 4~50cm는 띄우고 심어주세요. 참, 알싸한 청양 고추 모종을 사고 싶다면 청색 트레이에 담긴 모종을 사는 것, 잊지 마시고요.






7. 초보자를 위한 사이트나 책, 모임은 없을까요?

처음부터 혼자 베란다 우영밭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그럴 땐, 다양한 웹사이트에서 판매하는 텃밭세트를 구입한 뒤 농사에 익숙해지면, 하나하나 바꿔보는 것도 좋아요. 씨앗, 모종, 흙, 용품 등을 한번에 구입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쉐프를 위한 텃밭, 샐러드를 위한 텃밭, 김장을 위한 텃밭, 고양이를 위한 텃밭 등 기획에 따른 우영밭을 꾸릴 수 있어요. 우영밭을 만들 준비되었다면 어려운 상황을 도와줄 꼼꼼한 텃밭 책 한권도 사 두시면 좋아요. 책을 보면서 따라하기 어렵다면,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팀을 만나는 것도 방법입니다. 사회적경제 학습동아리 ‘청년농담’에 가입하면 농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농촌과 연결하여 실제 농사를 짓고 계시는 분들에게 멘토링도 받을 수 있어요.





박대리
나이 : 만 31세, 남자, 기혼이나 자녀는 없음
좌우명 : All is well
소속 : 제주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성격 : 남들에게 친절하고 베풀기 좋아함. 공감요정. 약간의 관종미. 아재개그의 달인. 트랜드에 약하나 강하다고 생각함.
취미 : 먹방, 사진찍기(좋아하나 잘 못함), 신조어 검색해보기
구매패턴 : 합리적 소비의 달인. 공정무역과 사회적 경제 제품에 관심이 많음.
인스타그램 형태 : 해쉬태그를 많이 달고 추억을 소환해 소통하고, 본인이 트렌드라 생각하는 것을 말하고 공유하기 좋아함.
인스타그램에 관심이 많으나 사진을 잘 못찍어서 어딘가 엉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