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비즈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그린비즈 대표 손인준입니다. 제주 지역의 사라져가는 벌을 지키고 벌을 잘 키워 지역 특산물을 만들고 양봉교육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단체를 설립했습니다. 아무래도 양봉산업이 고령화되어 기술을 보급하고 전수받기 어려운 점이 있었어요. 저도 처음 배울 때 어려운 점이 있었으니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강의를 시작했죠. 이후 교육 하면서 만난 분들과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그린비즈를 만들었어요. 인화로협동조합의 송창윤 이사장님이 적극적으로 권해주신 것도 있고요.
양봉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전기과를 졸업하고 창원에 있는 전기 회사에 다녔었어요. 처음 입사 면접을 보는데 서울대나 카이스트 졸업해도 여기 오면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같은 선에서 시작하니 그때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사도 나름 괜찮았고 월급도 넉넉하고 개인 시간도 많아 좋았는데 어느 날 회사에 사고가 크게 났어요. 사고 당사자는 박사였는데 사회가 대처하는 방식이 굉장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죠. 그 분보다 직급도 낮은 내가 여기서 저런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될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그때 인생은 한번 뿐인데 이렇게 사는 건 아니다 싶었어요. 그 뒤 아무나 할 수 없는 것, 젊을 때 하면 어드밴티지가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다 양봉을 발견했어요. 제주에 오게 된 것은 한철에만 만들 수 있는 감귤 꿀이 특별해 보였기 때문이에요.
이제 몇 년 차인가요?
7년차에요. 2~3년 동안은 어르신들을 쫓아다니며 벌을 배웠고 혼자 독립한 지는 2~3년 되었어요. 작년 가을, 겨울부터 양봉교육에 대한 수요가 많아져서 초, 중학교나 성인반 뿐만 아니라 인화로협동조합이나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 같은 사회적경제 영역 사람들에게도 양봉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양봉을 접하신 게 처음인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기술을 습득하는 부분이 어려웠죠. 어르신에게 눈동냥으로 배워야 했으니까요. 그 분들도 다 몸으로 배운 것들이라 알지만 왜? 라고 질문을 하면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할지 난감해 하셨어요. 지역마다 벌 키우는 방식도 다르긴 하지만, 양봉 쪽에서도 제주도가 기술과 관련하면 좀 느린 편이에요. 좋은 기술이 있고 쉽게 할 수 있어도 어르신들은 몸으로 익혔으니 옛 방식을 힘들게 고집하고 계세요. 아무래도 국내에는 전문적인 양봉학과가 없고, 책은 있지만 실전과 이론은 완전히 다르거든요. 이론적으로 잘 아시는 분들이 그대로 벌을 키우면 1년 안에 다 죽어요. 한마디로 ‘유도리’가 많이 필요하죠. 유럽은 양봉이 체계적으로 잘 되어있어서 유학을 가고 싶지만 유럽과 저희는 환경이 틀리니 가서 어렵게 배워 와도 현지화 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어요.
‘벌’하면 대부분 쏘일까봐 무서워하는데?
저도 양봉 시작하고 벌침이 너무 무서웠는데 극복했어요. 처음에 벌 3방을 쏘였는데 기절할 만큼 아프더라고요. 너무 아파서 이거 그만두고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지금은 벌을 많이 만지니까 습성을 알아서 어떻게 하면 순하게 만질까 노력하죠. 오히려 모기가 더 무서워요(웃음).
벌이 낯선 사람들에게 신기한 이야기 하나 해주신다면?
벌의 생태계는 1억년 동안 단 한 번도 체계가 바뀌지 않았어요. 보고 있으면 신기하죠. 벌 수명은 여름에는 3~40일, 겨울은 엄청 천천히 움직여서 3개월 정도에요. 벌 한통이 생태계 하나에요. 그 속에 꿀 지키는 경비벌, 돌보는 육아벌, 청소하는 벌, 먹이 가져오는 일벌, 산란만 하는 여왕벌, 교미만 하는 숫벌이 자기 자리를 지키며 살아요. 일벌들은 일을 진짜 많이 해요. 수분활동이라고 하는데 다리에 꽃가루를 묻혀 수정을 돕는 일을 하죠. 재밌는게 흉년으로 양식이 없으면 일벌들이 일 하라고 숫벌을 내쫒아요(웃음). 먹이가 없어서 살림이 어려워 먹고 놀기만 하는 숫벌은 필요 없거든요. 여왕벌은 보통 6~7년 살지만, 양봉업자들은 왕성한 벌을 키워야 하니 1~2년 주기로 여왕벌을 교체해요.
언제부턴가 환경문제로 벌이 줄었다고 하잖아요. 정말인가요?
네, 식탁에 올라오는 농작물의 1/3은 다 벌이 도와 만들어진 것이에요. 벌이 사라지면 4년 이내 인류가 멸망한다고 아인슈타인이 그랬다죠. 참 이로운 생물인데… 그래서 저는 양봉이 단순히 몸에 좋은 것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벌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고 우리가 어떤 혜택을 받고 있는지 더 널리 알리고 싶어 아이들을 위한 체험학습을 만들었어요.
꿀에 대한 특별한 팁을 알려주신다면?
아카시아 같은 나무 꽃은 결정이 생기지 않는데, 유채와 같은 풀꽃은 단단하게 결정이 생겨요. 그래서 시중에 파는 유채꿀은 단단한 제형일수록 좋고요. 다들 꿀이 몸에 좋으니 뜨겁게 타 마시는데 꿀은 뜨거우면 영양소가 파괴돼요. 한 스푼 떠서 생으로 먹거나 미지근하게 타 마시는 게 가장 좋아요. 양봉을 하면 밀랍, 봉침, 프로폴리스, 꿀, 화분(꽃가루), 로얄제리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몸에 좋은 것은 화분이라고 생각해요. 꽃가루를 먹어야 여왕이 산란을 하잖아요.
대표님과 같이 귀농 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시작하는 청년 농부들이 전문성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돈을 쫓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돈을 쫒기 위한 전문성을 먼저 가져야 한달까요? 요즘 마을에서 인력이 부족해도 젊은 애들 안 쓰려고 해요. 귤 딴다고 귤나무 가지를 망가트리거든요. 귤 따는 것도 하나도 기술이 있는 건데 기본적인 스킬을 개발시킬 생각은 건너뛰고 자꾸 새로운 것만 하고 싶어 해요. 농사는 1년이 기본이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배우겠다고 하고 벌 몇 번 쏘이고 다음날 안 오기도 해요. 기초를 끈기 있게 배우면 전문성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그린비즈가 양봉업의 발전과 함께 특색 있고 오래 가는 기업이 되면 좋겠어요.
그린비즈 연혁
2012.02 양봉업 시작
2014.04 인준벌꿀 오픈(injunbee.alltheway.kr)
2014.04 한국양봉협회 제주시 지부 사무장
2018.03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팀 선정
2018.08 그린비즈 법인 설립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