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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ol.10

착한 여행을 통한 제주 관광의 새로운 변화

문성민

오늘도 하루에 몇 차례 마시는 커피의 주산지가 브라질이나 콜롬비아 등의 국가라는 정보는 상식이며, 스타벅스 등의 글로벌 커피 브랜드 명칭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농민에게 푼돈을 쥐어주고 사들인 커피를 가공하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대기업이 폭리를 취한다는 사실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시점은 비교적 최근이다. 그래서 커피를 재배하는 농민에게 가급적 정당한 가격으로 수매한 커피를 인증하여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공정무역커피(Fair Trade Coffee)가 등장하게 된 계기이며, 여타 부문으로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공정무역의 가치를 수용한 공정여행(Fair Travel)의 기조도 관광객이 방문하는 지역사회가 경제적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관광이다. 그런데 공정무역커피 및 공정여행은 모두 서구의 선진국 시선으로 제3세계 저개발 국가의 주민을 배려한다는 전제를 설정하여 공정(Fair)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다보니 비서구권 국가에서는 용어 번역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그래서인지 2000년대 초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공정무역과 공정여행이 공감대 형성에 실패한 이후 착한소비와 착한여행이 새로운 대안용어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착한여행은 종종 용어로 인해 오해를 사기도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주류 관광시장에서 착한여행상품을 찾기 어려운 여건임을 감안하면 대다수의 선량한 관광객이 나쁜 관광객으로 매도될 수밖에 없다면서 반발하기도 한다. 그런데 착한소비라는 개념이 나쁜소비에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닌 것처럼 착한여행의 반대어 역시 나쁜여행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착한소비의 개념은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친환경적이거나 노동자 또는 생산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로서 착한소비를 하지 않는 사람을 나쁜 소비자로 규정하지 않는다. 동일한 맥락에서 착한여행이란 보다 친환경적이며 지역주민이 주도하여 지역사회가 골고루 혜택을 받는 새로운 대안관광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제주관광은 박정희 대통령의 요청으로 재일동포가 1963년 최초의 민영 관광호텔 완공하면서부터 태동했으며, 그 당시 시행했던 국가 주도의 외래투자로 관광기반시설을 확충하는 양적 성장 기조의 골격이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예를 들어 1971년 우리정부의 의뢰로 제주도 관광개발 방향설정 용역을 수행한 일본항공이 제출한 보고서의 핵심은 구좌면 일대에 3㎞의 활주로를 갖춘 신공항 건설인데, 현재 구좌면과 맞닿은 성산읍에 추진 중인 제2공항으로 지역주민의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멸실될 위기에 처해 있다. 1970년대 후반 지역주민을 내몰고 조성한 중문관광단지의 전철이 관광이라는 미명 하에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라든지 이탈리아의 베니스에서 진행 중인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의 폐해는 세계 각지의 관광명소로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 서울 북촌의 한옥마을도 오버투어리즘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고,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도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제주도 역시 오버투어리즘 리스트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양적 성장의 한계가 노정된 제주관광의 체질을 균형 성장으로 전환해야 할 변곡점이라면 이른바 착한여행이 제주관광의 균형 성장을 촉진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착한여행의 학술적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아 과연 관광객이 선택할 수 있는 착한여행상품이 존재하는지 여부조차 확답할 수 없는 실정이다.

최근 제주에도 착한여행의 정신에 부합하는 새로운 여행상품을 만들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초기 단계인 관계로 제주에서 시도 중인 착한여행상품이 채워야 할 부분이 많다면 학계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이 협업하여 이른바 제주형 착한여행상품이 정착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민간에서 선보인 착한여행상품을 질적 평가를 한 후 제주형 착한여행상품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으면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하여 선도모델을 만드는 방식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문성민

제주대학교 관광개발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학교에서 관광학 석사, 한양대학교에서 관광학 박사를 전공했다. 일선에서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의 도출에 관심이 많아 틈틈이 전국 관광 및 지역 문화 아이디어 공모전에 참가하고 저서를 집필했다. 주요 저서로는 『제주관광의 정책현황과 대안모색:관광학 관점에서 제주도 재발견』(이담북스, 2009), 『신문으로 본 제주관광 발전사』(이담북스, 2010), 『의료관광 들여다보기』(대왕사, 201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