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종이잡지클럽이 제주에서 만난 사람들, 3. [랄라고고] 조인래 대표

제주살이의 매력을 온누리에

세계적인 비즈니스 매거진인 MONOCLE은 오랫동안 ‘소도시의 일과 삶’을 조명하고 있다. 전 세계의 대도시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높은 집세와 치열한 경쟁에 진저리를 치는 젊은 세대들이 대도시를 벗어나 소도시에서의 삶이 근 십 년 이내의 전 세계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동네에서 어떤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무슨 삶을 꾸릴 수 있을지 가늠하지 못하는 불확실성도 대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제주에서 제주의 콘텐츠를 디자인하는 사회적기업 [랄라고고]를 이끄는 조인래 대표는 서울에서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한 선배로, 과감하게 제주에서 정착해 제주에 스며든 롤모델 같은 사람이었다.


종이잡지클럽 제주에서 만나본 사람

세 번째. [랄라고고] 조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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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는 몸 쓰는 일로 돈을 벌자고 프리다이빙 강사를 하셨는데, 지금 또 머리 쓰는 일을 하고 계세요.

인래 :  서울에서 음악 기반의 기획, 디자인 일을 오래도록 하느라 번아웃이 심했어요. 그래서 제주에 처음 올 때는 몸을 쓰면서 적게 벌고 적게 쓰자 생각했어요. 근데 막상 적게 벌고 많이 쓰더라고요. 안 되겠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프리다이빙 강사 업무 특성상 계속 반복되는 업무를 하는 게 흥미가 반감이 되기도 했고요.

그래서 '액티브인제주' 라는 생태스포츠 프로젝트 쪽으로 업을 확장하는 찰나에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았어요. 그때 기후 변화로 이런 상황이 반복될 텐데 오프라인 기반 사업이 과연 안정적일까 하는 생각이 번쩍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다시 디지털 기반으로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럼 굳이 사회적기업을 준비하시지 않으셔도 되지 않았나요.

인래 : 꼭 사업의 의미가 돈을 엄청 많이 버는 것만은 아닌 사람도 있잖아요. 종이잡지클럽 하시는 이유도 꼭 돈 때문은 아닐 것 같아요. 계속 사업을 하면서 ‘의미’를 굉장히 고민했어요. 내가 하는 일이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나, 문화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나 이런 생각을 깊이 했어요. 공익적인 프로젝트를 자체적으로 기획해서 만들기도 했고요.

 

성장하고 있는 회사에서 사회에 기여하는 프로젝트를 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인래 : 처음 [랄라고고] 시작할 때는 1인 기업이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공익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만드는 데에 지속적으로 비용을 지출하는 게 좀 부담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럴 바에는 차라리 사회적기업 신청을 해서 판을 좀 키워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고 계신 [랄라고고]는 어떤 회사인가요.

인래 : 제주에서 제주의 긍정적 변화를 주도하는 NGO, 사회적기업들을 위한 콘텐츠 디자인 회사입니다. 자체적으로 제주살이 브랜드로 ‘픽제주’를 운영하고 있어요. 뉴스레터, 유튜브, 인스타그램으로 제주살이의 정보를 다양하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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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라는 게 범위를 크게 잡으면 굉장히 넓은 범위이지만, 사회적 기업이란 규정된 사업의 일환으로 보면 또 제한적인 부분도 있잖아요.

인래 : 그래도 지금은 많이 바뀌는 추세인 것 같아요. 저는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임팩트를 주는 비즈니스나 사상을 널리 퍼뜨리는 것 역시 사회적기업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사회적기업으로서의 행정적인 의무를 지키면서 랄라고고가 생각하는 사회적 가치를 폭 넓게 시도하고 있어요. 우리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이 된거지, 사회적기업이 되기 위해 가치를 추구하는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그런 저희의 믿음이 닿아서 이번에 지역공헌형 사회적기업으로 선정이 되었어요. 소셜 임팩트라는 가치도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계속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럼 랄라고고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는 무엇인가요?

인래 :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제주 청년의 외부 유출을 최대한 막아 지역 소멸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대안을 계속 모색하고 있어요. 제주를 떠나지 않고 오랫동안 살려면 다양한 제주의 매력을 소개하며 여러 제주의 문화 자원을 최대한 발굴하기도 하고요. 개선되면 좋을 부분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여러 아이디어를 모아보기도 하고요. 


주변의 콘텐츠 에이전시를 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종종 자신들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되더라고요. 남의 것만 만들어주다 보니 우리 이야기가 뭘까 하는 질문이요. 그런 점에서 [랄라고고]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콘텐츠인 [픽제주]가 [랄라고고]가 지향하는 브랜드 가치를 드러내는 콘텐츠 같습니다.

인래 : 맞아요. 원래는 관광객분들에게 맨날 많이 가는 동네 말고, 진짜 보물 같은 제주의 장소들을 알려주면서 제주 관광이 특정 지역으로 집중되는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기획했던 매체인데요. 좀 더 제주살이라는 주제에 집중해서 제주에 사는 우리들을 위한 정보를 소개해보자는 기획으로 바뀌었어요.

제주 사람인데도 제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제주시에 사는 사람들은 서귀포에 대해 잘 모르고, 서귀포시에 사는 사람들은 제주시에 대해 잘 모르거든요. 이왕 제주에 사는 거 제주에서 누릴 수 있는 여러 이점을 충분히 누렸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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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를 탐구하면서 알게 된 잘 알려지지 않은 제주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인래 : 제가 제주로 내려온 10년 전부터 생각했던 잘 알려지지 않은 제주의 매력은 ‘매니아들의 섬’이라는 거예요. 프리다이빙, 트레일러닝, UTMB (제주 100km 달리기) 등 자연과 운동뿐 아니라 다양한 매니아들이 육지에서 제주로 오고 있어요. 이렇게 오는 사람들이 대회만 하고 바로 가는 게 아니거든요. 매 해마다 제주에 오는 이런 매니아들을 위한 연계 콘텐츠나 연계 상품이 좀 다양해졌으면 좋겠어요.

 

[제주살이]라는 키워드와 랄라고고가 가진 [지역 소멸 문제] 해소와 맞닿아 있는 주제이기도 하네요.

인래 :  맞아요. 자주 오게 되면 살고 싶어지고, 살다 보면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한 애정이 생기거든요. 그런 애정이 많아질수록 떠나기가 어려워요.

제주를 떠나는 이유 중 하나가 육지와 섬의 문화 차이 때문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문화적인 차이도 재미있게 알아보자고 해서 [제주살이 능력 고사]도 시작된 거고요. 제주의 감도 높은 곳들도 우리가 더 파보자고 해서 뉴스레터도 시작된 것이고요. 모두 제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거죠.

 

벌써 제주살이하고 계시는지도 십 년이 넘으셨는데요. 여전히 제주살이가 매력적인가요.

인래 : 기계적으로 업무를 반복하는 거는 쉽게 질리는 편인데요. 제주도 자연은 십 년이 넘었지만, 매번 새로워요. 지금도 제가 출퇴근을 하다 보니 맨날 가는 동네 위주로 다니는데요. 제주도 동서남북마다 풍경도 다 다르고 아직 가볼 곳도 많고, 경험할 것도 정말 많이 남아 있어요. 지금 남쪽에서만 10년째 살고 있는데 이제 슬슬 동쪽이나 서쪽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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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에서 소도시로, 육지에서 섬으로 귀촌, 귀도하려는 젊은 세대가 점점 늘어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도 서울에 살 때는 그냥 막연하게 제주에서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자주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내다 보니 제주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구체적인 계획으로 잡히더라고요. 그런데 또 한 편으로는 서울에서 만들어 놓은 환경을 다 정리하고 제주로 내려와서 산다는 게 부담이 되기도 하고요. 아마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저 하나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십 년 넘게 제주에서 살면서 일과 삶을 모두 경험하는 선배로 제주에서 살면서 느끼는 기쁨과 슬픔은 무엇이 있을까요.

인래 : 우선 삶의 패턴과 속도가 대도시에서 살 때와 완전히 달라집니다. 본인이 이런 삶의 패턴과 속도에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 그리고 새로운 도시에서 어떤 기회가 있을지 탐구하는 관찰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워낙 자연을 좋아하니까 잠깐이라도 짬이 나면 풍경을 보면서 달리고, 바다에 들어가 수영하고, 프리다이빙 하고 와요. 이런 경험을 한 번 하고 나면 서울에서는 불가능한 이런 경험을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디지털을 기반으로 일하시는 분들은 점점 일하는 지역이 중요하지 않을 거로 생각해요. 이미 코로나 시기에 대면하지 않고도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잖아요. 이제 노동에서 지역의 제약은 점점 희미해질 거예요.

그리고 지역에서 정말 많은 가능성이 있어요. 제주는 관광지고, 관광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섬인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또 관광 이외의 여러 틈이 있어요. 그 틈을 어디서 찾아서 어떻게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지 충분히 관찰하시면 좋겠어요. 당장 내려오기보다 생각이 있다면 몇 년 동안 지역에서 자주 시간을 보내면서 관찰을 해보시는 거죠.

 

제주살이하며 느끼는 한계와 어려움도 분명 있을 거 같아요.

인래 : 그럼요. 아무래도 지역 내 내수 시장이 좀 적은 편이에요. 다른 지역은 전국을 유통권으로 묶을 수 있는데 제주는 그게 쉽지 않아요. 제주에서 전국으로 보내는 배송비의 부담도 꽤 큰 편이고요. 콘텐츠도 마찬가지인데요. 육지에서의 콘텐츠 트렌드와 제주에서의 트렌드 흐름과는 약간 결이 다른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흐름을 직접 몸으로 느낄 때까지 시간이 좀 필요한 거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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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제주살이에 대한 궁금증은 [랄라고고]와 [픽제주]가 해결해 주는군요. (웃음)

인래 : 제주에 사는 것에 관심 있으면 [랄라고고], [픽제주] 가 생각나면 좋겠어요.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다른 인터뷰에서는 의미보다 재미를 추구한다고 하셨는데, 하고 계신 일에 계속 의미를 부여하고 계세요. 

인래 : 의미로 이 사업을 시작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사회적기업을 하는 게 맞아요.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거예요. ‘우리는 좋은 일 하고 있어’, ‘의미 있는 일 하고 있어’ 이런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그 모든 의미를 소비자들이 몰라도 우리 콘텐츠를 선택할 정도로 재밌고 퀄리티가 보장되어야 해요.

 

너무 공감되는 이야기입니다.

인래 : 제가 추구하는 재미는 우리만 재미있는 게 아니라 모두가 공감하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특히, 우리는 예술을 하는 게 아니라 사업을 하는 것이니까요. 소비자들이 우리 콘텐츠를 읽고 재밌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계속 ‘재미’의 가치를 강조하는 이유는 ‘의미’만 찾으면 아무도 보지 않는데 혼자만 떠들고 있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대중들에게 제대로 ‘의미’를 전달하려면 되려 ‘의미’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콘텐츠에 20% 정도의 의미와 80%의 재미를 담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읽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아무리 의미 있는 콘텐츠라도 의미가 없어요.

 

근데 또 재미라는 감각이 상대적이잖아요.

인래 : 그래서 지금 대중들이 좋아하는 트렌드를 계속 체크하고 있어요. 서로 피드백을 줄 때도 솔직하게 주려고 애쓰고요. 아이디어를 냈을 때 팀원들이 별 반응이 없으면 바로 넘어가요. (웃음) 재미라는 건 즉각적이거든요. 그래서 팀원들한테도 피드백을 줄 때 심사숙고하지 말고 바로바로 생각나는 말을 하자고 이야기해요. 처음에 딱 아이디어를 들었을 때 좋다, 후지다, 재밌겠다. 바로 떠올린 반응이 진짜라고 봐요.

 

마지막으로 인래님이 개인적으로 제주에서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일지 여쭤보고 싶어요.

인래 : 제가 다양한 분야에 얕고 넓게 관심이 많아요.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에 가깝죠. 그러다 보니 사업의 수익성을 떠나 제주의 다양한 가치를 엮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제주의 매력이 지금은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게 아쉬울 때도 있는데요. 이런 매력들을 엮어서 큰 시너지를 나게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래서 다양한 제주라는 지역이 정말 다양한 매력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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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며,

조인래 대표는 자신이 매혹된 제주의 매력과 가치를 진심으로 온 누리에 전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깊이 관찰하고 진심으로 모두에게 널리 알리는 일은 기획자가 가져야 할 최고의 미덕일 겁니다. 종이잡지클럽에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고, 알리고 있는 분들이 정말 많이 오시는데요. 그 어떤 전략과 기술보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진심과 그 진심을 닿게 하기 위한 노력이 아닐지 생각을 해봅니다.

 

종이잡지클럽 제주는 조인래 대표를 떠올리며 두 권의 잡지를 선물로 드렸습니다.

 

종이잡지클럽 제주가 선물한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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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3호 - WAKE UP

스탠딩 에그와 hep. 이 함께 만들고 있는 플레이리스트 매거진 ‘BGM’ 은 매 호마다 하나의 키워드를 정해 키워드에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와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은 잡지입니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 조인래 대표의 일상을 깨우는 플레이리스트를 발견하시라는 마음으로 BGM 3호- WAKE UP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a7f80b89e1391.jpeg감각서울 1호 - 한강

[감각서울] 매거진은 서울시에서 만든 트렌디한 도시 잡지입니다. 매 호마다 서울이란 도시의 매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감각하고 소개하는 잡지입니다. 하나의 지역에 큰 애정을 갖고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하고 감각하는 [랄라고고]의 콘텐츠와 무척 닮아 있다는 생각으로 선물 드렸습니다.


글, 사진 : 종이잡지클럽

사진 제공 : 랄라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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