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JUWA-ing]콜렉티브 임팩트, 제주와 경기가 함께 짜는 협력의 지도

콜렉티브 임팩트, 

제주와 경기가 함께 짜는 협력의 지도

2025 제주–경기 소셜 인사이트 트립 현장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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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제주 사회적경제조직과 관계자 15명이 이틀 동안 경기도 현장을 찾았습니다. ‘제주–경기 교류협력 네트워킹 소셜 인사이트 트립’이라는 이름의 이번 일정은, 단순한 견학이 아니라 경기도에서 축적된 협력의 방식을 직접 보고 듣고, 제주에서 이어 갈 다음 질문을 찾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콜렉티브 임팩트는 한 조직이 혼자서는 풀기 어려운 사회 문제를 두고, 여러 주체가 같은 목표를 공유하며 역할을 나누는 협력 방식입니다. 사회적경제 조직뿐 아니라 공공, 기업, 대학, 비영리 기관이 문제 정의 단계부터 함께 참여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기여하되 성과는 공동의 지표로 확인합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가 아니라, 이 협력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전체 과정을 조율하는 백본 조직이 중심에 선다는 점입니다.


이번 트립에서는 경기도사회적경제원, 브라더스키퍼,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일죽목욕탕 사례를 차례로 만났습니다. 공공과 기업, 사회적경제가 함께 문제를 풀어 가는 여러 장면을 따라가며, 제주가 무엇을 가져오고 어떤 방식으로 협력의 구조를 설계해 갈 수 있을지 살펴본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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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사회적경제원 

- 연대와 협력을 구조로 만드는 언어

트립의 첫 일정은 수원시에 있는 경기도사회적경제원 방문이었습니다. 경기도 내 사회적경제조직과 기업, 공공을 잇는 중간지원 조직인 이곳에서, 제주 방문단은 콜렉티브 임팩트와 사회환경문제 해결 사업의 전체 구조를 들었습니다. 한 조직이 감당하기 어려운 의제를 어떻게 함께 정의하고, 어떤 방식으로 역할을 나누며, 공공과 기업을 어디까지 끌어들이는지가 핵심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반복된 말은 단순했습니다. 의제와 지표, 역할 분담, 지속적인 소통, 그리고 이 과정을 조율하는 백본 조직. 협력을 감각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로 다루기 위한 최소 조건들이었습니다.


사회환경문제 해결 사업은 의제 발굴, 협력 체계 구축, 실행의 세 단계로 진행됩니다. 3년 동안 400건이 넘는 의제가 모였고, 이 가운데 협력 구조를 갖춘 프로젝트는 100여 개로 이어졌습니다. 약 4분의 3은 지원이 끝난 뒤에도 각 조직의 본업 안에서 사업을 이어 갔다고 합니다. 반대로 멈춘 사례도 분명했습니다. 조직의 미션과 본업에 연결되지 않은 상태로 프로젝트형으로만 설계된 경우였습니다. 이 기준은 제주 방문단에게도 또렷하게 남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원의 규모가 아니라, 각 조직의 본업과 실제로 이어지는 사업 설계였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제주처럼 규모가 작은 지역에서도 이런 방식이 가능하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은 순서가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먼저 “지금 이 지역에서 함께 풀어보고 싶은 문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고, 그 이야기를 반복해서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출발점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그 다음 단계는, 그 문제를 두고 각 조직이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과 부족한 지점을 서로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대학이나 공공, 기업 같은 외부 주체를 초대했을 때, 각자가 어떤 역할로 참여할 수 있을지가 보인다는 것입니다. 작은 지역일수록 “어디서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를 먼저 묻기보다, “우리가 함께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정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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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스키퍼

- 자립준비청년의 일자리, 속도를 맞추는 설계

두 번째 일정은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 방문이었습니다. 자립준비청년 당사자가 창업한 조직에서, 일자리 실험과 그 이면의 고민을 들었습니다. 이곳에서 들은 이야기는 수치와 자료 설명보다, 자립준비청년들이 실제로 겪는 하루의 현실에서 출발했습니다. 보호가 끝나는 순간 이름이 바뀌고, 지원이 끊긴 채 홀로 서야 하는 현실이 이어졌습니다. 브라더스키퍼는 일자리와 함께 경제교육과 부채 정리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들이 일자리에 주목한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연계로 보내도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불안정한 일로 흩어지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습니다. “우리가 직접 일자리를 만들자.” 후원보다 계약을, 기부보다 함께 할 일을 요청하는 태도는 그 선택의 연장선이었습니다.


브라더스키퍼의 시작은 식물 기반 조경과 벽면 녹화였습니다. 그러나 경기 침체와 함께 기업들이 플랜테리어 예산을 줄이면서 한계도 분명해졌습니다. 조경 하나만으로는 고정 인력을 많이 두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이 고민 끝에 열린 실험이 편의점 사업이었습니다.


코리아세븐의 제안,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연결, 브라더스키퍼의 실행이 맞물리며 ‘청년 그린 편의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매장 한쪽에는 브라더스키퍼의 식물 매대가 들어섰고, 사회적경제 상품이 편의점 유통망으로 들어가는 실험도 함께 시작됐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은 질문이 이어진 지점은 이 사업의 의미였습니다. 편의점은 발판일까, 종착일까. 김한나 대표는 자립준비청년 안에서도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고 설명했습니다. 창업까지 꿈꾸는 청년이 있는가 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안전한 일터부터 필요한 청년도 많습니다. 그래서 편의점은 누군가에게는 창업으로 가는 경험이고, 누군가에게는 일을 해보고 사람을 만나며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방향을 찾는 첫 번째 자리입니다.


“두세 배 더 천천히 가르쳐 보자”는 결정으로 시작된 사례도 소개됐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속도를 맞추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사실, 그리고 사회가 그 속도를 기다려주지 않는 현실 속에서 이런 일터가 다시 사회와 연결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남았습니다.


이 사례는 또 하나를 보여주었습니다. 콜렉티브 임팩트는 구조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사업은 코리아세븐의 한 실무자가 브라더스키퍼를 발견하고, 2년 가까이 관계를 이어오며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담당자가 이동한 뒤에도 개인이 붙들고 이어 왔다는 설명은, 다자 협업에서 구조와 사람의 무게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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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 일죽목욕탕, 공간을 돌봄의 거점으로 바꾸는 방식

다음 날 오전, 방문단은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찾았습니다. 이곳에서 소개받은 일죽목욕탕 사례는, 낡은 공공목욕탕을 어떻게 다시 쓰느냐는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문장은 분명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목욕탕. 이 문장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여러 주체가 같은 방향을 공유하기 위한 기준으로 작동했습니다.


이 기준을 중심에 두고 구조를 설계한 곳이 경기도사회적경제원입니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은 이 목욕탕을 단순한 시설 개선 사업이 아니라, 지역의 돌봄 문제를 여러 주체가 함께 풀어가는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로 정의하고, 협력 구조의 큰 틀을 만들었습니다. 그 틀 안에서 각 주체의 역할이 나뉘었습니다. 공간을 안전하게 바꾸는 일은 이노션이 맡았습니다. 고령 이용자가 많은 공간이라는 점을 전제로, 동선과 시야, 물 높이와 휴게 공간까지 사고를 줄이기 위한 설계를 담당했습니다. 돌봄의 내용은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책임졌습니다. 목욕 전후로 혈압과 심박을 확인하고, 건강 상태를 살피는 기본적인 검진, 생활 속 운동 프로그램과 주민 활동을 결합해 ‘목욕’이 건강 관리의 시작점이 되도록 설계했습니다. 취약계층이 실제로 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은 월드비전이 맡아 목욕 바우처를 연계했고, 행정복지센터는 주민 조직화와 현장 행정 지원을 통해 지역 안에서 이 구조가 작동하도록 뒷받침했습니다. 안성시는 예산과 행정 협력을 통해 공공의 책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처럼 각자의 역할은 흩어져 있었지만, ‘가장 안전한 목욕탕’이라는 기준 아래 하나의 구조로 묶였습니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은 이 과정을 조율하며, 단체 간 역할이 겹치거나 빠지지 않도록 전체 흐름을 관리했습니다. 공간 개선, 돌봄 설계, 이용 접근성, 행정 지원이 따로 움직이지 않고 한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협동조합이 특히 강조한 것은 하드웨어보다 사람이었습니다. 초고령 지역인 일죽면에서 목욕탕은 여전히 중요한 생활 공간이지만 사고 위험도 큽니다. 그래서 안전 설계와 함께, 입구에서 혈압과 심박을 확인하며 자신의 몸 상태를 인지하도록 돕는 장치가 마련됐습니다.


더 중요한 변화는 주민 조직에서 일어났습니다. ‘일죽동친’이라는 건강 리더들이 생겼고, 이들은 목욕탕 입구에서 안내와 체크를 돕고, 경로당 운동 프로그램과도 연결됐습니다. 이 일은 노인 일자리와 결합돼 단순 관리가 아니라 ‘목욕탕을 안전하게 만드는 사람들’로 서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이 흐름을 두고, 목욕과 경로당, 의료기관, 노인 일자리, 주민 조직이 한 선으로 이어지는 ‘일상 돌봄의 회로’라고 설명했습니다.


질의응답에서는 지속 가능성이 가장 많이 언급됐습니다. 이용자는 많지만 수익은 크지 않은 공공목욕탕을 누가 책임지고 운영할 것인지, 행정이 물러난 뒤에도 이 공간의 공공성을 어떻게 지켜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현재의 운영 구조가 아직 완성된 모델은 아니라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다만, 당장 답을 정해 두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사람을 모으고 관계를 만들어 두는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언젠가 마을기업이나 사회적경제 조직이 이 공간을 맡게 될 가능성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열어 두고 싶다는 말로 이야기는 마무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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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에 참여한 대표들의 메모에서 겹친 문장들

세 곳의 현장을 돌아본 뒤, 참여자들은 짧은 메모를 남겼습니다. 분야는 달랐지만, 반복해서 등장한 단어들이 있었습니다. 협업, 중장기, 판, 매칭, 더 큰 시장, 본업, 의제.


제주마미 김정옥 대표는 경기도의 장기 기획 구조를 보며, 제주에 맞는 콜렉티브 임팩트를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사회적경제 조직끼리 매출과 역량을 키우는 매칭이 필요하고, 협업이 계속 나오도록 판을 깔아주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리블랭크 채수경 대표는 단순 지원금이 아니라 협력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설계된 기금 구조가 인상 깊었다고 했습니다. 제주에서도 이해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방식의 실험이 필요하며, 한 사례만이라도 분명한 성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희망나래 장민기 원장은 대기업 자원과 사회문제를 연결하는 방식, 그리고 브라더스키퍼의 미션이 취업과 창업 지원으로 구체화된 지점을 특히 인상 깊게 보았다고 했습니다.


함께하는그날협동조합 이경미 대표는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이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공공과 민간, 사회적경제를 잇는 구조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지역 간 교류 사업의 확장 가능성도 함께 언급했습니다.


일배움터 오영순 대표는 브라더스키퍼의 벽면 녹화 사업을 보며, 제주 작은 조직들이 더 큰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여러 기업을 함께 묶어 주는 중개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라온 김명열 이사장은 의제를 찾는 일 자체가 가장 어렵다고 짚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조직들이 지역 문제를 함께 발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남겼습니다.


품에 정유경 대표는 브라더스키퍼의 고용 구조를 보며, 단기 공모가 아니라 몇 년을 내다보고 함께 성장하는 중장기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고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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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트립에서 보인 것은 완성된 모델이라기보다, 계속 수정되는 협력의 지도였습니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에서는 연대와 협력을 구조로 만드는 언어를 보았고, 브라더스키퍼에서는 한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일자리가 결국 속도를 맞추는 설계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사례에서는 공간을 고치는 일이 관계를 만드는 일로 이어져야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제주로 돌아온 메모들에는 공통된 순서가 남았습니다. 먼저 의제를 세우고, 자주 만나는 자리를 만들고, 역할과 자원을 정리한 뒤에 바깥 자원을 붙이는 것. 그리고 지원이 끝난 뒤에도 남기 위해서는, 각 조직의 본업과 미션에 붙는 설계가 먼저라는 기준입니다.


경기에서 본 협력의 지도는 지표나 제도만으로 그려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조정하며 쌓아 올린 흔적에 가까웠습니다. 제주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다시 시작될 것입니다. 어떤 문제를 함께 풀어볼 것인지, 그 문제를 두고 누구를 같은 테이블에 부를 것인지, 그리고 그 협력이 끝난 뒤에도 남도록 어떤 구조를 설계할 것인지. 이번 트립은 그 질문을 제주로 가져오는 과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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