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주민을 돌보다, 이플 협동조합
김대식, 청소와 집수리 그리고 주민기술학교로 쌓아 올린 이플의 실험

“마을기업은 '우리 모두의 일'을 함께 만들어가는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본에는 협동과 봉사라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누구 한 사람의 판단이 아니라 함께 논의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해요.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기술이나 경험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지만, 관계가 깨지면 조직이 오래가기 어렵거든요. 물론 중간에서는 누군가 조금 더 책임을 지거나, 한 걸음 더 움직여야 하는 순간도 있어요. 그럴 때는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서로가 그 마음을 이해해주는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저는 이렇게 관계와 일의 결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조직,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함께 책임을 나누는 조직이 오래 가는 좋은 마을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플 협동조합 이사 김대식
짧게 일하고 싶다는 주민들의 요구와, 일상의 빈틈을 돌보는 기술이 만나자 새로운 작업들이 하나둘 만들어졌습니다. 에어컨 청소와 매트리스 청소, 입주 청소 같은 생활 청소부터 방역, 방충망 교체와 문고리 수리 같은 간단한 집수리까지. 이플 협동조합은 도남동을 기반으로 ‘주민이 주민을 돌본다’는 미션을 내걸고, 단시간 일자리와 주거 편의를 연결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움이 일로 이어지도록 주민기술학교를 열었고, 조합원 중심의 운영 원칙을 지키며 민간 매출 기반의 자립 모델을 단단히 다져 왔습니다. 김대식 이사님의 말처럼, 이플은 “한 번에 뚝딱 만들어진 게 아니라” 주민들의 목소리를 붙잡고 오래 준비해 온 작은 실험이었습니다. |
단시간 근로의 필요에서 시작된 일
이플의 출발점은 거창한 비전보다 생활 속 요구였습니다. 지역에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르신도 있고 50대 중반에 퇴직한 분도 있는데 공통된 질문이 반복됐다고 합니다. “하루 종일은 힘들고 단시간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은 없을까” 같은 말들이었습니다. 김대식 이사님은 3시간에서 6시간 정도의 짧은 근로 욕구가 생각보다 높았다고 말합니다. 이플이 하고자 했던 주거 편의 일이 바로 그 형태와 맞닿아 있었고, 팀은 주민들과 이야기를 이어가며 준비를 1년 넘게 쌓았습니다. 서울로 벤치마킹을 다녀오고 여러 사례를 살피며, 제주에서 가능한 모양으로 다시 설계해 온 시간입니다.

협동조합을 택한 이유, 사람을 중심에 두기 위해
이플이 협동조합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보기 때문입니다. 김대식 이사님은 “모든 일을 혼자 할 수 없다고 보거든요”라고 말합니다. 여럿이 힘을 모아야 빠르게 성장할 수 있고, 서로에게 의지가 되며 일할 수 있다는 믿음이 이 조직의 형태를 결정했습니다. 물론 여러 사람이 함께하면 불편한 순간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플은 그 단점을 피하기보다 운영 규칙과 대화 방식으로 다뤄 왔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얼굴을 맞대고 논의하고, 의견이 달라도 사람에게 상처 되는 말은 하지 말자는 기준을 먼저 세우는 방식입니다. 일의 기술보다 관계의 결을 먼저 지키는 조직이라는 인상이 남습니다.
서울에서 본 모델과 제주에서 들은 목소리가 겹쳐질 때
서울에서 사회적경제 일을 하던 시절, 김대식 이사님은 돌봄과 주거, 일자리 분야 실무자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에서 주거 편의 사업이라는 모델을 처음 접했습니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 특히 인상 깊게 남았다고 합니다. 2017년 무렵, 서울에서 돌봄 관련 사업이 시범 운영을 넘어 점차 확장되는 흐름을 지켜보며 이 모델이 단발성이 아니라는 확신도 쌓였습니다. 이후 제주에 내려와 지역 주민들을 만나기 시작했을 때, 그는 낯설지 않은 말을 반복해서 듣게 됩니다. “장시간은 어렵고, 짧게라도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순간, 서울에서 보았던 주거 편의 모델이 자연스럽게 겹쳐 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똑같이 베끼지는 말고, 제주에 맞게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보자”는 결심으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청소와 방역 같은 기술 교육을 받기 위해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하나씩 익혔고, 외부에서 본 구조를 지역의 현실에 맞게 다시 짜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서울에서 본 모델과 제주에서 들은 목소리가 만나는 지점에서, 이플의 형태도 점차 구체화되었습니다.
주민기술학교, 배움이 일로 이어지는 통로
이플의 특징은 ‘일감’만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을 하려면 기술이 필요하고, 기술을 배우려면 실제로 해볼 수 있는 현장이 필요합니다. 이 연결을 만들기 위해 주민기술학교가 등장했습니다. 김대식 이사님은 주민기술학교가 단순한 교육으로 끝나지 않도록 설계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광역치매센터와 협약한 현장에 교육 수료생 2명을 함께 투입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단체 채팅방에 “오전 9시 반부터 12시 반까지 시간 되시는 분”을 올리자 바로 신청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이 장면은 교육과 단시간 일자리가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주민기술학교는 주민에게는 기술과 경험이 되고, 이플에게는 함께 일할 사람을 넓히는 통로가 되며, 지역에는 생활 문제를 해결할 손이 늘어나는 구조를 만듭니다. 김대식 이사님 표현처럼 “서로 다 좋은, 말 그대로 윈윈 구조”가 되는 지점입니다.

공공 보조금보다 민간 매출, 자립을 먼저 세우는 선택
이플은 마을기업으로 선정됐지만, 운영의 중심에는 처음부터 민간 매출이 있었습니다. 공공 지원이 있으면 시도할 수 있는 폭은 넓어지지만, 그 지원이 전제가 되는 구조는 오래가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지원이 끊기는 순간 조직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플은 공공 지원을 ‘필요할 때 더해지는 도움’으로 두고, 먼저 민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판로를 확보하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이 선택은 또 다른 과제를 분명하게 드러냈습니다. 단시간 일자리를 원하는 주민은 많은데, 일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 기대가 오히려 부담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김대식 이사님은 결국 “판로를 더 넓히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현장 요청이 올라오면 바로 신청이 이어지는 반응은, 이플이 지역 안에서 이미 필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일을 확장하는 것과 관계를 지키는 것 사이에서
이플은 앞으로 공공 영역에도 조금씩 접근해 보려 합니다. 민간에서 쌓은 힘을 바탕으로 돌봄과 연결된 공공 사업까지 확장해보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직이 무엇이든 키우는 방식으로만 가려는 것은 아닙니다. 협동조합이라는 형태를 유지하려면, 내부 관계의 결을 지키는 일이 같은 무게로 따라옵니다. 의견이 갈릴 때는 다수결만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충분히 듣고 절충하는 과정을 거치고, 어떤 안건은 한 사람의 방향을 중심으로 한 번 따라가 보기도 합니다. 이플은 결과보다 과정을 남기는 방식을 선택해 왔습니다. 기술은 익숙해질 수 있어도 관계가 깨지면 오래가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주민의 시간과 기술이 마을의 필요와 만나는 자리에, 이플은 오늘도 일을 하나씩 만들어 둡니다. 그리고 그 일이, 다음 사람의 하루를 조금 덜 불편하게 만들기를 바랍니다.
주민이 주민을 돌보다, 이플 협동조합
김대식, 청소와 집수리 그리고 주민기술학교로 쌓아 올린 이플의 실험
- 청소팀: 에어컨 청소, 매트리스 청소, 입주 청소, 계단 청소, 건물 청소
- 방역팀: 해충 방제와 바이러스 살균 소독
- 집수리팀: 방충망, 문고리, 안전바 설치, 세면대와 수전, 변기 등 간단한 집수리
- 판매사업팀: 폭염 대비 물품, 위생·안전 용품, 방역·청소 용품 판매
- 교육사업팀: 주민기술학교를 통한 기술 교육과 일자리 연계 사업
짧게 일하고 싶다는 주민들의 요구와, 일상의 빈틈을 돌보는 기술이 만나자 새로운 작업들이 하나둘 만들어졌습니다. 에어컨 청소와 매트리스 청소, 입주 청소 같은 생활 청소부터 방역, 방충망 교체와 문고리 수리 같은 간단한 집수리까지. 이플 협동조합은 도남동을 기반으로 ‘주민이 주민을 돌본다’는 미션을 내걸고, 단시간 일자리와 주거 편의를 연결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움이 일로 이어지도록 주민기술학교를 열었고, 조합원 중심의 운영 원칙을 지키며 민간 매출 기반의 자립 모델을 단단히 다져 왔습니다. 김대식 이사님의 말처럼, 이플은 “한 번에 뚝딱 만들어진 게 아니라” 주민들의 목소리를 붙잡고 오래 준비해 온 작은 실험이었습니다.
단시간 근로의 필요에서 시작된 일
이플의 출발점은 거창한 비전보다 생활 속 요구였습니다. 지역에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르신도 있고 50대 중반에 퇴직한 분도 있는데 공통된 질문이 반복됐다고 합니다. “하루 종일은 힘들고 단시간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은 없을까” 같은 말들이었습니다. 김대식 이사님은 3시간에서 6시간 정도의 짧은 근로 욕구가 생각보다 높았다고 말합니다. 이플이 하고자 했던 주거 편의 일이 바로 그 형태와 맞닿아 있었고, 팀은 주민들과 이야기를 이어가며 준비를 1년 넘게 쌓았습니다. 서울로 벤치마킹을 다녀오고 여러 사례를 살피며, 제주에서 가능한 모양으로 다시 설계해 온 시간입니다.

협동조합을 택한 이유, 사람을 중심에 두기 위해
이플이 협동조합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보기 때문입니다. 김대식 이사님은 “모든 일을 혼자 할 수 없다고 보거든요”라고 말합니다. 여럿이 힘을 모아야 빠르게 성장할 수 있고, 서로에게 의지가 되며 일할 수 있다는 믿음이 이 조직의 형태를 결정했습니다. 물론 여러 사람이 함께하면 불편한 순간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플은 그 단점을 피하기보다 운영 규칙과 대화 방식으로 다뤄 왔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얼굴을 맞대고 논의하고, 의견이 달라도 사람에게 상처 되는 말은 하지 말자는 기준을 먼저 세우는 방식입니다. 일의 기술보다 관계의 결을 먼저 지키는 조직이라는 인상이 남습니다.
서울에서 본 모델과 제주에서 들은 목소리가 겹쳐질 때
서울에서 사회적경제 일을 하던 시절, 김대식 이사님은 돌봄과 주거, 일자리 분야 실무자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에서 주거 편의 사업이라는 모델을 처음 접했습니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 특히 인상 깊게 남았다고 합니다. 2017년 무렵, 서울에서 돌봄 관련 사업이 시범 운영을 넘어 점차 확장되는 흐름을 지켜보며 이 모델이 단발성이 아니라는 확신도 쌓였습니다. 이후 제주에 내려와 지역 주민들을 만나기 시작했을 때, 그는 낯설지 않은 말을 반복해서 듣게 됩니다. “장시간은 어렵고, 짧게라도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순간, 서울에서 보았던 주거 편의 모델이 자연스럽게 겹쳐 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똑같이 베끼지는 말고, 제주에 맞게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보자”는 결심으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청소와 방역 같은 기술 교육을 받기 위해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하나씩 익혔고, 외부에서 본 구조를 지역의 현실에 맞게 다시 짜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서울에서 본 모델과 제주에서 들은 목소리가 만나는 지점에서, 이플의 형태도 점차 구체화되었습니다.
주민기술학교, 배움이 일로 이어지는 통로
이플의 특징은 ‘일감’만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을 하려면 기술이 필요하고, 기술을 배우려면 실제로 해볼 수 있는 현장이 필요합니다. 이 연결을 만들기 위해 주민기술학교가 등장했습니다. 김대식 이사님은 주민기술학교가 단순한 교육으로 끝나지 않도록 설계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광역치매센터와 협약한 현장에 교육 수료생 2명을 함께 투입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단체 채팅방에 “오전 9시 반부터 12시 반까지 시간 되시는 분”을 올리자 바로 신청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이 장면은 교육과 단시간 일자리가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주민기술학교는 주민에게는 기술과 경험이 되고, 이플에게는 함께 일할 사람을 넓히는 통로가 되며, 지역에는 생활 문제를 해결할 손이 늘어나는 구조를 만듭니다. 김대식 이사님 표현처럼 “서로 다 좋은, 말 그대로 윈윈 구조”가 되는 지점입니다.
공공 보조금보다 민간 매출, 자립을 먼저 세우는 선택
이플은 마을기업으로 선정됐지만, 운영의 중심에는 처음부터 민간 매출이 있었습니다. 공공 지원이 있으면 시도할 수 있는 폭은 넓어지지만, 그 지원이 전제가 되는 구조는 오래가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지원이 끊기는 순간 조직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플은 공공 지원을 ‘필요할 때 더해지는 도움’으로 두고, 먼저 민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판로를 확보하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이 선택은 또 다른 과제를 분명하게 드러냈습니다. 단시간 일자리를 원하는 주민은 많은데, 일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 기대가 오히려 부담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김대식 이사님은 결국 “판로를 더 넓히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현장 요청이 올라오면 바로 신청이 이어지는 반응은, 이플이 지역 안에서 이미 필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일을 확장하는 것과 관계를 지키는 것 사이에서
이플은 앞으로 공공 영역에도 조금씩 접근해 보려 합니다. 민간에서 쌓은 힘을 바탕으로 돌봄과 연결된 공공 사업까지 확장해보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직이 무엇이든 키우는 방식으로만 가려는 것은 아닙니다. 협동조합이라는 형태를 유지하려면, 내부 관계의 결을 지키는 일이 같은 무게로 따라옵니다. 의견이 갈릴 때는 다수결만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충분히 듣고 절충하는 과정을 거치고, 어떤 안건은 한 사람의 방향을 중심으로 한 번 따라가 보기도 합니다. 이플은 결과보다 과정을 남기는 방식을 선택해 왔습니다. 기술은 익숙해질 수 있어도 관계가 깨지면 오래가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주민의 시간과 기술이 마을의 필요와 만나는 자리에, 이플은 오늘도 일을 하나씩 만들어 둡니다. 그리고 그 일이, 다음 사람의 하루를 조금 덜 불편하게 만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