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JUWA-ing]유휴 공간에서 시작된 새로운 이야기, 섬이다

유휴 공간에서 시작된 새로운 이야기, 섬이다
김종현, 지역의 자원을 다시 읽는 방식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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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로컬이나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도 경쟁력을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이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어떻게 만들어낼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포인트는 세 가지예요. ‘‘지역 자원을 어떻게 새롭게 해석할 것인가’, ‘그 해석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어떻게 브랜드에 담을 것인가’, 그리고 ‘협력의 틀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이 세 가지를 꼭 고민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_유한회사 섬이다 대표 김종현



사계리에 들어서면 오래된 창고를 새롭게 연 산방휴게소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은 관광객이 잠시 스쳐 가던 마을에 생긴 ‘머무를 수 있는 지점’입니다. 이 공간을 만든 김종현 대표는 IT 기업에서 사회공헌과 로컬 프로젝트를 기획해 온 사람입니다. 그는 제주에서 한 가지 질문을 붙들어 왔습니다. 작은 공간 하나가 마을의 일상과 경제에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우유부단과 산방휴게소는 그 질문에 대한 서로 다른 답이자, 앞으로 이어질 시도의 출발점입니다. 섬이다는 지역의 문제를 자원으로 다시 읽고, 비즈니스와 공동체가 만나는 접점을 설계해 온 팀입니다.




유휴 공간이 아니라, 유휴 자원을 바라보다
섬이다의 출발점에는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있습니다. 김종현 대표는 비어 있는 장소만을 유휴 공간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미 존재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쓰이지 못하고 있는 자원 역시 유휴 자원이라고 해석합니다. 성이시돌목장 안에 자리한 우유부단은 그 관점이 구체화된 사례입니다. 목장은 이미 우유를 생산하고 있었지만, 그 우유가 체험과 소비로 확장되는 구조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상태를 새로운 비즈니스 가능성으로 보았습니다. “이미 좋은 자원이 있는데, 그게 다른 경험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을 때 기회가 생긴다고 봤습니다.” 우유부단은 생산지 안의 자원을 다른 방식으로 해석해 만든 브랜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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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를 지점이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한 산방휴게소
산방휴게소 역시 결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사계리 일대는 용머리해안, 사계해안, 송악산, 산방산으로 이어지는 제주에서도 손꼽히는 루트이지만, 정작 마을 안에는 머무를 지점이 없었습니다. 김종현 대표는 이 점을 가장 먼저 짚었습니다. “풍경은 보고 가는데, 마을 안에서 잠깐이라도 앉아 쉴 곳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산방휴게소의 기본 콘셉트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머무름’이었습니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드라이브를 하다가 들러 잠시 쉬고, 다시 길을 이어갈 수 있는 곳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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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와 공동체가 만나는 접점을 설계하다
산방휴게소는 여행객만을 위한 공간이 아닙니다. 지역 주민과의 관계 역시 중요한 기준이었습니다. 안덕면 주민 할인 제도를 운영하고, 마을의 공용 주차장과 동선을 공유하며 개방적인 구조를 유지했습니다. 김종현 대표는 이 공간이 특정 대상만을 위한 곳이 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냥 화장실만 들러도 되고, 아주 가볍게 들렀다 가도 되는 공간이었으면 했습니다.” 그 결과 산방휴게소는 관광과 일상, 외부와 내부가 겹치는 지점이 되었습니다. 이 접점에서 비즈니스는 공동체와 충돌하지 않고, 오히려 일상의 일부로 스며드는 방식을 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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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다움을 말하기보다, 제주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만들다
섬이다는 로컬 브랜드를 만든다는 말이 제주 자원을 쓰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동시에 제주 이야기를 억지로 덧붙이는 방식도 경계합니다. 중요한 것은 고객이 원하는 지점과 전하고 싶은 이야기 사이의 균형입니다. 산방휴게소의 버거 메뉴에는 이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용머리해안의 용 신화를 모티브로 한 ‘용심 버거’, 할머니의 손맛을 떠올리게 하는 ‘할망 버거’는 이름부터 제주 말과 이야기의 결을 담고 있습니다. 김종현 대표는 이 메뉴들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제주에 왔을 때만 먹어볼 수 있는 버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미국식 버거 형식을 빌리되, 안에는 제주 이야기와 한국적인 맛을 담는 방식이었습니다.


로컬 푸드는 의지보다 구조의 문제
산방휴게소는 흑보리 번, 제주 흑돼지 패티, 제주 레몬 음료 등 지역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그러나 김종현 대표는 로컬 푸드가 전면화되기 어려운 이유를 솔직하게 말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유통 구조입니다. 매장은 매일 안정적인 물량이 필요하고, 생산자는 대량 거래처를 선호합니다. 이 간극을 메울 중간 단계가 부족한 현실에서, 직거래는 제한적으로만 가능했습니다. 그는 그럼에도 멈추지 않습니다. “어렵다고 하지 않으면 아무 변화도 없잖아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시도를 이어가는 것이 섬이다의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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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점 하나에서, 다음 장면으로
섬이다는 한 번에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 하나의 공간을 먼저 제대로 안착시키는 방식을 택합니다. 우유부단이 그랬고, 산방휴게소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있습니다. 먼저 머무는 거점으로 자리를 잡고, 그 다음에 주변의 유휴 공간을 하나씩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직접 새로운 공간을 만들 수도 있고, 비슷한 일을 하려는 팀과 협업해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김종현 대표는 이 과정을 ‘연결’이라고 말합니다. 공간과 공간, 사람과 사람, 마을 안의 관계를 천천히 이어가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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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리의 오래된 창고는 지금 산방휴게소가 되었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잠시 머물다 다시 길을 걷습니다. 그 다음 장면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섬이다가 공간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통해 지역의 시간을 다시 엮고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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