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종이잡지클럽이 제주에서 만난 사람들, 1. [파란공장] 조남희 대표

제주에서 찾은 파란 꿈_

[파란공장] 조남희 대표는 서울에서 매일 같이 바쁘고 피곤한 삶을 살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와 인생의 가치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았다. 삶의 다음 선택은 무엇일까. 주변의 소란한 소음의 볼륨을 줄이고 자신에 대해 더 깊이 떠올릴 수 있는 두 번째 삶의 터전으로 조남희 대표는 제주 이주를 결심한다. 그렇게 제주만의 콘텐츠를 계속 발굴하고, 사람을 잇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파란공장] 이 시작됐다.


종이잡지클럽 제주에서 만나본 사람, 첫 번째. [파란공장] 조남희 대표


들어가며, 

종이잡지클럽 제주가 산지천 앞에 생긴지도 벌써 2년이 흘렀습니다. 여행지로만 떠올리던 제주를 일로 오가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을 아주 단편적인 것들로만 떠올릴 때가 많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구경할 게 무엇이 있는지, 먹을만한 건 무엇이 있는지를 중심으로 동선을 짜고, 일정을 계획했었지요.

 하지만 어느 지역이든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회를 바꾸려는 사람들이 있고, 좋은 영향력을 끼치려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그 사실을 제주에서 오래도록 시간을 보내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조금 더 시간을 내 관심있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것들입니다.

 앞으로 종이잡지클럽 제주는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함께 제주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봅니다. 바다와 하늘 곁에서 좀 더 나은 사회를 바라며 일하는 사람들, 마냥 좋아 보이는 겉모습 너머 고단하고 빼곡한 창업자들의 하루. 익숙한 터전을 벗어나 낯선 곳에서 자신의 손으로 새로운 일을 꾸리고, 시시각각 예상치 못한 일을 맞닥뜨리며 조금씩 성장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기록하려 합니다. 제주에서 한 발 먼저 용기를 내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이 지금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기쁜 마음으로 소개합니다. 




서울이 고향이신데 제주로 내려오신지 어느새 10년이 훌쩍 넘으셨어요.

남희 : 말씀해주신 것처럼 나고 자란 곳은 서울이에요. 직장생활을 쭉 하다가 2012년에 제주에 내려왔죠. 워낙 제주도를 좋아해서 정말 자주 여행을 왔었어요. 서울이 고향이어도 서울살이가 답답하게 느껴졌거든요. 심지어 제가 심각한 길치이기도 해서 몇 번씩 길을 잃거나, 길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사는 게 너무 피곤한 거예요.

지칠 때마다 제주를 들렀고 자연스럽게 제주에서 살아볼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제주에서는 막 복잡하게 버스나 지하철을 타지 않아도 되잖아요. (웃음) 그래서 그런지 제주에 올 때마다 숨통이 트이더라고요. 서울에 비해 주변의 소리도 작고, 어디를 가도 목적지까지 가야하는 길이 복잡하지 않아 자꾸 긴장하면서 지도를 확인할 시간에 저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었어요. 이 고민을 더 깊이 깊이 하고 나름의 답을 찾고 싶어 서른 세 살에 제주로 과감하게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십 년 넘은 제주에서의 삶, 만족하시나요? (웃음)

남희 : 물론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요. 그래도 만족하고 있어요. 특히, 제주에서는 뭐든 마음먹고,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지역 안의 많은 사람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도와주세요. 의지만 있다면 길이 알아서 열리는 느낌이랄까요.

 

제주에 내려오셔서 [파란공장] 을 창업하셨어요.

남희 : [파란공장]이 회사 이름이다 보니 정말 공장인 줄 아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웃음) 제가 좋아하는 색깔이 파란색 이기도 하고요. 파란을 일으키다의 ‘파란’ 이란 뜻도 포함되어 있어요. 제주의 푸른 바다와 하늘을 뜻하기도 하고요. 거기에 가치를 만든다는 의미에서 ‘공장’이 결합되어 [파란공장] 이란 이름을 붙이게 되었어요. [파란공장]은 로컬콘텐츠를 발굴해서 브랜드를 개발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제가 살기로 마음 먹은 곳이고 앞으로도 살고 있을 제주라는 지역이 갖고 있는 콘텐츠들이 정말 멋지고 좋았어요. 제가 매력을 느낀 여러 제주만의 콘텐츠가 사업이란 형태로 풀어내진 것 같아요. 제주의 매력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많은 사람들에게 [파란공장]만의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매력을 느낀 콘텐츠 중 하나를 짐작해보자면 ‘전통주’ 일 것 같습니다.

남희 : 하하.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에요. 근데 요즘 돌이켜보니, 결국 제가 좋아하는 두가지가 결합된 것이 전통주구나 싶기도 해요. 여러가지 이유를 갖다 붙여도 이제 와보니 제가 좋아하는 게 제주도와 술인거죠. 어쩌면 운명적인 것 같기도 해요. 

 술을 평소에도 좋아하는데 단순히 취하고 싶어서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한 잔을 마셔도 좀 더 좋은 거, 기분 좋아지는 거, 진짜 맛있어지는 거를 찾게 되요. 좋은 사람들과 마실 때도 기왕이면 ‘아무거나’ 가 아니라 ‘매력적인 것’ 으로 함께하면 좋잖아요. 그리고 그런 술이 뭘까 고민하고, 제주의 양조장들과 함께 만들어내고 있어요. 그게 점점 알려지고, 팔리고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이 맛있다, 멋지다 하니까 더 좋아지는 거죠.

신나서 말씀드렸지만 제가 아주 계획적이고 전략적인 이유보다는 본능적인 감을 따를 때가 많아요. 그런 이유도 있을 거에요. 그래서 나름의 성과도 거두고 있지만 사실 불모지의 영역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도전은 언제나 고난과 시련을 동반해요. 지금도 계속 도전하며 성장 중에 있습니다.

 

[전통주]를 선택한 다른 이유도 궁금합니다.

남희 : 지역을 활성화하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동력은 가지고 있지만 아직 덜 발견된 콘텐츠를 찾아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만드는 것이 [파란공장]의 소셜 미션이자 주요 업무 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전통주, 지역특산주에 주목하게 되었어요.

지역농산물을 원재료로 오롯이 담아 만들어지는 것이 지역특산주인 점, 일반적 가공식품에 비해 단가가 높아 고부가가치를 만드는 상품이라는 점, 아직 제주에서 주목받지 못한 아이템이라는 점 등등이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술을 만드는 재료가 다양한 제주의 농산물이 될 수 있고, 로컬 주류가 관광과 결합 면 단순히 제품 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 등 구상해볼 수 있는 부분이 많으니까요.

   

그럼 지금 [파란공장]이 전통주라는 콘텐츠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남희 : 우리만의 제품과 서비스로 기획되고 만들어져서 지역 고유의 콘텐츠가 되는 것, 그것을 담은 브랜드가 ‘제주한잔’ 이에요. 수십가지에 이르는 제주의 전통주를 알리는 전문 매장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제주한잔 한화리조트제주점과 제주한잔 메종글래드제주점 두 군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주에 있는 한화리조트와 매종글래드에서 다양한 제주 전통주를 보신 분도 있을 거에요. 


또 하나는, 제주 전통주 칵테일 체험을 비롯해서 양조장 탐방까지, 제주 전통주로 할 수 있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활동을 ‘제주한잔 술레길투어’ 로 기획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주 전통주 축제도 올해로 3회째 하고 있습니다. 제주한잔 우리술 페스티벌, 줄여서 ‘제술페’라고 하는데요. 올해에는 7월 20~ 21일 이호테우해수욕장에서 열릴 예정이에요. 제주의 다양한 전통주를 한자리에서 드실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제주전통주 칵테일 대회 등등 다양한 재미가 있는 축제로 만들고 있습니다. 제주의 사회적경제기업들도 현장에서 함께 할 거고요. [파란공장] 이나 제주에서 만들어지는 멋진 전통주가 궁금하다면 함께 참여해주세요.

  

                 

 

[파란공장]의 소셜미션과 지역 내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도 말씀주셨어요.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이유가 있나요. 

남희 : ‘왜 살아야하나’, ‘나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그런 고민과 생각을 어릴때부터 많이 했어요. 어릴 때도 떠올려보면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책보는 걸 훨씬 좋아하는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종교나 학문에서 인생의 목적이나 살아야되는 이유를 찾아보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청년 시절 소유하는 삶보다는 존재하는 삶을 살고 싶고,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삶을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마음먹게 되었어요. 이 생각이 제가 지금 자연스럽게 ‘사회적기업’을 해야겠다는 그릇이 된 것 같아요. 밑 그림 같은 거죠. 

물론 제도권이나 행정 혹은 대중 분들이 사회적기업에게 기대하고 바라는 것이나 갖고있는 이미지와 실제로 현장에서의 사회적기업의 현실은 차이가 꽤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것에 속상해하기보다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파란공장]이 하고 있는 일. 즉, 지역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지역의 콘텐츠를 찾아 더 알리고 조명하고, 잇는 일을 해나갈 거에요. 

분명 시간이 흐르면 사회적기업이 어떤 정형화된 틀과 개념 안에서 계속되기보다는 사회 전반에서 사업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을 일컫는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파란공장]이 앞으로 어떤 기업으로 정의되거나 기억되었으면 하시나요

남희 : [파란공장]의 본질은 소규모 생산자들과 협업을 통해 상생하고 시너지를 내는 것일 거에요. 앞으로도 이런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고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는, 저희 이름 그대로 사회적기업의 정의에 대해 ‘파란’을 일으키면 좋겠어요. 이런 사회적기업도 있네. 특이하다. 사람들이 [파란공장]을 보면 이렇게 사회적 가치를 알릴 수도 있구나 하고 신기해하고 놀라워하면 좋겠어요.

 저희는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도 아니고, 취약계층 고용을 많이 하는 기업도 아니에요. 하지만 다양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전파하는 사회적기업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롤 모델이 되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저희같은 창의혁신형 사회적기업이 세상에 더 늘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더 나아가 꼭 ‘사회적기업’이 아니더라도 여러 사업영역에서 다양한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들이 제주에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나오며,

조남희 대표와 인터뷰를 마치고 세상의 정의에 수긍하기보다 끊임없이 나만의 이유를 찾아내고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개척하는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세상이 복잡해질 수록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와 이야기에 휘둘릴 때가 많습니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옳은 지, 이 끝에 가면 무엇이 나올지 걱정되기도 하지요.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이 무조건적인 자신감과 확신을 가지고 가지는 않을 겁니다. 때로는 불안하고 두려울 때도 분명 있겠지요. 그럼에도 그런 불안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존재 이유를 자신의 손으로 쓰려 하는 사람.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매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조남희 대표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이잡지클럽 제주는 조남희 대표가 애정하는 ‘지역’과 ‘술’ 을 떠올리며 두 권의 잡지를 선물로 드렸습니다. 

 

종이잡지클럽 제주가 선물한 잡지 

                                   

고을 1호 - 경주

매 호마다 하나의 지역을 정해 그 지역의 다양한 식문화를 전하는 잡지 [고을]입니다.

창간호인 ‘경주’는 경주를 오랫동안 지키며 전통의 식문화를 이어가는 사람들과, 새롭게 터를 잡고 신선한 파란을 일으키는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경주를 그리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조남희 대표가 제주에 사회적, 경제적으로 긍정적이고 새로운 ‘파란’을 일으키시기를. 그리고 모두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제주를 이어가는 콘텐츠를 더 알리고 사람들을 이어가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드렸습니다.

 


                           


매거진 B #9 화요

[B]는 균형 잡힌 브랜드를 한 호에 하나씩 소개하는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입니다. 요즘은 잘 모르는 브랜드도 [B]에 소개되면 다시 조명되거나, 새롭게 알려져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도 합니다. 특히, 9호에 다뤄진 화요는 지금까지 도시를 제외하고 다뤄진 브랜드 중 유일하게 국내 브랜드이기도 하지요. [파란공장]이 발굴할 또 제주의 수많은 콘텐츠가 많은 분들에게 더 널리 알려져 소규모 생산자들에게는 든든한 플랫폼이 되고, [파란공장]도 시너지가 나는 브랜드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선물 드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심한 감기 몸살임에도 최선을 다해 인터뷰 해주신 조남희 대표님께 감사하다는 말씀도 함께 전합니다.

글, 편집 - 김민성 종이잡지클럽 대표

사진 - 김소영 종이잡지클럽 제주 매니저 

사진 제공 - 파란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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