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에디터]나의 사회적기업 제품 체험기 (4) - 착한 여행이 지속가능한 삶을 만든다

"김녕이요." 택시를 타면 기사님들이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혹은 50대이상 제주 찐토백이들을 만나면 듣는말. "김녕살아? 어우, 거기 사람들 많이 드셀건디."

 김녕에 살기 전 북촌에 살때는 모두 조심스럽게 4.3에 대해 물어오셨다. 이주민이라고 하면 그제야, 아~ 하며 편한 표정을 했다.


 내가 사는 마을을 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여행할 마을을 안다는 것은 요즘 내게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되었다.

 

제주에 살면 살수록 마을마다 각기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제주를 한 번이라도 와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제주는 '크다'. 다들 이렇게 제주가 큰 지 몰랐다고 한다. 그만큼 지역마다 땅도 기후도 다 다르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기후위기로 날씨를 가늠할 수 없어졌지만 제주 날씨는 원래부터 가늠할 수가 없었다. 어느 동네는 맑고 또 다른 동네는 비가 오고 바람이 세차게 분다. 바로 옆 동네만 해도 날씨가 완전히 다르니 종잡을 수가 없다. 오죽하면 말 머리랑 말 꼬리가 날씨가 다르다는 제주 속담도 있을까.

 

제주는 한라산을 기점으로 매일 다른 날씨만큼이나 그 지역의 기후 차이도 크다. 그런 환경에 적응하며 살던 각각의 삶의 모습도 다르다. 환경론자까지는 아니지만, 도시와 비교해서 여전히 예전의 풍습이나 고유의 문화가 많이 남아 있는 곳이 제주이다.

 

나의 사회적경제기업 제품 체험기 (4) 착한 여행이 지속 가능한 삶을 만든다

여행지 '제주'에 사는 이도민이 추천하는 공정 여행 그리고 착한 여행사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이제 여행이란 것이 전혀 특별하게 생각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코로나19가 끝나고 사람들은 그간의 보상을 받으려는듯이 더 많은 여행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한산하던 버스 출퇴근 길은 관광객의 캐리어로 발디딜틈이 없어졌다. 렌트카가 모자라서 버스 여행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국가별로 여행 방식의 차이라고도 한다. 생각해보면 대중교통 이용이 늘어나서 친환경적인 여행이지만 출퇴근을 해야하는 나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김녕에 산지 3년차, 그 사이에 김녕은 많이도 변했다. 사실 김녕뿐만 아니라 제주 전역에서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곳은 찾기 힘들다. 5년 전 입도했을 때와, 처음 한달 살이, 두달 살이를 하던 때의 모습이 어렴풋할 정도이다. 10년 이상 사신 분들은 더 크게 체감하고, 제주 토박이들이야 말로 다 못한다. 나도 관광객이었지만 제주가 삶의 터전이 되고 나니 보이는 것들이 다르다.

 

내가 살고있는 김녕리 마을


뭔가가 보이기 시작하면 관심을 갖게 되고,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들이 있다. 2000년대 이후 급증한 관광객으로 제주는 곶자왈을 비롯한 자연환경 파괴와 함께 상하수도 시설 부족과 지하수 오염, 생활쓰레기 증가, 대기오염, 교통난 등 심각한 환경문제를 겪고 있다. 내가 아끼던 공간과 지역이 쓰레기로 덮여있고, 나무와 땅이 훼손되어 있으면 속상하다가 화가 난다. 그건 내가 사는 곳이 아니더라도 그런 것을 보면 화가나는데 내 공간이면 어떨까?  

 코로나가 끝나고 관광 수입이 경제활동을 대부분이었던 유럽의 소도시들은 이제 더이상 관광객을 받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사람이 찾아오지 않으니 마을이 깨끗해지고 마을 사람들끼리의 관계도 유연해졌다. 관광수입이 아니라도 먹고 사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고,  더이상 경쟁하지 않아도 되었다.

  

내 삶에 필요했던 '공정 여행'

 

이십대 초반 독립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여행이었다. 여행을 할 수록 가지는 의문이나 죄책감에 대해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준 것이 '공정여행' 개념이었다. 아무도 여행에 대해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저 떠나서 휴식을 보내는 것이라고 알고 있을 뿐이었다. 공정여행이 지향하는 가치는 여행하는 태도를 가르쳐주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태국에 가서 코끼리를 타는 것만이 동남아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출처: 공정여행사 사회적기업 트래블러스맵 travelersmap.co.kr

 

좀 더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시길 바란다. 이매진 피스의 임영신 활동가가 쓴 책에는 공정여행 십계명도 소개되어 있다.

 

1. 모객수 최소화로 여행자에게는 만족을, 여행 지역의 환경피해는 최소화로

2. 현지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는 고유 프로그램 제공

3. 여행 종사자 적정 임금 보장, 여행가격의 공정성, 정직성

4. 관광 식당이 아닌 현지 맛집 채택

5. 현지의 신선한 유기농 재료로 만드는 로컬 푸드 식당 방문

6. 진정성과 깊이 있는 현지의 일상 체험

7. 현지인과의 만남, 나눔실천 활동 등의 스토리가 있는 여행 제공

8. 동물권보호, 평화 및 친환경 등의 가치 지향


공정여행이라는 개념이 소위 제국주의 선진국가들이 제 3세계를 여행함에 있어서 환경과 지역문화 파괴, 무절제한 소비 등으로 현주민들을 착취하는 구조에서 경각심을 느끼고 반성하며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주로 동남아나 몽골 등 인프라가 부족한 나라를 여행할 때  필요하다고 보통 생각하는 듯하다. 물론 국내 여행에서 착취구조나 사회적 계급구조적으로 불합리한 상황을 만나기는 힘들다. 그래서 공정여행도 시대에, 장소에 맞게 변해가는듯하다. 요즘엔 좀 더 친환경적이고 동물권을 존중하는 방향의 공정여행이 더 많아지는 추세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정말 공정여행을 했을까, 하면 잘 모르겠다. 그 때의 나는 여행 자체에 심취한 나머지 공정여행의 진짜 가치와 개념은 몰랐던 것 같다. 지금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제주에서 살며 많은 관광객을 만나기 때문이다. 모든 여행지, 혹은 여행지가 아니라도 다른 마을을 갈 때는 공정하게 여행 또는 지나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 여행에도 필요한 '공정 여행'

 

여행지에는 그곳을 아끼고 살아가면서 원래 그곳 태생이었던 사람들이 여전히 살고 있다. 제주에 여행을 오거나 이주해온 분들을 만나면 제주 텃세가 심하고, 불친절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제주를 알면 그게 전부 이해가 된다. 4.3이라는 큰 역사를 떼고 보더라도 척박한 기후, 들고나는 이주민들, 관광으로 이용하려는 사업자들 등등 사람 사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면 '나라도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제주에도 제주의 마을들을 아끼는 제주 착한여행, 생태를 기본으로 하는 생태여행 등 다양한 공정여행이 존재한다.

 

돈을 주고 여행을 왔으니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찾아가는 지역이나 만나는 사람들한테 친절하고  자연에게도 친절하고 여행안내자와 여행자와의 관계도 친절한 게 제주식 공정여행인 것 같다."

한국사회적기업 진흥 유튜브 中 사회적기업 제주착한여행 대표 인터뷰 中


 

내 여행이 제주를 지킨다 - 사회적 기업 제주 착한 여행


사회적기업인 제주착한여행은 제주 자연과 고유의 문화를 지켜가는 활동가를 양성하고 제주형 공정여행을 구축하고 있다. 사람과 마을을 잇는 여행문화를 통해 관광객, 주민, 여행사의 선순환 경제를 구축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 이런 지향점으로 지속가능한 제주관광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다.

 

사회적기업 제주 착한 여행


제주착한여행이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내가 사는 김녕리 마을 투어가 있어 당장 신청해보았다. 사실 사회적기업에 관심도 많고 마을과 지역문화에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예전부터 저장해두었었는데, 제주 소셜&로컬 에디터스쿨 과제도 할겸 겸사겸사 참여해보았다.

 

김녕, 어디까지 가봤니!? - 김녕 소도리 도보여행

 

제주 김녕에서 나고자란 해설사분께 김녕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김녕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 매일 걸어다니는 곳인데도 못보던 것이 보이고,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에 더 애정이 간다. 전세 계약 끝나면 이사갈까 고민했는데 이사를 더 못갈 것 같다. 내사랑 김녕! 너무 좋다. 더 좋다.

 

보통 12시에 시작이지만 예약한 날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서 9시에 만나서 시작했다. 

2명이상이면 투어가 가능하고, 김녕 동부보건소앞에서 만나서 시작한다.



김녕리 마을


2년 넘게 산 김녕이지만 몰랐던 내용도 있어 더 즐거웠다. 해설사분이 어릴때 놀던 이야기들도 듣고, 제주에 살며 궁금했던 점들을 속시원히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제주 토박이들이라도 왜 그런지 물어보면 정확히 이유를 모른느 경우가 많다. 너무 삶에 자연스럽고 대대손손 내려오는 관습과 문화라서 딱히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고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런데 해설사님께서 정말 재밌고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셨다. 

김녕리 소도리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구구절절 다 기록하고 싶지만, 너무다 알려버리면 아무도 투어를 받지 않을 것 같아서. 재미지고 귀중한 이야기들은 나 혼자 간직하고 있겠다. 무엇보다 해설사님께서 말씀하신 것중에 제주도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마을을 잘 알아야 해요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마을에 살다보면 마을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다른 바닷가마을과 달리 해안도로가 발달하지 않아 카페나 음식점들로 붐비지 않고(그나마/ 최근엔 방송의 여파로 많이 생기기 시작함) 제주마을의 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해설사님께서 그 이유중 하나가 해안도로 만들기 시작할 때 김녕 해녀분들이 많이 반대하셨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사실 요즘은 해안도로는 필요 없는 세금 낭비라는데, 그 당시에는  이런 말을 하면 무슨 역적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친환경적으로도 해안도로는 바다생물들 터전을 파괴시키는 일이라 좋지 않다고 한다. 

그 외에도 기억남는 것은 공동체문화 위주의 폭낭문화와 해녀문화, 용천수 문화 등 다양한 마을 이야기 - 꼭 김녕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들을 해주셨다. 기쎈마을에 대한 것도 설명해주셨는데, 역시 김녕인들을 사랑하게 됐고, 정말 궁금하면 꼭 투어 해보시면 좋겠다. 

제작년 해녀공연기획할 때 우리팀 주제였던 '벗이 있어야 물질한다'는 말이 생각나기도 했다. 무조건적으로 전통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서로 살아가는데 있어 필요한 문화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김녕 마을 투어가 아니더라도 제주착한여행 사이트에 들어가면 다른 마을들과 제주 원도심 마을 투어도 있으니 꼭 한번 이상 해보시길 추천드린다.

 제주가 아름답고 유명한 만큼 그 그림자도 존재한다. 제주도의 생태수업이나 이런 사회적 기업의 활동가분들을 만날 때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음에 감사하게 된다.

 

지속 가능함을 위한 아끼는 마음으로 여행하기

 


도시에 살 때는 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제주에 살며 느끼고 있다. 그 마을에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이주민은 모르는 - 오래 살아도 찐 도민이 될 수 없는 - 마을 이야기, 제주 이야기를 하나하나 알아가다보면 제주를 더 사랑하게 된다. 막연히 '좋다'는 감정을 넘어 애정하는 마음이 생긴다.

 

내가 사는 마을을 안다는 것은, 내가 살고 살아갈 곳을 안다는 말이다.

그건, 나를 안다는 말이고 나를 사랑한다는 말이다.

 

이론적으로 통계적으로 얼마나 지구가 망가져가는지 논리적으로 설득하지 않아도, 내가 사는 곳을 사랑하게 되면 아낄 수밖에 없다. 알면 아끼게 된다. 하물며 여러 연필 중에서 아끼는 연필 하나에 더 마음이 가기 마련이다. 아끼는 마음이 생기지 않느다하더라도 내가 밟은 이 땅이 누군가의 아끼는 터전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조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다.

 

김녕리 마을 전경

 

SNS에 김녕 바다가 허구헌 날 지치지도 않고 올라온다. 그리고 새벽이 되도록 야간 랜턴을 조명을 켜고 바다 속을 들어가기도 한다. 그게 해양생물들이 건강한 태도는 아니다. 어두울 때는 어두워야 하니까. 심지어 해녀 어멍들 물질하고 손질하는데 차로 막고 있고 난리도 아니다.

 내 바다도 아니고 내 마을도 아니어서 인플루언서들이 좋은 곳을 홍보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마을 사람들을 생각해서 너무 늦은 시간까지 놀거나, 취사 금지인 곳에서 취사를 한다거나, 쓰레기를 쌓아두고 간다거나, 바닷가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음식을 바닷가에 방류하는 것만이라도 안했으면 좋겠다. SNS에 사진찍기 좋고 맛 기행 위주의 여행 홍보만 잔뜩인데, 정말 그 여행지를 알 수 있는 여행들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내 여행이 제주를 지킨다!

 

착한여행 홈페이지 및 예약

http://www.jejugoodtravel.com/index.php


제주다움을 여행하다! 제주착한여행 | 제주도여행사

제주도 여행사! 제주착한여행 맞춤여행 공정여행 워크샵 마을여행 단체여행 수학여행 졸업여행 제주 교육연수 관광

 

글, 사진 : 박유라 

편집 : 종이잡지클럽



(우) 63197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중앙로 165 제주고용복지플러스센터 1층 | Tel. 064-724-0165 | Fax. 064-725-0165

ⓒ 2023 JEJU SE HUB. All Right Resrrved.

제주와의 모든 콘텐츠의 무단 전재, 복사 및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