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굽는 사람들
시작은 작고 단순했다. 코로나 19로 제주 지역 장애인 일자리가 줄고 있다는 신문 기사 한 줄. 방경욱 대표는 그 기사를 읽고 오래전 기억 하나를 떠올린다. 어린 시절 생업을 잇기위해 부산 남포동에서 호떡을 팔던 추억 하나. 그곳에서 만난 사장님은 청각장애인이었다. 그 사장님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당당하게 사회에 일조하는 모습은 방경욱 대표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많이 바꿔놓았다. 장애인도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며 당당하게 사회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장님과의 추억. 한 줄의 기사에서 시작한 기억은 방경욱 대표를 창업으로 이끌었다. 그때의 기억과 다짐은 여전히 굿잡제주를 유지하게 하는 큰 원동력이다.
종이잡지클럽 제주에서 만나본 사람,
다섯번째. [굿잡제주] 방경욱 대표

모두가 어려워하던 2021년 코로나19 펜데믹 시기에 창업을 결정하셨어요.
경욱 : 시작은 정말 미약했습니다. 집에서 신문을 읽는데 ‘코로나 19로 제주도에서 장애인 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는 기사가 크게 실려있었습니다. 그 기사를 보는데 사회에서 처음 만난 사장님 생각이 나더군요. 저희 아버지도 장애가 있으시다 보니 생계가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부산 남포동에서 호떡을 팔았죠. 그 때 거기서 만난 사장님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분도 청각장애가 있으셨어요. 근데도 제게 도움도 주시고 많이 격려도 해주신 분입니다. 자연스럽게 장애인의 처우와 일자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죠. 기사를 읽다보니 자꾸 그때 기억이 떠오르면서 이 분에게 배운 삶의 태도를 내가 갚아야 되겠다는 사명감이 들더군요.
원래 호텔이나 카페에 베이커리 제품을 납품하시는 일을 하셨습니다. 하시던 일과 마음 속의 사명감이 만나 굿잡제주를 만드셨네요.
경욱 : 맞습니다. 제가 F&B 쪽에서 사업을 하면서도 계속 장애인 근로자의 처우와 일자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서귀포의 특수 및 특성화고등학교에서 매년 10명에서 20명 정도 되는 장애인 졸업생이 배출됩니다. 하지만 실제 졸업 후에 이들이 배운 커피나 제과제빵 기술은 실제 취업과 연결되지 못하고 단순 청소나 세탁 같은 분야로 나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봤습니다. 제주에서라도 이런 현실을 좀 깨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굿잡제주는 카페나 베이커리를 중심으로 상업적인 활동을 하기보다 그 뒷단에서 커피를 만들고, 베이커리 제품을 제조하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계신 것처럼 느껴집니다.
경욱 :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굿잡제주는 취약계층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저희의 오프라인 매장은 일종의 안테나숍에 가깝습니다.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은 다 하고 살지는 못해도, 신체적 장애가 있다고 하고 싶은 일을 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면 안 되잖아요. 굿잡제주가 단순히 빵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자신들이 계속 배워온 기술을 실천하고 자립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단순히 카페를 운영하거나 베이커리만 운영하는 것 조차 쉽지 않은 일입니다. 거기에 취약계층 일자리까지 확보하는 건 정말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경욱 : 장애인들과 함께 일한다는 건 단순히 업무를 가르치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이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믿고 기다리고 인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맨 처음에는 직원들이 빵 하나를 굽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말로 다하지 못 할 고충도 많았죠. 하지만 차츰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놀라운 변화를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오븐 사용조차 어려워하던 직원이 이제는 혼자서 빵을 굽고, 자연스럽게 고객 응대도 하고요. 조금만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또 배웠습니다.
근데 또 굿잡제주가 모든 직원을 고용할 수는 없잖아요.
경욱 : 그래서 저희가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 대해 여러 업체에 많이 설득도 하고 제안도 한 적이 많습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지만 자본주의 논리로 갈 수밖에 없더라고요. 내가 고용을 했을 때 얼만큼의 이윤을 볼 수 있느냐 이런 목적만 생각한다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죠.
저희가 계속 좀 더 이런 취약계층 고용에 대해 확산시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대부분 F&B 업장은 신입을 뽑지 않고 거의 경력직을 우선으로 뽑더라고요. 그래서 우선 저희 오프라인 매장에서 6개월 정도 교육을 시킨후에 다른 호텔이나 카페로 취업을 알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고민이 많습니다. 아직 한계가 있어요. 갔다가 적응 못하고 돌아오는 직원도 있고, 매장에서 교육을 해도 다른 기업에서 일하기에는 경쟁력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오프라인 매장과 시설 공장을 계속 설립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굿잡제주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만드는 빵이 다양한 곳에 납품되는 것 만큼이나, 여기에서 일 하는 분들이 다양한 기업에서 일 하게 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표님이 보시기에 취약 계층 고용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요건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경욱 : 일단 편견을 좀 걷어내시면 좋겠어요. 장애인 고용에 대한 편견은 함께 일 하지 않아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모든 것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반 직원도 새로운 곳에 가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일례로 저희가 함께 일 하는 분들 중 두 분이 정말 심각한 중증 단계의 장애를 앓고 계십니다. 처음에 왔을 때는 웃지도 않고, 말도 안하고, 눈도 마주치지도 않고 하더라고요. 적응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들더군요. 그런데 몇 개월이 지나니 서서히 얼굴도 밝아지고, 대화도 함께 잘 나누면서 업무에 적응을 잘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그 분은 벌써 2년째 근무하고 있고요.
조금 기다려줄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겠네요.
경욱 : 그렇죠. 다 함께 살아야 하잖아요. 최근에는 직원 중 한 분이 언니와 대만도 다녀오고 태국도 다녀왔어요. 그 걸 보면서 저 친구 부모님이 돌아가도 이제 저 직원은 홀로 자립할 수 있겠구나 이런 마음이 들어 뿌듯해지기도 했고요. 조금 기다려줄 수있는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저희처럼 고용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쭉 말씀을 듣다보니 사실 원래 베이커리, 베이커리 유통 쪽에서 경력을 쭉 쌓아 오신 만큼 훨씬 쉬운 길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욱 : 말씀하신 것 처럼 개인적으로 베이커리 유통만 했을 때 금전적으로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펜데믹 시기다 보니까 이런 시기에 오프라인 매장을 하겠다고 하니 아내도 반대가 정말 심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렸을 때 제게 도움을 준 장애인 사장님. 그리고 또 제 스스로 장애인 가정에서 자라며 느꼈던 막막한 마음을 떠올리면 도저히 가슴이 뜨거워져서 못 견딜 것 같았습니다.
장애인들이 일자리가 없어지면 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장애인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부모가 집에서 계속 돌봐야 할텐데. 그럼 그 부모의 인생. 부모가 죽고나면 이 장애인들은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에 정말 잠이 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서귀포 지역에서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게 제 평생의 사명입니다. 대표님도 서점을 하셔서 잘 아시겠지만 인건비를 주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저희는 지금 14명의 인건비를 주고 있어서 사실 계속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4대 보험, 퇴직금, 매 월 급여 때만 되면 정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래도 취약계층 분들과 같이 일하면서 이들이 자립하고, 자생하는 환경을 만들고 그들이 삶의 열정을 갖는 모습을 보는게 정말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이런 움직임에 도움을 보태준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경욱 : 정말 감사하게도 도와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미슐랭 투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하신 연남동 디저트 카페 ‘띠옷’의 박래은 파티시에 분이 레시피를 저희에게 전수해 주셨어요. 단골 손님들 중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기증하신 분도 계시고요. 최근에는 제주한의학연구회에서 1년간 숙성시킨 무농약 진피를 무상으로 지원해주셨습니다.
대표님이 ‘좋은 일자리’ 라는 것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은데요. 아무래도 대표님의 경력 상 베이커리 쪽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더 다양한 일자리를 만드는데 관심이 있으신지 아니면 현재 베이커리 쪽을 더 키우실 생각이신지 궁금합니다.
경욱 : 우선 제 경험도 그렇고 ‘베이커리’는 굿잡제주의 근원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말씀주신 것처럼 다양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에 정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제 스스로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일자리만 많이 만들면 된다.’ 고 생각합니다. 이미 베이커리는 저희가 완벽한 커리어 시스템을 만들어 두었습니다.모든 환경이 다 잘 갖춰져 있고요. 다른 분야의 일자리는 전국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분들을 초빙해서 멘토제의 개념으로 일자리 교육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표님이 그리시는 굿잡제주의 미래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경욱 : 제주에서 일 하고 싶은 장애인은 누구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일 하기 싫어하는 사람을 억지로 일 시키기는 어렵지만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일할 곳이 없다는 것은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장애인 학생들은 장애인 학교 또는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자기가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사회에서 써 볼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그래서 방금 말씀 드린 것 처럼 굿잡제주는 베이커리 교육과 일자리 생성을 중심으로 나아가겠지만 정말 다양한 분야의 멘토들과 함께 장애인 분들의 좋은 일자리 창출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나오며,
방경욱 대표는 자신을 어렸을 때 응원해준 장애인 사장님의 마음을 떠올리며, 그 마음을 하나하나 다른 장애인 분들에게 갚아가고 있었습니다. 나 하나만 잘 살기도 바쁜 사회, 뭐든지 최대한의 이익을 봐야 한다는 세상에서 방경욱 대표의 사명은 서귀포를 넘어 제주를 밝히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종이잡지클럽 제주는 방경욱 대표를 떠올리며 두 권의 잡지를 골라보았습니다.
종이잡지클럽이 떠올린 잡지

MSV 매거진 2호 직업
포용력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하는 매거진 MSV 의 두 번째 호는 <Job> 을 다루고 있습니다. 두 번째 호는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역량을 발휘해 나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시각장애인 건축가 크리스 다우니, 뇌성 마비를 앓고 있지만 자신이 가진 99가지의 문제점 중 뇌성 마비는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말로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전세계 강연을 진행중인 메이순 자이드의 인터뷰까지. [굿잡제주]를 이어가는 방경욱 대표의 마음과 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떠올려보았습니다.

매거진 F - BREAD
매거진 B와 배달의민족이 함께 만들고 있는 식문화 탐구 매거진 F 입니다. 스물 여섯번째 식재료로 빵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빵'은 [굿잡제주]의 아이덴티티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모든 일하고 싶은 취약계층에게 좋은 일자리를 주고 싶어하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글, 사진 : 종이잡지클럽
사진 제공 : 굿잡제주
꿈을 굽는 사람들
시작은 작고 단순했다. 코로나 19로 제주 지역 장애인 일자리가 줄고 있다는 신문 기사 한 줄. 방경욱 대표는 그 기사를 읽고 오래전 기억 하나를 떠올린다. 어린 시절 생업을 잇기위해 부산 남포동에서 호떡을 팔던 추억 하나. 그곳에서 만난 사장님은 청각장애인이었다. 그 사장님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당당하게 사회에 일조하는 모습은 방경욱 대표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많이 바꿔놓았다. 장애인도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며 당당하게 사회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장님과의 추억. 한 줄의 기사에서 시작한 기억은 방경욱 대표를 창업으로 이끌었다. 그때의 기억과 다짐은 여전히 굿잡제주를 유지하게 하는 큰 원동력이다.
종이잡지클럽 제주에서 만나본 사람,
다섯번째. [굿잡제주] 방경욱 대표
모두가 어려워하던 2021년 코로나19 펜데믹 시기에 창업을 결정하셨어요.
경욱 : 시작은 정말 미약했습니다. 집에서 신문을 읽는데 ‘코로나 19로 제주도에서 장애인 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는 기사가 크게 실려있었습니다. 그 기사를 보는데 사회에서 처음 만난 사장님 생각이 나더군요. 저희 아버지도 장애가 있으시다 보니 생계가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부산 남포동에서 호떡을 팔았죠. 그 때 거기서 만난 사장님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분도 청각장애가 있으셨어요. 근데도 제게 도움도 주시고 많이 격려도 해주신 분입니다. 자연스럽게 장애인의 처우와 일자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죠. 기사를 읽다보니 자꾸 그때 기억이 떠오르면서 이 분에게 배운 삶의 태도를 내가 갚아야 되겠다는 사명감이 들더군요.
원래 호텔이나 카페에 베이커리 제품을 납품하시는 일을 하셨습니다. 하시던 일과 마음 속의 사명감이 만나 굿잡제주를 만드셨네요.
경욱 : 맞습니다. 제가 F&B 쪽에서 사업을 하면서도 계속 장애인 근로자의 처우와 일자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서귀포의 특수 및 특성화고등학교에서 매년 10명에서 20명 정도 되는 장애인 졸업생이 배출됩니다. 하지만 실제 졸업 후에 이들이 배운 커피나 제과제빵 기술은 실제 취업과 연결되지 못하고 단순 청소나 세탁 같은 분야로 나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봤습니다. 제주에서라도 이런 현실을 좀 깨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굿잡제주는 카페나 베이커리를 중심으로 상업적인 활동을 하기보다 그 뒷단에서 커피를 만들고, 베이커리 제품을 제조하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계신 것처럼 느껴집니다.
경욱 :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굿잡제주는 취약계층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저희의 오프라인 매장은 일종의 안테나숍에 가깝습니다.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은 다 하고 살지는 못해도, 신체적 장애가 있다고 하고 싶은 일을 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면 안 되잖아요. 굿잡제주가 단순히 빵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자신들이 계속 배워온 기술을 실천하고 자립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단순히 카페를 운영하거나 베이커리만 운영하는 것 조차 쉽지 않은 일입니다. 거기에 취약계층 일자리까지 확보하는 건 정말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경욱 : 장애인들과 함께 일한다는 건 단순히 업무를 가르치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이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믿고 기다리고 인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맨 처음에는 직원들이 빵 하나를 굽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말로 다하지 못 할 고충도 많았죠. 하지만 차츰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놀라운 변화를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오븐 사용조차 어려워하던 직원이 이제는 혼자서 빵을 굽고, 자연스럽게 고객 응대도 하고요. 조금만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또 배웠습니다.
근데 또 굿잡제주가 모든 직원을 고용할 수는 없잖아요.
경욱 : 그래서 저희가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 대해 여러 업체에 많이 설득도 하고 제안도 한 적이 많습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지만 자본주의 논리로 갈 수밖에 없더라고요. 내가 고용을 했을 때 얼만큼의 이윤을 볼 수 있느냐 이런 목적만 생각한다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죠.
저희가 계속 좀 더 이런 취약계층 고용에 대해 확산시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대부분 F&B 업장은 신입을 뽑지 않고 거의 경력직을 우선으로 뽑더라고요. 그래서 우선 저희 오프라인 매장에서 6개월 정도 교육을 시킨후에 다른 호텔이나 카페로 취업을 알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고민이 많습니다. 아직 한계가 있어요. 갔다가 적응 못하고 돌아오는 직원도 있고, 매장에서 교육을 해도 다른 기업에서 일하기에는 경쟁력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오프라인 매장과 시설 공장을 계속 설립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굿잡제주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만드는 빵이 다양한 곳에 납품되는 것 만큼이나, 여기에서 일 하는 분들이 다양한 기업에서 일 하게 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표님이 보시기에 취약 계층 고용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요건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경욱 : 일단 편견을 좀 걷어내시면 좋겠어요. 장애인 고용에 대한 편견은 함께 일 하지 않아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모든 것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반 직원도 새로운 곳에 가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일례로 저희가 함께 일 하는 분들 중 두 분이 정말 심각한 중증 단계의 장애를 앓고 계십니다. 처음에 왔을 때는 웃지도 않고, 말도 안하고, 눈도 마주치지도 않고 하더라고요. 적응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들더군요. 그런데 몇 개월이 지나니 서서히 얼굴도 밝아지고, 대화도 함께 잘 나누면서 업무에 적응을 잘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그 분은 벌써 2년째 근무하고 있고요.
조금 기다려줄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겠네요.
경욱 : 그렇죠. 다 함께 살아야 하잖아요. 최근에는 직원 중 한 분이 언니와 대만도 다녀오고 태국도 다녀왔어요. 그 걸 보면서 저 친구 부모님이 돌아가도 이제 저 직원은 홀로 자립할 수 있겠구나 이런 마음이 들어 뿌듯해지기도 했고요. 조금 기다려줄 수있는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저희처럼 고용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쭉 말씀을 듣다보니 사실 원래 베이커리, 베이커리 유통 쪽에서 경력을 쭉 쌓아 오신 만큼 훨씬 쉬운 길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욱 : 말씀하신 것 처럼 개인적으로 베이커리 유통만 했을 때 금전적으로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펜데믹 시기다 보니까 이런 시기에 오프라인 매장을 하겠다고 하니 아내도 반대가 정말 심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렸을 때 제게 도움을 준 장애인 사장님. 그리고 또 제 스스로 장애인 가정에서 자라며 느꼈던 막막한 마음을 떠올리면 도저히 가슴이 뜨거워져서 못 견딜 것 같았습니다.
장애인들이 일자리가 없어지면 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장애인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부모가 집에서 계속 돌봐야 할텐데. 그럼 그 부모의 인생. 부모가 죽고나면 이 장애인들은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에 정말 잠이 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서귀포 지역에서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게 제 평생의 사명입니다. 대표님도 서점을 하셔서 잘 아시겠지만 인건비를 주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저희는 지금 14명의 인건비를 주고 있어서 사실 계속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4대 보험, 퇴직금, 매 월 급여 때만 되면 정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래도 취약계층 분들과 같이 일하면서 이들이 자립하고, 자생하는 환경을 만들고 그들이 삶의 열정을 갖는 모습을 보는게 정말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이런 움직임에 도움을 보태준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경욱 : 정말 감사하게도 도와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미슐랭 투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하신 연남동 디저트 카페 ‘띠옷’의 박래은 파티시에 분이 레시피를 저희에게 전수해 주셨어요. 단골 손님들 중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기증하신 분도 계시고요. 최근에는 제주한의학연구회에서 1년간 숙성시킨 무농약 진피를 무상으로 지원해주셨습니다.
대표님이 ‘좋은 일자리’ 라는 것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은데요. 아무래도 대표님의 경력 상 베이커리 쪽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더 다양한 일자리를 만드는데 관심이 있으신지 아니면 현재 베이커리 쪽을 더 키우실 생각이신지 궁금합니다.
경욱 : 우선 제 경험도 그렇고 ‘베이커리’는 굿잡제주의 근원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말씀주신 것처럼 다양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에 정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제 스스로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일자리만 많이 만들면 된다.’ 고 생각합니다. 이미 베이커리는 저희가 완벽한 커리어 시스템을 만들어 두었습니다.모든 환경이 다 잘 갖춰져 있고요. 다른 분야의 일자리는 전국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분들을 초빙해서 멘토제의 개념으로 일자리 교육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표님이 그리시는 굿잡제주의 미래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경욱 : 제주에서 일 하고 싶은 장애인은 누구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일 하기 싫어하는 사람을 억지로 일 시키기는 어렵지만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일할 곳이 없다는 것은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장애인 학생들은 장애인 학교 또는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자기가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사회에서 써 볼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그래서 방금 말씀 드린 것 처럼 굿잡제주는 베이커리 교육과 일자리 생성을 중심으로 나아가겠지만 정말 다양한 분야의 멘토들과 함께 장애인 분들의 좋은 일자리 창출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나오며,
방경욱 대표는 자신을 어렸을 때 응원해준 장애인 사장님의 마음을 떠올리며, 그 마음을 하나하나 다른 장애인 분들에게 갚아가고 있었습니다. 나 하나만 잘 살기도 바쁜 사회, 뭐든지 최대한의 이익을 봐야 한다는 세상에서 방경욱 대표의 사명은 서귀포를 넘어 제주를 밝히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종이잡지클럽 제주는 방경욱 대표를 떠올리며 두 권의 잡지를 골라보았습니다.
종이잡지클럽이 떠올린 잡지
MSV 매거진 2호 직업
포용력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하는 매거진 MSV 의 두 번째 호는 <Job> 을 다루고 있습니다. 두 번째 호는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역량을 발휘해 나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시각장애인 건축가 크리스 다우니, 뇌성 마비를 앓고 있지만 자신이 가진 99가지의 문제점 중 뇌성 마비는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말로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전세계 강연을 진행중인 메이순 자이드의 인터뷰까지. [굿잡제주]를 이어가는 방경욱 대표의 마음과 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떠올려보았습니다.
매거진 F - BREAD
매거진 B와 배달의민족이 함께 만들고 있는 식문화 탐구 매거진 F 입니다. 스물 여섯번째 식재료로 빵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빵'은 [굿잡제주]의 아이덴티티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모든 일하고 싶은 취약계층에게 좋은 일자리를 주고 싶어하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글, 사진 : 종이잡지클럽
사진 제공 : 굿잡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