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지역에 산다는 의미
오랜만에 방문한 종이잡지클럽은 여전히 아늑했고, 또 편안했다. 그곳은 작은 공간이었지만, 벽면을 가득 채운 잡지와 책들이 이곳을 꽤 멋스럽게 만들어주었다. 벽면 가득 휘황찬란하게 뽐내는 잡지와 대비되는 검은색의 의자와 테이블도 좋았다.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공유로 연결하는 장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산지17 장소에서 오전 11시부터 플리마켓이 진행되었고, 이후에는 종이잡지클럽에서 지역과 상생하는 이야기가 오고 가는 공유의 장으로 마련된 행사이다.
어디서든 정보를 얻고,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는 세상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지역과의 상생을 위해 자신만의 미션을 세우고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직접 겪어야만 깨달을 수 있는 귀한 이야기를 가만히 앉아 곱씹을 수 있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주최한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건강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연대하고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이다. 사람 중심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경제활동을 하는 기업과 단체, 개인 등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며,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번 행사 역시 지속 가능한 삶의 한 방식인 ‘공유경제’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협업 소비, 자산 및 서비스를 공유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는 ‘공유경제’를 알리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오후 5시부터 진행된 행사는 해가 수평선 아래로 모습을 감추고서야 끝이 났다. 전라남도 강진에서 청년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선정된 ‘돌멩이 마을’에서 ING 편집장 이정민 님의 이야기는 여러모로 고민 지점이 비슷하기도, 또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작당 결심을 하기도 했다.
1
“저는 사람이 많지 않은 한적한 시골이 좋아요”
연고가 없는 전라남도 강진으로 오게 된 건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돌멩이마을은 전라남도 강진의 청년 마을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이다. 서울 출생으로 그곳에서 학창 시절과 대학 생활까지 한 완벽한 서울 사람인 정민 님은 강진으로 내려가 청년 마을을 만들고 있었다. 지방인들에게는 그저 서울에서 태어난 것이 부럽기만 한 그녀의 삶인데 어쩌다 전라남도 강진까지 가게 되었는지 그 서사가 궁금해졌다.
“저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다시 강진이 아닌 다른 지역을 찾을 것 같아요!”
이것은 그녀가 강진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지역이 할 거리가 없는 것보다 사람이 없다는 게 누군가에게는 지역에서 살기 어려운 이유일 테지만, 그것 역시 누군가에겐 장점이 될 수 있었다. 내가 제주를 떠나 살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큰 이유 역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자극을 받고 싶어서였다. 그래서인지 더욱 흥미로웠다. 너무 밀집되지 않은 여유로움과 쾌적함을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도시인들이 가장 선망하는 지역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2
결국 지역은 ‘연결’에 힘이 있다
지역마다 각자 다른 매력과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물론 지역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콘텐츠도 무궁무진할 것이다. 지역으로서 힘을 갖기 위해선, 또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 콘텐츠가 다양할 수 있으려면 결국 사람이 필요했다.
“지역에 갇히지 않기를”
정민 님은 도시에 사는 유명한 회사에 다니는 친구에게 지역의 이야기를 두고 “어때?”하며, 끝없이 추파를 던졌다고 한다. 시덥잖던 반응이 어느 순간 “어? 뭔데?” 하며 관심으로 돌아올 때 지역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지역은 사람으로 넓어지는 것이다. 결코 연결될 것 같지 않던 것들이 연결되고, 그 연결이 만들어내는 새로움이야말로 지역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정민 님 역시 도시 사람으로 지역에 와서 제일 좋은 건 농부 친구가 생긴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지금도 강진에서만 일하지 않고, 주변 지역 친구들과 또다시 재밌는 일을 벌인다. 지역을 경계하지 않는 모습이 참 자유로워 보였다. 물론 언제든 떠날 채비를 하는 프로방랑자의 모습도 한몫했을 터.
3
지역은 꿈꾸는 걸 직접 해볼 수 있게 하는 곳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이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곳
정민 님이 지역에서 살겠다고 선언 했을 때, 지인에게 “너 진짜 용감하다.” 혹은 “어떻게 살 수 있겠어?”라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특히나 화려함과 웅장함의 도시,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에서 나고 자란 완벽한 ‘서울 사람’ 이라면 더욱이. 그런데 오히려 문화예술을 하는 친구들은 도시에 남아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정민 님이었다. 문화예술을 하는 친구들에게 도시는 비싼 작업공간을 가진 곳이며, 프로젝트 예산을 따오기에도 치열한 곳이다. 그렇기에 도시가 아닌 지역에 기회가 많다는 것. 서울에서는 오히려 자신의 분야만 하다 보니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이 가진 다양한 이야기가 많으며, 이를 활용해 자신이 살고 싶은 삶과 재능을 녹이며 결국 수익사업으로 연결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지역에 내려와서 가장 감사한 일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주는 것”
더욱 재밌었던 건 서울 친구와 지역의 친구를 비교해 준 내용이었다. 서울에서 만난 친구들은 근 3년 내의 미래 고민을 이야기하고, 지역의 친구는 5년 후, 10년 후를 보면서 이 지역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를 고민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여유롭다고. 짧게 지금 현실만 바라보지 않으니. 어떤 이는 지역에 살면 너무 여유로워져서 청년이라면 치열하게 살아야 하니, 서울에 가라고 한다. 하지만 지역에 있는 이들은 다 계획이 있었던 걸지도.
결국 종이잡지클럽의 김민성 대표님이 하신 말처럼, 어디에서 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삶에서 ‘무엇을 포기하느냐’가 더 중요할 것이다. 다른 국가의 시민권을 가졌었는데 결국 한국 국적을 택했다는 그의 말처럼, 이것은 곧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고, 제주로 와서 산 것은 삶의 속도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을 보탰다. 그래서 삶은 무엇을 포기할지를 선택하는 과정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어두워져서야 이야기는 끝이 났다. 긴 이야기 끝, 지역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유로운 삶의 이야기는 마음을 몽글하게 했다. 어쩌면 내가 지역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유 또한 본질은 비슷할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말고, 진짜 마음속 깊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 그렇게 ‘나다운’ 삶은 언제나 아름답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역과 함께 상생한다는 것, 나의 일이 지역에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복이다.
지역마다 콘텐츠의 차이는 있어도, 결국 지역의 의미를 발견하고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연결할 것이냐에 대한 본질은 같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했다. 이번 ‘공연장’ 덕분에 나의 삶, 그리고 내가 지역에서 청년을 위해 하는 일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어떻게 하면 지역의 가치를 발견하고, 지역의 청년들과 재밌는 일들을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는 밤이다.
이야기 끝, 강진이라는 지역이 어디에 있는지도, 지명도 익숙하지 않던 사람들이 ‘강진’으로 여행 가고 싶어졌다면 이 프로젝트는 이미 충분히 성공한 것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글, 사진 : 채아은 소셜 에디터
편집 :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청년이 지역에 산다는 의미
오랜만에 방문한 종이잡지클럽은 여전히 아늑했고, 또 편안했다. 그곳은 작은 공간이었지만, 벽면을 가득 채운 잡지와 책들이 이곳을 꽤 멋스럽게 만들어주었다. 벽면 가득 휘황찬란하게 뽐내는 잡지와 대비되는 검은색의 의자와 테이블도 좋았다.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공유로 연결하는 장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산지17 장소에서 오전 11시부터 플리마켓이 진행되었고, 이후에는 종이잡지클럽에서 지역과 상생하는 이야기가 오고 가는 공유의 장으로 마련된 행사이다.
어디서든 정보를 얻고,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는 세상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지역과의 상생을 위해 자신만의 미션을 세우고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직접 겪어야만 깨달을 수 있는 귀한 이야기를 가만히 앉아 곱씹을 수 있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주최한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건강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연대하고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이다. 사람 중심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경제활동을 하는 기업과 단체, 개인 등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며,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번 행사 역시 지속 가능한 삶의 한 방식인 ‘공유경제’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협업 소비, 자산 및 서비스를 공유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는 ‘공유경제’를 알리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오후 5시부터 진행된 행사는 해가 수평선 아래로 모습을 감추고서야 끝이 났다. 전라남도 강진에서 청년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선정된 ‘돌멩이 마을’에서 ING 편집장 이정민 님의 이야기는 여러모로 고민 지점이 비슷하기도, 또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작당 결심을 하기도 했다.
1
“저는 사람이 많지 않은 한적한 시골이 좋아요”
연고가 없는 전라남도 강진으로 오게 된 건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돌멩이마을은 전라남도 강진의 청년 마을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이다. 서울 출생으로 그곳에서 학창 시절과 대학 생활까지 한 완벽한 서울 사람인 정민 님은 강진으로 내려가 청년 마을을 만들고 있었다. 지방인들에게는 그저 서울에서 태어난 것이 부럽기만 한 그녀의 삶인데 어쩌다 전라남도 강진까지 가게 되었는지 그 서사가 궁금해졌다.
“저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다시 강진이 아닌 다른 지역을 찾을 것 같아요!”
이것은 그녀가 강진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지역이 할 거리가 없는 것보다 사람이 없다는 게 누군가에게는 지역에서 살기 어려운 이유일 테지만, 그것 역시 누군가에겐 장점이 될 수 있었다. 내가 제주를 떠나 살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큰 이유 역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자극을 받고 싶어서였다. 그래서인지 더욱 흥미로웠다. 너무 밀집되지 않은 여유로움과 쾌적함을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도시인들이 가장 선망하는 지역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2
결국 지역은 ‘연결’에 힘이 있다
지역마다 각자 다른 매력과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물론 지역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콘텐츠도 무궁무진할 것이다. 지역으로서 힘을 갖기 위해선, 또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 콘텐츠가 다양할 수 있으려면 결국 사람이 필요했다.
“지역에 갇히지 않기를”
정민 님은 도시에 사는 유명한 회사에 다니는 친구에게 지역의 이야기를 두고 “어때?”하며, 끝없이 추파를 던졌다고 한다. 시덥잖던 반응이 어느 순간 “어? 뭔데?” 하며 관심으로 돌아올 때 지역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지역은 사람으로 넓어지는 것이다. 결코 연결될 것 같지 않던 것들이 연결되고, 그 연결이 만들어내는 새로움이야말로 지역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정민 님 역시 도시 사람으로 지역에 와서 제일 좋은 건 농부 친구가 생긴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지금도 강진에서만 일하지 않고, 주변 지역 친구들과 또다시 재밌는 일을 벌인다. 지역을 경계하지 않는 모습이 참 자유로워 보였다. 물론 언제든 떠날 채비를 하는 프로방랑자의 모습도 한몫했을 터.
3
지역은 꿈꾸는 걸 직접 해볼 수 있게 하는 곳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이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곳
정민 님이 지역에서 살겠다고 선언 했을 때, 지인에게 “너 진짜 용감하다.” 혹은 “어떻게 살 수 있겠어?”라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특히나 화려함과 웅장함의 도시,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에서 나고 자란 완벽한 ‘서울 사람’ 이라면 더욱이. 그런데 오히려 문화예술을 하는 친구들은 도시에 남아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정민 님이었다. 문화예술을 하는 친구들에게 도시는 비싼 작업공간을 가진 곳이며, 프로젝트 예산을 따오기에도 치열한 곳이다. 그렇기에 도시가 아닌 지역에 기회가 많다는 것. 서울에서는 오히려 자신의 분야만 하다 보니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이 가진 다양한 이야기가 많으며, 이를 활용해 자신이 살고 싶은 삶과 재능을 녹이며 결국 수익사업으로 연결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지역에 내려와서 가장 감사한 일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주는 것”
더욱 재밌었던 건 서울 친구와 지역의 친구를 비교해 준 내용이었다. 서울에서 만난 친구들은 근 3년 내의 미래 고민을 이야기하고, 지역의 친구는 5년 후, 10년 후를 보면서 이 지역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를 고민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여유롭다고. 짧게 지금 현실만 바라보지 않으니. 어떤 이는 지역에 살면 너무 여유로워져서 청년이라면 치열하게 살아야 하니, 서울에 가라고 한다. 하지만 지역에 있는 이들은 다 계획이 있었던 걸지도.
결국 종이잡지클럽의 김민성 대표님이 하신 말처럼, 어디에서 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삶에서 ‘무엇을 포기하느냐’가 더 중요할 것이다. 다른 국가의 시민권을 가졌었는데 결국 한국 국적을 택했다는 그의 말처럼, 이것은 곧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고, 제주로 와서 산 것은 삶의 속도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을 보탰다. 그래서 삶은 무엇을 포기할지를 선택하는 과정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어두워져서야 이야기는 끝이 났다. 긴 이야기 끝, 지역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유로운 삶의 이야기는 마음을 몽글하게 했다. 어쩌면 내가 지역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유 또한 본질은 비슷할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말고, 진짜 마음속 깊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 그렇게 ‘나다운’ 삶은 언제나 아름답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역과 함께 상생한다는 것, 나의 일이 지역에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복이다.
지역마다 콘텐츠의 차이는 있어도, 결국 지역의 의미를 발견하고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연결할 것이냐에 대한 본질은 같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했다. 이번 ‘공연장’ 덕분에 나의 삶, 그리고 내가 지역에서 청년을 위해 하는 일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어떻게 하면 지역의 가치를 발견하고, 지역의 청년들과 재밌는 일들을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는 밤이다.
이야기 끝, 강진이라는 지역이 어디에 있는지도, 지명도 익숙하지 않던 사람들이 ‘강진’으로 여행 가고 싶어졌다면 이 프로젝트는 이미 충분히 성공한 것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글, 사진 : 채아은 소셜 에디터
편집 :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