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유유히 바다로 흘러드는 산지천 산책로를 걷다 보면 쉬이 지나칠 수 없는 공간들이 있다. 감각적인 공간들 사이로 앨리스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싱그런 정원이 있다. 누군가는 그 정원의 입구를 찾으려 눈을 크게 떠야 할지도 모르겠다.
일상 혹은 일상의 바깥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다면, 그 무언가가 의미 있고 또 의미만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면 제대로 찾아왔다. 똑같은 플리마켓, 기념품 상점, 광고로 뒤덮인 정보에 신물이 났다면 오늘 하루는 매우 제주스럽지만, 마냥 제주답지만도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공유와 연결의 경험
‘공연장’은 공유로 연결하는 장이라는 뜻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함께 만들었다. 공연장에서는 공유라는 가치를 통해 사회를 밝히고, 지역을 널리 알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들이 만들고 있는 제품을 직접 입고, 마시고, 체험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뒷마당 플리마켓
기분 좋은 웅성거림을 좇아 벽 사이의 길을 지나면 이윽고 눈에 들어오는 마당. 푸릇한 잔디 위로 진열대 몇몇이 눈에 띈다.
보고
가장 먼저 만난 ‘비건 책방’ 진열대에서 각종 서적 사이로 동물 영화제 팸플릿이 눈에 띈다. 비건 책방은 비건 적 삶의 태도를 지향하는 책방으로, 비건에 한정 짓지 않고 함께 사는 마음과 공존의 가치를 폭넓게 규정한다. 종종 방문하는 비건 책방을 이곳에서 만나 볼 수 있어 반갑다.
마시고
그 뒤로 알록달록 유리병들이 가지각색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유혹한다. 제주 지역의 최초이자 유일한 제주 전통주 전문 셀렉트숍 ‘주식회사 파란공장’이 만드는 전통주들을 시음하고 구매할 수 있는 자리이다. 다 마셔볼 순 없으니 당근 막걸리를 한 모금을 시음한다.
살에 맞대고
안쪽 나무 밑에는 이따금 내리쬐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은빛 액세서리들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일상에서 흘러가는 자연 본연의 모습을 수공예로 구현한 ‘잔빛’은, 이름 그대로 마당 한쪽을 잔잔히 빛내고 있었다. 하나하나 다른 모습들이 마치 그곳에 있는 우리의 모습 같다.
손으로 감각하는
나란히 자리한 ‘리어플라스틱’과 ‘데일리스티치’에서는 직접 참여해서 굿즈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다시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리어플라스틱’에서는 버려진 부표를 형상화한 폐플라스틱 비즈로 알록달록한 팔찌와 키링 등 다양한 비즈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었다. 버려진 병뚜껑 4개로 새롭게 탄생한 귀여운 액세서리 등 플라스틱을 분쇄해 다양한 소품들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협동조합 데일리스티치’에서는 자투리 천으로 그립톡 만들기를 선보였다. 데일리스티치에서 자체 개발한 원단들로, 의류나 소품 제작에 쓰이고 남은 원단들을 폐기하지 않고 업사이클링하여 제품을 제작한다. 분홍색 바탕에 보랏빛이 들어간 파란 수국이 수 놓인 원단을 골라보았다.
플리마켓에 가면 새로운 제품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그 가치를 기조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새로운 셀러만큼 반가운 건, 기존에 알고 내가 응원하고 있는 셀러들이다. 공연장, 말 그대로 공유와 연결을 지향하고 제주를 아끼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만으로 이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애정이 간다. 그리고 그 중의 한 사람이 된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이 마음은, 느껴본 사람만 알 수 있을 테다.
제주를 밝히려 애쓰는 사람들
뒷마당 플리마켓의 북적임을 뒤로하고 새로 단장한 종이잡지클럽으로 올라가면, 세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사회적기업 ‘데일리스티치협동조합’ 이민정 대표와 예비사회적기업 ‘주식회사랄라고고’ 조인래 대표, 그리고 진행을 맡은 종이잡지클럽 김민성 대표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아름다운 제주 자연을 모티브로 오래 입을 수 있는 의상을 핸드메이드로 제작하는 ‘데일리스티치’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을 모아 제주살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 기획을 하는 ‘랄라고고’. 픽제주를 구독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제주살이 능력고사는 알 것이고, 데일리스티치는 몰라도 동쪽에 와 본 사람이라면 데일리스티치의 쇼룸들은 그냥 지나치지 못했을 것이다.
제주도에 내려와 창업하게 된 이유를 시작으로 사회적 기업의 매력, 운영하면서 느꼈던 고민, 지역에 대한 성찰, 지역 커뮤니티의 중요성 등 사회적 기업 혹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제주에 대한 서로 다른 마음으로 시작한 두 기업. 온라인/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랄라고고와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스티치의 장단점을 들으며, 교차하는 지점 속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는 것도 재미 중 하나였다. 가장 큰 공통점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공간과, 콘텐츠 그리고 제주에 대한 애정이 어김없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 그런 의미에서 두 대표가 세미나에서 언급한 협업을 기꺼이 기대하게 되었다.
사회적기업의 수익 구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는 대표로서의 고민과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결국은 기업으로써 자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요지이다. 소셜 미션만으로는 부족하고, 사회적 기업에 대한 대중의 인식 역시 변해야 한다. 또한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한계와 제주라는 지역적인 한계 역시 존재하지만, 그것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제주에서 물류 문제가 존재하지만, 그걸 디폴트값으로 받아들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이다.
이어진 사전 및 현장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기업은 생물”이라던 조 대표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초기 사업 모델의 목표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인 팀원들의 조합으로 지금 그리고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유동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데일리스티치 역시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경력보유여성들이 모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팀이, 지금은 로컬 적 연대의 가능성을 실현하고 있다. 인연은 우연으로만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서로의 노력과 애정이 뒷받침되어야 단단한 팀이 될 수 있다.
두 대표의 말처럼 앞으로 5년 뒤, 10년 뒤, 두 기업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을지 지켜보고 싶다. 두 시간 동안 나누고 들은 모든 이야기를, 그 자리에 없던 사람들에게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제주와 사회적 기업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준 시간이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제주와]에 실린 인터뷰를 통해 두 사람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2부로 이어질, 강진과 병영에서 청년 마을을 기획한 이정민 ING 편집장의 세미나 역시 참여하고 싶은 흥미로운 주제였다.
나오며
‘연결과 공유가 새로운 미래를 만든다’는 초연결 시대, 공유경제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이 자리들이 더 유의미하게 생각된다. 여러 기업이 다양한 주제와 가치로 다채로운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이런 활동들이 제주를 고유하지만 정체되지 않게 만들어 주고 있는 생각에 든든하다. 앞으로의 제주가 벌써 즐겁다.
글, 사진 : 박유라 소셜 에디터
편집 :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들어가며
유유히 바다로 흘러드는 산지천 산책로를 걷다 보면 쉬이 지나칠 수 없는 공간들이 있다. 감각적인 공간들 사이로 앨리스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싱그런 정원이 있다. 누군가는 그 정원의 입구를 찾으려 눈을 크게 떠야 할지도 모르겠다.
일상 혹은 일상의 바깥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다면, 그 무언가가 의미 있고 또 의미만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면 제대로 찾아왔다. 똑같은 플리마켓, 기념품 상점, 광고로 뒤덮인 정보에 신물이 났다면 오늘 하루는 매우 제주스럽지만, 마냥 제주답지만도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공유와 연결의 경험
‘공연장’은 공유로 연결하는 장이라는 뜻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함께 만들었다. 공연장에서는 공유라는 가치를 통해 사회를 밝히고, 지역을 널리 알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들이 만들고 있는 제품을 직접 입고, 마시고, 체험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뒷마당 플리마켓
기분 좋은 웅성거림을 좇아 벽 사이의 길을 지나면 이윽고 눈에 들어오는 마당. 푸릇한 잔디 위로 진열대 몇몇이 눈에 띈다.
보고
가장 먼저 만난 ‘비건 책방’ 진열대에서 각종 서적 사이로 동물 영화제 팸플릿이 눈에 띈다. 비건 책방은 비건 적 삶의 태도를 지향하는 책방으로, 비건에 한정 짓지 않고 함께 사는 마음과 공존의 가치를 폭넓게 규정한다. 종종 방문하는 비건 책방을 이곳에서 만나 볼 수 있어 반갑다.
마시고
그 뒤로 알록달록 유리병들이 가지각색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유혹한다. 제주 지역의 최초이자 유일한 제주 전통주 전문 셀렉트숍 ‘주식회사 파란공장’이 만드는 전통주들을 시음하고 구매할 수 있는 자리이다. 다 마셔볼 순 없으니 당근 막걸리를 한 모금을 시음한다.
살에 맞대고
안쪽 나무 밑에는 이따금 내리쬐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은빛 액세서리들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일상에서 흘러가는 자연 본연의 모습을 수공예로 구현한 ‘잔빛’은, 이름 그대로 마당 한쪽을 잔잔히 빛내고 있었다. 하나하나 다른 모습들이 마치 그곳에 있는 우리의 모습 같다.
손으로 감각하는
나란히 자리한 ‘리어플라스틱’과 ‘데일리스티치’에서는 직접 참여해서 굿즈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다시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리어플라스틱’에서는 버려진 부표를 형상화한 폐플라스틱 비즈로 알록달록한 팔찌와 키링 등 다양한 비즈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었다. 버려진 병뚜껑 4개로 새롭게 탄생한 귀여운 액세서리 등 플라스틱을 분쇄해 다양한 소품들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협동조합 데일리스티치’에서는 자투리 천으로 그립톡 만들기를 선보였다. 데일리스티치에서 자체 개발한 원단들로, 의류나 소품 제작에 쓰이고 남은 원단들을 폐기하지 않고 업사이클링하여 제품을 제작한다. 분홍색 바탕에 보랏빛이 들어간 파란 수국이 수 놓인 원단을 골라보았다.
플리마켓에 가면 새로운 제품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그 가치를 기조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새로운 셀러만큼 반가운 건, 기존에 알고 내가 응원하고 있는 셀러들이다. 공연장, 말 그대로 공유와 연결을 지향하고 제주를 아끼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만으로 이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애정이 간다. 그리고 그 중의 한 사람이 된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이 마음은, 느껴본 사람만 알 수 있을 테다.
제주를 밝히려 애쓰는 사람들
뒷마당 플리마켓의 북적임을 뒤로하고 새로 단장한 종이잡지클럽으로 올라가면, 세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사회적기업 ‘데일리스티치협동조합’ 이민정 대표와 예비사회적기업 ‘주식회사랄라고고’ 조인래 대표, 그리고 진행을 맡은 종이잡지클럽 김민성 대표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아름다운 제주 자연을 모티브로 오래 입을 수 있는 의상을 핸드메이드로 제작하는 ‘데일리스티치’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을 모아 제주살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 기획을 하는 ‘랄라고고’. 픽제주를 구독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제주살이 능력고사는 알 것이고, 데일리스티치는 몰라도 동쪽에 와 본 사람이라면 데일리스티치의 쇼룸들은 그냥 지나치지 못했을 것이다.
제주도에 내려와 창업하게 된 이유를 시작으로 사회적 기업의 매력, 운영하면서 느꼈던 고민, 지역에 대한 성찰, 지역 커뮤니티의 중요성 등 사회적 기업 혹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제주에 대한 서로 다른 마음으로 시작한 두 기업. 온라인/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랄라고고와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스티치의 장단점을 들으며, 교차하는 지점 속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는 것도 재미 중 하나였다. 가장 큰 공통점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공간과, 콘텐츠 그리고 제주에 대한 애정이 어김없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 그런 의미에서 두 대표가 세미나에서 언급한 협업을 기꺼이 기대하게 되었다.
사회적기업의 수익 구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는 대표로서의 고민과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결국은 기업으로써 자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요지이다. 소셜 미션만으로는 부족하고, 사회적 기업에 대한 대중의 인식 역시 변해야 한다. 또한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한계와 제주라는 지역적인 한계 역시 존재하지만, 그것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제주에서 물류 문제가 존재하지만, 그걸 디폴트값으로 받아들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이다.
이어진 사전 및 현장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기업은 생물”이라던 조 대표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초기 사업 모델의 목표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인 팀원들의 조합으로 지금 그리고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유동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데일리스티치 역시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경력보유여성들이 모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팀이, 지금은 로컬 적 연대의 가능성을 실현하고 있다. 인연은 우연으로만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서로의 노력과 애정이 뒷받침되어야 단단한 팀이 될 수 있다.
두 대표의 말처럼 앞으로 5년 뒤, 10년 뒤, 두 기업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을지 지켜보고 싶다. 두 시간 동안 나누고 들은 모든 이야기를, 그 자리에 없던 사람들에게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제주와 사회적 기업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준 시간이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제주와]에 실린 인터뷰를 통해 두 사람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2부로 이어질, 강진과 병영에서 청년 마을을 기획한 이정민 ING 편집장의 세미나 역시 참여하고 싶은 흥미로운 주제였다.
나오며
‘연결과 공유가 새로운 미래를 만든다’는 초연결 시대, 공유경제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이 자리들이 더 유의미하게 생각된다. 여러 기업이 다양한 주제와 가치로 다채로운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이런 활동들이 제주를 고유하지만 정체되지 않게 만들어 주고 있는 생각에 든든하다. 앞으로의 제주가 벌써 즐겁다.
글, 사진 : 박유라 소셜 에디터
편집 :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