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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자 인터뷰

사람도, 옷도, 지구도
지속 가능하길!


김진주 대표

옷에도 유통기한이 있을까? 여기 옷의 생명 연장을 꿈꾸는 아티스트가 있다. 옷을 만드는 사람도, 입는 사람도 모두 행복하길 바라는 김진주 대표가 사회적기업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분위기가 독특합니다. 자개장도 그렇고, 옷들도 흔히 보지 못했던 스타일이네요.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소개 좀 해주세요.
사람들이 모여서 옷을 만들어요. 가지고 있던 옷들을 가져와서 새로운 옷을 만들거나 천연염색도 합니다.

옷을 업사이클링 하는 곳이군요.
네, 저희는 옷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합니다. 옷을 너무 쉽게 사고, 쉽게 버리잖아요. 예전에는 옷이 귀해서, 돈을 모으고 사서 아끼며 입었는데 요즘은 입다 버리는 옷이 되었어요. 너무 버려지는 옷들이 많아요. 많이 만들고 많이 버리죠. 저는 옷이 좋아서 옷 만들기를 시작한 사람이에요. 이 일을 평생 하고 싶은데 쉽게 만들고, 버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고민하다 이 일을 하게 되었죠.

패션 디자이너였군요. 어떤 일을 하셨나요?
부모님이 칠성로에서 옷가게를 해서, 어렸을 때부터 옷을 보고 자랐어요. 옷은 엄청 친숙한 대상이었고, 자연스럽게 옷 만드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뉴욕 파슨스에서 의상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일했어요, 그러다 파리로 건너가서 일했어요. 사실 처음부터 옷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생각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패션디자이너가 된 것이 좋았고, 그저 열심히 했어요. 스케치를 너무 많이 해서 손가락에 물집이 날 정도였어요. 지금도 손가락 굵기가 오른쪽, 왼쪽 달라요.

흔히 말하는 ‘잘 나가는 디자이너’ 이었는데, 왜 삶의 방향을 바꾸게 되셨나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막상 디자이너가 되니 천을 만지고, 옷을 만들기보다는 늘 책상 앞,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더라고요. 일하면서 행복하지 않았어요.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가 점점 더 강해지면서 ‘내가 무엇 때문에 이걸 하는가? 회사는 매출도 잘나오는데 왜 이걸 더 만들고 더 많이 팔아야 하지? 사람들이 이 옷을 몇 번이나 입을까? 과연 내가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패션회사에 있다 보면 판매 상품이 되기까지 버려지고 잘라내는 옷들이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되요. 그렇지만 회사는 멈추지 않아요. 수많은 옷들을 만들고 그중에서 판매 상품으로 뽑아내고, 판매 상품이 되어도 재고가 쌓이죠, 팔려나간 상품들도 과연 몇 번이나 입혀질까요?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옷을 만드는 게 좋아서 디자이너가 되었는데, 점점 그것이 싫어지더라고요.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옷으로 옷을 만들어요.

그렇다면 이런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일을 놓고 여행을 떠났어요.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캄보디아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보았어요. 천을 직조 하여 일일이 염색하여 옷을 만드는 것을 보았는데요. 그곳은 일종의 사회적기업이었어요. 커뮤니티에서 엄마들은 옷을 만들고, 아이들은 뛰어 놀고, 이렇게 만든 옷들을 유럽에 팔아서 마을 전체가 먹고 사는 공동체였어요. 그들의 모습이 좋아 보였어요,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핑 돌더군요. 그때부터 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사회적기업으로부터 받은 감동으로 사회적기업을 꿈꾸게 되었군요. 옷을 만든다는 공통점 이외에는 전혀 다른 필드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요, 이 일에 무엇이 선행되어야 할까요?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지 옷을 좋아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해요. 옷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가치를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해요. 그리고 열린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헌 옷을 수선하는 것이 아니라 옷으로 옷을 만드는 일이에요. 창의적인 일이죠. 유연한 생각을 가져야 좋은 작품이 탄생합니다.

왜 다시 제주였을까요? 다시 돌아온 제주는 어떤가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저는 바다를 봐야 하는 사람이에요. 떠나 보니 그걸 알게 되었어요. 뉴욕에는 바다가 있었지만 파리는 강이거든요. 그때 가장 우울하고 힘들었어요. 제주에 다시 돌아와 바다를 보니 숨통이 트이더군요. 그리고 색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전에 제 옷장에는 검정색 계열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제주로 오면서 색이 들어왔어요. 이때쯤 천연염색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예전에는 올블랙이었는데 이제는 올칼라죠.(하하!) 물론 힘든 부분도 있어요. 디자이너 시절에는 스케치만 하면 옷이 만들어져 나왔는데 이 일을 시작하면서 바느질부터 다시 해야 했어요. 필요가 넘치니 칠성로에 옛날식 양장점이 보이기 시작 하더군요. ‘여기에서 뭔가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분들과 함께 옷을 만들기 시작 했어요. 요즘은 양장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제주에서 제일 잘나가던 양장점이 폐업하고 수산업으로 업종전환을 했어요. 70이 넘으신 분이에요. 그분 돌아가시면 그 아까운 기술은 영영 사라지는 거예요. 하루라도 빨리 그분들의 기술을 배워야 합니다.

천연염색에, 바느질도 배우고 바쁘셨네요. 저기 있는 천들이 염색한 천인가요?
신기하죠? 제주하면 감물염색만 생각하는데 천연재료로 저렇게 다양한 색을 낼 수 있어요. 저기 형광 핑크색 보이시죠? 저것도 천연염색이에요. 지난 주말에 팀원들과 함께 옥상에 올라가 물을 들였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물론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지만요. 사실 이런 걸 다 해 봐야 옷의 가치를 알 수 있어요.

맞아요, 옷을 사는 게 너무 쉬우니까요. 어쩔 땐 ‘이걸 내가 언제 샀나?’ 옷장에서 낯선 옷을 발견할 때도 있어요.
네, 맞아요. 계절마다 옷을 버려도 또 버릴 게 한 짐씩 나오잖아요. 저 뒤에 있는 박스가 다 옷 박스예요. 제가 디자이너 생활하는 동안 샘플로 만들었던 옷이에요. 귀국할 때 옷만 열 박스가 넘더라고요. 그걸 다 여기로 가져와서 요즘 잘 쓰고 있어요. 팀원들도 집에서 가져온 옷으로 옷을 만들어요. 각자의 취향이 드러나죠. 또 여러 사람들의 옷을 조합하면 전혀 새로운 옷들이 탄생하기도 해요. 정말 창의적인 활동이죠. 사실 팀원들이 처음에는 재봉틀도 잘 사용하지 못했어요. 그렇게 한땀 한땀 완성하니 옷 귀한 줄 알게 되죠. 정말 재미있는 작업이에요.

우리 옷들은 바다를 넘을 겁니다.
세계인들과 가치를 나누고 싶습니다.

사람들을 모으고 이 일로 같은 마음을 갖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하셨어요?
별다른 홍보활동이 없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와요. 작년에 예술공간이아에서 ‘숨에코패션공작소’를 진행한 정도가 다 인데 말이에요. 지금은 토요일마다 팀원들과 만나 옷을 만들고 있어요. 2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요, 이들이 옷을 만드는 희열과 기쁨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조금 더 밝은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요?

사업 이야기 조금 더 들어볼까요, 올해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상반기에는 상품개발을 완료하고 올해 상용화가 목표입니다. 팀원들은 실력을 업그레이드해야 하고, 수익은 우리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 만큼 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수익은 중요하죠. 돈을 벌지 못하면 가장 하기 싫은 일을 다시 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생각하고 있어요. 바다를 건널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가치를 전 세계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그러면 ‘숨’브랜드로 진출하실 예정인가요?
이름은 ‘수미애(suumié)’로 정했습니다. 외국인들에게 쉬운 이름을 고심했죠. 해외 비즈니스를 위해 상품개발 이후에는 이미지컨텐츠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언어가 다른 곳을 겨냥하고 있으니 이미지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죠. 성공사례를 공부 중에 있습니다.

제주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연구하고 있는 분야가 있으신가요?
들어올 때 고무옷 보셨죠? 해녀 분들이 입던 옷이에요. 잠수복이나 망사리(그물) 같은 것들로 뭔가 좀 해 보려고요. 또 지역에 계신 분들이 모델로 수고해 주시는데요, 그 중 한분이 해녀분이세요.

‘숨’이 어떤 회사이길 바라세요?
옷을 만드는 사람이나 선택하는 사람이나 모두 행복하길 바랍니다. 지속가능한 패션 이전에 지속가능한 삶을 사는 것이 먼저죠.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회사를 키워서 마사지사를 고용할 거예요. ‘도나카란’ 브랜드에는 마사지사가 돌아다니면서 직원들 근육을 풀어줘요. 우리 회사도 그렇게 할 겁니다. 사옥 옥상에서 요가도 하고, 함께 올레길도 걷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