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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자 인터뷰

함께 꿈을 꾸고
더 큰 일을 이루고 싶어요.

캘리그래피협동조합
김효은 대표

글씨에서 생동감이 넘친다. 물같고, 바람같고 휘몰아치거나 흩뿌려지기도 한다. 혼자서도 부족함 없어 보이는, 잘 나가는 캘리그래퍼가 왜 사회적기업에 문을 두드렸을까? 캘리그래피협동조합의 김효은대표를 만나보았다.  

작품마다 글씨가 다르네요, 구경만 해도 너무 재미있어요. 얼마나 오랫동안 캘리그래피를 하셨어요?
남편 자영업을 돕다가 그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이것저것 많이 배웠어요. 캘리 공부하면서 생태해설사, 우크렐레, 일어공부 등 자영업을 졸업하고 커리어를 쌓기 위해 공부했어요. 처음에는 우도에 오픈하는 카페를 꾸미기 위해 캘리를 썼어요. 그런데 카페 글씨를 보고 누군가 강의 의뢰를 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첫 강의가 2015년 애월도서관이었습니다. 우도에서 애월로 강의를 다녔는데, 강의 첫날 ‘아 이게 내 일이구나!’ 싶었어요. 드디어 내 일을 찾은 거죠.

자영업이라 하시면 어떤 일을 하셨나요? 그리고 여러가지 것들을 배우다가 어떻게 캘리그래피에 정착하시게 된 건지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원래 디자이너 출신이에요. 호텔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금속공예 전공인 남편과 함께 액세서리 브랜드를 운영했어요. 매출이 꽤 좋았어요. 노점에서부터 시작해 브랜드가 되고, 5개 브랜드를 운영했어요. 플리마켓 같은 곳에서 우리 제품이 인기가 좋았어요. 그런데 아이도 낳고, 규모를 키우다 보니 나 좋은 것, 나 재미있는 것만 해서는 안 되겠더라고요, 핸드메이드 느낌의 내추럴한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반짝거리는 기성품도 팔아야 하고 점점 제가 생각했던 것에서 멀어지고 있더라고요. 그 때쯤 우리 부부는 우도에 카페를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캘리그래피 공부도 시작한 거죠. 그러다가 처음으로 포토그래퍼 이성현작가와 전시를 하면서 큰 자극을 받았어요. 깊은 바다 사진과 톤을 맞추고 글씨를 쓰는 과정에서 숨이 트이는 기분이었어요. ‘바로 이거다!’ 하는…….뭔가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어요. 저에게 캘리그래피는 숨비소리와 같은 것이었죠.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연습을 독하게 했어요. 밤에 2~3시간 자면서 친구 작업실에서 연습을 했죠. 그때 정말 행복했어요. 지금도 글씨는 하루에 8시간씩 쓰고 있어요.

“나에게 캘리그래피는
숨비소리 같은 것”

엄청난 노력을 하셨네요. 어쩐지 잘 모르는 눈으로 봐도 글씨가 너무 멋있어요. 강의도 꽤 많이 하시겠어요?
강의가 많아요. 사실 혼자 하기에는 넘치죠. 

아, 그래서 협동조합을 하시게 되었나요? ‘캘리그래피협동조합’이요.
제가 강의를 하면, 강의 후 수강생들이 꾸준히 모임을 이어가며 글씨를 씁니다. 어느 순간 저도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서로가 힘이 되고, 함께 모이면 혼자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어요. 주변에 함께하자는 권유도 있어 협동조합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기업 육성과정에도 지원하셨잖아요?
수강생들이 대부분 경력단절여성들이에요. 저 또한 그랬었고요. 모두들 자격증도 열심히 따고 무언가 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사실 잘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앞서 말했듯이 함께 모인다는 게 그런 면에 있어서 힘이 됩니다. 그리고 사회적기업으로 지원을 받음으로서 해볼 수 있는 것이 더 많다고 판단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번번이 자금 문제와 기자재 마련이 되지 않아 일이 막히고, 목표한 일에 가기까지 너무 긴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정작 시작도 못하고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확실히 혼자는 한계가 있죠. 그러면 사회적기업 육성과정에 대해 기대하는 바도 있으시겠네요.
전 항상 준비된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사회적기업 육성과정을 통해 함께 배우고, 자극이 되고, 지속적인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합니다. 재능기부도 그래요, 혼자하려고 하면 정보가 없고 한계가 있거든요. 재래시장 간판을 쓴다던지, 다양한 단체에 강의를 하는 것은 사회적기업일 때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 대한 준비를 위해 역량강화도 물론 필요하고요. 김효은이라는 혼자이름으로 활동하는 것보다 함께 배우고 일할 때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씨를 배우던 수강생이 어느새 강사 역할을 하는 모습들을 봅니다. 그렇지만 빨리빨리 강사를 양성해서 맞춘 듯이 강의하는 강사를 배출하고 싶지는 않아요. 

강사 과정은 몇 명 정도 가르치세요?
저는 1년에 15명 정도만 강사 양성과정을 진행합니다. 사실 몇 개월 잠깐 배우고 강사로 활동하는 것은 그다지 좋게 생각되지 않아요. 강의를 들은 후, 제 강의에 보조 강사로 함께 나가기도 하고, 오랜시간 같이 하면서 제 일을 나누고 있어요. 함께 하는 선생님들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일을 분담하기 까지 실력 향상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대표님은 캘리그래피협동조합이 어떤 모습이길 바랍니까?
함께 꿈을 꾸는 사람들이 모여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아실현을 하고,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다행히 함께하시는 분들이 재미있어 하고 모두가 열심이에요. 

“꿈을 꾸면
언젠가는 하게 됩니다”

캘리그래피협동조합만이 가지고 있는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조직적인 면에서는 체계적인 룰이 있습니다. 글씨는 단지 예쁜 글자가 아니라 글자 안에 문화적인 메시지, 제주만의 것을 담고자 합니다. 캘리가 수단화 되는 것이 아니라 글씨 자체가 목적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바람이라면 바람처럼, 물이라면 물처럼 씁니다. 바람도 부드러운 바람이 있고, 몰아치는 바람이 있잖아요. 글씨를 설명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글씨 자체를 그렇게 써서 표현하는 거죠.

앞으로 하고 싶은 사업은 어떤 일인가요?
강사양성 면에 있어서는 커리큘럼을 패키지화하는 것이에요. 사실 저 혼자 강의는 어려울 것이 없어요. 다만 우리 캘리그램피협동조합 강사들이 똑같은 수준의 양질의 강의를 하려면 어떠한 기준이 필요하죠. 교재를 매뉴얼화 한다거나 커리큘럼을 공유하는 등 지속적으로 멤버들의 역량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상품개발에 있어서는 제주아트 상품개발, 판로개척, 회계 등 분담해야 할 일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품 활동과 전시회가 정말 중요해요. 강의만 하면 또다시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어요. 끊임없이 자신을 업그레이드해야 해요.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나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으신가요?
얼마 전에 [박물관이 살아있다] 전시관에 포토존을 만들었어요. ‘해녀아리랑’이라는 설치작품 인데요, 스스로 성취감도 있고 반응이 좋았어요. 그리고 저는 항상 제주어로 무언가를 하고 싶어요. 체험프로그램 개발 중에 있고요, 아이들과 ‘글씨로 놀자’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글씨쓰기 교육이 틀에 박혀 있어 아이들은 글씨는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고정관념을 깨 주고 싶어요. 

계획도 많고, 강의도 많고 그걸 다 소화하시는 게 대단하십니다.
저는 꿈을 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꿈을 꾸니까 언젠가는 하게 되더라고요. 

혹시 전시회 계획 있으신가요?
네, 5월에 개인전이 있어요. 원도심 살리기 일환으로 북초등학교 김영수도서관을 재개관하는데요, 기념 전시를 합니다. 제목은 [우리도서관에 동시 글, 그림 꽃 피었습니다]로 박희순(교장선생님) 시인의 시 20편 정도를 캘리로 표현하였습니다. 5월 중에 전시회 오픈합니다. 관심 있게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