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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자 인터뷰

사람이 가진
무늬를 존중합니다

인문놀이협동조합
부소문 대표

인문(人文), 사람의 문화에 관심을 갖는 학문. 즉, 각자가 가진 무늬를 살펴보고 존중하는 것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으로 시작, 세대를 조금씩 넓혀가며 인문을 즐겁고 쉽게 전달하는 인문놀이협동조합 부소문 대표를 만났다.

인문놀이협동조합이 만들어진 계기가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첫째 아이 현수가 유치원에 다닐 때만 해도 주부였어요. 4살 터울 둘째까지, 두 아이와 살림 돌보는 것이 제 일이었고요. 그런데 무럭무럭 자라던 현수가 38개월쯤 자폐증 진단을 받으면서 앞이 캄캄해졌어요. 그 계기로 아이에게 더 집중하게 되었고요. 현수는 차츰 나아졌지만,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걱정이 더 커졌습니다. 그때 교육 쪽에 오래 활동하고 있는 아는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다 인문학을 연구하고 교육을 하는 ‘인문숲이다’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그게 제 인문의 첫걸음이었어요. 그때 만난 친구들이 지금의 조합원들이고요.

모두 ‘인문’이란 지점에서 만난 거네요. 조합원은 어떤 분들이세요?
시인들과 사진작가, 상담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지만 모두 인문학에 뜻을 두고 있어요. 살아가는데 인문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같은 마음으로 함께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여성공동체를 만들어 인문을 세상에 알리고, 우리의 생계로도 이어지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죠.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에서 ‘여성공동체 창업 인큐베이팅 지원사업’ 창업자 공모에 선정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어요.

협동조합을 만든 후,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했나요?
2년 차 협동조합이라 프로그램 운영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어요. 처음에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한 마을의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죠. 하지만 곧, 쉽지 않은 일이란 걸 깨닫고 우리의 역량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을 찾았고, ‘시집 읽는 청진기’를 기획하게 된 거예요. ‘청소년이 진단하고 기록하는’ 청진기 독서 프로그램입니다. 조합원 중에 세 분의 시인이 있어서 수월하게 프로그램을 짤 수 있었어요.

“인문학을 통해 제주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가졌으면 해요.

시집 읽는 청진기, 이름부터 굉장히 흥미로워요! 어떻게 진행되나요?
시집 한 권을 진득하게 읽고, 워크북을 만드는 프로그램이에요. 4·3시집 <검은 돌 숨비소리> 김수열의 <꽃 진 자리> 강은미의 <자벌레 보폭으로> 등 제주를 주제로 한 시집 열 권을 정했어요. 제주에 대한 시집을 고른 건 자신들이 살아온 곳이기에 더 흥미를 느낄 수 있고, 섬에 대한 가치를 심어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분명 많은 아이들이 커서 제주를 떠날 테지만, 살았던 터전에 대한 애틋함을 전하고 싶었죠.

지난 7월에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들었는데, 반응이 궁금해요.
서귀포도서관에서 김수열 시인을 초청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처음엔 지루해하지 않을까, 낯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프로그램이 끝나고 아이들이 줄을 서서 시인에게 사인도 받고 질문도 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니 뿌듯했어요. 지금은 시집으로 한정되어 운영하지만, 곧 도서관 분류법에 따른 예술, 역사, 종교 등 인문학의 범위를 넓히려고 합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는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나요?
조랑말극장이란 프로그램을 했었어요.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 대상으로 전자책을 통해 이야기를 보여주고 그림을 그리거나 춤을 추는 예술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돗자리에 촘촘하게 앉아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나중에는 방방 뛰기도 하며 온전히 즐기더라고요. 조합원들의 아이들도 참가해서 왁자지껄 분위기가 좋았어요.

조합원들에게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었을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이 직접 참가할 수 있으니 프로그램에 대한 피드백도 확실히 받을 수 있어서 좋아요. 회의나 행사 때도 빠짐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요. 여러 아이들이 어울리며 와글와글 하죠. 엄마의 일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요. 경력단절 여성들로 이뤄져 있는데, 아이도 잘 키우면서 우리도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늘 고민하고 있어요.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협동조합을 하면 당연히 사회적기업으로 간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망설임 없이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지원했고요. 경력단절 여성들도 즐겁게 일하며 사회생활을 하고, 인문학을 통해 제주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가졌으면 해요. 자신의 무늬를 찾기 위해서는 사는 공간이 무척 중요하거든요.

“경력단절 여성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경제적으로 충분히 자립했으면 해요.

주부로 오랜 시간 지내왔고, 협동조합을 운영하며 많은 부분이 바뀌었을 것 같아요.
주부로 지냈을 때는 늘 아이만 바라보고 있었어요. 남들한테 피해는 주지 않는지, 또래와 무엇이 다른지, 아이만 관찰하며 예민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아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과 무늬로도 아이들과 잘 어울린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비슷하지 않아도 존중하고 이해해주는 친구들이 많아질 거라 믿어요. 이제 아이에게만 집중하지 않아요. 그러지 않아도 아이는 나름의 무늬를 가지고 잘 자라고 있거든요. 세상에 툭 튀어나와 바라보니 마음도 유연해지더라고요. 여러 활동을 하고 있어서 걸음은 바쁘지만요.

조합원들과 발맞춘 시간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8년 만에 사회로 나오게 되었어요. 그때 가장 큰 힘이 된 건 마음을 맞춰나가려는 조합원들이에요. ‘하룻강아지 어린이 철학연구회’에서도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 이름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속담이 생각났고, 조합원들과 어떤 일이든 용기를 내보자고 했죠. 조합원들도 무엇이든 용감하게 하고 있어요. 불안함을 채울 수 있는 원동력이에요. 분명 시행착오는 있을 거예요. 그래서 자주 모여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요.

인문놀이협동조합의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희도 그렇지만, 경력단절 여성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경제적으로 충분히 자립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가정은 물론 사회에서도 자신이 당당해지는 자리를 통해 행복해지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희가 하는 ‘인문’은 제주와 긴밀히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제주 땅의 가치를 넓고 깊게 파헤치는 거예요. 살고 있는 터전을 알 때, 비로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늬가 보이고, 다른 사람의 무늬를 존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소중한 터전에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를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