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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탐방

부엌에서 보내는
귀한 시간

(예비)사회적기업 무조리실협동조합
최진아 대표

‘부엌’이란 단어가 주는 따스함. 커서 직접 음식을 해보니 부엌에서의 힘겨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 음식은 결단코 뚝딱, 나오지 않는다. 메뉴를 고민하고, 재료를 다듬고, 불 앞에서 정성을 들여야 한 그릇의 요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무조리실협동조합은 이런 과정을 깊이 생각한다. 마음을 담은 손노동을 지향하는 곳이다. 제주 원도심 한 편에 자리한 ‘무조리실’ 레스토랑에서 무조리실협동조합 최진아 대표를 만났다. 

‘무조리실’이란 이름이 독특해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우리네 엄마들은 부엌에서 솥단지 하나만 있어도 밥상부터 생일상, 잔칫상, 제사상까지 만드셨어요. 음식을 만드는데 특별한 자격이 필요할까요? 그저 다양한 종류의 요리를 넘나들고 수십 년 요리 경력을 갖췄으면 돈을 받고 음식을 내놓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무조리실’은 무(無)정형, 무(無)공간, 무(無)경계 부엌이란 뜻이에요. 음식을 만드는데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어떻게 무조리실이 탄생하게 되었나요?
5년 전, 한참 ‘부엌에서의 노동’에 대해 생각할 때였어요. 지금의 메인 셰프인 무솁은 20년 차 주부였고,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다 하나의 실험을 하기로 했어요. 무솁은 요리는 정말 잘하는데 자격증은 없었어요. 하지만 누구보다 훌륭한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었어요. 요리사 자격증도 식당 경력도 없는데 음식을 팔 수 있을까? ‘손님들의 평가를 받자!’ 그렇게 팝업 레스토랑을 열게 되었어요. 

무조리실이 바로 생겨난 게 아니었네요. 팝업레스토랑은 어떻게 운영되었나요?
대평리에서 친구가 식당을 하고 있었는데, 일주일에 이틀은 휴무였습니다. 식당이 쉬는 날, 그곳에서 팝업 레스토랑을 열었어요. ‘하고 싶은 음식을 다 해보자!’라는 콘셉트로 일주일에 2개의 메뉴를 준비했고, 6개월을 꾸준히 운영했어요. 무솁은 기본적인 요리 역량을 갖추고 있었기에 특별히 연습을 하지 않아도 한식부터 중식, 양식 등 50개 가까이 음식을 만들어냈죠. 돈을 벌 목적은 아니었기 때문에 손님들의 입맛을 살피는 데 집중했어요. 무솁의 솜씨는 조금씩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팝업 레스토랑을 통해 요리사라는 자신감을 얻게 되셨을 것 같아요. 그렇게 6개월을 운영한 후엔 어떤 일을 했나요?
자격증이 없어도, 식당 경력이 없어도, 수고와 정성 또 좋아하는 일을 하면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미각만큼 정직한 것이 있을까요. 그래도 식당 운영에 대한 자신감은 100% 생기진 않았습니다. 대신 맛에 대한 신뢰가 쌓여 반찬을 만들어 파는 ‘반찬 꾸러미’를 시작했죠. 홍보를 하지 않았지만 쉬지 않고 일할 만큼 반응이 좋았어요. 이때는 음식과 소비자, 가격만 생각했어요.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요리에 대한 노동’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없었죠. 그러다 2016년에 뜻이 맞는 주변 친구들과 협동조합을 만들게 되었어요. 우리가 가진 적당한 노동력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자립해보자 생각했죠. 그렇게 1년은 서로의 방식을 맞춰가는 시간을 가졌고, 한상차림, 케이터링, 도시락 등 여러 분야를 경험했습니다. 2018년에서야 ‘돈가스’라는 생각이 모여 지금의 ‘무조리실’ 레스토랑의 주력 메뉴가 탄생한 거고요. 

‘무조리실’의 탄생이군요.
네, 처음엔 제주대학교 후문에 가게를 냈고, ‘돈가스’를 주메뉴로 운영을 시작했어요. 정확하게 집중할 수 있는 메뉴가 생기니까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어 좋더라고요. 이때부터 노동 구조를 맞춰가고 수익 구조를 뽑게 되었어요.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소셜부스터 공모에 지원도 했어요. 그때 컨설팅을 통해 입지 조건이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았죠.

그래서 지금의 원도심에 자리 잡게 된 거네요. 옮기고 나서 어땠나요?
저희도 위치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대학생이 주 손님이다 보니 방학 때는 한적했고요. 언덕에 자리한 가게는 날씨가 안 좋으면 손님이 뚝 끊기더라고요. 컨설팅을 통해 단점이 확실해졌고, 2018년 가을에 이 자리로 옮겼어요. 동네분들, 여행자들 고루고루 오시니 매출도 균형이 잡혔고, 또한 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주방의 환경이 좋아졌어요. 제가 늘 고민했던 ‘요리에 대한 노동’에서 한 가지를 해결한 느낌입니다. 

주방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기존에는 1~2명이 협소한 곳에서 음식을 했다면 지금은 3~4명도 거뜬하게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이 나올 정도로 공간이 넉넉해졌죠. 바뀐 주방을 보며 음식에 정성과 노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음식을 만드는 사람인 능률적인 공간과 설비도 반드시 필요하단걸요.

‘무조리실’의 가장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요? 
특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무조리실만의 고집이 있어요. 하나의 음식에 보이지 않는 노고가 숨어 있죠. 신선한 음식 재료를 고르는 것은 물론 소스, 육수 등 모든 것을 직접 만듭니다. 와사비 대신 풋귤을 갈아 매운 고추와 같이 절여 내기도 하고, 유기농 팔삭의 알맹이와 껍질을 섞어 청을 만들기도 합니다. 특히 밥에 정성을 쏟아요. 쌀을 씻는 것부터 뜸을 들일 때까지 가장 맛있는 밥맛을 내는 시간을 거쳐요. 제주에서 나는 제철 음식 재료를 쓰고, 안전한 음식을 정성껏 만드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생각이기도 하고요. 다른 식당에 비해 손이 많이 가지만 조합원들 모두 같은 생각이에요. 협동조합의 좋은 점은 주체적이기 때문에 바지런하게 움직입니다. 내가 잘못하면 모두에게 미안한 일이 될 수 있으니 저절로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정직한 노동이 꾸준히 이어지는 것이 결국 사회적 기업으로 가는 것 같아요. 

무조리실협동조합에 또 다른 사회적 가치가 있나요?
우리의 경험을 나누고 싶었어요. 취약 여성계층인 다문화나 이주여성들이 식당을 열고 싶다면 이를 실패 없이 도와주는 역할이에요. 매장 운영과 교육, 소셜 다이닝 워크숍을 통해 요리를 배우고 운영까지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겁니다. 무조리실이 휴무일 때 이곳에 팝업 레스토랑을 열 수도 있는 거고요. 저희가 5년 전에 했던 것처럼요. 여러 프로그램을 고민 중인데 긴장이 많이 되는 작업이에요.  

소셜다이닝도 꾸준히 운영한다고 들었어요. 
우리 조합원들을 위해 진행하게 되었어요. 우리네 엄마들은 부엌에서 가족들 식사를 정성껏 차리고 같이 먹지 않았던 옛 풍습이 있는데, 아주 싫었어요. 부엌에서 노동한 엄마도 우리와 함께 맛있는 밥을 먹었으면 싶었죠.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집밥처럼 차려놓고 손님들과 조합원들이 함께 어우러져 식사하는 거예요. 처음 보면 어색하기 마련인데, 음식이란 매개체는 좋은 접점이 되죠.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식탁을 따뜻하게 만들어줘요. 

서로의 노동을 굉장히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아요.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조합원들의 믿음이 조금씩 커지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에요. 동업이 힘들다는 것도 몸소 느끼고 있지만, 마음을 맞춰나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무조리실’의 대표 메뉴 소개해주세요! 
멘치까스가 아닐까 싶어요. 제주산 돼지고기를 갈아 생치즈를 듬뿍 넣어 튀겨요. 여기에 무조리실만의 특제 토마토소스와 달걀 프라이를 곁들여 먹는 건데 제주와 무조리실 고유의 맛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또 건강하게 매운맛을 즐길 수 있는 짬뽕까스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메뉴죠. 이번 여름엔 제주의 푸른 콩을 갈아 만든 콩국수가 인기였어요. 다음 여름에 한번 드셔보세요! 

최진아 대표는 음식뿐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손노동에 집중한다. 만드는 사람이 행복해야 먹는 사람에게 그 진심이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담은 손노동을 존중합니다’ 그들의 지향점, 이것이 무조리실협동조합만의 따뜻한 맛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기업정보

사명  무조리실협동조합
인허가 상황 및 형태  (예비)사회적기업
소셜미션  제주 로컬 음식재료를 중심으로 건강한 음식을 판매하고 식생활 문화 교육을 통해 여성의 직업적, 경제적 역량을 키우는 협동조합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자 함
주소  제주시 관덕로 6길 14, 1층
창업  2016. 10. 18
분야  음식 판매, 출판. 강좌 및 교육
연락처  064. 904. 1999
인원  5명
대표상품  
멘치까스, 짬뽕까스, 반찬 판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