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   INTERVIEW   |   April

07

삶의 이야기를 통해
존중의 가치를 만들다.

(주)꿈틀 박건도 사원, 오주해 작가

꿈을 담는 틀,
꿈틀

사회적기업 꿈틀은 어떤 곳인가요?

박건도(이하 박): 꿈틀은 “모든 삶은 기록할 가치가 있습니다”라는 모토로,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기억의책’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회적기업입니다. 2018년에는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와 함께 4·3사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자서전을 발간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기억의책’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를 해주실 수 있나요?

박: ‘기억의책’은 부모님께는 삶의 의미를, 후손들에게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 확인해 주기 위해 만들어집니다. 의뢰를 받으면, 저자인 어머님 또는 아버님을 찾아뵙고 기억을 더듬어갈 수 있도록 생애주기에 따라 질문을 드려요. 삶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진첩 속 사진과 함께 원고로 만드는데, 필요에 따라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이후 저자의 검토를 거쳐 종이책이나 e-book 형태로 출간합니다. 

꿈틀은 몇 분이서 함께 일하고 있나요?

박: 꿈틀은 제주와 서울에 지사가 있어요. 올해 제주에서는 4·3사건의 희생자와 유족들의 ‘기억의책’ 발간, 서울 지사에서는 ‘기억의책’ 발간에 중점을 두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제주에는 7명, 서울에는 6명 정도의 인원이 있고, 그 안에 사원, 디자이너, 작가, 영상제작자 등이 함께 하고 있어요. 

두 분은 어떻게 꿈틀과 함께 하게 되었나요?

박: 2015년 하반기에 꿈틀에서 발간한 첫 자서전이 제 외할머니의 이야기였어요. 그때부터 자서전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2017년 8월 대학교를 졸업하고 정식으로 함께 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4·3사건 관련해서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홍보팀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오주해(이하 오): 저는 2016년 봄부터 자서전을 위한 작가로 함께 합류했어요. 어르신들을 만나서 삶의 이야기를 잘 꺼내실 수 있도록 인터뷰를 하고,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현재는 4.3사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자서전 발간 사업을 총괄로 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4·3을
마주하다.

4·3사건 희생자의 삶을 기록하고자 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박: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이하 기념사업위)를 통해서 의뢰가 들어온 것이 가장 큰 계기겠죠. 기념사업위에서는 이번 70주년이 희생자분들의 마지막 생애주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생존해 계시다고 해도 나이가 많아 기억이 흐려지거나 구술하기 어려운 경우도 생기고요. 마지막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기록할 필요를 더 느끼고 있습니다. 꿈틀은 희생자와 유족 분들의 삶을 기록하는 것 또한 사회적기업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분들의 삶의 기록을 통해 인생을 존중하고 감사를 표현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함께 하게 됐습니다. 

4·3사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기억의책’은 어떻게 발간되나요?

오: ‘기억의책’ 프로젝트 진행방식과 거의 같아요. 의뢰 대신에 섭외를 진행한다는 차이만 있어요. 기념사업위나 유족회 등의 4·3사건 관련 단체를 통해서 인물을 추천받아 섭외를 진행하고요. 1-2명의 작가와 촬영기사가 함께 방문해 2-3시간 정도의 인터뷰를 2차례 진행합니다. 살아온 시간의 순서대로 질문을 드리고, 그에 따른 스토리를 바탕으로 자서전을 만들고 있어요. 

지금까지 몇 분의 삶을 기록하였나요?

오: 올 한해 50명을 기록하는 것이 목표예요. 섭외가 어렵다보니 지금은 섭외의 공을 들이는 단계이고요. 지금까지 다섯 분 진행했습니다.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으셨나요?

박: 아무래도 섭외 과정이 어려운 편이에요. 자서전 발간을 위해 섭외를 드리거나 인터뷰에 직접 가서도 많이 듣는 말이 있어요. “이 책이 나오면 해코지 당하는 거 아니야?”라고요. 4·3사건만이 아니라 어르신 삶의 인생 전반을 담은 글을 쓸 거라 설득하죠. 저희는 오래 전부터 억눌려있었고, 사건 이후로도 무장대와 토벌대가 섞여서 마을에서 함께 살아야하기 때문에 얘기를 꺼내지 못하다보니까 마음 속에 있는 두려움을 이해합니다. 본인과 가족에게 선물할 책을 만들어 드리고, 이후에 제주도 공공도서관에 비치된다는 점을 설명 드리죠.

오: 또 특별히 4·3사건이 70주년을 맞다보니, 당시 희생자들은 대부분 7-80대 이상이에요. 고령이죠. 섭외와 인터뷰가 거의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4·3사건에 대해 쉽게 꺼내지 않으려 하셔서 어려운 점이 많아요. 그래서 4·3사건을 직접 경험하지 않으셨지만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셨고, 그 당시를 잘 기억해 이야기를 해주실 유족들을 포함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습니다. 

진행하며 겪은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나요?

오: 사실 아직 많은 인터뷰가 진행된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긴 해요. 인상 깊은 분은 북촌리 전 유족회장님이에요. 전 유족회장님은 4·3사건을 알리는 데 매우 적극적이세요. 그럼에도 4·3사건과 그 당시를 회상하시면 많이 우셨어요. 특히 그동안 말 못했던 것이 서럽고, 4·3사건을 통해 가족의 인생이 바뀌셨다고 하시는 말씀하면서요. 또 당시 희생당한 누님과 아버지와의 일화를 소개해주셨는데 4·3사건이 개인적으로도 큰 상처였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누님이 한 분 계셨는데, 결혼한 남편이 산사람으로 지목되어 도망 다니셨나봐요. 그러다 결국 토벌대에 의해서 돌아가셨대요. 누님의 시신을 집으로 데리고 오며 아버지가 “너는 내가 거둬주는데, 나는 누가 거둬주나” 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고 하셨어요. 그 시절 4·3사건을 겪은 사람들이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 공포와 긴장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이야기해주셨죠.

어제를 딛고
사는 사람들

개인적으로 4·3사건의 희생자와 유족의 삶을 듣기 전과 후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박: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4·3사건은 ‘옛날에 제주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더라.’ 정도로만 알고 있었어요. 작년부터는 이 일을 계기로 공부를 시작했어요. 책으로 볼 때는 역사 이야기 같았는데, 직접 경험한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제주도가 다른 섬처럼 느껴졌어요. 제주도는 밝고, 차분하고 평화로운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4·3사건의 피해가 없는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어둡고 핏빛의 이미지가 씌워졌어요. 내가 살아갈 터전에 대해 깊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오: 저도 제주사람이지만 대학생이 돼서야 4·3사건을 알았어요. 주변에 겪은 사람들이 없어서 구체적으로 잘 몰랐죠. ‘관련이 있으니 그런 일을 당했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희생자와 유족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들, 총소리가 어떻게 들렸고, 피가 어떻게 튀며 사람이 죽었고 하는 것들과 4·3사건으로 인해 그분의 인생이 바뀐 삶을 따라가면서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피해가 크고 깊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지금까지는 내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내 삶에 들어온 이야기가 됐어요. 어르신들이 살아온 궤적을 들으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구나.’ 하고 이해하는 지점을 발견하게 돼요. 그분들의 삶의 이야기를 알지 못하면 공감할 수 없고, 공감하지 못하면 그분들의 감정의 응어리는 다시 남게 되거든요.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계기를 만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4·3사건의 희생자와 유족의 기록은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요?

박: 저희는 당사자와 가족 분들께 선물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가족의 삶과 이야기가 담긴 선물이 될 테니까요. 앞서 이야기했듯 발간된 ‘기억의책’은 제주도의 공공도서관에도 비치될 예정이에요. 아직 구체적이지 않지만, 미래세대를 위해 ‘아카이빙’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있어요. 인터뷰를 통해 사진과 글 등 다양한 기록들이 모이는데, 이를 분류해서 잘 저장해두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자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꿈틀은 4·3사건 희생자와 유족의 기록을 통해 어떤 변화를 꿈꾸나요?

오: 아직까지도 4·3사건에 대해 많이 말씀을 하지 않으세요. 마음을 터야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죠. 워낙 제주가 과거부터 많은 탄압이 있던 곳이다 보니 제주 사람이 가진 응어리가 매우 크게 느껴져요. 그 상황을 받아들여 응어리를 풀어낼 수 있도록, 지금까지 살아오신 분들이 자신감을 가지실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어요.

박: 아직 4·3사건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4.3사건을 알리고 싶습니다. 여러 지역에서 70주년을 맞아 많아서 다양한 행사들이 많이 열릴 예정이에요. 그렇게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데 돕고 싶어요.

주식회사 꿈틀 | www.memorialbook.kr

 

글 기억발전소  사진 하라사진관

꿈틀 연혁
2014년 2월 주식회사 꿈틀 설립
2015년 3월 제주형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2016-17년 제주문화예술재단 우수기획프로그램 선정 (제주인의 자서전)
2017년 11월 사회적기업 인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