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위한 한끼의 권리’
친환경 우리농산물 학교급식제주연대

전국 아이들의 80%가 도시락을 싸들고 등교를 하던 1999년, 제주는 전국 최초로 초중고교 전면급식을 시행했다. 4년 뒤, 제주시 아라중학교에서 아이들의 건강과 지역 농가 활성화를 위해 친환경 농산물 급식을 선언했다. ‘아이들을 건강하게, 제주의 농업을 부강하게, 제주 환경을 청정하게’라는 가치 아래 친환경 농산물 급식 조례를 제정하며 전국 학교 급식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곳, 친환경 우리농산물 학교급식제주연대(이하 학교급식제주연대)다.

사람을 향한 마음으로

2003년 아라중학교 학부모 운영위원이던 진희종 상임대표는 학부모로서 학교의 변화상을 제시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마침 2학년으로 재학 중인 아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주고자 하는 마음과 힘들게 친환경 농업을 이어가는 지인들의 판로를 동시에 고민하던 시기였다. 당시 제주는 급식용 쌀 수급을 위해 육지에서 정부미를 받았다. 몇 년도 쌀이 오는지 모르고, 쌀을 씻으면 검은 물이 나올 정도로 학교 급식용 식자재 질은 심각했다. 워낙 맛이 없으니 찹쌀을 넣어 밥을 짓는 일은 부지기수였다. 매일 먹는 아이들의 밥이 언제 어디에서 오는지도 모르는 재료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학부모를 경악케 했다. 그와 동시에 친환경 생산농가들은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그들의 가치 지향은 시장에서 값으로 책정되지 않았고,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진 대표는 일반 시민들에게 친환경 식재료를 강제 할 순 없지만 공공의 영역에 있는 부분은 다르지 않을까란 생각을 위원회에 전달했다.

“아이들은 아이대로, 농가는 농가대로 모두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일종의 연민이 생겨서. 하다못해 제도권 만에서라도 좀 배려하고 수용해 주면 
양쪽 모두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생각했죠.”

상호 신뢰와 협력이 만든 성과

아라중학교에 친환경농업 급식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시민단체와 영양사 등 35개 단체가 모여 학교급식제주연대를 만들었다. 연대의 성격은 진보적인 성향이지만, 균형을 위해 보수 정당인을 자문이나 고문으로 결합 시켰다. 정파를 초월해 폭넓게 조직을 꾸리니 조례를 제정할 때도 한층 수월했다. 도청, 교육청, 시민활동가, 학교영양사, 생산농가까지 다섯 개 기구의 협력과 신뢰가 있기에 가능했다. 특히 영양사들의 도움이 컸다. 이전에는 식품 구매와 처리가 단순했지만, 조례 제정 후에는 보조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과정에서 감사도 많았다. 관행대로 하면 편하지만 그들의 양심은 그러지 않았다. 전도가 직영급식 체재가 되자 농산물 표시와 함께 투명한 식재료들이 수급되었다. 가장 큰 성과는 아이들의 건강과 직결된 안전성이다. 육지의 경우 대기업 위탁급식에서 식중독 사건이 터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교육청 공식 발표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 동안 내부 요인으로 발생한 식중독 환자는 없었다. 학교 별로 한, 두건 있는 식중독 사건의 경우 조리사의 장염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한 일이었다.

전국 단위의 새로운 ‘로컬’

더불어 친환경 농가에도 희망이 생겼다. 초반에는 학교가 많지 않았지만, 전국적으로 친환경 우리농산물 급식이 활성화되니 해를 거듭하며 수요가 늘었다. 당시 연 매출이 100만원도 안되던 농가들이 현재 100배 이상의 매출과 안정적인 판로를 얻었다. 제주산 친환경 농산물 수출이 확대되면서 ‘로컬 푸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겼다. 각 지역에 적합한 작물을 심어 지역에서 1차 소비 후, 타 지역과의 교류로 수출&수입하는 것까지 ‘로컬’로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로컬 푸드의 핵심 가치를 ‘지역’에만 두지 말고 농가 상생, 소비자 안정성, 검증성, 투명성에도 부여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제주는 오히려 농산물 수출국이라고 봐야죠. 귤 90%가 외부소비잖아요. 각 지역마다 자기네 것만 쓰자고 하면 다 같이 망하는 수가 있어요.
예를들어 논산군이 학교 급식을 로컬로 하자고 하면 귤 먹지 말아야 해요. 1년 내내 애들이 포도만 먹게요?
‘로컬 푸드’라는 건 기계적으로 할 게 아니라 유연하게 적용해야하지 않나 싶어요. – 진희종”

ⓒ학교급식제주연대

활동이 가져온 변화

친환경 급식을 시작하며 먹거리 교육을 동시에 진행했다. 친환경 급식이 대중적으로 호응을 얻을 수 있던 것 중 하나는 아이들과의 농장 운영이었다. 첫 번째가 아라중학교 초록빛 농장이다. 운동화가 더러워지니 싫다고 했던 아이들이 새싹이 자라자 감동했다. 선생이 잡초를 캐려고 하자 생명을 뽑지 말자고 말했다. 신천초등학교의 경우 200평 텃밭을 친환경 농가와 학교, 마을 주민인 학부모가 공동으로 관리했다. 아빠가 밭을 갈고, 엄마가 묘종을 심을 때 아이들이 물을 줬다. 수확 시기엔 마을 축제를 열고 수박, 참외 같은 걸 따다 나눴다. 시내는 큰 대야에 수경 재배 형태로 텃밭을 가꿨고 재배된 것은 급식 시간에 먹었다. 현재는 공식적으로 검증된 식재료가 아닌 이상 급식으로 들어올 수 없어 자연스럽게 사라졌지만 반응이 좋았다. 한 때 밀려오는 교육 요청으로 학교마다 강사를 파견 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선생님도, 영양사도 경력이 쌓여 자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마지막 작은 바람

10년의 세월이 흘러 친환경 학교 급식은 자연스럽게 정착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급식 외에 제대로 된 끼니를 해결하는 아이는 손에 꼽는다고 한다. 컵라면 먹는 학생들로 학교 앞 편의점이 만원인 사회에서 기성세대는 어머니의 손맛을 추억한다. 그 아이러니 속에 학교급식제주연대가 바라는 점은 그들이 어렵게 만든 점심 한 끼가 아이들에게 ‘학교 급식 정말 맛있었다’고 기억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학교 급식이라는 영역에서 아이들이
지금 저희 세대가 갖고 있는 음식의 기억 같은 것을 느꼈으면…
대기업에서 만든 장 말고, 제주산 콩으로 만든 전통장 같은 것을 이용해서
아빠의 어머니, 할머니의 어머니가 해준 맛이 이어지고…
– 김남훈”

INTERVIEW

친환경 우리농산물 학교급식제주연대 이 사람들

진희종 상임대표 & 김남훈 사무처장

 

단체를 만들고 나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일까요?

진희종: 조례 제정하는 순간 의회 반대가 있었죠. 교육청에서 할 일인데, 왜 도에서 다뤄야 하는가. 또 하나는 중앙정부가 WTO 운운하면서 조례가 법에 위반된다고 했었어요. 당시 외국 농산물하고 자국 농산물을 차별하면 안 된다고 했거든요 근데 알고 보니 급식은 일반 소비 대상이 아니라고 나왔죠. 그 뒤로는 정착까지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정착은 2010년이라고 봐야 합니다. 연륜에 비해 진화가 더뎠죠. 제주도가 친환경급식에 대한 가치설정, 그다음에 대중운동, 현장에서의 구현은 전국에서 가장 앞서 갔어요. 그러나 질적 전환하는 데는 좀 더뎠죠. 도의 차원에서 급식지원센터를 만들거나 급식 단가를 올리거나 해야 하는데 행정 쪽에서 적극적인 지원이나 의지가 소극적이었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남들보다 먼저 했다, 일반화됐다는 것에 만족해서 우리도 게으르지 않았나 싶고. 다듬어가는 과정이 더딘게 아쉬웠죠.

급식지원센터가 업체를 선정하나요? 그 과정에서 급식연대는 무엇을 하나요?

진희종: 처음에는 입찰제였죠, 그러다 공익성과 신뢰성에도 문제가 생겼어요. 농가들 사이에도 과도한 가격경쟁이 벌어지고. 일종의 관리 차원에서 급식지원센터 5개 권역으로 묶어서 각 권역이 책임지는 책임공급업체를 선정했어요. 신청을 받고 심사를 하고 도가 선정을 하는 거죠. 급식연대는 NGO단체니 그 과정을 지켜보고 조정을 하고, 검증을 하고, 협력을 위해 노력해요.

이제 10년이 지났는데 학부모 입장에서 어떠세요?

김남훈: 제가 교육청 담당자들과 학교 급식실 점검을 정기적으로 다녀요. 급식실 위생 점검, 안전상태, 급식 메뉴 그리고 친환경 식재료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다니다 보면 너무 좋아요. 지역 현안과 밀접한 운동이잖아요? 아이들의 건강도 지키고 친환경 농가들의 삶 자체를 지키는 의미도 있고. 제주의 브랜드가 실은 환경이나 청정이라는 의미가 가장 중요하고요. 이 세 가지 가치가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친환경 급식 전과 후를 비교해 아이들 건강상태를 연구한 것이 있나요?

김남훈: 공식적인 자료라거나 의학적으로 검증을 하진 않았어요. 다만 저희들이 2009년까지 자체적으로 설문조사를 했어요. 학교 아이들과 영양사 선생님들의 의견을 매년, 3년 정도 받았거든요. 아이들은 자가 체크를 하고, 영양사는 자기가 관할하고 있는 아이들의 아토피나 질환 같은 건강 상태를 확인 했어요. 해당 조시는 매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 했었죠.

단체 운영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진희종: 시민단체죠. 회원 회비 받고, 후원금 내고. 제주도가 보조금 천국인데 우리는 1원도 안 받았습니다. 그래야 감시하고 큰 소리 칠 수 있으니까요. 대신 우리는 고생 좀 하는 거죠. 활동비를 많이 못 받으니까(웃음). 단 몇 푼 받아도 목소리가 작아져요. 도에 우리가 할 말 하려면 한 푼도 안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목소리가 있는 편이에요.

10년 뒤, 20년 뒤 연대의 가져야 할 방향성을 상상한다면?

김남훈: 저희는 시민단체의 영역이에요. 원래는 공공의 영역을 책임지고 있는 행정, 지방자치단체, 교육자치단체가 이 일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제주도는 지금 개발 문제 때문에 난리잖아요. 개발이 아니라 이걸 어떻게 지킬까를 고민하는 게 행정이 할 일인데, 거꾸로 가고 있어요. 결국 친환경급식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아직도 저희들이 자원봉사 활동으로 꾸리는 상황인데, 궁극적으로 교육청과 행정이 책임지고 저희 단체는 없어지는 것이 바람이에요(웃음).

진희종: 공동체 전체가 건강성을 유지하려면 공공의 영역이 자기책임을 확실히 해야 해요. 근데 사실 그게 어렵죠. 관료주의 폐해 때문에. 아직은 시민영역과 공공영역 간의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고 일종의 긴장관계, 검증, 감시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친환경 우리농산물 학교급식제주연대 | www.jejugreen.net | 064) 755-5036

           기억발전소  사진 하라사진관


제주술생산자협동조합

간절함으로 빚은 제주 술

서귀포 한라공동체

배우며 나아가는 생산자의 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