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작별을
준비하는 사람들

제주장례협동조합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오랜 세월 이어져온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선조들은 생을 담아 죽음을 준비해왔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삶과 죽음을 만들어갈까. 누구보다도 이를 진심을 다해 함께 고민해주는 사람들, 제주장례협동조합을 만났다. 

죽음 앞에 선 사람들

제주장례협동조합의 홍창환 이사장은 병원에서 삶과 죽음을 경험하는 현실과 본인의 결정 없이 획일화된 장례를 치르는 국내 장례문화에 질문을 던졌다. 장례 관련 종사자로서 장례문화가 빠르게 상업화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2009년, 우연한 계기로 ‘착한’ 영향력을 만들어가는 사회적경제와 맞춤형 장례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의 협동조합, 코오퍼레이티브 퓨너럴케어(Cooperative Funaralcare)을 알게 되어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뜻 있는 사람들을 모아 2011년 제주장례협동조합으로 설립하였다. 

“호스피스 병동에 계신 어르신들이 많이 하시는 말씀이 ‘집에 가고 싶다’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뤄지기는 힘들죠. 그렇다면 그분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보다 죽음이 존엄할 수 있도록, 남아있는 유가족들을 위로해야하죠. 전통적으로는 마을에서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죠.”

건전한 장례문화를 정착하는 일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과정이 그러했듯 상업화되고 획일화된 장례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에도 긴 시간 공을 들였다. 고인(故人) 없는 장례에서 ‘고인과 유가족 중심의 장례’로 나가기 위해 현실에 맞는 장례 절차를 고민하였다. 무엇보다 맥락 없이 진행되던 장례 절차에 우리나라의 전통을 계승할 수 있도록 전통을 찾아가는 일을 우선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본인에게 맞춘 장례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사전컨설팅을 진행하는 것이 제주장례협동조합이 특징이다. 

“잘못된 장례문화가 너무 많아요. 일본의 잔존문화와 병원이나 상조회사의 편의 등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에요. 수의를 입는 것, 검정양복에 차는 완장, 3일이나 5일이라는 기간을 갖는 장례방식 등은 전통이 아닐 뿐더러 패키지 장례로 인해 획일적으로 치러지는 것이 문제였죠. 저희는 다양한 종교와 전통장례방식을 연구하고, 고인에게 맞는 장례 방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죽음 이전에 장례를 준비하는 절차를 마련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장례 관련 종사자들의 삶의 질이 보장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였다. 지방일수록 하청업체로 운영되는 상조회사 종사자들이 고용불안정이나 현장에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시키는 일에도 앞장섰다. 통상적으로 접객에 도움을 주는 직원들이 보다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아줌마, 도우미 등으로 불리지 않도록 “장례관리사”라는 명칭을 만들었다. 협동조합의 자립 기반을 만들어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소외되는 죽음이 없도록

제주장례협동조합은 매년 15~20명의 고인과 유가족을 위해 무료로 장례서비스를 제공한다. 장기기증을 한 A씨의 장례를 치를 수 없어 장기기증운동본부가 협동조합에 도움을 청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고인의 고귀한 뜻이 있었지만 시신을 인도받고 장례를 치를 수 없는 형편의 유가족의 소식을 듣고 무상으로 장례를 치렀다. 

“수익을 생각하기보다 협동조합으로서 조합원들의 가치와 마음에 더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어려운 상황을 도와 그 죽음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일은 돈으로 환산되는 것이 아니죠.”

협동조합 설립 초기부터 홍창환 이사장은 전국의 장례 종사자들을 만나 네트워크를 구성해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국장례협동조합연합회’를 설립했다. 장례계획을 세워 나은 삶과 죽음을 고민할 수 있는 웰다잉 운동을 확대하고, ‘고인의 존엄을 지켜 애도하며 남은 가족들을 위로하는 일’이 곧 장례문화라는 인식을 키워가고자 한다. 

INTERVIEW

제주장례협동조합 홍창환 이사장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

2004년부터 장례와 관련된 일을 시작했고,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책임자로 있었죠. 우리나라 장묘문화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변해가는 것인지 관심을 갖게 되었죠. 2009년 쯤 우연한 계기로 장례를 주관하는 한 영국의 협동조합의 사례를 알게 됐죠. 그때부터 저희가 하는 일과 협동조합을 연결시키고, 또 뜻 있는 분들을 모으고 함께 활동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죠.

제주만의 독특한 장례 문화는 무엇인가?

제주는 유교적인 장례와 유배지 문화가 남아 있는 곳이에요. 제주에는 품앗이 문화도 많이 남아있죠. 발인 전날을 일포라고 부르는데, 보통 제주도민들은 조문하는 날로 알아요. 제주도가 척박한 땅이기 때문에 손님을 접대하는 음식을 준비하는 기간일수도 있었겠죠. 보다도 신분에 따라 문상에도 순서가 있었겠죠, 예를 갖춘 곳이니까. 일포가 되면 누구든 고인을 애도하고, 유가족을 위로할 수 있었죠. 이곳에서 대접을 받은 이라면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고인과 유가족을 위해 답례를 했어요. 그게 부위인 거죠.

제주장례협동조합의 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가?

우선 조합원이 되어야 해요.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의 취지에 맞는지를 확인하고, 논의를 통해서 장례지도사, 장례관리사, 자원봉사자, 장례사업장, 후원기관 등으로 조합원으로서의 역할을 결정한 뒤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요. 저희 협동조합과 MOU를 맺은 기업이나 기관, 단체 등의 직원일 경우에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죠. 아직까지는 B2B를 통해 대부분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어요. 

제주장례협동조합의 맞춤형 장례서비스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요즘에 보편화된 것들이 많이 있어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같이 자신이 바라는 죽음이 무엇인지 미리 조합과 논의를 나눈 뒤에 방식을 결정하죠. 평소에 가진 삶의 지향이나 종교관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게 장례절차나 용품 등을 모두 결정해서 장례를 구상합니다. 저희가 만든 서비스 가운데 ‘하늘구름침대’라는 것이 있어요. 고인이 가는 길이 아름다웠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고, 생화를 덮어 고인이 누울 수 있도록 한 것이에요. 유가족 중에 한 분이 고인이 된 어머니가 생전에 꽃을 좋아하셨다면서 감사하다고 하셨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앞으로 꾸는 꿈은 무엇인가?

설립 초기부터 9년에 걸쳐 어떤 일을 할지를 결정했어요. 초기 3년은 가치에 기초해서 활동을 하자는 것, 그 다음 3년은 수익 구조를 구체화하고 일자리 창출이라는 자립의 기반을 만들고, 마지막 3년은 협동조합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장례문화를 개선해보자는 것이었죠. 중기를 지나고 있는 지금, 50% 이상은 이룬 것 같아요. 26명의 발기인으로 시작해 682명의 조합원으로 성장했고, 7명의 정직원과 42명의 장례관리사를 두고 있죠. 조금씩 조합의 규모를 키우고 존엄한 죽음이 있는 장례 문화와 웰다잉 문화 운동을 만들어나가야겠죠. 앞으로 천만 명이 저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려고 합니다. (웃음)

 기억발전소  사진 하라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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