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경험을
공유하는 공동체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

2000년대 초반, 전라도 지역의 읍,면 단위 마을을 시작으로 마을의 원형을 되살리는 마을 공동체 사업이 시작되었다. 이후 10여년이 흘러 경기도 수원,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정책을 골지로 한 도심형 마을공동체 운동이 만들어졌고 제주에서도 기존 읍, 면 단위의 마을공동체를 넘어 도심형 마을 공동체를 다지고자 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도심 개발이나, 동 단위 주민참여예산 지원 사업의 예가 그렇다.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은 마을 개발 방향이나 문제를 해결하고자 설립된 마을연구소와 공동 부엌, 운동센터 등으로 이루어진 ‘마을카페 사람꽃’을 매개로 일도이동의 일상 공동체를 만들고자 모였다. 육아와 재취업 고민을 나누고, 함께 배워나가는 과정 속에서 인화로만의 문화가 싹트기 시작한 지 반년. 반년 만에 일곱 명에서 시작한 조합원이 270여 명으로 늘었다.

진정한 ‘협동’의 의미

우리는 옛날부터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이 함께 살기 위해 돕는 것을 ‘협동’이라고 불렀다. 언제부턴가 ‘협동’이라는 단어가 사상과 이념으로 인해 가치 전환되면서부터 ‘협동’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마을 공동의 재산을 운영하는 읍, 면 단위와 달리 제주 시내의 지역공동체는 타 지역에서 온 사람들의 비율이 높다. 그래서 도심권 마을공동체의 경우 어떤 이슈가 발생한 뒤 생기는 사례가 많았다. 공동체는 오랜 시간을 공유한 생활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인데, 일상을 나눌 ‘꺼리’가 없다보니 모여도 내부 구성원 사이의 어려움이 더 컸다.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의 송창윤 이사장은 공동육아에서 시작되어 성미산 개발에 목소리를 모은 성미산 마을 공동체의 예를 들며, 일도이동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협동과 협력의 가치를 알게 되면 공동체를 위협하는 문제가 생겨도 이겨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 지역의 주민들이 인화로를 통해 공동체를 알고 공동체가 자기 삶에서 중요하다고 느껴지면 언제나 지역에 공동체를 위협하는 무슨 일이 생겨도 주민들이 앞장서서 저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거죠 “

마을의 중재자를 만드는 일

‘마을카페 사람꽃’이 위치한 일도이동은 제주에서 대규모 도시 계획으로 아파트가 생긴 첫 도시다. 지금 재개발이 얘기되고 있는 지역들은 대부분 400여 세대지만, 일도이동은 25년 전후로 지어진 아파트가 4천 세대 이상 밀집 되어있다. 노후 된 아파트가 대부분이라 구도심에서 인구가 줄고 평균연령이 높아지는 유일한 동네. 5% 미만이던 아파트 임대율이 몇 년 사이 30%에 육박하는 상황은 현재 중장년과 세입자들이 늘고 있는 마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 재개발을 추진하는 업자들이 각 동 대표들에게 설명회를 주선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송 이사장은 한편으로 일도이동에 재개발 논쟁이 생겼을 때 정치적, 경제적으로 풀 수 없을 때,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이 중재자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주변에서는 웃어요. 누가 5~10년 뒤를 보고 커뮤니티를 만드냐고…그런데 건설업자들은요, 5~10년 뒤를 보고 옵니다.”

경험이 일이 되는 공동체

기존에 도심권 마을 공동체가 쉽게 만들어지는 방법은 육아나 학부모 모임이다.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은 프로그램의 다양화를 통해 육아 중심의 공동체에서 나아가 중장년, 노인세대까지 아울러 다양한 연령대가 만나는 커뮤니티 모임을 중점으로 생각했다. 주민자치위원장, 통장, 부녀회, 활동가, 학부모 등 다양한 층위의 조합원이 모이는 ‘마을카페 사람꽃’은 그 중심에 있다. 요리수업의 경우 초반에는 하나의 요리 수업에서 시작했다. 인원이 많아지고 수업이 늘면서 조합원 대상의 반찬 공동구매를 하거나,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마을에서 반찬가게를 열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근무자 및 조합원은 4~50대로 구성되어 있을 만큼 중장년의 호응이 크다. 카페를 이용하는 조합원들은 걸어서 15분 거리의 생활권에서 프로그램도 참여하고 마을 일자리도 얻을 수 있다. 전래놀이 수업을 배우는 조합원은 향후 마을 내에서 돌아가며 아이들을 돌보거나 수눌음 육아놀이터, 마을 공동육아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옛날 중장년 여성들이 일자리가 없어 일을 못하거나 밀감 용역으로 아침 6시에 나가 저녁 6시까지 일을 하며 일당 7~8만원을 받았지만,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로 4~6시간 일하고 흥미있는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 중 하나다.

“ 마을 공동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을의 개념입니다. 영화에서 외계인이 오면 지구가 한 마을이 되잖습니까? 자주 만나는 사람이 이웃이고 마을입니다. 사람과 사람간의 왕래가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공간. 물리적인 것이 아닌 심리적인 것. 그럼 이주민이네, 원주민이네 하는 갈등은 없지 않을까요? ”

 

제주지역의 협동조합이 나아가야 할 방향

본인이 아는 선에서 조금 나은 것을 주민에게 알려주고 예산을 제대로 쓰는 사례로 인화로를 만들었다는 송 이사장. 그는 최근 사회적 경제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견해를 나누고 협력하기 위해 도내 다른 사회적협동조합들과 함께 제주지역 사회적협동조합 협의회를 만들었다. 인화로라는 새로운 길 위에서 제주 지역 사회적 협동조합이 송 이사장의 말처럼 자본주의의 반대로서 해석되는 것이 아닌 사회적공동체를 추구하는 따뜻한 마을이 되길 바란다.

 

INTERVIEW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 송창윤 이사장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는 과정은?

처음에는 알음알음 왔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공간을 이용하고 프로그램을 참여하시면서 느끼신 분들의 권유와 소개로 많은 분이 협동조합에 가입합니다. 조합원 가입비와 연회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4개월 만에 270명이라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온 겁니다. 또한 무료가 아니라 작은 비용이라도 돈을 내는 분들로서 공간 사용과 수업 참여율이 높습니다. 대부분 자기의지에 따라 필요와 요구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기본입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읍면 단위 마을과 도심권 마을의 차이와 특징은?

인구와 성향이 달라요. 도심권 마을의 인구는 동별로 따질 때 1통이 200~300가구 정도 됩니다. 인구밀도로는 읍면 단위의 ‘리’와 같죠. 하지만 지역 공동체를 위한 사업의 밀집도는 제주시내 동에서 추진이 되더라도 리단위로 참여하는 숫자만큼 밖에 안됩니다. 그동안 도심권 마을에서 마을공동체 모임을 해도 읍면 마을과 달리 사람들이 함께 하는 게 힘들었죠. 어찌보면 읍면 단위 마을은 그 동네끼리 알아서 해야 하는 곳이 되어버린 거라 행정에서 주도하는 것도 안 되고, 그렇다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어요. 읍면 마을의 개념은 역사적이고 지리적인 것이어서 대를 이어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이주민이 마을에 회원으로 들어가기도 힘들고, 참여하기도 어렵죠. 하지만 도심지의 마을은 연고중심 보다는 커뮤니티, 관계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마을의 개념에서 공동체 사업이 진행되어야 할 거 같아요.

프로그램이 커뮤니티 유지에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지금의 교육과정이 있기 까지 어떤 절차가 있었나요?

처음 오픈했을 때는 14개 과정이 있었는데, 8개가 폐강되었어요. 주민 입장이 아니라 기획자의 입장이라 실패한 것 같아요(웃음). 현재는 24개 강의가 있고 실험하면서 3~4개씩 추가로 만들고 있어요. 내년엔 40개 강의를 만들고 마을 주민강사를 10명까지 늘리려고 해요. 마을 강사도 고용 개념으로 가고요. 어떤 것이 있어야 마을에 도움이 되는지 항상 조합원들과 대화를 하면서 하나씩 채워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주민의 반응은 어떤가요?

감사하게도 “이런 공간이 생겨 좋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사실 공간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거든요. 유지하는 것이 문제에요. 기존 주민센터 프로그램은 예산이 집행되어야만 실행하거든요? 지난번에 있던 강의가 없는 경우도 있어서 단절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는 주민이 요청하면 연중 합니다. 그리고 행정에서 만드는 주민센터는 공간에 드는 예산이 많아요. 우리처럼 주민이 조합원이 되어 비용을 모아 공간을 만들면, 프로그램비만 지원해주면 예산 낭비도 적죠. 지금까지는 저를 포함해서 기획단이 현재 무급여로 활동하고 있지만 내년엔 급여 체제로 돌아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10년 정도 삼성증권에 있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제주에 ‘아름다운가게’를 만든다고 해서 제주 ‘아름다운가게’에 10년 정도 있었습니다. 아름다운가게를 하는 동안 가장 속상했던 것이 예산이었어요. 행정에는 주민들이 쓸 수 있는 예산이 많은데 예산 투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더라구요. 정당이라는 곳은 편 가르기 하느라 바쁘고… 그래서 지난 6년 간 서울 마을공동체 사례도 살피러 다니고, 마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을 하는 시간이 길었던 것 같아요. 내 인생의 실험을 해봐야겠다 싶었죠. 공동체를 만들어 최소한의 소득으로도 마을에서 살 수 있는 경험을 하고 싶었어요. 내 동네를 그렇게 만들면, 우리 아이도 그렇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 일을 하면서 꿈꾸는 것이 있을까요?

스무 살 새내기 때 선배 하나가 ‘더불어 사는 삶’ 활동을 해보지 않겠냐고 물었어요. ‘더불어 사는 삶’이란 그 단어가 아직도 기억나요. 우리 부모님과 친구들이 왜 고생을 사서하는 길만 가냐고 하지만 저는 고생은 아니고 제가 하고자 하는 삶에서  재미를 느낍니다. 또한 그러한 삶이 고생이 아니라는 것도 보여주고 싶은 오기도 생기고(웃음). 그래서 이렇게, 더 잘 살고자 해요. TV에 나오는 대로 자본에 이끌린 삶으로 살면 죽을 때 까지 감당이 되지 않아요. 다들 자기만의 소명이 있잖아요. 자기 소명대로, 남이 아닌 자기의 주체대로 살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이 좋아야 합니다. 저는 저희 아이들이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우리 아이들의 친구들, 이웃들이 사는 마을이 행복해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마을에서는 돈이나 능력이 조금 부족해도 함께 협력해서 살아갈 수 있구나 싶은 마을. 그러한 마을을 만들고 싶은 것입니다.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
http://www.inhwaro.kr/kor

마을카페 사람꽃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천수로 52, 2층

 기억발전소  사진 하라사진관


성산읍마을협동조합

교통이 바꾼 마을 풍경

제주살이마을학교

마을의 자원이 되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