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자원이 되는 삶’

제주살이 마을학교

기존 정착주민 대다수는 도시를 벗어나 제주에 왔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고, 관계의 피로를 덜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런 삶이 지속 된다면 과연 ‘제주에 산다’고 할 수 있을까? 도시가 아닌 마을에 산다는 것은 이웃 ‘삼춘’을 이해하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하고, 낯선 환경에서 스스로 자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정착주민 사이에도 각자의 고민을 안고 제주의 기원을 듣고자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제주 올레 아카데미의 경우 경쟁률이 매번 두 자릿수를 넘긴다. 올레가 거시적 관점의 제주를 알린다면 서귀포시 예례동에는 “제주의 뿌리는 마을”이라 말하는 ‘제주살이 마을학교’가 있다. 이 곳에서 작은 마을을 하나의 표본으로 삼아 미시적 관점의 제주를 톺아보고 마을에서 사는 법을 상상해 본다.

모르는 게 독이다

모든 마을에는 저마다의 문화와 풍습이 존재한다. 마을 이장과 같은 지방자치 원로들이 있고, 노인회와 함께 마을을 굳은 일을 도맡아 하는 청년회와 부녀회가 존재한다. 자연부락으로 형성된 마을의 경우 오랜 세월 대를 이어 공동의 재산을 가꿔왔다. 해녀가 물질하는 바다를 바당밭으로 부르며 마을의 공동 자산으로 만든 것이 그 예다. 그러나 초기 정착 주민의 경우 바다를 행정상의 공유지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에 문화적 차이에서 갈등이 생기곤 한다. 알면 보이지만, 모르면 다툼이 되는 것들. 서영석 사무국장은 그동안 관광 중심의 홍보 채널에서 발견하지 못한 차이를 살펴 정착주민들에게 알리고자 제주살이 마을학교를 만들었다.

사람이 마을을 이룬다

제주로 이주를 결심한 사람들 대다수가 제주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랑은 둘이 하는 것. 서 국장은 정착주민은 제주를 짝사랑하는 단계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예전에는 마을에 이사 오면 통에 와 직접 신고하는 절차가 있었다. 현재는 행정 편의에 의해 통합되었지만, 마을에서도 낯선 사람을 들이는 준비 과정이었던 셈이다. 제주살이 마을학교의 역할도 원주민과 정착주민의 경계를 허무는데 있다. 신화에서 시작, 근현대사와 생활사를 이해하고 마을 특성으로 창업 시뮬레이션을 해 보는 과정 속에서 연구자의 강의가 기초가 되고, 주민 해설사의 마을 이야기가 쌓여간다. 선배 이주민, 마을 기업을 일으킨 마을 활동가와의 만남으로  실질적인 정착과 생계에 필요한 궁금증도 해소할 수 있다.

“ 마을은 어르신이 많으니 마을 회비를 내거나 경조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잘 몰라요. 마을에서 땅 사고 집 지으려면 마을 행사에 참여 해야죠.못 보던 사람이 왔네? 하시다가도 국수나 떡을 돌리면 언젠가 찾아요. 너 좀 와봐라, 이것 좀 해볼래? ”

일터와 삶터

수업 과정을 떠나 제주살이 마을학교에서 주목할 점은 정착주민이 정착 후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마을의 관광을 활용하여 어르신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마다 중요한 자산을 연결하여 시너지를 내는 방법을 상상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삶을 통한 원주민과의 공생을 준비하게 된다. 아직 창업까지 간 수강생은 없지만, 학교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점은 일터와 삶터 개념으로 마을에 정착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물론 마을에서 사는 일이 정착주민 만의 일방적인 노력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원주민 역시 마음을 열고 정착주민과 문화적, 경제적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수업이 열리는 예래동도 다른 마을이나 도시처럼 베드타운화 되고 있다. 마을에 새로운 활력과 관계를 가져다 줄 사람이 없다면, 마을도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 농사 짓는 것은 어려워요. 땅을 소유하는 문제도 있고, 작물도 제한적이죠.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게스트하우스나 카페만 할 수는 없어요. 마을 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창업이 필요해요. 마을과 정착주민과 함께 살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람이 마을의 자원

마을 곳곳에는 함께 농사를 짓는 공동의 땅이 있다. 현재 사회적 주택을 연구하고 있는 서 국장은 비어있는 마을 자산에 공유경제의 개념을 접목시켜 마을기업 활동가, 사회적 협동조합원등 마을의 문화적 토양을 다져갈 사람들이 모여 살 임대주택을 기획 중이다. 땅이나 집을 사지 않아도 마을 안에서 살 수 있는 길, 원주민과 함께 마을을 일구며 스스로 그 자원이 되는 방법. 터를 닦으며 같이의 가치를 고민하는 모습에 제주살이 마을학교가 가꾸게 될 내일을 기대해 본다.

“ 마을공동체는 결국 경제와 주거의 공동체 입니다. 예전엔 정착주민이 땅 사서 들어오면 주민으로 생각했거든요? 요즘은 오히려 비싸게 팔아 나가지는 않을까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아요. 지역공동체가 제주답게 작동하는 방식을 정착주민과 함께 현대적으로 만들어야 해요.”

 

INTERVIEW

제주살이 마을학교 서영석 사무국장

제주살이 마을학교를 개교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필요를 모델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저도 정착주민인데 막상 제가 제주의 마을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다보니 관계도 맺어지지 않고. 주민이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면 좋지 않을까? 어디에도 없으니까. 다른 분들은 이걸 마을의 교육공동체라고도 이야기해요.

정착 주민으로서 제주를 본다면?

마을 자체가 배움터인 것 같아요. 처음 내려왔을 때부터 제주를 하나의 캠퍼스로 생각했어요. 각 지역, 지역 사람이 콘텐츠가 되는 것. 마을에 작은 콘텐츠들이 살아있고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 했거든요. 앱도 만들고 싶었어요. 지도 위에 배우고 싶은 것들이 있고 누르면 어디서는 관광, 어디서는 쉼… 그러다가 정착도 하고.

마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서귀포에서는 자식을 제주시로 보내고, 제주시에서는 육지로 보내는 게 이 곳의 생리에요. 그럼 마을엔 어르신만 남는 거죠. 사람만 나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마을도 같이 나이 들어갑니다. 지금 시점에서 ‘마을에 대한 개념’도 다시 생각해봐야 해요. 제주의 마을은 재산과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어요. 우리는 큰 범위에서 제주의 가치를 얘기하지만, 막상 마을과 지역, 동네의 가치를 망가지고 있어요. 지역에는 그렇게 가치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거든요. 지역에서 지역전승자가 되려면 정착주민이 먼저 마을 주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제주살이 마을학교를 통해서 마을에 어떤 방식으로 정착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는 단계에요.

마을 살이에 꼭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일회성 캠페인이에요. 민간의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중요하죠. 특히 지역적으로 정착주민협의회 같은 것을 만들자고 하지만, 제주에 오는 사람들은 조용히 살고자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정착 주민이 지역 주민이 되어 커뮤니티에 참여 하는 사람이 많지 않거든요. 저는 오늘부터라도 당장 동차원에서 이주를 원하는 자기가 마을의 소식을 받게끔 개인정보동의를 받음 좋겠어요. 그리고 새로 정착 주민이 올 때마다 만나게 하는 커뮤니티가 있길 바라요.

학교를 만들면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 국가가 잘 유지되려면 사회적 자본의 영향력이 80%가 있고 거기에 서로간의 신뢰가 받쳐줘야 한다고 해요. 우리는 어찌 보면 그게 없어 불안하고 뭘 해도 잘 안되고 심하게 왜곡되는 것 같아요. 우리는 허락 없이 이주한 셈이에요. 신뢰를 쌓으려면 이곳의 사회적 자본이 되어야 하는 거죠. 그렇지 않음 이곳은 서울과 다를 바 없어요. 정착주민은 자유롭게 선택을 할 수 있지만, 학교가 하나의 통로가 되어 마을도 경험하고 관계도 맺고, 생계도 해결할 수 있길 바라죠. 그리고 사람이 또 다른 통로가 되어 다른 이주민도 편히 정착할 수 있고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계약과 관련된 문제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인내가 필요한 것 같아요.(웃음)

제주살이 마을학교
https://www.facebook.com/제주살이-마을학교-717827695024552/

 기억발전소  사진 하라사진관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

일상의 경험으 공유하는 공동체

성산읍마을협동조합

교통이 바꾼 마을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