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   INTERVIEW   |   Nov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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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중심에서
자립을 꿈꾸는 곳

제주특별자치도 마을만들기종합지원센터 안동훈 팀장

전국적으로 마을공동체 열풍이 거세다. 지난 10년이 마을공동체의 초석을 다져온 시간이라면, 이제는 도심권과 읍, 면 단위 분리하고 각 마을의 특성을 살려 자립심과 운영능력을 길러줄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마을만들기 사업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마을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주민 스스로의 힘이라지만, 외부의 시선으로 마을 자원을 조사하고 행정을 속 시원히 풀어 줄 중간 조직의 필요성 역시 커지고 있다. 작년 7월 22일 제주에 ‘마을만들기종합지원센터(이하 센터)’가 생겼다. 이제 1년 차,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도내 구석구석 발로 뛰며 조사 중인 마을만들기종합지원센터의 안동훈 팀장을 만났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NGO쪽 일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일을 하기 전엔 제주에 대해 잘 몰랐어요. 태어나고 자란 곳이기 때문에 내 고향 제주가 소중하다는 감정을 느낄 수가 없었죠. 제주를 ‘관광지’로서의 제주로만 알았습니다. 마을주민들도 마찬가지로 자기 마을에 대해 아무런 느낌이 없을 거예요. 근데 제주를 찾는 사람들은 제주의 소중함을 알고 제주를 가치를 발견해 마을의 자원으로 만들더라구요. 그때 제 고향 제주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내 고향 제주가 세계의 보물섬이란 마음. 유네스코 3관왕을 받아도 우리 도민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뿐만 아니라 람사르 습지, 밭담, 해녀 등… 특히 밭담은 누구나 쌓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제가 그랬으니, 마을 사람 스스로 마을의 소중함을 찾게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쪽 일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마을만들기종합지원센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제주특별자치도 특별자치마을 만들기 조례지원 24조에 의해 설립되었어요, 작년에 만들어졌고 민간 위탁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저희는 행정안전부에서 인가 받은 재단법인한국자치경제연구원 소속이에요. 연구원 내에서도 센터 운영에 독립성을 확보해주고 있고, 자체적으로 전문 인력을 꾸려 운영 중입니다. ‘마을 만들기’ 사업의 경우 민과 관의 중간에 서서 어느 만큼 문턱을 낮추는지가 가장 중요하거든요. 저도 마을 만들기 사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시작한 거라 도내에서는 저희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 합니다.(웃음)

문턱을 낮춘다는 말이 핵심인 것 같습니다. 센터의 주요 사업을 소개해 주신다면?

마을만들기센터는 주민 스스로 마을만들기 사업을 효율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게 지원을 해주고 관리를 해주는 것이 주 목적입니다. 예전에는 주민에게 필요할 것 같은 사업을 만드는 하향식 사업이 많았다면, 이제는 주민들이 필요한 사업이 무엇인지 듣고 설계하는 상향식 사업으로 전환되고 있어요. 포괄보조금제도가 도입되었거든요? 준비된 마을에게 사업비를 주겠다는 거죠. 주민이 책임지고 운영하려고 하고 자립하려고 하는 것들이 크다는 거죠. 그런데 마을에서 그걸 해본 사람이 없고, 연령도 높으니 센터가 행정을 대신해서 마을을 돌아다니며 이장님도 만나고 마을 자원도 살피고 교육도 하고 컨설팅을 해주고 있어요. 추가적으로 관련 기관들을 모니터링을 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해 서로 필요할 때 연결해 주기도 합니다. 이제는 마을도 고령화가 됩니다. 마을 청년회가 마을 45세였다가 현재는 55세, 60세까지 갑니다. 얼마 전 에피소드 중 하난데 우리 직원 어머니가 64세신데 경로당에 갔는데 “무사 어멍 찾으래 와시냐”고 했대요.(웃음)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네요. ‘마을공동체’와 ‘마을만들기’ 사업의 차이, 그리고 육지와 제주의 마을 사업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일반적인 ‘마을공동체’를 생각하면 도시와 읍, 면 단위 마을을 다 통합해서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마을’이란 단어는 주로 농산어촌지역에 맞고, ‘공동체’라는 단어는 동지역 소규모 모임, 아파트 단위에서 쓰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쓰이는 단어에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센터의 이름을 제가 정한 것은 아니지만(웃음), ‘마을 만들기’는 읍, 면에 적합한 표기라고 생각합니다. 육지와 제주를 비교 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인구수에요. 리 단위 규모가 크다고 해야 하나요. 육지의 리는 가구 수가 대략 4~50가구 인구수 150명 정도에요. 제주는 리가 400여 가구에 500~1000명 정도의 인구가 있어요, 조천리 경우엔 5000명 정도거든요? 육지로 따지면 면 단위에요. 같은 리 단위인데 인구가 많으니 마을 사업을 시행할 때 좀 불리한 경향이 있죠.

교통정리가 필요한 것에 동의합니다. 마을 사업 예산도 다양한 곳에서 지원하잖아요. 마을 주민들이 파악하기 쉽도록 가볍게 차이를 설명을 해 주신다면?

마을 사업 예산이 ‘정부’, ‘도’ 이런 식으로 단순하게 나오지 않아요. 마을에 대한 예산은 팀별로 모두 다른 이름과 목적으로 나옵니다. 이 점을 잘 아셔야 해요. 시에서는 지역공동체발전과, 마을활력과, 도시과라는 조직이 있고요, 읍, 면 단위의 경우엔 더 복잡한 게 각 마을마다 관할 부처가 달라요. 어촌지역은 해양수산부, 도서지역은 행정안전부 비무장지대는 국토교통부… 보통 농림부사업을 많이 하고, 농어촌공사에서 입찰을 해서, 마을 기본 계획을 수립하죠. 목적에 따른 것도 있는데 축제를 주로 하는 마을이다 하면 문화관광부, 문화재가 있는 마을이면 문화재청… 각 과는 필연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어요

관할이 다르니 어찌보면 부처 간 협력도 중요하겠네요. 제주 내 타 사회적경제 기관과도 연계가 되어있나요?

안 그래도 그 점 때문에 얼마 전 센터연합회가 10월 17일에 처음 만났어요.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지역균형발전센터(제주연구원), 도시재생지원센터 및 우리 센터가 매달 모임을 통해 서로의 사업을 공유하고 연계시키고 협력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습니다. 꼭 필요한 것 같아요.

민간 위탁의 한계에 대한 이야기도 있을 것 같습니다.

보통 3년 단위로 위탁을 받습니다. 전국적으로 같아요. 마을 만들기는 꾸준하게 미래를 바라보고 진행해야하는 사업인데 직원은 신분보장이 안 되어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물론 객관성을 띄고 큰 결격사유가 없이 진행하면 재 위탁이 가능하지만, 마을에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담당자가 2~3년 단위로 바뀌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요. 주민 스스로 행정에 대한 불신을 키웁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하는 일이다보니 각기 다른 지침도 해석하기 나름이고, 스타일이 바뀌니 혼선이 오기도 하고요, 아마 저희 센터뿐만 아니라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는 모든 민간 위탁 담당자들의 생각이 같을 겁니다.

출범 1년이 채 안되었는데 현재까지의 중점 사업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말씀해주신다면?

현재 중점사업은 농림부사업의 일반농산어촌개발 사업부터 마을컨설팅,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창조적마을만들기 사업, 공모사업 등등 너무 많아요.(웃음) 제주는 행정동리까지 234개 마을이 있습니다. 행정리만 따지면 172개에요. 각 마을별 사업현황을 정리해 중복사업을 최소화 하는 중이고요. 예전엔 선심성 예산을 줬어요. 필요하면 읍, 면 마을이니 무조건 주자! 그런 것들이 있었거든요. 그러나 현장조사를 위해 가보면 활용되지 않고 운영관리유지가 안되어 애물단지로 전락한 시설물도 많아요. 이제는 몇 년에 걸쳐 단계별 사업을 적용합니다. 역량이 준비된 마을에 사업을 줘야 효과가 커요. 투여한 예산을 낭비하지 않고 마을의 자립십을 키워 주고 마을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데에 앞으로의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과정 속에서 주민의 반응 중 인상 깊었던 일화가 있는지?

기억나는 것은 많지만 소액사업을 한 마을들의 경우와 그간 센터에 와주신 이장님들을 만날 때에요. 이장님들이 읍면마을사무소에 가셔서 마을만들기 지원센터와 마을 사업 하니 도와달라고 거꾸로 말씀하신대요. 그렇게 행정보다 센터를 믿고 센터를 찾아주었을 때가 가장 기쁘죠. 소액사업은 효용성이 높아요. 마을 한 곳 당 300만원의 작은 예산이 집행되거든요. 한 마을이 300만원으로 종자를 사서 심고 키운 뒤, 수확해서 김장을 해서 마을 취약계층에게 나눠 준 적이 있어요. 그냥 사다 할 수도 있는데 그게 참 좋아 보이더라고요. 그밖에 작은 음악회를 연 곳도 있고요. 예산이 크면 성과에 집착하고, 본질을 망각하기 쉽거든요? 소액사업의 경우 그런 게 없어요. 소액 사업이 중요한 이유는 사업을 해본 적 없는 마을에 경험을 제공하고 마을 스스로 무언가 할 때 즐거움을 느끼게 해서 마을 사업의 필요성을 전파하는 거라는 생각을 해요.

읍,면 마을에도 정착주민이 많잖아요? 원주민과 정착주민의 갈등을 풀 실마리가 있다면?

도민 입장에서 이야기 하자면,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하잖아요? 제주도 촌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귀농귀촌이던, 자영업이던 개인적인 목적이 있어 온 사람들이에요. 지역주민과 동화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먼저 다가서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마을 주민 모두가 항상 벽을 쌓고 있지는 않거든요. 제주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 때문에 방어적인 부분은 있지만 원래 제주도민은 정도 많고 친절합니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마을 사업은?

마을 사업에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행복한 마을에 대한 관점은 모두가 다르고요.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한 마을이 있고, 복지가 잘 되면 행복한 마을이 있고… 가시리와 신도, 청수, 하례1리 같이 상을 받은 마을들도 문화복지, 체험소득, 경관이나 생태 같이 성향이 같은 곳이 없어요. 마을에 맞는 사업을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같고요. 센터와 마을이 수평적인 협력관계로 가야해요. 센터가 때론 강하게 나갈 때도 있어요. 자꾸 행정에만 의지하면 안 되거든요. 기반조성을 해주면 운영비를 달라고 하는 것이 밥상 차려주니, 떠먹여달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거든요. 마을이 자립할 수 있는 것이 저나 센터는 더 중요해요.

박소진(기억발전소) 사진 한용환(하라사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