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가 남긴 발자국을 따라가는 길
사회적기업 의귀마을영농조합법인

“말은 제주로, 사람은 한양으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좋은 뜻으로 해석한다면, 어느 곳보다도 양질의 말을 길러내던 제주도의 모습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 아닐까. 2014년 제주도는 국내 최초로 말 산업 특구로 지정되어 제주도의 말과 관련된 고유한 전통과 문화를 인정받은 바 있다. 제주도는 이에 2017년부터 매년 10월을 말 문화 관광의 달로 지정하여 말 관련 산업을 키워가고자 한다.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에도 말과 함께한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이어가려고 하는 이들이 있다.

마을의 역사를 되짚는 일

의귀리는 서귀포시 남원읍 중앙에 위치한 중산간 마을이다. 감귤 산업의 발달한 8-90년대 이후로 현재까지 주민 대다수가 감귤 농사에 종사하고 있다. 이곳 의귀리가 ‘말’과 관련 맺은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의귀마을영농조합법인의 오문식 대표는 마을의 대표 인물인 김만일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들려주었다.

“의귀리는 조선시대 헌마공신 김만일과 그 후손들이 살던 곳이에요. 김만일은 조선시대 선조 때 임진왜란으로 힘들어진 조정에 군마를 조련해 전쟁터로 보냈어요. 그 후손들도 이어 2만 여 필의 말을 헌마했죠. 그 공을 인정받아 경주김씨 김만일은 헌마공신이 되었어요. 여기서부터 의귀리와 말의 인연이 시작돼요.”

마을의 이름인 의귀(衣貴) 역시 김만일이 헌마한 공을 인정받아 귀한 옷을 하사받았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의귀리 사람들은 마을공동목장에서 마소를 키웠다. 일제강점기나 4.3사건, 감귤산업의 발달 등 마을의 환경이 변하며 의귀리의 말의 역사는 조금씩 잊혀가고 있었다. 이러한 역사를 잘 알고 있던 마을 이장의 주도로 2011년부터 기획재정부와 농림식품부 등의 지원으로 말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자연이 주는 휴식 같은 선물

2012년부터 3년간 농림수산식품부의 마테마 체험마을 조성사업이 옷귀마테마타운이 만들어지는 데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오문식 대표가 이장으로 있던 때인 2014년, 의귀리민 116명이 참여해 의귀마을영농조합법인이 설립했다. 같은 해 4월 마을공동목장 일부에 2만평에 마사, 실내외 승마장, 교육실, 자료전시장, 김만일 스토리 벽화 등의 시설을 갖춰 옷귀마테마타운을 조성하였다.

조성 초기 옷귀마테마타운은 마을 주민과 회원 위주로 승마 교육과 체험을 진행하였고 그 규모를 점차 확장해왔다. 지속적인 확장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을공동체가 말 사업에 대한 방향과 전망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사실 제주도의 승마장들은 다 영세해요. 설계 자체가 체험이나 외승 프로그램 정도에만 할 수 있게 되어있어요. 그런데 우리 옷귀마테마타운은 말을 육성, 교련하는 것부터 마을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게끔 만들었죠. 마을주민들이 함께 출자하고 규모를 키웠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전문적으로 말을 관리하고 육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운동이나 취미를 위한 승마교육을 꾸준히 하고 있다. ‘옷귀유소년승마단’을 창단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말과 함께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외승프로그램을 확장해 나가고자 한다. 제주올레와 함께 ‘몰랑몰랑 아카데미’를 열어 말과 교감하는 힐링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후손으로서의 책임

작년 제1회 제주의귀말축제가 열렸고, 옷귀마테마타운도 같은 날 헌마공신 김만일배 승마대회 등 마을과 말의 역사를 알릴 수 있는 행사를 함께 열었다. 이중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헌마 퍼레이드’였다. 그 옛날, 말을 한양으로 보내던 행렬을 현대식으로 재현한 행사를 통해 마을의 역사와 의귀리가 말의 고장임을 알릴 수 있었다.

오문식 대표에게 있어 옷귀마테마타운의 운영은 ‘책임’이다. 후손으로서 마을의 역사와 인물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책임, 그 뜻을 기리는 마을의 공동사업을 지속해나가기 위해 책임감 있는 경영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드러냈다. 마을의 역사와 전통을 함께 할 사업들을 구상해나가는 노력이 사람들에게도 전해져 더 확장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INTERVIEW

의귀마을영농조합법인 오문식 대표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

저는 이곳에서 나고 자랐어요. 마을지도자부터 이장 등을 하며 마을의 대소사를 다 안다고 봐요. 전(前) 이장님 때에 2011년 이후로 마테마 체험마을 조성사업을 계기로 마을의 공동사업이 만들어졌었어요. 그 이후인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제가 마을이장을 하며 그 일을 계속 이어온 것이죠. 2017년 9월부터 대표이사를 맡았습니다.

말과 함께 한 의귀리의 역사는 무엇인지?

김만일은 조선시대 선조 때 임진왜란으로 힘들어진 조정에 군마를 조련해 전쟁터로 보냈어요. 그 후손들도 이어 2만 여 필의 말을 헌마했죠. 그 공을 인정받아 경주김씨 김만일은 헌마공신이 되었어요. 경주김씨 후손들이 말을 키우던 곳이 반드기왓이에요. 이곳을 포함해 오래 전부터 의귀리민들이 말을 키우던 공동목장이 있었어요. 일제강점기 때 토지개혁으로 일부가 분리되고, 6-70년대를 지나며 개인에 매각되는 등 작은 터만 남았죠. 그마저도 4.3사건이 끝나고는 자료들이 많이 소실되어 아주 일부인 20만 평 정도가 마을 소유로 남았어요. 8-90년대 들어서면 감귤산업이 발전하니까 사람들이 많이 줄어 10여 명 정도만이 마소를 키웠죠. 말의 쓰임이 줄어드니 말을 키우던 사람들은 거의 없어졌죠. 어쨌든 그런 경험이 있으니 전(前) 이장님 대에부터 말과 함께한 공동사업을 구상한 것이죠.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은 이유는 무엇인가?

테마타운 조성과정 중에 사업 컨설팅을 받으면서 점차 인식하기 시작했죠. 마을 주민들이 조합원으로 출자하고 참여해서 만들었고, 마을회에서 운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보다 책임감 있게 경영할 조직을 갖추는 것이 더 오래 갈 방법이라고 판단을 한 것이죠. 2015년부터 예비를 거쳐서 2017년 12월부터 인증 사회적기업이 됐어요.

앞으로 꾸는 꿈은 무엇인가?

제주도라고 하면 말을 떠올릴 수 있듯, 이곳 의귀리가 제주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저희는 헌마공신의 고향이라는 역사와 일제강점기 이후로 끊어졌던 말 문화를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축제라든지 승마대회 등을 통해서 일반 국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게 해야겠죠.

 기억발전소  사진 하라사진관


국악연희단 하나아트

가락에 담긴 제주의 삶

제주장례협동조합

아름다운 작별을 준비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