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이 바꾼 마을 풍경’
성산읍마을협동조합

60세 이상 시니어 인구가 22% 가까이 되는 서귀포시 성산읍. 탈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이라곤 택시와 버스가 전부지만, 그마저도 비용 문제와 건강 문제로 이용하지 못하는 노인이 많다. 그러나 읍내 14개 마을 이장이 모인 ‘성산읍이장협의회’가 마을균형발전사업으로 만든 특별한 택시 덕에 지금 성산읍은 축제 분위기다. 75세 이상 노인이라면 1년에 두 번, 티켓을 받아 지역 택시를 천원에 이용하는 ‘행복택시’. 지역 택시가 바꾼 마을의 풍경이 사뭇 남다르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현재 성산읍이장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김길호 회장은 성산항여객터미널 1층의 ‘성산몰’을 만드는 과정에서 ‘행복택시’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한다. 14명의 이장이 한자리에 모여 소외된 주민에 대한 지원책을 나누다보니 자연스레 집과 노인정에만 상주하는 어르신 사례가 화두에 올랐던 것. 실제 마을 깊숙이 사는 노인의 경우 움직이는 활동 반경 100m가 안 된다. 무엇보다 협의회는 누구나 노인이 될 수 있고, 언젠가 이동이 어려운 주변 이웃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공감했다.

“ 행복택시로 인해 마을 이장 모두가 마을일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졌습니다.” -성산읍이장협의회 김길호 회장

철저한 준비와 파트너 관리

2016년 5월에 시작한 행복택시의 성공 비결은 철저한 관리에 있다. 실질적으로 운행하는 운수회사 선정부터 까다로웠다. 예산 집행 전 선 결제를 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자본금이 넉넉한 법인 체제여야 하고, 읍내 전용 택시로 지역에 차고지가 있는 지역 택시를 우선으로 선정해야 했다. 논의 끝에 만난 운수회사가 바로 ‘동성택시’다. 한 업체에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좁은 지역 사회는 작은 일에도 민심을 잃기 쉬워 회사 입장에서는 밑지는 장사다. 그래서일까 동성택시의 경우 협의회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탑승자와 기사들 사이 의견 조율부터, 콜센터 직원 재교육과 매입매출, 회계까지 꼼꼼히 관리한다. 회사 내부의 노사관계도 매우 중요한 지점이라 행복택시를 ‘벌이’로만 생각하기엔, 많은 부분 희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기사들 입장에서는 ‘행복택시’가 봉사나 다름없어요. 택시에서 가장 중요 한 게 주행거리인데, 탑승자 대부분은 진입이 복잡한 마을 골목에서 타고 내려요 같이 합승해서 띄엄, 띄엄 내려달라고도 하시고요. 안 해도 그만 인 일이지만, 우리 기사들은 내려서 집 앞까지 모셔드리기도 합니다.”
– 동성택시 강호방 대표

행복으로 가는 티켓

제주에서 80세 이상 어르신은 세 번 살아남은 사람이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4.3 까지 생의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겼기 때문이다. 그 시절 그들에게 택시는 자식들 소유의 자가용보다 더 좋은 고급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내 평생 탈일 없던 택시를 치켓(행복택시 티켓) 덕에 여러번 탄다”고 이야기 하는 노인도 더러 있다. 75세 이상 성산읍 노인이 행복택시를 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절차가 있다. 신분증, 도장을 가지고 리사무소에 가서 티켓 신청서를 제출하면 신청자를 모아 협의회사무실로 보내고, 사무실에서 신청자 명단을 추려 티켓과 함께 마을에 전달한다. 티켓은 상, 하반기에 걸쳐 지급되는데 예산에 따라 변동되지만 올해는 1인당 20장 지급되었다. 승차는 간단하다. 행복택시 콜 센터로 전화를 해 승하차 지점을 이야기 하면 된다. 1년의 시간이 흐르니 직원들도 마을 어느 집에 누가 사는지, 늘 어디를 가는지 파악하게 되고, 혼자 타던 어르신들은 나중엔 여러 명을 모아 함께 타는 효용이 생겼다. 한 달에 2번꼴로 이용 가능하니, 아끼고 아꼈다가 병원이나 약국, 오일장 같이 꼭 필요한 곳을 찾는다.

“ 할머니도 읍내에 자기 나름의 거래처가 있어요.병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약국이 중요한 분도 있고요. 전화 걸줄 모르는 분들도 있으면 동네 약사들이 행복택시에 대신 전화해주고 손잡고 택시도 태워주고 합니다. ”
– 동성택시 강호방 대표

지역 경제 활성화

택시로 활동반경이 넓어지니 마을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노인정에 모여 시간을 보내던 어르신들 뿐 아니라 행정구역 상 성산이지만 생활권은 옆 동네인 어르신도 행복택시를 타고 읍내로 와 경제활동을 시작했다. 개개인으로는 작은 액수지만, 올해 사용된 티켓 건수가 모이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결국 지역에서 나온 돈이 다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구조가 되었다. 행복택시가 만든 지역민의 행복을 발판 삼아 성산읍이장협의회는 다시 마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혼인지와 성산일출봉 중심의 관광에서 벗어나 통밧알 야간 관광을 기획하고, 14개 마을의 특징을 살려 성산읍 전체를 아우르는 마을 연계 관광을 준비 중에 있다. 행복택시로 인해 마을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졌다는 김길호 회장의 말이 마을공동체 사업을 준비하는 다른 마을에도 좋은 선례로 남기를 바란다.

INTERVIEW

성산읍이장협의회 김길호 회장
동성택시 강호방 대표

 

행복택시를 만들고 나서 어떠셨어요?

김길호: 사실 마을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그래도 성산읍 14개 마을 이장님들이 마음을 모아 했던 것이 지역에 보탬이 되었다고 말해 주는 것이 참 좋습니다. ‘이장’은 명예직이에요. 실질적으로 보수도 적고 초아의 봉사 정신으로 활동하는 게 크죠. 개인적으로도 참 뿌듯하고요. 마을에서 열 발자국 가서 쉬고, 주저앉는 어르신 모습을 보면서 늘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거든요. 개인의 행복이 곧 마을의 행복이기도 하니, 덕분에 마을 노인회 활동도 활발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을 성공 사례로도 소개가 되는데요, 행복택시의 다음 단계는 어떤 것이 있나요?

김길호: 몇 가지 안건을 협의회에서 논의 중입니다. 현재 행복택시를 이용하는 구역은 성산읍으로만 지정되어 있거든요. 도에서 행복택시를 권역별로 만들고 싶다고 요청이 와서 살펴보는 중이고요. 또 하나는 ‘교통약자’를 어르신에서 나아가 장애인이나 노약자로 확대 할 계획이 하나 있습니다. 내년도 사업으로 각 마을 노인회에 티켓을 200장 씩 할애하여 100원 택시 운영을 기획 중에 있습니다. 

마을 일을 하시며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인가요?

김길호: 원래 소를 키우다 20년간 말 산업과 농업 분야에서 여러 일을 했어요. 현재는 난산리 마을회 이장을 연임해 3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마을마다 다르지만 재임기간이 2~3년이니, 하고자 하는 것을 그 시간에 다 못 하는 게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다른 마을도 대부분 (사업을)지속적으로 못 했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마을 일은 애향심이 없음 안돼요. 10년 전부터 마을을 위해서 하고 싶은 것이 많았어요. 특히 마을 안에서 서로 융합하되 각자의 수익을 창출하고 개인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방향을 찾고자 했던 것 같아요. 마을 일은 주민 동의가 많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대부분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온 게 아니라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았죠. 그래도 지금은 서서히 나아지는 단계입니다.

운행 중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강호방: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많죠. 촌이랑 도심은 틀려요. 다 내 이웃처럼 생각해야 해요. 꾸준히 이용하시는 맹인 어르신이 있는데 그 분의 경우에는 저희가 알아서 대문까지 가서 모시러 가고 모셔다 드리죠. 행복택시를 시작 하고 우리 기사님들께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봉사에요. 그래서 어르신들 짐을 들어드리거나 방문 앞 서비스를 할 때가 종종 있어요. 실질적으로 그 분들을 만나는 것은 기사님인데, 노사간 잘 협력해야죠. 

행복택시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강호방: 이장협의회에서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어렵다기보다 신경을 많이 쓰죠. 어르신들 만나면 행복택시 타는데 불편한 것 이야기해 달라고 해요. 옛날에 도에서 장애인 전용 택시 티켓을 줬었어요. 한번에 20만원 씩. 어떤 문제가 생겼냐면, 일부 장애인들이 기사에게 전화해서 10만원을 받고 20만원 어치 티켓을 팔았어요. 이렇게 되면 진짜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피해가 가거든요. 손님도 그렇고 기사들도 그렇고 양심적으로 운영되게끔, 회사 차원에서 철저해 질 필요가 있어요. 가끔 어르신이 주셔서 자식들이 티켓 들고 탄다고 할 때도 있어요. 그럼 딱 잘라서 안 된다고 말하게 하죠. 기사님들도 양심적으로 처리해요. 사실 딱 조사하면 나오거든요 어디 사는 누가 읍내에 몇 킬로를 가는지.

행복택시 성산읍이장협의회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등용로 130-21 성산항여객터미널 2층

동성택시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오조로 103

           기억발전소  사진 하라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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